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스윗듀 >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힘, 詩

 

 

 휴머니스트에서 개최한 문사철과 인문 특강의 마지막 강의인 문학 강의 참여 후기이다. (2015년 8월 27일 목요일, 날씨가 무척 좋았던 날 저녁에,)

 

 130개가 넘는 100자평이 달리며 베스트셀러 가도를 달리고 있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와 함께 드디어 정재찬 교수님을 만났다. 모교의 교수님을 타지에서 만나니 더 반갑기도 하고 왜 학교 다닐 때는 보지 못했나 아쉽기도 했다. 교수님의 첫인상은 깔끔과 준수 그 자체... 가르마 근처 약간의 흰 머리는 그의 지적인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며 중년 지성인의 섹시함을 발산한다. 외관을 가꾸는 데 신경을 많이 쓰시는 분인듯 했다ㅋㅋㅋ (아무님 맞지요? 부연설명 부탁드려요 ㅋㅋ)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 ‘문화 혼융의 시 읽기’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시에세이다. 강연을 듣고 돌아와 수업을 찾아보았지만 조회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폐강된 듯 하다 ㅠㅠ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힘, 詩'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은 교수님이 처음 공대생들에게 시를 가르치면서 겪게 된 에피소드들, 각종 수학 공식들과 답이 똑 떨어지는 문제들로 세상을 접하던 공대생들에게 모호함으로 점철된 문학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시작되었다.

 

 "문학은 모호하다. 하지만 인생도 모호하다. 문학은 인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모호하며, 모호한 것이 예술이다. 그 모호함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과정이 예술이며, 한 예로 '시어'를 골라내는 것은 언어의 폭력성을 넘어 내가 느끼는 감각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한 고투이다."

 

 문학의 모호성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학의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듣고, 강연은 다양한 영상 자료를 통해 점점 스펙터클해져 간다. 김광균의 '설야'를 읽으며 '머언 곳 여인의 옷 벗는 소리'를 시각의 청각화로만 배워온 우리에게 추억의 광고와 함께 시를 느끼는 법을 알게 해주셨다. 설야와 함께 흘러간 가요도 한 곡 감상했는데 송창식의 <밤 눈>이라는 노래였다. 청년 송창식의 미성과 가사가 너무 아름다워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얼른 멜론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문학은 쓸데없지만 '쓸데없는 것'으로서 문학은 우리에게 쓸데가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외칠 수 있는 대나무 숲처럼 문학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상처받은 우리를 어루만져준다."

 

 교수님은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문학도가 되려고 하지말고 일상에서 문학을 하라고 말한다.

 

 "문학을 하지 말고, 무엇을 하든 문학을 해라."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내가 행하는 모든 것에 문학이 스며나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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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2015-10-06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 프로필을 달면 북플로는 글을 못 보더라구요ㅠㅠ 외관에 신경쓰시는지는... 외부 강의라 그런가ㅎㅎ <TV 책을 보다>에도 나오셨던데요 ^^
개인적으로 전 레간자 광고보다는 용각산 광고를 더 좋아합니다 ㅋㅋ

스윗듀 2015-09-09 23: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이 소리가 아닙니다.

아무 2015-09-10 00:00   좋아요 0 | URL
이 소리도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작년에 처음 보고 저때 벌써 티저 광고를 했나.. 했던 기억이 ㅎㅎ

cyrus 2015-09-10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모호함을 잘 보여주는 장르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를 처음 읽을 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다시 읽어보면 그 의미를 발견하게 되요. 시의 의미를 찾으려는 과정이 좋아서 시집을 생각날 때마다 읽는 것 같아요. ^^

스윗듀 2015-09-11 14:01   좋아요 0 | URL
시집은 영원한 우리의 동반자겠지요! 💖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많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없었다. 총 760페이지의 분량 중 두 주인공이 만나기까지 677페이지가 걸리는 이야기는.
아. 그 10년의 기다림이 나에게도 10년 같았다. 이제나 저제나 너희들은 대체 언제 만날 수 있는거니ㅠㅠ 하며 힘들게 읽은 1권. 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으면 만날 것같아! 하며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읽어나간 2권에서도 368페이지가 되서야 그들은 드.디.어 만나게 된다. 하루도 채 되지않는 단 한 순간의 만남이지만 그들이 만나게 되기까지의 얽힘과 포개지는 이야기들 덕분에, 그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의 애틋함과 독자로서의 기쁨은 매우 컸다.

