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너는 왜 자꾸 무덤 옆을 서성이는 거냐고 내가 따져 물었을 때 너는 영영 입을 다물어 버렸다.무덤 아니고 왕릉이라고, 하다못해 문화재로 공들여 가꾼 공원이라고 항변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너는 그러지 않았다"/85쪽
<여름철 대삼각형>을 읽을 때 콕 찍어 내가 찾아갔던 천문대이름이 언급되서 반가웠다. 타로이야기는 보너스 받은 기분마저 들었다. <걷다>에 실린, '유월이니까' 에는 왕릉이 언급되서 반가웠다. 왕릉 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내 마음을 들킨것 같아 놀랐다, 역사공부가 아니라, 산책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고 말할때 살짝 부끄러워서, 역사공부는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항변을 한다. 그런데 이야기 속 커플은 왕릉이몽인 듯 하다. 나 역시 무덤은 맞지만, 무덤이란 느낌을 받을 수 없어 좋지만, 무덤이라 생각할 때도 있어 좋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 그러니까 아둥바둥 살 필요도, 치고박고 싸우는 일도 하지 않으면 좋을텐데... 그러나 현실은 결코 우리를 그렇게 두지 않는다며, 누군가를 미워하고,원망한다. 왕릉이 등장한 관계로 마냥 말랑말랑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절반(만) 그랬다.
"남의 불행을 듣는 건 어찌 보면 조금 흥미롭기도 하고 때론 자신의 불행과 비교해 위안을 얻기도 하는 꽤 묘한 악취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98쪽
모호한 이야기처럼 읽혀지는 순간도 있었다. 내 이야기인듯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 처럼 흘러가는 바람에.그러나 덕분에 왕릉 다니는 그를 이해할 수도,같이 걷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닐까. 역사 공부를 위해 왕릉을 찾았던 건 아니었다. 숲길처럼 만들어진 길이 좋아 걸었다. 무덤인데, 무덤 같지 않은 공간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그러니 복잡한 내 마음도, 실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다. 산책을 목적으로 왕릉을 찾지만, 그곳에 가면 자연스럽게 역사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인간의 알량한 욕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게 된 이들의 기록은,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무덤이란 공간은 죽은자들의 공간인, 동시에 산자들에게 끝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해 주는 곳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살려고 걷는 다는 어느 여자의 절규를 읽는 순간, 나는 알았다. 살고 싶어서 오히려 죽어 있는 공간을 걷고 싶었던 건지도. 올 가을 원없이 왕릉산책 해야 겠다. 알라딘에 계속 보이는 신간 제목의 책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