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충격 - 지중해, 내 푸른 영혼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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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개정판에 대해선 표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 지중해를 그대로 닮은 에메랄드민트빛이라니!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더해진 오렌지색의 획은 여심 남심 안가리고 다 녹일듯...
게다가 책을 읽어보면 표지가 책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지중해에서의 청춘을 회상하는 이 산문집은 저자의 말대로 교양이나 지식이나 견문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없고 여행안내서도 아니지만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데는 충분한 듯 싶다.


`행복`이란 말 속에는 청춘이 벗어놓고 외출한 옷이 걸려 있을 뿐,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을 이미 이해하지 못할 때는 너무 늦었다. (16쪽)


`늦는` 증상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나는 아직 옷을 벗어놓을 때가 아니라고 나를 위로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것은 프랑스 문학의 대표 번역가, `까뮈 전문가` 정도로만 알고 있던 김화영 선생님의 작가로서의 면모 이다. 번역서는 많이 봤지만 저서는 처음 접했기 때문에 곳곳에 드러난 그의 개성, 문학적 표현들 덕분에 행복감에 휩싸이기도 하고 의아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느낀 것은 까뮈에 대한 그의 무한한 동경과 사랑인데, 이것은 그의 작품 및 번역을 아름답게도 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미화의 가능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점인 것도 같다.

그렇지만 어떠랴! 이 책을 읽고 지중해를 마음껏 동경하고 청춘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으니 그걸로 되었다.


당신은 혹시 보았는가?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라나는 그 잘 익은 별을. 혹은 그 넘실거리는 바다를. 그때 나지막이 발음해보라. ˝청춘.˝ 그 말 속에 부는 바람 소리가 당신의 영혼에 폭풍을 몰고 올 때까지. (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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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5-06-10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김화영님의 산문집을 접해봅니다.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어떤 언어를 구사해도 멋지게 느껴지는 분....카트에 넣어두어야 겠네요~~^^

blanca 2015-06-10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았어요.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표지가 떠오르네요. 잘 읽고 갑니다.
 

문학동네시인선에서 작가 친필 사인본 시집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내가 김윤이 시인의 [독한 연애]에 당첨이 됐더랬다!!!😄
이벤트에 응모한 뒤로도 알라딘 추천마법사에 이 시집이 계속 떠서 이건 운명이야 사랑해요 문학동네를 외치며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제, 드디어 시집이 도착했다.

박스를 연 순간 보라색 시집을 감싸고 있는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페이즐리 무늬의 분홍빛 손수건! 그리고 연보라색 편지 봉투 하나.

문학동네 이벤트 담당자의 축하인사가 타이핑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맙소사.... 그것은 김윤이 시인의 손편지였다😢

내 이름이 적힌 편지를 받았다는 것도 감동적인데, 게다가 내가 응모했던 댓글의 내용을 토대로 조언과 바람과 축복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아 지금 다시 읽어도 시인의 진심이 진하게 전해져서 감동과 기쁨의 몸서리가!

편지의 감동이 가실 때쯤 시집을 천천히 펴서 사랑의 아름다움과 괴로움을 음미해보아야겠다.

으앙 너무 좋당😈😈😈😈😈


p.s. 여러분께 손수건과 손편지와 시집, 사진으로 자랑하고 싶었으나 핸드폰 카메라가 고장난 관계로 자랑은 여기까지. 호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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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0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스윗듀 2015-06-09 23: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거의 매일 알라딘 중고매장 웹사이트에서 좋은 출판사라고 생각하는 출판사 이름을 검색어에 넣어보곤 하는데 그러다 `범우사`로 걸러진, 나에겐 기가막힌 타이밍의 보석같은 책이다.

책을 읽는 속도가 책을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고민하고 있던 중 독서의 기술이라는, 게다가 원제는 How to read a book이라는 정직한 제목의 책을 발견한 것이다!

독서가를 꿈꾸는 독서꿈나무로서 지금의 나의 `읽기`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너무 문학에 편중된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던 터였다.

저자는 독서의 수준을
1. 초급 독서
2. 점검 독서
3. 분석 독서
4. 신토피칼 독서
의 4단계로 나누고 각각의 수준에서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독서의 제1수준인 초급 독서는 `이 문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라는, 단순한 읽기에 따른 의미 해독의 문제이지만 4단계 독서수준의 첫걸음이자 기초가 된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두번째 수준인 점검 독서를 다룬 장에서 나는 아직 이 단계가 가장 필요한 미숙한 독자임이 밝혀졌는데 그만큼 가장 도움이 많이 된 장이기도 하다.