소설은 1933년, 우리의 여주인공 마리로르가 여섯 살, 시력이 빠르게 악화되어 앞을 볼 수 없게 된 때부터 1945년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를 왔다갔다하며 보여주는데,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전개된다. 마리로르, 베르너, 유타, 다시 마리로르, 베르너, 에티엔..의 식이다.
이야기는 짧은 장면의 장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분량은 짧게는 1쪽, 길게는 9~10쪽 정도. 평균 3장 분량에 상황을 잘 드러내보여주는 소제목이 붙어 있어 읽기에 지루함은 없는 편이다. 다만 소제목이 각 장면을 너무 잘 함축하고 있어서 소제목만 읽어도 그 장의 내용이 짐작가는 부분이 있어 김새는 느낌이기도 했다. (퓰리처상 선정단은 `우아한 구성`이라고 평했는데, 정말로 우아한지는 잘 모르겠다.)

2차 세계 대전의 참혹한 실상과 눈먼 소녀와 고아 소년이라는, 두 주인공의 결코 밝지 않은 삶을 아주 짧은 문장과 단순한 문체로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게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내는 용기와 가해지는 폭력에 순응하지 않는 정의로움, 값어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것에 끌리는 감정으로부터 등을 돌릴 수 있는 강함, 본원적인 상냥함으로 은은한 빛을 발하는 영혼 등 인간 본성을 따뜻한 시선으로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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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15장을 읽고 있을 때에도,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지만 될 수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필자인 우에노 치즈코가 `한국어판을 내며`에서 말한대로 그동안 나의 경험을 설명해주는 신선한 언어를 얻었고, 책에 실린 내용이 폐부 깊숙한 어떤 곳을 건드리는 깨달음과 이해도 얻었지만, 어떤 내용에서는 위화감을 느끼기도 했기 때문에.

그러나 페미니스트란 스스로의 여성 혐오를 자각하고 그것과 싸우려 하는 이를 가리킨다는 필자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페미니스트는 여성 혐오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주입되는 여성 혐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는 싸울 대상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페미니스트가 될 이유도 가지지 않는다. 라고 우에노는 말한다. 참으로 그 사상을 쫓고 싶은 여성일세.

나는 이 책을 더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읽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책이라는 것을 약 3년간 읽지않은 친구(여성)를 만나는 길에 이 책을 가져갔고 두말없이 내가 밑줄 친 부분 몇 단락만 보여주었다. 그녀와 나는 그동안 우리가 막연하게 느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명확한 텍스트로 표현된 것을 보고 탄복했고, 그 내용에 대하여 진심어린 한탄과 공감을 나누었다. 또한 나는 그녀의 입에서 자발적으로 ˝나 이 책 좀 빌려줘.˝라는 말이 나오도록 하는 것에 성공했고 지금 리뷰를 쓰고 그녀를 만나러 갈 것이다.

나의 리뷰는 내가 밑줄 친 부분으로 대신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아 간단히 요약해본다.

1. `여성 혐오`란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 여성에게는 `자기 혐오`다.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남자나, `여자로 태어나 손해`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여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2. 남자들 마음 속에는 `여자 없이 어떻게 안 될까`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자신이 성적으로 남성인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여자라는 시시하고 불결하며 이해 불가능한 생물에게 욕망의 충족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남자들의 분노와 원한이 바로 여성 혐오의 내용일 수 있다.

