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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 헨리 제임스 장편소설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92
헨리 제임스 지음, 이승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슬라보예 지젝은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어쩌면 진정한 악은 넓은 세계 속에서 오직 악인만을 발견하는 순수한 응시다.그런 의미에서 헨리 제임스가 쓴 <나사의 회전>속 진정한 악은 물론 화자(젊은 가정교사) 자신의 응시다."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중 <보스턴 사람들>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 헨리 제임스편 출간 소식을 들었다. '보스턴 사람들' 관련 이야기보다 '나사의 회전'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더 많아..부랴부랴 다시 <나사의 회전>을 읽었다. 클래식..편을 읽게 되면 스포일러를 보게 될 것 같아서... 그런데 지젝의 글을 읽는 순간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처음 <나사의 회전>을 읽을 때는 가정교사..의 모습이 선생의 참모습처럽 보였더랬다.무책임해 보이는 '삼촌'과 대척점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고레에다 감독의 '괴물'을 보면서, 누구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 괴물이 되어 버린다면, 그것이 더 끔찍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놀라운 건 가정교사..가 그 괴물이란 지점에서 오버랩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영화속 '괴물' 과는 결이 다르다고 봐야 겠지만...)중요한 건 헌신적인 인물로 바라보았던 대상이...공포의 대상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점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란 설명은 그래서 고개가 끄덕여진 대목이다. <나사의 회전>을 읽으며 궁금했던 몇 가지는 클래식..덕분에 이해받을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 니나도..이제 줄거리와 내용은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헌신하는 것처럼 보였던 가정교사의 모습은 광기로 변해 있었다. 왜? 라는 질문 보다, 광기로 보이게 된 것이 제임스 문학의 한 특징으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 언급해 준 것처럼... "삶 그 자체를 오롯이 책에 담아내겠다는 집념,그것은 통제광의 것이다.평소 흠모하던 조지 엘리엇에게서 이 통제광의 특성을 물려받은 것일까? 헨리 제임스의 문학적 독창성은 이런 통제광적 면모 자체를 무대의 중심에 올려놓은 것이다.통제광은 무엇보다 도적적인 존재다.그는 통제를 선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통제광이 이렇게 통제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왜냐하면 모든 것을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왜냐하면 그의 주인이 무능하기 때문이다"/159쪽 두 번째 읽기 지만 처음 읽은 기분이 들었던 건, 줄거리를 오롯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 읽기 덕분에 가정교사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게 되었다. 지금 읽는 것이 처음이라면..오로지 그녀의 광기가 먼저 보였을 테지만... 그런데 콕 찍어 광기..라고만 보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기분이 있었을 텐데..클래식 덕분에 그녀의 지나침(?)은 통제광이란 주제로 이해할 수 있었다.기억이 맞다면 '나사의 회전'에서 '도덕성'이란 언급이 한 번 등장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그녀를 광기에 사로잡힌 여인으로 보기가 힘들었던 건 아니였을까... "<자연>을 신뢰하고 그것을 침작함으로써 그리고 나의 기괴한 시련을 물론 이례적이고 불쾌한 방향이지만 결국 공정한 대결을 위해 즉 평범한 인간의 도덕성이라는 나사를 한 번 더 조이기를 요구하는 압력으로 여김으로싸 가능했다"/2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