점검 독서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째로 조직적인 골라읽기, 둘째로 표면 읽기가 그것이다.
조적적인 골라읽기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책을 다시 꼼꼼히 을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를 조사하는 것`으로서 표제나 서문 보기, 목차•색인 살펴보기, 커버에 씌인 광고 문구 읽기 등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상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거나, 이런 기본적인 과정을 간과하고 무턱대고 읽어버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바람에 끝까지 읽지 못하는 책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꼭 필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음! 잊고 있던 것을 일깨워주는 이러한 일침!

표면 읽기는 난해한 책은 통독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저자의 접근법을 설파하는 부분인데 특히 철학서나 과학서에 적용될 여지가 크다.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상 점검 독서의 두 단계는 빨리 마치는 것이 관건인데, 여기서 독서의 속도 문제를 논할 수 있다. 나의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였던 속도 문제가 정말로 문제였다는 것이 이 장에서 드러났는데 다음은 저자의 말이다.

...어린이나 미숙한 독자는 1행을 읽는 동안에 눈을 4회나 5회 `고정`하는 것을 알 수 있다..(중략)...게다가 2행이나 3행을 나아가면, 이미 읽은 어구나 문장으로 역행한다. 이러한 버릇은 읽는 속도를 저하시킨다.
정신은 눈과 달라서 한 번에 하나의 단어나 구만을 `읽는` 것이 아니다. 정신이라는 이 굉장한 인간의 도구는, 다만 눈을 통해서 필요한 정보가 주어지기만 하면, 정말 한눈에 하나의 문장 또는 한 단락마저도 포착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독자의 정신 작용을 방해하는 안구의 정류나 역행을 우선 첫째로 교정하지 않으면 안된다.....(중략).....자기의 손을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스스로 손을 페이지 위에 놓고 그것을 점점 빨리 움직이는 연습을 한다....활자의 행을 따라 안구의 운동보다 빠르게 이동시킨다. 다소 무리해서라도 이 손을 따라가도록 노력을 한다. 마침내 그 손의 움직임과 같은 빠르기로 글자를 읽을 수 있게....(중략)....되면 손의 스피드를 올려본다. 이것을 계속 되풀이하면 어느새 읽는 속도가 2배나 되어 있을 것이다. (p. 41~42)

그렇다! 손을 사용하는 것이다 ㅋㅋㅋ 주로 5,60대 아저씨들에게 자주 보여지는 모습이긴 하지만 도움이 되긴 되더라. 덕분에 검지손가락에 지문이 닳는 느낌이다.

이제 책은 본격적인 독서의 시작인 분석 독서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것을 다시 3단계로 나누어서 각 단계의 규칙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효과적인 써넣기의 방법 제시, 자기의 언어로 말해보기, 나만의 색인만들기, 키워드 찾아내기 등이다.

책을 읽는 방법에 정답이 어디있겠냐만은 앞으로의 독서 계획에 있어 나에게 표지판을 세워준 느낌이라 참 적절한 시기에 접한 좋은 책인듯 싶다.

1986년에 초판이 나왔고 내가 산 중고책은 2판 17쇄가 찍혀있는 걸보니 꽤 오랫동안 널리 읽혀온 책인가 보다ㅎㅎ 오래된 만큼 번역이 매끄럽진 않지만 감안하고 읽기에 나쁜 수준은 아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의 독서 기술은 주로 교양서에 한정된다는 것. 3부에 문학을 읽는 법이 나와 있긴 하지만 내용이 빈약하고 저자가 그리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문학이 철학 박사에게 홀대받는 느낌?ㅜㅜ
생각나는 것은 `작가가 독자에게 경험하도록 한 것을 충분히 느끼기 전까지는 비판하지 말 것, 작가가 창조한 세계에 의문을 품지 말 것, 어디가 좋고 어디가 좋지 않은지를 구체적으로 논하고 그 이유를 말해볼 것, 되도록 단숨에 읽을 것` 등이다. 이 중 빨리 읽으라고 한 점이 의외였는데 저자는 마치 나를 지칭하는듯이 이렇게 말한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는 될 수 있는 대로 천천히 생각하면서 맛보듯이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읽는다`라기보다는 책의 사건이나 인물에서 무의식의 만족을 얻고 있는 것이다. (p.180)

완전 뜨끔!

