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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버거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 - 광활한 우주를 살아가는 나와 뇌의 작은 연대기
레이첼 바 지음, 김소정 옮김 / 현암사 / 2025년 10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얼마 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3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우리나라 10-40대의 주요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보았다.
자살의 원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우울증으로
신체적인 질병을 넘어 자기혐오와 자책 등
정신적인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며
우리의 일상, 주변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삶이 버거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을 쓴
작가 레이첼 바 역시 마찬가지다.
갑작스레 스스로 세상을 떠난 엄마의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또 그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엄마와 비슷한, 삶과 자기 자신에게
애정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의 하루가
평온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신경과학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삶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뇌의 작동 방식과 심리적 전략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뇌과학이라는 이론적인 개념들이 들어 있지만
엄마의 죽음, 자신이 겪은 상실감 아래에서도
우리에겐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길 바라는
다정하고 따뜻한 간절함의 마음을 담아내듯
'~해요'식으로 표현된 문장들은
한 학자의 자기 고백이자 대화처럼 느껴져
보다 부드럽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통해 그녀는
살아가며 누구나 부딪히는
슬픔과 공허함 앞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을 돌보는 법에 대해 말한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스트레스와 자극이 우리 마음에 밀려들어올 때,
뇌라는 이 웅장한 마음 기계를 가동해
우리를 지키고 제대로 움직이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이는 단순한 과학만이 아니다.
모두가 경험할 만한 적절한 예를 들고,
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과학 지식이 우리 삶과 인간관계를
나아지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정체성, 기쁨, 수면, 운동, 예술 등
우리 인생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제에서
건강한 삶을 접근한다.
사람들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주위와 자신에 대해 올바르고 건강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시작한다.
책의 1장에서는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 이해와 자기 친절은
변화의 출발점이라 말하며,
자기 자신을 실험하듯 관찰하고
실패에도 친절하게 대하며
주체적으로 삶을 선택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이어서 2장에서는 삶이 힘들 때 행복을 찾기보다는
작은 기쁨을 부표 삼아야 한다 말한다.
고통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기록하며,
갈망과 기쁨을 구분해
일상에 균형을 찾는 법을 알려준다.
3장은 외로움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처럼
다뤄야 한다는 접근으로,
외로움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느슨한 관계와 공감의 실천을 통해
연결감을 회복할 것을 제안한다.
이어서 4장에서는 뇌와 영혼의 회복을 위한
필수 루틴인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정한 수면과 기상 시간으로
생체 리듬을 안정화하고,
침대는 오직 수면과 친밀함의 공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5장에서는 예술을 통해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다루고,
창조성을 통해 뇌의 유연성과
정서적 회복력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6장에서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뇌와 마음 모두에 유익하며,
즐거움과 자기 돌봄을 중심으로
운동을 실천하라는 조언을,
7장을 통해서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주의력과 감정을 보호하고,
정보 소비와 온라인 관계에 신중함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마지막 8장은
인생의 의미는 만들어가는 여정이며
연결과 성찰, 작은 행동을 통해
삶의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뇌과학 지식과 개념들 속에서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이론이다.
뇌는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며
이것이 ‘현실에 대한 지각’을
변화시키는 존재라는 것.
이는 만일 그릇된 인식이 있더라도
우리가 원한다면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말한다.
그녀가 책을 통해 전하는 마음을 통해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인 뇌와 함께
끝없이 내 인생의 이야기를 다시 쓰면서
새로운 경험과 통찰을 쌓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 광활하고 무심한 우주에서
내 삶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100% 문제를 해결하거나
다른 결말로 이끌지 확답할 수는 없지만,
뇌가 기능하는 방법을 좀 더 분명하게,
제대로 안다면 이 과정이
덜 외롭고 힘들 것이라는 말에서
마음에 한 자락의 위안이 생긴다.
때로 生에 대한 의지를 잃거나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들의 사연에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면서도
그들을 오롯이 이해하지 못했다.
꼭 치료받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와르르 마음이 무너지거나
모든 것이 귀찮고 두려워질 때에도
스스로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의 부재를 통해
이 마음을 헤아리고, 또 보다 건강하게
몸과 마음을 돌보는 법을 따스하게 전하는
한 사람의 노력 덕분에 전보다 조금은 더
내 마음을, 타인의 외로움과 고독을
헤아릴 수 있는 시선을 배울 수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솟아난 물이
나를, 내 마음을 잠식시켜 고립시키는 기분이 들 때
애써 내 손을 잡아끌어주는 이 애틋함을,
그 수고스러운 노력과 헤아림을
잊지 말고 떠올려야지 하는 생각이다.
부디 이 책의 조언이 필요 없을 만큼
모두가 평온하고 행복한 매일이길 바라지만,
혹여 마음에 작은 검은 개 한 마리가 있다면
그에게 조금은 위로와 힘이 되는
문장이 되리라 생각한다.
삶이 버거운 이들의 잿빛 하루를
기꺼이 끌어안아주는 따스함이
차가운 과학이지만 가장 인간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