풀밭 위의 돼지 
김태용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05년 봄 문단에 데뷔한 김태용의 첫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는 '그로테스크한 풍경 속에 흔적 없이 해체 되는 전통 가족 서사'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기괴하다. 뚜렷한 서사를 제시하지 않는 점, 이야기 맥락의 전과 후를 일부러 해치는 동어반복과 뛰어넘기, 단어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무의미화 시키는 작업 등 구성과 형식 상의 특징 또한 낯설다.

죽은 아내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치매에 걸린 노인의 이야기 '풀밭 위의 돼지', 친구의 아내와 욕망관계에 있는 사내가 주인공인 '검은 태양 아래', 죽은 아빠가 들어 있는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상한 가족들의 이야기 '오른쪽에서 세번째 집', 절대로 침낭에서밖에는 잠들 수 없는 남자가 등장하는 '잠'을 포함해, 총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

불안과 부끄러움의 나날들이었다.
수도꼭지를 틀면 어김없이 녹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취미가 없어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연민과 공포를 가졌다.

오독의 과정이 곧 글쓰기라고
말한다면 다시 그대들은 오독을 하고 말 것이다.

내가 오독한 글들을 조용히 떠올려본다.
수면 위에 간신히 떠 있는 글들
수면 아래 구태여 가라앉아 있는 글들
그리고 스스로 늪이 되어버린 글
어쨌든 살아 있어주어 고맙다

아내와 두 아이 현울, 현담으로부터
지상의 유일한 양식 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언제나 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나의 첫번째 문장은 그들의 것이다.

두 아이 역시 언어를 찾고 나면 나의 글을 오독하겠지.
그 생각이면 또 다시 불안과 부끄러움이다.

보이지 않는 독자로 살아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으나
이제 보이는 작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두려운가요.
묻는다면
그렇지만 흥미롭지요.
세계는 여전히 농구공 같으니까요.
라고 대답하고 싶다.

21세기가 조금만 더 간절히 나를 원했으면 좋겠다. - 김태용

*

: 작가로서 자신의 글을 제대로 읽어내는 독자를 만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식을 제대로 건져낸 것인지 의문의 과정을 거듭하고 있으니까. 진실에 가까운 건 오직 작가만이, 아니 그 자신도 모를 경우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어쭙잖은 글을 쓰면서 간혹 그런 짚어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피아노 - 문학과지성 시인선 339 
최하연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누군가 엿듣기를 바라는 독백, 혹은 누군가와 함께 발견하고 싶은 독백"이라는 평가와 함께, 2003년 제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최하연 시인의 첫 시집. 시인은 언어의 자유와 의미의 질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참신한 화법으로 매혹적인 연주를 한다.

피아노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는 건반을 책상 위에 그려놓고, 가만 귀 기울이고 있어요. 당신의 소원은 검은건반에서 뛰어내리는 것, 그리항 일생일대의 화음으로 나를 부활시키는 것, 당신의 경전마다 엉터리 활자를 찍어놓고, 페이지를 봉인하고 있어요, 나는 나의 다음 페이지가 무조건 될 수 없다는 것, 우주를 한 바퀴 돌아 신발을 벗으며 '그것 참'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당신이 떨어지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나도 당신이 있던 그곳을 향해 뛰어오를 수 있다면, 당신의 멈칫함이 나를 일깨우는 바로 그 주문이길, 두들겨라, 두들겨라, (나의 건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나의, 나를 위한 마침표는, 언제나 나의 시작 전에 찍히고 있어요, 도돌이표 마디마다 당신은 돌아오고 있겠지요, 가로지르는 모든 것들로 하여금, 당신을 향한 나의 좌표를 잃게 만들고 싶어요, 당신은, 또다시 그 높은 절벽, 검은건반에 올라서서 눈을 감고 있네요,

*

시를 배달하러 나간다. 처방전은 태고부터 지금까지 달랑 한 장. 누구의 사인도 들어 있지 않은 처방전을 받아 들고, 그 언니, 시를 지으시네, 배달을 나가시네. - 최하연

*

:시집의 내용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지만, 어디까지나 시집이 계기로 작용하여 오늘, 특별 에피소드가 생겼다. 궁금한 사람은 슬쩍 찔러봐요.(웃음)
중*고등학교 때는 지지리도 싫어했던(;) 피아노, 지금은 기타*베이스*드럼만큼이나 좋아진 악기.

