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0 소설 보다
김혜진.장류진.한정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김혜진작가님의 책을 따라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설보다' 시리즈까지 오게 되었다. 몇 해 전 부터 '소설보다'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으나, 정작 관심을 두지 못했더랬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읽어 보게 되었는데, 은근 매력적이란 생각을 했다. 수록된 작가 모두가 내 취향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외출할 때 챙겨 나가기에 부담 없어 좋다. 그러나 가장 반가운(?) 순간이라면 현실에서 내게 일어났던, 혹은 생각했던 문제를,소설에서,위로 받듯 등장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한 번 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어쩌면 세번 일수도 있겠고^^


김혜진작가님과 한정현작가님의 글이 특히 좋았다. 두 이야기에서 서로 닮은 듯한 무언가를 발견한 기분이 들어서일수도 있겠다.그 주제가, 내가 얼마전 하게 된 생각과 닮아 있어서 더 격하게 공감한 것일수도 있겠다.

재개발 문제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던 '3구역,1구역'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이해받았다. 길냥이를 열심히 살피는 '너'란 존재를 보면서 따뜻한 사람일거라 생각한 건 우리가 만들어내는 착각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아니 사람에게 수만가지 모습이 있을 텐데, 눈에 보여지는 것 하나로 그 사람의 전부일거라 착각하는 건 모순이다 라는 생각. 책방을 찾을 때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교양있는 사람들일거라 생각하는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얼마전 책방에서 경험한 책방사장님의 무례함에 당혹스러웠던 마음이 다시금 소환된 까닭이다. 그러나 예전 만큼 화가 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내가 가진 편견일수도 있지 않을까. 나란 사람에게도 문제는 있을 테니까. 작가님의 인터뷰 내용은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한 사람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고 거기엔 모순 되거나 충돌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모든 사람 안에는 자신이 상상하기 힘든 모습들이 잠재되어(...) 

한 사람의 모순적인 면면 혹은 이중적인 모습들이 드러나는 순간은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의 문제만으로는 해명하기 힘들다는 생각입니다(...)/43쪽



책방 운영하는 분들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 기대하는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난 후 혜진작가님의 인터뷰를 읽어 격한 공감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어쩌면 위로와 충고를 받은 것일수도 있다.한정현작가의 <일기예보>는 그래서 서로 다른 이야기가 맞닿은 느낌으로 이어진 기분을 받았던 것 같다.  날씨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1인이라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낸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 '이해' 한다는 말 자체가 커다란 모순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을 정말 이해할 수 있나? 내 방식대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건 아닐까.  


"한참 동안이나 그 댓글을 보았었다.나는 음식점이나 마트 카페와 같은 곳에서 엄청난 친절을 받으면 물론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론 늘 조금씩 울쩍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요구한 친절이 그만큼이나 어마어마했겠지 싶었던 것이다. 사람이란 자기 생계가 달린 문제에 대해선 그저 가벼울 수가 없으니까(...)무엇이든 서로가 적당하면 좋지 않을까(...)"/141쪽



다시 또 (유쾌하지 않았던) 나와 어느 책방사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친절과 무례함을 우리가 혼돈하는 건 아닐까였다. 불친절과 무례함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책방에서 사진찍는 즐거움을, 책방사장님은 허세정도로 이해했던 건 아닐까? 그런데 책방사장님 시선으로 보자면, '생계' 문제가 될 수 있다. 구입하지 않고, 사진만 찍는 손님이 반가울 수는 없을 터.. 그러나 손님은 아직..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 자신의 조급함, 혹은 인텔리로서의 오만을 너무 일찍 손님에게 들킨 셈인데..작가님 인터뷰 글을 읽으면서...나만의 지독한 착각이었기를 바란다. 


"(..)오해와 진실에도 '사이'가 존재하고 그곳에 더한 진실이 숨어 있을 수 있는 것처럼(..)"/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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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가니에르, 자네 그림은 어디 있나?"

(...)

