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적산가옥의 유령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적산가옥은 일본이 토지 약탈을 위한 조사사업을 끝내고 한창 산미중식계획을 펼치던 1930년대 지어졌다. 적산가옥의 뜻은 '적이 산 집' 이다"/11쪽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은 무서워 했던 것 같은데,지금은,심야괴담같은 프로를 즐겨 시청한다.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힘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라 그렇다. <적산가옥의 유령>이란 제목을 보면서도 당연히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일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이야기 첫머리에서 부터 나는 뭔가 쿵 하고 얻어 맞는 기분이었다. 지금껏 '적산가옥'의 뜻을 모르고 있었던 거다. 군산에 갔을 때도, 서울역 근처에 있는 카페를 갔을 때도, 적산가옥 형태의 집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감탄을 했던 것 같다. 내가 감탄한 근거 조차 생각나지 않을 만큼 '적산' 이란 의미를 먼저 생각했다면, 그 공간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였을까를 먼저 생각해 보게 되었을 텐데...
이야기는 적산가옥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무언가가 '인령'(유령)' 존재한다.증조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적산가옥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마주한다. 운명처럼. 그 이야기는 과거 식민지 시절 적산가옥에서 일어난 일이다. 때로는 꿈처럼, 때론 증조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진 듯한 이야기. 그러나 유타카의 입을 빌어 나오는 소리는 모두 우리 리가 겪게된 치욕과 아픔의 역사였다. 유타카라는 망령이 적산가옥에 존재하는 방식의 형식은 다분히 소설적 표현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나는 <적산가옥의 유령>이 역사문제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반전(?)이 등장하는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유타카와 적산가옥의 관계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현재의 그녀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편에게서 드러난 반전.누구도 그녀의 남편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했을 게다. 한순간 남편의 실체가 느닷없이 드러나는 순간,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세 가지 정도라고 해야 할 수 도 있겠다. 우형민을 의심하지 못했다. 누구도 그를 쉽게 의심할 수 없었다. 방관자가 되기도 쉽고, 나라를 빼앗기는 건 더 쉬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자연스럽게 역사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우형민 같은 존재들이 계속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타카 망령이 자주 나타나지는 않을 테니까. 내 나라가 겪었던 고통을, 우형민은 또 다른 약자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었다. (오독의 즐거운 순간이었다. 가네모토 상과 우형민은 다르지 않았다.고 본다) 적산가옥에 유령이 존재한다는 설정은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망령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을 때만해도 가늠 할 수 없었는데, 우리에게 고통과 치욕을 남긴, 역사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애초에 이 집에서 1년을 버티라고 한 것은 외증조모의 뜻이었다. 그리고 꿈속의 나는 외증조모의 젊은 시절을 살고 있었다. 나에게 꿈을, 한 참 전의 과거를 보여주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외증조모는 어쩌면 죽어서까지 이 집에 머물고 있는 걸까?"/77쪽
다크투어가 있다는 걸 알지만, 나는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어, 늘 책과 다큐로 대신하고 있다. 서대문형무소도 아직 찾아가 보질 못했는데, 더는 미루지 말아야겠다. 엄연히 일어난 역사에 대해 망언 퍼부는 자들이 멈추지 않는 한 적산가옥의 유령(인령)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그들이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