개를 돌봐줘 | 원제 Prenez Soin Du Chien (2006) 
J.M. 에르 (지은이), 이상해 (옮긴이) | 작가정신

마주 보는 두 아파트 주민이 서로를 관음증 환자로 오해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 기기묘묘한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들면서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프랑스 소설가 장 미셸 에르의 데뷔작. 세련된 유머와 송곳 같은 반전이 공존하는 미스터리 장편이다.


*

:일단,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퍽 흥미롭다. 자기 식의 판단이 부르는 결과라던가,
저기 위의 소개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키는 모습을 관찰하며, 막판의 반전이 뭘까 이리저리 더듬어나가는 과정의 재미가 쏠쏠할 듯. &경악하고 말 결말이 뭘까.
적립금도 있겠다, 주문해야지~

:아니, 음반 소개에, 이 사람들을 엄청 띄워주고 있다.
팬이지만, 가끔, 터무니없다 느껴질 때가 있어.
몇몇 최고니 어쩌니, 최초니 어쩌니,(그럴 리가 없잖아-_-)
하는 이야기. -_-
이미 들은 적이 있는 곡이라 그리 새로울 건 없지만,
신보라니까, 그냥 소개해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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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밭 위의 돼지...끌리는군요.^^ (독특하고 괴상한게 좋은 외계인)

302moon 2007-11-2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문했지요. 내일이면, 도착할 것 같은데. 방방 뛰며 기다리고 있답니다. (웃음)
독특하고 괴상한 건 좋은 겁니다. :)
 

혀 
조경란 (지은이) | 문학동네

: 인상과 문체, 변화가 두드러진 데 대해서, 환호했다.
솔직히, 이전 소설들을 몇 권 소장했지만,
제대로 읽어낸 건 그 중 일부에 불과했다.
내 식이랄까, 나름대로의 감동의 단계에조차 근접하지 못해서;
리뷰도 안 남겼었는데.
이번에는, 미적거리던 문장에서 날개를 달고 날렵한 다람쥐마냥
2배속의 흐름을 타고 꽤 스피디하게 읽혔다.
그리고 속속, 번쩍 뜨이는 맛난 표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극히 내 주관으로의.
11월 12일, 교보문고에서 구입. 그러니까, 상당히 늦은 페이퍼:)

외눈이 마을 그 짐승 
김영석 (지은이) | 문학동네

넋 건지기

침묵의 깊이에 고개를 숙인 이의
가슴속을 들여다보라
까마득한 가슴의 절벽 아래
무량한 슬픔과 눈물이 고인
깊이 모를 소(沼)가 있다
더는 오를 수 없는 그 절벽의 끝에
홀로 섰을 때
흙덩이가 떨어지듯 사람은
제 목숨을 던진다

오늘도 추운 겨울 강가에서
울긋불긋 옷을 입은 무녀 하나와
흰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자 서넛이
넋건지기굿을 하고 있다
열 발 흰 무명베 끝에
흰 쌀을 담은 놋주발을 묶어
몇 번이고 절벽 밑 소에 던져보지만
창백한 쌀에 감긴 머리카락 한 올도
끝내 건져내지 못한다

온몸과 넋이 녹고 녹아서
저 깊고 푸른 눈물이 되었음을
그녀들은 아직 모른다
흰 치맛자락이 강바람에 흐느끼고 있을 뿐
물억새가 머리 풀어 흔들며 울고 있을 뿐
열 발의 흰 무명베로도
저 슬픔과 눈물의 바닥에 닿을 수 없음을
그녀들은 아직 모른다

*

: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고, 이러이러할 것 같다는
타인의 선입견에 너무나도 질려버린 나는,
추상적인 것, 차원을 넘은 것을 더욱 선호한다.
(글도, 그림도, 음악도.)
친구가 [네가 좋아할 거 같았다.]라고 말한 시집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이름을 잘 기억 못하는데,
숫자와 관련된 시인의 출생연도랑, [문학동네]에서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고 알려주었다.