이러하지만서도 나처럼 독서걸음마 단계의 모든 분들뿐만 아니라 잠시 독서의 즐거움을 잊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의욕적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므로)

아. 처음으로 길게 써보는 리뷰인 듯한데 다음엔 서평쓰는 법에 관한 책을 읽어야겠다...미숙하다...쩝


p.s. 60페이지에서 저자가 예로 드는 문학작품 중에 윌리엄 벨로우의 <알몸의 점심>이라는 것이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책 정보를 찾을 수 없어서 혹시 아는 분이 계신지 여쭈어요. 원제가 나와있지 않아서 네이버에 윌리엄 벨로우로 검색해봐도 `윌리엄 포크너`와 `솔 벨로우`만 나오네요. 함께 예시된 작품들이 포트노이의 불만, 분노의 포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인 것으로 보아 꽤 유명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책의 전문을 옮겨놓을게요.

윌리엄 벨로우의 <알몸의 점심>은 소설인가, 아니면 마약의 남용을 경계하는 팜플렛으로서 일찍이 열렬히 알코올의 해독을 설명하여 민중의 선도에 노력한 책과 같은 성질의 것인가? (p.30)

너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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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9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문 보호를 위해 뚜껑닫은 볼펜 이용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윌리엄 벨로우는 오역입니다. 오래된 책이라 그렇게 된 거겠죠. 윌리엄 S. 버로스 <네이키드 런치Naked Lunch>는 책세상 번역본이 있습니다. 전 영화로 봤는데 흥미로운 작품이죠. 윌리엄 S. 버로스 책들은 거의 마약, 알코올, 동성애 등의 내용이죠. 국내 번역된 그의 책들이 꽤 많으니 참고하세요/

스윗듀 2015-06-09 08:06   좋아요 1 | URL
우와아아아아아아~~! 정말 감사합니닷:D <퀴어>나 <정키>는 들어본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작가였군요!!! 와우! 뚜껑닫은 볼펜도 감사합니다ㅎㅎ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해염`-`

스윗듀 2015-06-09 08:11   좋아요 0 | URL
아갈마님 한번 도와주신 김에 서평쓰는 법에 관한 책도 한 권 추천해주세요😉

AgalmA 2015-06-09 08:25   좋아요 0 | URL
비평집은 보는데, 서평쓰기 책은 본 적이 없어요^^;
가볍고 도식적인 서평쓰기 책보다는 좋은 산문을 보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정희진처럼 읽기>, 김연수 <소설가의 일>, 김영하 말하다 보다 시리즈들 읽으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들이 주제를 어떻게 드러내는지 유념해서 보세요.

스윗듀 2015-06-09 09:47   좋아요 0 | URL
오오 넵 그런 책들은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저한테는 새로운 시도가 되겠네요 또한번 감사합니다 :)

보빠 2015-06-09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길게 타이핑 치세요?와 책을 엄청 좋아하시나 보내요

스윗듀 2015-06-09 08:09   좋아요 0 | URL
처음으로 길게 써봤어요🙇 여기 다들 책 좋아하시는 분들 모이신 거 아닌가요ㅎㅎ임제어록님도

보빠 2015-06-0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 읽을때마다 내 못난 점이 느껴져서 고통스럽던데... 뭐 책 읽기의 괴로움이라고나 할까.. 괴로운 맛으로 읽습니다

낭만인생 2015-06-0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글이 좋네요. 친구 신청합니다.

스윗듀 2015-06-09 09:55   좋아요 0 | URL
와 저에게는 최고의 찬사네요😀 네 반갑습니다 낭만인생님

cyrus 2015-06-0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쪽에 인용한 문장이 매끄럽지 않네요. 문장을 읽었는데 한번에 이해하지 못했어요.

스윗듀 2015-06-09 22:51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한번에 이해를 못해서 두번 읽었어요. 전 문장 그대로를 옮겨 적었는데 책에 꺽쇠를 안달아서 그런가ㅎㅎ수정해놓을게요.
 

어떤 책을 샀더니
알라딘의 지니가 인형을 선물했다

내 소원을 어찌 알고

하얗고 폭신하고 부들부들한데
머리랑 꼬리 끝에는 털이 났다
팔다리가 그렇게 짧은데
눈을 땡그랗게 뜨고있으니
안고 자지않을 수가 없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내품에 있는 하얀 것을 보면
그것을 안고있는 내가 너무 좋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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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2015-06-05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갖고싶네요

보빠 2015-06-06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네요....
 

보도블럭 사이
1cm도 안되는 그 틈에
하얀 꽃이 피었다

기백번은 짓밟혔을텐데
모양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꿋꿋하다

넌 뭐하고 있냐고 꽃이 묻는다

그냥 널 보고 있어

그저 보고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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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5-05-3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북플에 시인이 계셨구나

스윗듀 2015-05-31 21:00   좋아요 0 | URL
시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