실제로 그의 그림은 그 작은 걸작 바로 옆에 걸려 있었다. 그것은 공들여 그린 회색의 풍경화로 센강을 아주 정성스럽게 그린 것이었다. 색조가 약간 무거운 감은 있었지만 아름다웠고 완벽한 균형을 지니고 있었다. 혁명적인 난폭함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205쪽




센강도 아닐 뿐 더러, 알베르 마르케는 더더욱 아닐텐데 <오직, 그림>에서 본 듯한 묘사 (그랑 오귀스탱 강변길) 가 반가웠다. 해서 그런데 회색빛 풍경의 그림보다, 화가의 다른 풍경화 그림이 나를 더 유혹했다. 책에서 설명되어진 풍경화에 대한 설명과 더 잘 맞는 듯한 그림이 아닐까 싶다.



"풍경은 지금의 자기와 눈앞의 세계가 만날 때 태어난다. 이 세상 속에 존재하는 자신과 자신이 대면하는 세계를 '나'와 '너'의 관계로 규정함으로써 발생한다. 따라서 풍경은 무엇보다 관계의 미학이 되는 셈이다. 그러니까 풍경이란 투사된 대지의 형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하여 인간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이미지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200쪽









풍경화에서 또 다른 이미지들을 보게 되는 건 그러니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던 거다.알베르 마르케의 강변길보다.. 나무를 그려낸 그림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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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만큼 문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주면 좋을텐데...^^

"쳇!" 그는 말을 계속했다. "내 생각엔 악당보다 바보가 더 많은 것 같아.그들이 내게 화를 내는 것은 단어의 사용이라든가 비유 문체의 특성 같은 형식 때문이야. 그래 그들은 문학을 증오하고 있지. 부르주아들은 문학이 싫어 죽는다니까!"/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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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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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필책방에서 <경애의 마음>과 <그 많던 싱아...>를 고민하다 '경애의 마음'을 챙겨 온 것이 못내 미안(?)해서 아니 그 많던 싱아...도 궁금했던 까닭에 냉큼 도서관 찬스를 이용했다. 소설을 온전하게 읽었다면 '싱아'를 분명 기억할 테지만, 읽지 않은 까닭에 나는 자꾸만 '상아'라고 말하곤 했던 것 같다. '싱아'라는 말은 왠지 철자법이 틀린 듯한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89쪽



내 기억이 맞다면 소설에서 구체적으로 싱아가 언급되는 장면은 거의 저 장면이 유일하다. 심지어 누가 다 먹었는가..라는 말도 없다. 해서, 도입부에 등장했다면,프루스트의 '마들렌' 효과와 닮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싱아가...유년시절 부터의 기억을 따라가게 만든... 그런데 살짝 비슷한 느낌도 있다. 조금은 독특한 소설의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온전히 기억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 소설의 정체성을 '허구'라고 규정한다면,<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묘하게 소설로 읽혀진다. 작가님의 세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게 첫 번째 이유였고, 분명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교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할아버지와 애틋한 추억은 없지만, 애증하고 싶은 추억이 있어 웃음이 났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였나 싶다. 엄마에 대한 수만가지 모습들.... 해서 소설은 추억에 관한 이야기처럼 읽혀지기도 하고, 한 시대를 관통한 기록물처럼 읽혀지기도 했으나, '엄마'에 관한 기록으로 읽혀지기도 했다. 식민시대와 해방 전후 그리고 6.25전쟁까지 경험한 시대의 어머니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면 책 몇 권은 쓸 수 있을 거란 말은 허언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심한 듯 써내려간(아니 기억을 찾아낸) 이야기 속에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과장되 있지 않아 더 절절히 와 닿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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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단종애사>와 강경애의 단편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단종애사>>를 읽고는 잠을 못 잤고 강경애의 단편을 읽고는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지만 비위가 덧나 며칠 밥맛을 잃었다."/208쪽











그 짧은 순간에도 오독을 하는 바람에, <단종애사>를 쓴 이가 강경애작가인줄 알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생각만 했었는데, 이제는 읽어야 할 타이밍이 왔나 보다 생각했더니.. '단종애사'는 춘원의 작품이었다. 변절자가 되기 이전에 쓴 책이니까..읽어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최면 거는 중... 단종에 관한 소설이 궁금한 까닭이다. '인간 문제'도 읽긴 해야 할 텐데...자신이 없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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