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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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의 <변신>은 여러 번 읽었다. 혹자는 가볍지 않은 소설을 여러 번 읽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읽을 때마다 다른 시선이 보이는 것이 놀라워.포기할 수..가 없었고 <변신>은 여러 번 읽기의 재미를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게 만든 고전이되었다. 오히려 변신해서 행복해진 그레고르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레고르는 바이올린 소리에 마음이 끌려 겁도 없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더니 어느새 머리를 거실 쪽으로 내밀고 있었다.그는 최근에 다른 사람들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았는데다 자신의 그런 행동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남들에 대한 배려와 조심성을 자랑으로 여겼던 그였다.(...)"/104쪽



처음 부터 그레고르가 변신(?)하게 된 상황을 즐긴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당연하게도) 아들 덕분에 살았던 가족구성원이 그를 진짜 벌레 취급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 번 읽던 어느 순간..그가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유난히 크게 보였다.<변신>에 대한 마지막 느낌은,그레고르가 꼭 불쌍한 존재만은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에게 어떤식으로든 휴식을 주고 싶었다고 믿고 싶었다.(변신하고 싶은 순간들..)그것이 오독일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변신'이란 단어는 얼마나 강력한 것이 되었는지 <코뿔소>를 읽는 순간 카프카의 <변신>이 다시 소환되고 말았다. 변신하게 된 이유는 달랐지만,비교해 보고 싶었다..해서 이번에는 문동에서 나온 그림버전으로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레고르 가족 모두가 안타까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고...어떤식으로든 변신하게 된 이들이 보였다. 




"내쫓아야 해요!" 여동생이 소리쳤다."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아버지. 저것이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왔다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114쪽


처음에는  그레고르만 보였다.다음에는 그와 아버지의 관계가 보였던 것 같다. 그런데..이번에는 그녀의 여동생이 크게 보였다. 동생이 저렇게 매몰차게 말했던가..기억나지 않는다.앞서 읽을 때도 저와 같은 기분을 느꼈을수도 있겠지만..무튼 그녀가 오빠를 향한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은 앞으로 그녀 역시 코뿔소처럼 또 다른 모습의 괴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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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러 가는 길... 비툴거리며 남자가 걸어간다. 작정하고 누군가랑 부딪쳐도 상관 없는 것처럼... 뒤에서 조마조마 걸어가고 있었는데, 어느 행인과 부딪치고는 고래고래..소리 지르는 상황을 목격(?)하며 살짝 무서웠다...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보러 가는 길이어서 더 무섭게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악..을 계속 악인으로 오독하고 있었으니까..





외젠 이오네스코의 <코뿔소>를 읽으면서도 유난히 '악'에 시선이 들어온 것도 어쩌면..악과 악인을 혼동해서는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뒤다르가 악에 대해 언급한 두 번의 대사가 영화 보는 내내 생각났다. "(...)우리가무엇이 악이고 선인지 알기나 하나?그건 분명 편견에 불과해(...)"/143쪽 "(...)난 자연적인 것에 진정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네.모든 걸 나쁘게만 보는 사람은 불행하지.그게 바로 뭐든 따지는 사람의 속성 아닌가"/149쪽


영화가 주는 제목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는 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상상을 했고..마음을 내려 놓는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 감독의 앞선 작품들은 모두 좋았지만...이번 영화의 앤딩은 솔직히 버거웠다.. 너무 심한 은유가 아닌가 싶어서..꼭 그렇게까지..라고 묻고 싶었던 건 내 속에 욕망이. 착한 욕망도 있다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든 순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 속에 감춰진 말은 '자연'이었던 걸까 생각했다.국내에 수많은 캠핑장과 글램핑장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자연은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래서 충격적이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대한 명제가,지나친 과장법은 아닐까 생각했지만,악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그래도 앤딩은 버거웠다..기사에서 본 것처럼 '벼락같은 앤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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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었던  <순이삼촌>을 마침내 읽었다.장편인 줄 알았던 '순이삼촌'은 25쪽 정도 분량의 짧은 단편이였다.도저히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아픔의 역사를 마주했다.그리고 부끄러웠다.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일어난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제주4.3을 묻는 너에게>는 '순이삼촌'을 읽은 덕분에 읽게 되였다.그리고 '무명천 할머니'의 사진을 마주했다. "2004년 가을날 평생 무명천으로 턱을 가리고 살았던 한 할머니의 죽음이 알려졌고 그녀의 사진 한 장이 수많은 사람들을 울렸다.1949년 1월 그의 고향 판포리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턱이 날아가 버린 여인.그날 이후 '무명천 할머니'가 되었던 서른다섯 살의 여인,진아영 할머니.홀로 선인장 마을 월령리에 살던 그녀는 90세까지 수시로 링거에 의지해야 했다.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살던 그녀는 끝내는 이시돌양로원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212쪽... 제주 4.3은 여전히 진행중인 역사라 했다.가해자들에 대한 처벌과 사과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무명천 할머니처럼 4.3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그 증거일게다.<제주4.3을 묻는 너에게>를 읽으면서 만났던 '무명천 할머니'에 관한 그림책이 출간 되였다고 해서 궁금했다.