비와 꿈 뒤에 | 원제 雨と夢あとに (2005)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옵니다. 자판을 누르고 있는 내내 반주처럼 비가 지붕을 두드리더니, 전원을 끈 순간 비가 그쳤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저는 비를 몰고 다니는 여자입니다. 비와 꿈 속에서... 당신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유미리

: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과 슬픔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감각적인 문체로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분, 그렇게 탁월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기에, 약간 갸우뚱한다. 어쩐지 애틋하고 싸하다는 감각은 한 구석에 조그맣게 웅크렸다
지나갔지만. 자꾸만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이 도대체 뭐야,
구시렁거리며 호기심 발동에 궁금함을 못 참고 주문하고 만다.

깊은 강 - 세계문학전집 160 | 원제 深い河 (1993) 

국내에는 <침묵>의 작가로 잘 알려진, 평생에 걸쳐 신과 구원의 문제에 천착한 엔도 슈사쿠는, 1993년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완성한 마지막 장편소설 <깊은 강>에 자기 문학의 모든 주제를 집약해 놓았다. 신은 인간 내면에 살아 숨 쉬며, 인간을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존재임을 이 소설을 통해 역설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네 사람은 저마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아 인도로 간 것이다. 불가촉천민부터 수상이었던 인디라 간디까지, 신분과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품어 안는 갠지스 강과 그곳에서 진정한 평화를 얻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이들은 강한 인상을 받는다.

:그들이 받은 강한 인상. '강하다'는 단어 하나에
내포된 의미는 나무의 자잘한 뿌리만큼의 의미를 포함할 수 있다.
책 소개에서 더 이상의 언급이 없기에, 과연 피부에 어떻게 훑고
지나간 강함일까 궁금해진다.
어쩌면 소설 흐름의 중요한 열쇠일까 넌지시 추측해본다.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 문학과지성 시인선 338 

조용미 시인이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2004) 이후 3년 만에 펴낸 네 번째 시집. 담담한 일상에 내재한 불안의 기미로 힘겨워하는 존재의 목소리를 시적 상상력으로 조탁했던 첫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비롯, 그의 전작들을 통해 익숙해진 존재들 ― 꽃, 풀, 나무, 길, 천체, 산, 오름, 사찰ㅡ이 이번 시집에 역시 등장한다. 시적 화자는 외부의 풍경과 관계 맺음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바꾸는 외롭고 지난한 과정에 경주한다.

시인의 발길은 복잡한 대도시를 벗어나 한반도 남쪽의 거의 전 지역에 걸쳐 고단한 몸의 궤적을 그려간다. 그 발자취는 풍경을 훑어나간다기보다 "외부의 풍경과 내적 심리가 조우하는 순간 빚어지는 갈등이나 파문을 성찰"적으로 드러내는 데 가깝다. 그것도 단순한 시각적 차원이 아니라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전면적이고 전신적인 작업"(남진우)으로서의 '풍경 앓기'이다.

*
직관적인 시선의 힘은 사물이나 풍경에 내재되어 있는 생명을 일깨운다.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것에 귀 기울이면 존재가 심화되는 것을 느낀다. 시선을 내부로 파고들수록, 사물들은 몸을 더 쉽게 열어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어느 순간 문득 느껴지는 미열이거나 서글픔 같은 것, 혹은 거품 같은 것은 아닌가. 천지를 나눈 사이에 빈 허공이 있고 그 쪼개어진 시원의 틈에 인간이 겨우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무수한 죽음이 삶을 키우는 것이리라.

아름다움은 인간의 세상을 능가한다. 그런 이미지가 살아 펄떡이는 시를 만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새로운 이미지는 한 세계를 창조하는 것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오직 새로운 시적 이미지들만이 순간을 거머쥘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이미지와 새로운 언어를 향한 갈망은 계속 시인의 살과 잠과 영혼을 앗아갈 것이다.

우리에게 자연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자연에서 배우는 것은 ‘변화’일 것이다. 만물이 모두 실체가 없고 상주가 없고 공적하여 손에 잡히는 것이 없이 흘러간다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 이것을 늘 깨닫게 해준다. 변화를 자신의 존재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삶은 진정 자유로울 것이다. - 조용미
*
내면의 어둠, 그 검은 슬픔을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는 이 시인의 시 쓰기는 우리 시에서 보기 드문 음울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조형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생을 가르는 검의 서늘한 날카로움을 아는 자만이 일상의 무감각에서 깨어나 상실의 슬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그녀를 사로잡고 있던 어둠은 단지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술적 아름다움으로 빛나게 될 것이다. - 남진우 (시인, 문학평론가)

-
: 아름다움. 반짝반짝 빛난다거나, 이글이글 타고 있다거나,
화려한 색깔과 질감으로 채운 아이템보다 시인이 말했듯,
'미열' '서글픔' '거품'같은 것이겠지. 나 자신이 좋아하는
암호와 비슷한, 자글자글한 알갱이 같은 것,
제자리걸음보다 무언가 유유히 흘러가고 있을 때 찰나의 활기 같은 것.

