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체홉의 희곡을 읽고,연극도 본다.마음이 갈때마다 단편도 찾아 읽는다. 한번에 읽어낼 수 없는 단편집이라,오히려 고마운 마음이다. 새로(?)운 단편집이 나올때마다,잠깐 구입할 것인가 망설이게 된다. 중복 되는 작품들이 많아서다. 다른 번역으로 읽는 기쁨도 있겠으나,연구자도 아닌데 하는 마음에서 도서관을 이용한다.  










지난해 겨울부터 체호프의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는 소식을 접하면서,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러시아의 문장들>에도 체홉이 등장한다. 체홉을 좋아하는 결정적인(?) 이유도 찾았다. 톨선생과 도선생의 책은 두 번 이상 읽은 것도 있고, <전쟁과 평화>도 아주 재미나게 읽었지만, 뭔가 진짜 내가 애정하는 작가인가? 라는 질문 끝에 명쾌하게 답을 할 수 가 없다.그러면에서 체홉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니었다. 단편을 읽고, 체홉의 말을 곱씹고,체홉에 관한 시선을 읽어가면서,내가 왜 좋아하는 지를 알게 되었다. 인생의 의미를 종교적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조금은 개운하지 않았고,인간의 어두운면을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도선생도 늘 불편했던 모양이다.나는 우아한(?)교양이 좋은 사람이었던 거다^^



"무신론자인 체호프의 소설과 희곡에서 신의 존재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만이 알지' '신만이 무엇을 아는지 알겠지' '신만이 누군지 알지'와 같은 표현은 신의 무한한 권능을 간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판단력과 이해의 한계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13쪽


"체호프의 단편소설에서 폭력적인 행동이 드문 이유는 명확하다.극단적인 폭력은 강력한 동기와 복잡한 설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109쪽


<체호프에 관하여>를 읽으면서,그동안 읽었던 책들과 비교하는 재미를 얻고 싶었으나, 읽은 책 보다 읽지 않은 책소개가 더 많아서..세세하게 읽을 수 없었음에도 좋았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체호프의 전체적인 성향에 대한 부분만 집중했다. 그런 가운데 읽고 싶은 책이 보였다는 건 읽으라는 뜻 아닐까. 체홉의 중편 <스텝>..그러나 어느 출판사에서 '스텝'은 보이지 않았다. 혹 다른 제목으로 출간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체호프가 약 5년간 500여 편에 달하는 단편소설을 발표한 후 비로소 작가로서 자신의 창작을 진지하게 고찰하게 된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그가 새로운 방식으로 집필한 첫 중편소설인 <스텝>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이야기의 전개는 풍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88쪽


"체호프의 독자는 10년 후 또 다른 새가 이유 없이 노래하는 그의 가장 어두운 단편소설에서 이 수수께끼의 답을 발견할 수 있다.이 작품은 "민중의 고통"을 가장 냉혹하게 묘사하며 민중이 겪는 고통뿐 아니라 그들이 자식들에게 가하는 고통까지 그려낸다"/94쪽










'스텝'이야기는 아직 만날 수 없지만 <골짜기>를 통해 상상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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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놀이는 흔히 중간의 다수자들은 제쳐 놓고 최상위와 최하위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84쪽


"사람들은 자신이 우월하다는 근거가 빈약할수록 국가나 인종,종교,혹은 자기가 지지하는 이념이나 명분에 몰두한다"/84쪽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자유란 따분하고 번거로운 부담이다"/ 85쪽










알라딘 포인트가 쌓이면 카프카의 <성>을 구입할 생각이었으나..5월은 아직 멀고(?)... 한 문장이..유혹한 책들부터 읽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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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다지도 슬픈데, 주여 바다는 너무나 파랗습니다" 일본 체류 시절 무엇에 홀리듯 나가사키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 때문이었다" /149쪽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2023년이다.나는 무엇에 홀린듯 사무라이(전혀 나와 거리가 먼 듯한 제목^^) 를 골랐고.. 읽었으며...심지어 너무 흥미롭게 읽혀 다른 작품을 연이어 읽었더랬다. <침묵>만 읽지 않았는데.. '그리고 한 문장...'에서는 <침묵>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은 이다지도 슬픈데..라는 문장을 만나기 위함이었을까...



생각해 보니까..세 권을 읽고 나서 <침묵>도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긴 하다. <사무라이> 독후감에 기록된 메모가..오늘 내게 한 문장으로 남았다고 기록해야 할 것 같다.


"인간이라는 것은 언제까지고 왜 이렇게 추하고 이기적인 것일까?"/260쪽












"에도시대 초기,소토메는 끔찍한 고난의 장소였다.가톨릭을 믿었던 사람들은 이곳에서 잔혹하게 고문당하고 처참하게 죽어갔다.그들은 바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대기를 찢는 비명에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는 신을 원망했을까?누구도 알 수 없다.엔도 슈사쿠의 대표작 <<침묵>>은 바로 이때 이야기다"/149쪽


2023년에 읽지 못했던, 아니 잊고 있었던 <<침묵>>을 읽어야겠다. 에세이와 함께 읽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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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에 대한 정리를 받고 싶어 이 책을 고르게 된 걸까.. 요즘 '작가들의 말'에 관한 책을 찾아 읽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한 문장이 남았다>까지 왔을 뿐인데...책에 대한 이야기 보다, 우리나라 '보수'에 대한 생각을 읽으며,울컥 했다. 시인은 보수의 품격이 오는 날에 대해, 요원하다 생각했는데.나는 탄핵의 시간이,보수와 우익으로 정리가 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진정한 보수의 품격을 경험하지 못했으니까...


한국에서 보수는 때 묻은 단어다. 의무를 저버린 채 사익을 추구한 세력,지역 감정을 조장하고 개발에 따른 부와 기회를 독점한 세력,인권 탄압에 가담한 세력,이들이 보수라는 브랜드를 걸치면서 한국에서 제대로 된보수와 진보의 대결은 태어나지도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 대결이 없으니 진보 역시 수구화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한국에서 보수의 품격과 진보의 참신함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요원한 일이다/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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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첫 장면에서 벽에 총이 걸려 있다면 마지막에는 반드시 발사돼야 한다"/149쪽 '반드시'라는 표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재미나게 보았던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에는 반복적으로 체홉의 희곡 '바냐 외삼촌'이 나온다. 오마주처럼...체홉의 저 말이 힌트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무튼 다음부터 체홉의 작품을 연극으로 볼 기회가 오면,유심이 지켜봐야 겠다.^^


그리고 톨선생과 도선생과 체홉에 대한 시선에 공감할 수 있어 반가웠다. 집착에 가까웠던 '교양'이라고 해도 왠지 수긍하고 싶어지는 마음^^

체호프의 희곡에서는 무대 위의 모든 물건이 극의 내용에 중요한 역활을 하며 관객이 극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로 존재한다.연극의 첫 장면에서 책상 위에 꽃병이 놓여 있다면 언젠가는 그 꽃병이 반드시 중요한 역활을 하게 된다(...)/149쪽

체호프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 보면 ‘교양‘이라는 주제에 대해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깊이 고민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그는 유럽식 교양과 러시아식 교양을 비교하거나 교양이란 무엇인지 고민했다/153쪽

체호프는 지금도 러시아에서 ‘우아하고 세련된 작가‘로 인식된다.그는 완벽함을 추구하고 교양을 강조하면서도 유럽의 세련됨과 러시아의 독특함을 아름답게 묘사했다고 평가받는다.이는 인생의 의미와 종교적 문제를 탐구한 톨스토이,인간의 어두운 면과 사악한 마음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도스토옙스키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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