 

'무명천 할머니'의 사진이 발견되었다는 것도,쓸쓸한 죽음도,평생을 고통 속에 살았던 시간도,지금에서야 알았다.그런데 긴 세월 고통으로 보냈을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어쩜 이리도 간결하게 정리가 되는 걸까? <제주4.3을 묻는 너에게>에서 만났던 무명천을 두른 할머니의 사진 한장.그 깊은 사연을<무명천 할머니> 통해 만나고 싶었다.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에 대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걸까?  할머니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사진 한장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지 않던가? 고통의 시간을 구구절절 말하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그래서였을까,그림책으로 만난 할머니의 모습에서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보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어쩌면 그림 속에서라도 치료가 되고 있는 모습으로 믿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그런데 4.3의 후유증은 단순히 육체적인 고통만 있었던 것이 아니여서 더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거다.지나가는 경찰만 보아도 몸을 움추려야 하고,빨갱이 소리 들을까 두려워 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은 자살과 환청의 트라우마 속에서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여전히 제주4.3을 폭동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할머니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아프지만 역사의 중요한 증거자료 역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할머니가 살아온 역사는 온전히 개인이 겪어온 고통의 역사라 말할수 없으니까 말이다. 할머니의 역사는 제주 4.3의 역사이기기도 한거다. <무명천할머니>를 읽고 싶었던 건 할머니에 대해,제주 4.3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는데,읽다 보니 제주4.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4월이 왔다. <순이삼촌>을 다시 읽어 보려다가, 오래전 리뷰로 남겼던<무명천 할머니>를 꺼내 보게 되었다. 제주 4.3을 마주한 시간들이 보였다. 재판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뉴스.내년에는 부디 저와 같은 뉴스와 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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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성의 문제죠!" 이렇게 말하며 미스 챈설러는 의자에서 일어섰는데(....)"/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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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의 이해가 빠지게 되면 그 계획은 즉시 생명력을 잃고 삶을 멈추게 될 겁니다. 사람들은 공동의 이해가 있어야 서로를 만나고 서로에 대해 심지어 성미나 말투까지도 알아가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찾기 마련이거든요.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해야 하며 그러면 서로를 더 좋아하게 될 거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692쪽

 

조금은 건조한 제목이라 생각했다. 소설에 대한 시대상을 어느 정도 알고 읽게 되었기 때문에, 영국의 북부와 남부의 차이에 대한 시선을 통해 교집합을 끌어낼 거란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흥미롭게 읽혀졌다.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있기도 했다. (놀랍게도, 장미엽서를 챙겨 나간 순간..내내 장미가 언급되었고, 소음소리로 인해 여러 생각을 하는 순간 소음이 언급되었다. 더 놀라게 된 건, 마거릿이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 그 순간..엄마의 기일이였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기분.. 훗날 스토리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도, 장미와 소음과 엄마..에 대해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잘 읽혀진 거에 비하면 내용은 무거웠다. 저 과거에 씌어진 소설이란 생각도 들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여전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상황은 다르겠지만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들이 오버랩된 탓인 것 같다. 마거릿이란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분투기일거라 생각했으나...그 이상이었다. 마거릿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 듯 하면서 드러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북쪽에 사는 이들은, 남쪽에 사는 이들의 삶을 모른다. 그건 남쪽에 사는 이들이 북쪽에 사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갈등은 '이해' 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왜 실천 하기는 어려운 걸까... 영원히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는 남녀의 사랑이 그렇고, 노사의 갈등이 그렇다. 인간대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이 왜 어려울까..소설 도입에서 손턴이란 인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가 하는 고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인간대 인간으로..가는 여정이 쉽지 않은 이유를 그는 사업이 실패하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공동의 이해' 최근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을 넘어 숨이 막힐 지경인데... 공동의 이해에 대한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북과 남>>을 읽으면서 마거릿의 로맨스와 영국의 격동기를 마주할 거란 기대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고전이 놀라운 건 과거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시대상이 촌스럽다는 느낌보다 당시의 시대를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줄거리 자체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심플하다. (줄거리가 복잡하지 않다는 느낌...) 그런데 2년도 안되는 시간동안  헤일가의 이야기에서...작가는 공동의 이해가 필요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녹여주고 있다는 기분을 갖게 했다. 해서 앞서 읽어 보려 했던 <고딕이야기>와 <크랜포드>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북부인의 타고난 힘을 연상했다는(...)"/29쪽.. 을 읽다가 <북과남>이 생각났는데..무대가 달랐다.(영국과 미국) 무튼 서로 다름에 대한 소재로남과 북..은 좋은 소재임에 분명해 보인다. <북과남>을 읽고 나서 읽으려했던 <고딕이야기>도 아직 읽지 못했는데....<보스턴 사람들>을 읽고 나면 다시 <북과남>을 읽게 되지 않을까..두 책 모두 페이지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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