 
코코스 
박청호 (지은이) | 현대문학

1년 8개월 전부터 소문자 s시에서 눈을 뜬다. 생면부지의 s시.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장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모든 장소는 궁극적으로 폐허라는 생각...... 사람이 여기 살았다는 흔적...... 사람이 사는 것은 어떤 장소에 흔적을 남기는 행위...... 그러나 폐허엔 아무 것도 없는...... 그래서 더 숭고한......

가을이다. 바다까지 몸을 걸치고 있는 갯벌과 갈대밭, 먼 나라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s시를 빛나게 한다. - 박청호

: 11월 19일, 영풍문고에서 구입. 영풍문고 매장에서 즉석 구입한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대개 웹 주문했고, 간혹 알라딘에 없는
일서들과 몇몇 신간을 교보문고에서 충동구매하곤 했으니까.
단편 [종이 집]을 제일 먼저 읽었다. 서걱거림이 없는 문장,
소용돌이 마냥 몰아넣는 흐름, 쉬이 영상이 그려지는
내 취향의 단편이라 실실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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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정말 바보가 되어가는건가.=_=
[1119]....는 11월 19일이란 뜻이죠? 하지만 처음엔, "응? 왠 119?" 라고..
했답니다. 으이궁...

302moon 2007-11-2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날짜:) 하지만, 바보는 아니에요. 1을 못 볼 수도 있잖아요. 저는 이상한 소리 늘어놓는다는 이야기, 자주 듣는단 말이에요. (;)
 
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퀴즈쇼]

굳이 말하자면 이 소설은 컴퓨터 네트워크 시대의 성장담이고 연애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십대에 PC통신을 경험했고 거기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어쩌면 나는 익명의 인간과 인간이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친구와 연인으로 발전해갈 수 있음을 알게 된 첫 세대일지도 모른다.
5·18 광주의 해에 태어난 그들은 20세기 말에 성인이 됐고, 2002년 월드컵과 대선을 통해 사회적 집단이 됐습니다. 붉은 악마 열풍의 주역이었던 그들은 집단적 열광과 일체감을 경험했지만, 지금은 서태지 같은 국민적 스타 출현이 불가능한 시대에 홀로 자기 인생의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 김영하(작가)

: 10월 20일, 알라딘 새로 나온 책 코너를 돌다가, 여러 가지 필요한 책과 함께, 영하 씨 소설을 주문했다. 예전에, “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 베르크”, 찍어뒀다가, 서서히 시간이 흐르고 문득 다시 접하니까, [어, 별로잖아.] 그렇게 생각을 해서, 관뒀던 것이다. [오빠가 돌아왔다] 이후로 두근거리는 감정이 실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에, 미묘함까지 따라붙는다. 오늘이 발매일인데, 주문은 일찌감치 예약으로. 선착순 사인본이라던데, 오려나.(-_-;)

[밤의 군대들 - 세계문학전집 158 | 원제 The Armies of the Night (1968)]

<밤의 군대들>은 뉴저널리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품일 뿐 아니라 미국에 관한 많은 사실들을 깊이 있는 작가의 눈으로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단순히 펜타곤 시위 현장을 기술한 픽션일 뿐 아니라 미국인이 누구인가, 어떤 나라인가를 알려 준다. 그리고 미국을 떠나 적군과 아군의 경계가 무너진 현대사회, 신비주의와 기술 문명 속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이것이 작품의 후반부 절정에 이르러 독자가 감동으로 목이 메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권택영 (옮긴이)

: 어제 택배 도착. 몇 장 읽어나갔는데, 개인적으로 번역이 좋았다. 부분 서걱거리는 곳도 있긴 했는데, 그 미묘한 면을 제외하면, 쉬이 영상이 잡히고, 또 훌훌 잘 넘어가고. 좀 두꺼운 책이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나열되어 있어서 조금씩 흡수할 계획이다.