3. 포르노의 철칙은, 유혹하는 이는 여자이어야 하며 마지막에 가서는 쾌락에 지배될 것, 이다. ˝유혹한 건 여자라고. 나는 나쁘지 않아˝하며 남자의 욕망을 면책시켜주는 대단히 단순한 장치이다. 저항하는 여자를 억지로 눕혀 범하는 강간물에서조차 결국에는 여자의 쾌락으로 끝이 난다. 여성의 쾌락은 남성의 섹슈얼리티 달성을 재는 측정가능한 지표이며 남성에 의한 여성의 성적 지배가 완성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4. 여자의 가치는 남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반면, 남자의 가치가 여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일은 좀처럼 없다. 남성 세계 내에서 권력, 명예, 부에 대한 패권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만 하면 여자는 전리품처럼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반면, 여성 세계의 패권 게임은 여성 세계 그 자체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반드시 남성의 평가가 개입하여 여자들을 갈라놓게 된다. 적어도 남자들이 인정하는 여자와 여자들이 인정하는 여자 사이에는 이중 기준이 존재하며 양자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5. 성의 이중 기준이란 남성 대상의 성도덕과 여성 대상의 성도덕이 서로 다름을 뜻한다. 그 결과 성의 이중 기준은 여성을 두 종류의 집단으로 분할하게 된다. 성녀와 창녀, 아내와 매춘부, 결혼 상대와 놀이 상대 등... 이렇게 분단된 여자들에게는 서로가 서로를 멸시하는 `창녀 차별`이 존재했던 것이다.

6. 성도 연애도, 결국은 타자의 신체에 접근하기 위한 기술이라 할 수 있고 이것은 넓은 의미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일부이다. 매매춘이란 사회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이 접근 과정을 금전을 매개로 단숨에 단축해버리는 (즉, 스킬이 없는 자도 성교섭이 가능한) 강간의 일종인 것이다.
또한 여성의 미니스커트나 알몸, 궁극적으로는 성기와 같은 신체 일부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성욕이 있기 때문에 매매춘은 성립한다. 매춘에서 남자가 사고 있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여성이라고 하는 기호이다. 기호에 발정하고 기호에 사정하고 있으므로 매춘은 마스터베이션의 일종인 것이다. (눈을 감고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며, 혹은 완전히 가학적이 되어 창녀의 질을 자기 손 대신 삼아 마스터베이션 한다는 생각으로도 남자는 사정할 수 있다.)

7. 르네 지라르가 `욕망의 삼각형`을 통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람은 타자가 욕망하는 것밖에 욕망하지 않는다. 남성 집단 내에는 사회적 자원을 둘러싼 패권 게임이 존재하고 여성은 남성 집단 내 서열에 따라 배분되는 재화이자 보수이다. 이러한 남성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있는 여자는 스스로 남성의 서열에 적응한다. 여성이 발정하는 것은 남성 집단 내에서의 남자의 포지션에 대해서이지 남자 개인에 대해서가 아니다. 발정의 시나리오 역시 대단히 문화•사회적인 것이다.

8. 딸은 어머니로부터 여성 혐오를 배운다. 어머니의 딸에 대한 기대는 아들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양의성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는 딸에게 `아들로서 성공하라`와 `딸(=여자)로서 성공하라`를 동시에 보낸다. 여성에게 있는 두 가지의 가치, 즉, 스스로 획득한 가치와 타인(남성)에 의해 부여된 가치 모두를 얻어야 어머니의 야심찬 기획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러한 가치를 얻지 못한 딸을 평생 동안 반편이 취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9. 어머니에게 여성 혐오를 심는 것은 그녀의 남편이다. 어머니는 여성 혐오적 아버지의 대리인으로서 행동한다. 딸은 아버지라고 하는 강자의 총애를 놓고 벌이는 어머니와의 라이벌 관계에서 승리함으로써 어머니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아버지의 딸`이 되는 것은 자기 혐오와 억압을 감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내용이 `여성 기피`와 `남자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으로부터 탈피하는 길은 `어머니됨`과 `딸됨`으로부터 내리는 수 밖에 없다. 어머니와 딸 모두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부여한 지정석에 지나지 않는다.

끝으로, 이 책의 원전이 된 Eve k. sedgwick의 저서 <<Between Men>> 및 다른 저서들이 하나도 번역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우에노의 책에 많이 언급되어 호기심이 생기는데 어서 국내에서도 소개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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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0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번 글을 읽다가 오늘 피키캐스트에서 본 몰상식한 댓글이 생각이 나요. 영국의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소개하는 사진글에 이런 댓글이 있더군요. “(잭 더 리퍼는) 의적이군.” 잭 더 리퍼는 매춘부를 잔인하게 살해했어요. 저 짧은 말 한 마디에 ‘창녀 차별’이 느껴졌어요.

