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안토니오 타부키의 이름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난 고문한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왠지 모르지만, 고문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리라는 인상을 받아요.왠지 알겠소? 고문은 개인의 책임이오. 상관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들 하지만 용납할 수 없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관의 명령이라는 초라한 변명 뒤에 몸을 숨기고 합법적으로 발뺌하며 자신을 지키지요. 이해하겠소? 근본규범 뒤에 숨는 거요/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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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감상이 즐거운 순간...



자전거바퀴가 꽃게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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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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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읽는 작가라 생각했으나, 지난해 <눈부신 안부>를 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 잘 읽혀진 걸로 기억하는데.... <봄밤의 모든 것>을 읽고 싶었던 건 그러니까 작가의 이름을 오롯이 기억해서가 아니라,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아 붙잡고 싶었던 거다. 앞서 읽었던 <눈부신 안부>보다 좋았다. 한 편씩 읽고 리뷰를 남기고 싶을 만큼 좋았다.


'아주 환한 날들'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쓰기'에 대한 고통을 가진 마음을 너무 잘 헤아려 준 것 같아 격하게 공감했다.쓰기에 대한 애정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명제..그러니까 나는 내내 이 쓰기가 쉽지 않을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래서 또 계속 무언가를 주절주절 써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들여다 보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빛이 다가올 때' 를 읽으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 자제가 모순일수..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그래서 노력은 필요하다. 물론 강요된 이해와 마음은 위험하다.그리고 '봄밤의 우리' 에서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았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위로는 상대방에게 공허할 수 있지만, 비슷한 경험은 타인과 가까워지는 무엇이 될 수 있다. 무심한 듯 건낸 유타의 말이 나 역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니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때면 유타의 말을 떠올려 보게 될 것 같다. 


"스무 살 때 다혜는 자신이 언젠가는 늙을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믿지 못했다.겨우 스물여덟 살이었을 때는 이제 늙어버린 노인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노인의 마음을 안다고 믿었다니,주제 넘은 오만.어리석은 소리.다혜는 아무것도 몰랐다.여전히,지금도."/209쪽 눈이 내리네'



서로 다른 이야기 인것 같다는 느낌을 받다가, 어느 순간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다음으로는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알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우리가 갈등하게 되는 건, 상대에게 문제가 있어서 일거라 생각하지만,그건 절반(?)만 맞거나 아주 조금 그럴수..있지만 대부분은 자신 스스로 만들어 놓은 어떤 장치들이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그러니까, 어쩌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고,다툼이 벌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상대에게 나도 모르게 갖는 오만함까지도... 죽음과 늙음을 마주할 때는 쓸쓸했지만,이런 감정도 잘 알지 못하니까 최악을 상상하는 건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최악 보다는 지금 내가 가진 것 가운데 소중한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그러고 싶다


"개는 다리가 하나 없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이제 다 아물었으므로 괜찮다는 듯 남아 있는 세 다리로 그렇게 꼬리를 흔들며 눈밭을 뒹굴었다. 얼마나 경이로운지 전날 그 개를 처음 본 순간 그가 느낀 것은 놀라움이었다"/141쪽 '흰 눈과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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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튀김이란 메뉴를 흔하(?)게 보지 못해서 유독 궁금했던 브런치카페를 찾았더랬다. 내가 상상한 맛은 아니었다. 그러나 감자튀김과,스프와 빵은 맛이었다. 무엇보다 봄바람이 좋아서... 그런데 가져간 책을 펼친 곳에서 '대구튀김'을 보고 말았다.우연이라고 하기엔 초크 특별한 우연이란 생각이 든다.









"비토리니의 소설을 연구하기 위해 열람실에서 보낸 시간과 포르투갈 소설에 미친 비토리니의 여향이라는 제목으로 비평문을 쓰려 했던 막연한 계획을 생각해보았다. 일주일 내내 점심을 먹었던 도서관 셀프서비스 식당의 대구튀김 냄새도 떠올랐다"/23쪽  흔하게 먹을수 있는 음식인 모양이다. 흔하게 먹을수 있다는 건,둘 중 하나다. 아주 맛있거나,아주 평범하거나... 대구튀김을 먹고 나서 마주한 문장이라 신기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읽고 싶어지는 책이 보너스처럼 함께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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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최악을 상상하며 얼마나 쓸데없이 인생을 낭비하며 살고 있는지 마침내 깨달았다고 덧붙였다"/245쪽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은 왠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래서 무언가 알게 되는 것이 있다면 고마운 일이라 토닥이고 싶어지는 마음.... 그래서,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서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하고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겼는데,내 마음을 들킨 듯한 문장을 읽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잠깐 동안 경외감이 어린 눈으로 그 빛이 번져가는 광경을 바라볼 수는 있고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했다"/246쪽 다른 문장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가 잘 모른다'는 것만 눈에 들어왔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내 마음도 모르고,타인의 마음은 더 모른다.그렇지만..그래서 살아갈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조금은 덜 복닥거리며 살아야겠다 생각하며..<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를 빌려 왔다. 소개되는 책들을 찾아 보다 우연히 아무도 모른다를 연상시키는 제목이 검색되어,이것도 재미난 우연이란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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