[새들의 역사 - 창비시선 280]

끝없는 길
지렁이

꿈틀거리는 의지로
어둠속 터널을 뚫는다
덧난 상처가 다시 가려워지는 쪽이 길이라고 믿으며
흙을 씹는다
눈뜨지 않아도 몸을 거쳐가는 시간
이대로 멈추면 여긴 딱 맞는 관짝인데
조금만 더 가면 끝이 나올까
무너진 길의 처음을 다시 만나기라도 할까
잘린 손목의 신경 같은 본능만 남아
버겁게 어둠을 쥐었다 놓는다, 놓는다
돌아보면 캄캄하게 막장 무너져내리는 소리
앞도 뒤도 없고 후퇴도 전진도 없다
누군가 파묻은 탯줄처럼 삭은
노끈 한 조각이 되어
다 동여매지 못한 어느 끝에 제 몸을 이어보려는 듯
지렁이가 간다, 꿈틀꿈틀
어둠에 血이 돈다

*책속에서.

운명이란 게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목줄을 쥐고 함부로 끌고 다니며
울게 하고, 웃게 하고, 떠들게 하고, 술 취하게 한다.

그러나 꼭 그 길을 걸어갔어야 했는지를 생각한다면
나는 그저 무기력하게 침묵할 수밖엔 없다.

사는 게 내 것이 아닌 양
경이로운 눈으로 감탄하는 것이
늘 뒤늦게 내가 얻는 후회와 탄식의 깨달음이다.

그러나 나는
평생 이러한 경이로움에 이끌려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내 힘과 능력으로는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앞에 두고 있을 때
온몸과 정신의 촉수가 빳빳하게 고통으로 세워져 있을 때
나는 무언가에 복수라도 할 듯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펜을 움켜쥐고 앉는다.

그리고 어두운 창밖으로 비가 내리면
그 보이지 않는 소리를
어딘가에서 스며드는 귀신 울음 같은 소리를
알아듣는 내 핏줄과 신경은
꽃처럼 피어나 황홀하게 운다, 웃는다.

후회는 없다.

살 뿐이다.
살아 있으니 다만 그저 쓸 뿐이다. - 최금진

: ‘살아 있으니 다만 그저 쓸 뿐이다’ 친구랑 주고받았던 문자가 생각났다. 소설에 관한 것이었는데, 내가 손에서 놓지 않는 한, 내가 만드는 나만의 세계랑 라인은 변함없이 쭉쭉 이어갈 거라고. 물음표가 진행이 되고, 간혹 두서없는 길에 발을 들였더라도, 그 꼬임을 나름의 해법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더없이 뿌듯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 위해 오늘도 집중하는 거다.

사명과 영혼의 경계

데뷔 때부터 완성도 높은 작품만을 발표해온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새롭게 진화한 이 작품으로 현실적인 인물과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며 또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팬이라면 필독서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무라카미 다카시(미스터리 평론가)

: 팬이긴 한데, [필독서]운운하면서 엄청 띄워주는 거, 이건 아니다 싶거든. 개인적으로 특정 작가의 작품이라면 완벽하다 최고다 식의 평가, 별로 달갑지 않거든. 이렇게 구시렁거리면서도, 읽을 거니까 뭐, 생각하면서 이내 아무렇지 않게 되기도 한다. 나랑 상관없으니까. 단편시리즈 중 유독 ‘괴소소설’만 마음에 들어 살까 하다가, 은근 제쳐두고, 이 책 주문할 거야, 그런 계획을 세우는 거다. (-_-) 원서를 사서 읽을까 싶기도 하다. 게이고 씨 소설 원서는, 은근히 디자인이랑 겉포장이 많이 부풀려있던데. 몇몇 원서랑 비교해 살짝 비싸기도 하고. 그래서 좀 더 간격을 두고 결정해야지,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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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한 사람들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 원제 ストロボ (2003)

한 사진가의 반생을 50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의 소설이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일상의 비밀을 드러낸다. 그 비밀은 인간 삶의 가려진 진실과 교차한다.
: 공백을 더듬어나갈 때, 그 틈새의 까끌까끌함과 먹먹함, 짜릿함과 씁쓸함이 모두 녹아나올 것 같다. 국내에 원서 수입이 되어 있을까. 원서로 읽고 싶은 소설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소개되어진 페이지는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더러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 간격이 딱딱하고, 곱게 으깨지거나 풀어지지 않고 덩어리로 남겨진 답답함이 잔뜩 남았다. 그저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침이 고인다 

김애란 소설은 더 몸을 낮추고 더 낮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전작들의 공간적 배경이 되었던 편의점과 원룸 역시 세련된 일상과 거리가 먼 남루한 자리였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여인숙('성탄특선')과 반지하 방('도도한 생활') 등이 새로운 소설들의 공간이 되었다.