스윗듀 2015-08-04 09:53   좋아요 0 | URL
하...몰상식이 아니라 인간 이하의 발언인데요...

아무개 2015-08-04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여성들에게는 시원한 맥주 같을 테지만
남성들에게는 김빠짐 맥주 같을 껍니다. ^^:::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뭔가 좀 아쉬운 부분도 많았던 책이에요.

2015-08-04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8-04 12:46   좋아요 0 | URL
제가 정희진 씨의 책을 읽고 난후 바로 이책을 이어서 읽었었는데.
정희진 씨의 책에 너무나 감명을 받은 나머지,
다른 책들이 조금 시시하게 느껴져서 그랬던거 같아요. ^^::::::

스윗듀 2015-08-04 12:4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ㅎㅎㅎ 혹시 <페미니즘의 도전>인가요?

아무개 2015-08-04 15:05   좋아요 0 | URL
넵 !

다락방 2015-08-0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어야겠다 했다가 읽지 말아야지 했다가 다시 읽어야겠다 로 생각을 바꿉니다. 이 리뷰 덕분이에요.

스윗듀 2015-08-04 09:57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님. 생각 잘 바꾸셨어요ㅎㅎ전 여성 혐오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하고 <여성 혐오가 어쨌다고?>로 넘어가려고 이 책 먼저 집어들었어요. 잘한 듯 ㅋㅋ 아! 저 곧 다락방님 중고서점 털 예정. 호호홋

다락방 2015-08-10 09:03   좋아요 0 | URL
아, 근데 제 중고서점을 턴다는 건 무슨 의미에요? 저는 중고책을 `알라딘에 팔기`로 팔거든요...

스윗듀 2015-08-10 09:0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얘기하고 나서 아닌 거 알았는데 ㅋㅋㅋ 제가 갖고싶은 책을 검색했는데 닉네임이 다락방인 분이 나오셔서 내가 아는 다락방님인줄 알았어요ㅋㅋ 장서도 엄청 많고 책 취향도 그래서요ㅋㅋㅋㅋㅋ근데 아니어뜸...😧
 
지금 여기 페미니즘 - 함께 공부하는 여성권 강의 사회운동 작은책 2
이유미 지음 / 사회운동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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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홀더때문에 페미니즘 책을 고르면서 적당한 가격에 쉬워 보이는(얇은) 책을 한 권 골라 넣었는데 바로 이 책,『지금 여기 페미니즘』이다. 190페이지에 B6 판형이라 나처럼 페미니즘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집어들기 좋다. (읽기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

 

 생소한 저자인 이유미 님은 2010년부터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그녀의 바람은 여성들이 경제위기로 가중되는 이중부담에 맞서 노동운동에 나서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다소 진보적인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에 대해 노동자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강의, 토론모임, 세미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엮어져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구어체 형식으로 쓰였다. 일상의 쟁점을 중심으로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통념들을 페미니즘의 렌즈를 거쳐 보도록 해주는데, 과연 그 렌즈는 낯선 느낌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페미니즘의 정의를 처음 알았다. '여성의 권리가 침해 당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이념과 실천'이다.

 '여성권 신장 운동'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권리가 침해 당한 여성의 현실을 전제로 탄생한 이념인 것이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의 탄생 배경에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남성과 여성의 지위 및 역할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실들과 사회구조 및 이념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역시 공부를 많이 해야해!)

 

 저자는 심심치 않게 여성상위시대라고 까지 일컬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가려진 '진짜' 현실을 보여주며 나를 각성시켰다. 일부 여성의 화려한 성공 신화가 평범한 여성의 삶을 대변할 수 없고, 대다수 여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가려져 있으며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가족형태와 경제위기라는 것.

 나조차 '30세로 불려지는 나이'에 결혼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자녀 양육을 걱정하고 있다. 추후에 일과 자녀 양육을 어떻게 병행해야할 지 말이다. 아직 아이가 있기는 커녕 결혼도 안했는데!

