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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필라 배우러 가는 층에 애견유치원이 있다는 사실을 얼마전에 알았다. 동물농장은 애청하지만,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살고 싶지 않은 1인이다. 책방 갈때마다 만나는 냥이들은 이쁘지만, 나와 그들의 거리는 딱 그만큼이다. 아낌없이 사랑을 줄 자신도 없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책임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책임 지고 싶지 않은 것과, 책임 질 자신이 없는 것의 차이는 알 수 없지만... 동물농장을 보면서 드는 존경의 마음은, 애견유치원과 호텔을 마주할 때는 묘하게 아이러니한 기분이 든다.
"이것만 잊지 마. 강아지 입장에선, 인간과 같이 사는 게 썩 좋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아무리 인간이 잘해준다고 해도 말이야"/123~124쪽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강아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고민할 문제가 많아 보인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더불어 내가 강아지들과 함께 살 자신이 없는 이유도 분명해 지는 것 같고... 말랑말랑한 제목 속에 말랑말랑한 이야기만 담겨 있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는데, 그래서 잘 읽혔다. 시봉이라 부르면 쳐다보지 않지만, 이시봉이라고 부르면 아는 척(?) 하는 비숑. 시봉의 출생을 따라 올라가는 여정 속에 스페인 역사와 마주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실존인물...이라니. 고야의 그림은 익숙했지만, 그림 속 강아지 존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물론 고도이와 비숑의 관계는 어느 정도의 상상이겠으나, 나는 여기서 어쩔수 없이 오류에 빠지게 되었던 것 같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마음도 선해야 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 종교를 가진 이들도 그러한데, 동물을 애정하는 이들에게서 절대적 선을 기대한다는 건 애시당초 무리하는 걸 알면서도...그가 베로를 사랑한 마음은, 베로가 이뻐서 일수도 있겠지만, 이뻐하는 자신의 마음이 더 좋아서 였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아니면 고도이를 등장시킴으로써 개보다 못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고도이는 그런 끝도 나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투쟁도 없고 변화도 없는 삶 단지 나폴레옹 앞에서 약간의 치욕과 수치 모욕과 모멸을 감당하기만 하면 될 뿐.그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인간은 늘 그런 것들을 감당하면서 사는 존재들인 걸 뭐(...)"/405쪽
작가의 반려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소설이라고 했다.개보다 못한 사람이 있다는 걸 동물들이 알게 된다면 지금보다 세상은 더 정신없는 전쟁을 치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들 마음대로 순수 혈통을 만들고, 미용을 하고,병들면 버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되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수 있을까?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 생각했다. 페미니즘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남자와 여자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서로를 존중하면 어려울게 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물건이 아닌, 생명을 가진 존재로 바라본다면 지금보다는 잔인한 뉴스를 덜 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그런 식으로 오해하고 오독하면서 동물들의 삶에 관여한다.그것이 인간의 유일한 장점이자 집사로서의 자격 요건이다. 집사란 직위는 대개 그런 사람들 자기애가 충만하지만 그걸 잘 모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한 방식이다"/4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