: 그들의 우주는, ‘끝’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한다. ‘아차’하는 사이 발을 잘못 디뎠을 때, 까마득한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느 행성에 불시착해 그 행성의 주인에게 입맛 당기는 메시지를 교환하고, 파헤칠수록 반짝반짝 호기심을 주체 못하고 환호성을 마구 지르고 있을지도. 어느 쪽이든, 해체 작업은 스릴 만점이지 않을까.

+주문 완료, 택배 도착을 기다리고 있음.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 원제 陽氣なギャングの日常と襲擊 (2006)


사람들의 거짓말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시청 계장 나루세(리더), 카페를 경영하는 구라 10단의 교노, 손재주가 비상한 소매치기 청년 구온, 비정규직 싱글맘이자 인간 시계인 유키코. 언제나처럼 순조롭게 은행을 턴 4인방은 우연찮게 작업 현장에서 유괴사건을 목격한다. 유괴당한 여자는 거대 약국 체인 사장의 딸. 유괴사건은 4인방이 각각 조우한 일상의 사건과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 아저씨, 또 내셨네. 구시렁거리면서도, 당연히 ‘보관함 이동’ 그런 거다, 와하하하.
표지의 일러스트, 좀 더 와글와글한 풍경이 펼쳐질 거라는 예고를 하는 듯 느껴진다.

 

 

 

 

스케치 쉽게 하기 - 인체 드로잉
누드 드로잉을 시작으로 뼈대를 이용한 형태 드로잉 연습과 정확한 인체 비율 측정 방법 등 인체 드로잉의 기초 지식을 상세히 소개한다. 또 형태의 특징을 단숨에 파악하여 짧은 시간에 함축된 선으로 표현하는 '크로키 방식'과 충분한 시간을 들여 대상의 세부 특징과 명암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소묘 방식'을 소재와 기법 별로 자세히 다루어, 초보자도 쉽게 다양한 기법을 익힐 수 있게 돕는다.

:기초 드로잉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해, 색을 입히는 일러스트 디자인까지 아자!
어떤 요소든, 부족한 것을 하나하나 채우고, 쉽게 이루리라는 안일하고 건방진 생각을 훌훌 버리고, 몰두하는 그 과정을 머릿속에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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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당신의 추천 도서는?

사랑의 죽음 - 千년의 우리소설 1

17, 18세기에 창작된 애정소설이다. 네 작품 중 「옥소선」 한 편은 해피엔딩이지만, 나머지 소설들은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 준다. 비극적 정조를 띤 애정소설은 깊은 여운과 함께 주인공의 좌절된 사랑 이면의 사회 현실을 심각하게 반성하게 만드는 힘을 갖는다.

: 반성하게 만드는 힘, 어떤 부분에 녹아 있을까. 비극적인 결말에서의 점점 흐릿해지는 아찔해지는 여운을 기대해본다.

낯선 세계로의 여행 - 千년의 우리소설 2

'초월'을 향한 열망,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세계의 '경계'와 통념을 뛰어넘고자 하는 발상, 낯선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투영되어 있다. '千년의 우리소설'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출간된 작품집이다.

: 경계를 무너뜨린 영상을 기대한다. 낯선 세계의 동경에 주목. 그림자를 발견한다.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 千년의 우리소설 3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본 전쟁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전란이 남긴 상흔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진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삶에 대한 회의와 환멸이 그려져 있는가 하면,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희망, 새로운 세계를 위한 비판과 반성이 담겨 있기도 하다.
비교적 자유로운 작품들을 가능한 한 많이 소개하고자 한다. '기인과 협객', '풍자와 웃음', '꿈과 환상' 등 흥미로운 제재들을 다룬 단편이나 중편.

: 나열한 제재들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죄다 이끌리고 만다. 고통과 슬픔이 반복되는 가운데, 조그마한 조각 하나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타입의 소설이지 않을까? 영상을 그리기 시작한다. 살짝 기대와 호기심을 가지면서, 주문할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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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moon 2007-10-15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제야 댓글을-_-;
책, 어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