 일과 자녀 양육의 양대산맥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거의 모든 여성들이 직면하게 되는 일생일대의 중차대한 선택지이다. 내가 아무런 억울함을 느끼지 않고 이런 강압적인 선택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정말 그래도 될까? 이렇게 많이 요구하다가는 남자가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도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책의 머리말을 읽으면서부터 느낀건데, 나는 정말 남성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더라.

 

 저자가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짚으며 사회구조의 변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여성노동자들의 혁신적인 노동자 운동을 지지하는 사회운동가라서 처음부터 너무 급진적인 사상을 접했나싶어 더 다양한 측면으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저자도 말했다시피 여성의 권리를 찾아가는 길은 깊이 있는 성찰, 책임있는 실천이 동반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친애하는 북플친구분들의 많은 가르침과 추천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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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7-16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갑자기 저도 궁금해지는데요? 저 역시 남성 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죠. 언급하신 이 책의 머리말 부분을 읽어보고 싶네요.
 

로마의 일인자 독자 원정단으로서 가제본된 책을 읽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엄청난 인기였던 <로마인 이야기>를 읽지 않아서 나로선 이 책이 로마입문서인 셈인데, 결론적으로 다른 책은 읽어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마스터 오브 로마다.

올해 초 타계한 콜린 매컬로는 우리에겐 <가시나무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영미권에서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덕분에 역사소설가로 명성이 높다. 1990년에 시리즈의 첫 책 <로마의 일인자>를 발표했고 2007년까지 근 20년 동안 7부작을 썼는데 우리는 그것을 이제서야 만나게 됐다. 원래는 6부작이 매컬로의 계획이었으나 독자들의 연장 요청 쇄도로 7부까지 쓰였다고 하니 영미권에서의 인기는 짐작할 만 하다.

읽어보니 그 인기의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첫째는 충분한 고증이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김경현 교수의 추천사에도 나와있듯이 맥컬로의 서재는 로마사 전문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사료와 연구서적을 갖추었다고 한다.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팩트 위에 픽션을 얹었기 때문에 소설책을 읽는 즐거움에 로마 역사에 대한 교양수준이 올라가는 느낌을 더해준다고 할까. 꼼꼼한 고증의 증거로 맥컬로가 직접 그린 로마 시와 그 중심가, 로마 주변국의 지도를 들 수 있는데 독자 여러분이 직접 보신다면 정말 놀랄 것이다. (가제본에는 흑백으로 나와있지만 완성본에는 컬러로 되어있길 기대한다.)

둘째는 현재 세계 정치판과의 유사성이다. 로마의 일인자 1권은 기원전 110년부터 시작되는데 2천년을 넘는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세와 너무도 닮아있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소수의 로마인들, 오직 자신의 주머니 속을 채우기 위해 집정관이 되고자 하는 사치스럽고 타락한 수구 세력들. 반면 맥컬로는 마리우스나 카이사르를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지도자로 내세우지만 그들 역시 로마의 일인자가 되기위해 갖가지 술수를 동원하는('술라'라는 인물은 심지어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모습을 보며 정치인들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앞으로의 전개를 통해 그들이 구체제를 전복시키고 진정한 대안적 지도자가 되길 기대해본다.)

셋째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맥컬로의 인물 묘사는 각 장을 따로 할애할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문헌의 증거에 입각해 있다. 1권만 해도 카이사르, 마리우스, 술라, 유구르타, 루푸스 등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순위를 꼽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당시 그리스인들에게 유행했던 동성애라는 사랑의 형태가 다루어지는 부분은 나같은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도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출간 노력이 있었으나 독자들의 관심 부족으로 전부 나오지 못하고 절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교유서가에서 큰 뜻을 품고 훌륭한 새 번역을 통해 다시 나오는 로마 대작 시리즈! 1부가 총 3권이니 전부 나온다면 총 20권 정도의 분량이지만 나 외 여러분들의 관심 속에 승승장구 하며 우리의 문화수준 또한 업그레이드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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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06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맥컬로우가 《가시나무새》를 능가하는 작품으로 재평가를 받는군요. 로마사 제대로 이해하고 난 뒤에 이 소설을 읽어봐야겠어요. ^^

스윗듀 2015-07-06 16:58   좋아요 1 | URL
이 소설로 시작하셔도 충분할 것 같아요!!! 진짜 재밌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