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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 2 ㅣ 조선 천재 3부작 2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평점 :
추사선생 덕분(?)에 초의 스님을 만날수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조선 천재 3부작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으로 <초의>를 읽었다. 추사를 만난 덕분에, 다산을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추사,다산. 초의 순서대로 읽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초의 스님의 눈으로 추사와 다산을 볼 수 있었던 점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초의 스님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쁘다.정확하게는, 초의 스님을 그려낸 한승원작가님의 글맛에 빠졌다는 표현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초의>1에서는 초의스님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초의>2 부에서 선명하게 보였다. 온통 차향기로 가득한 이야기였다. 표지가 초록인 이유는 단지 초의라는 뜻에서(만) 비롯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며 혼자 즐거운 오독에 빠져 드는 순간도 좋았다
"차를 마시는 자는 차 따는 하층민들의 배고픔과 고달픔을 생각하고 고맙게 여겨야 한다. 차 맛은 깨달음의 맛이고 그 맛은 텅 빔의 맛이고, 그 텅 빔의 맛은 부처님 마음의 향기이자 중생들의 슬픔의 향기,가난한 마음의 향기이다"/107쪽
"차를 혼자 마시는 것은 제일 제대로 마시는 것, 그것은 깨달음의 차 마시기이고, 둘이서 마시는 것은 잘 마시는 것이고 삼사인이 함께 마시는 것은 그저 맛을 보는 정도이고 오륙 인이 마시는 것은 제대로 마신다고 할 수 없고, 칠팔 인이 둘러앉아 마시면 차를 보시하는 것이다"/110쪽
아직은 차보다 커피를 선호한다. 아마도 차를 마시려면 저와 같은 마음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게는 벽으로 자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운좋게 딱 한 번 찾았던 수종사에서 스님이 내려주시는 차를 마셔본 기억이 있다. 이후 더 차를 가까이 두지 못한 건, 오로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마셨다기 보다, 그날 수종사의 풍경소리가, 한강이 나를 미혹했기 때문이다. 수종사를 그리면서도 그곳에 감히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건..가파는 1시간 거리를 오를 자신이..없어서였는데, 올해는 기필코 수종사를 다시 찾아갈 생각이다.... 초의스님이 중생에게 다가간 방법은 다선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까닭은...? 이라고 생각하다가, 차에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생각했다. 추사에 대한 오만함을 읽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나이와 상관 없이 우정이 자리한 다산과 초의 스님의 에피소드는 부러웠다. 소설적 상상이 더해진 거라 해도. 기꺼이 그렇게 상상하고 싶었다. 추사의 '세한도'를 바라보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처음부터 마음으로 세한도를 바라보기란 쉽지 않을수 있다는 위로를 받은 기분.... 까지. 서양의 천재들이 모여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부러웠는데,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내가 모르고, 이야기로 나오지 않았을 뿐,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오만 조차, 기꺼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초의 스님. 그러나 <초의>2를 읽으면서, 내내 행복했던 건, 차향기 책 속에 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작가님 후기에서, 소설을 쓰는 내내 '즐거웠'다는 소감을 읽었다. 독자가 즐겁게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닌가 싶다. 알지 못했던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 조심스러웠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하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 차를 마시지 않아도, 다선일미 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섯 감각기관으로 사물을 느끼고 헤아리고 판단한다.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코로 냄새 맡고 피부로 감지한다.그 어느 기관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다 존귀하게 대접받아야 한다"/ 작가의 말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