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암사에서 나온 소세키전집 14을 읽은 건 아주 잘한(?)일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고양이.. 만큼 <우미인초>를 애정하게 되어서, 무려 2번이나 읽었더랬다. 평택에는 우미인초블랜딩 커피도 있을 정도니까.. 나만 '우미인초'를 애정하는 건 아니란 사실.. 무튼 14권 모두 (다) 흡족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몰아서 읽은 덕분에, 소세키 문학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인간의 이중적인 마음,에 기인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소세키의 말>과 같은 책이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
"인간의 불안은 과학의 발전에서 온다. 스스로 멈출 줄 모르는 과학은 일찍이 우리에게 멈추는 것을 허락해준 적이 없다.걷기에서 인력거,인력거에서 마차,마차에서 기차, 기차에서 자동차 그리고 비행선 그리고 비행기로,어디까지 가도 쉬게 해주지 않는다. 어디까지 끌려갈지 알 수 없다. 참으로 두렵다"/81쪽 '행인'
소세키선생이 오늘날 모습을 본다면, 어떤 소설을 창조해 냈을까..궁금해졌다. 인공지능이 예술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세상이니까... <소세키의 말> 여기저기를 뒤적이다가 '행인'에서 제일 먼저 멈추게 된 건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 '라파치니의 딸' 을 읽은 영향이 아닌가 싶다.
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원작이 호손의 단편이라 궁금해졌다.. 생각해 보니,앞서 뮤지컬로 만날까 고민할 때 읽어 보려 하다가,읽지 못했던 기억이..읽다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읽어냈다. 길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극장에서 보여주는 찬스를 이번에는 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상황 자체만 놓고 보면 환상적인 장르일수 있을 텐데...고전을 읽다 보면, 지금의 상황을 나도 모르게 대입하게 되는 것 같다. 해서 식물을 인위적으로 가꾸는 모습으로 그려진 라파치니박사가 무서웠다. 그런데 소세키 선생의 생각(?)대로라면 라파치니 박사는 어떤 불안이 있었던 것이 분명(?) 해 보인다.
"라파치니의 이론은,모든 의약적 효능은 우리가 식물적 독성이라고 부르는 물질에 함유되어 있다는 거야.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 물질을 개발하고 있는데 자신이 이 학자의 도움 없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 세계를 고통에 빠지게 할 수 있을 그 독보다 훨씬 더 끔찍한 새로운 종류의 독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고 사람들은 말하고 있지(..)/261쪽
과학에 미친 남자,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에 막힘 없는 남자..그러나 물론 이런 시선은 발리오니 교수의 시선이다. 그 역시 라파치니와 다른 듯 닮은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던 거다. 인간적으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장치로 인해 누군가를 사랑할(?)수도 있게 한 다는 건, 오늘날 과학 발전에서 내가 목격하고 있는 장면과 닮아 있다. 편리함과 순기능을 앞세운 과학의 발전이 마냥 신나지 않은 1인이라..라파치니 박사가 식물 독에서 뭔가 향기를 만들어낸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공포스러웠던 모양이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체질이 라파치니의 과학적 기술에 의해서 그처럼 철저히 바뀌어버린 베아트리체에게는 독이 바로 생명이었듯이 그 독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는 곧 죽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간의 교묘한 재주와,방해당한 인간의 본성과 그러한 모든 왜곡된 지혜의 노력에 수반되는 치명적 운명의 그 불쌍한 희생자는 그녀의 아버지와 지오바니의 발 아래서 죽어간 것이었다"/298쪽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어느때보다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터라..잘 읽혀졌던 것 같다. 아니,지금의 모습을 투영해보며 읽은 덕분에 잘 읽혀진 건지도 모르겠다. 결말까지 알아버렸으니,뮤지컬은 라이브로 볼 기회가 찾아 왔을 때 챙겨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