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이시봉...' 을 읽던 어느 순간 부터 '개'를 주인공으로 삼은 책들을 더 찾아 읽어봐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 말미에, 작가에게 영감준 목록을 살피다가, 로맹가리 <흰 개>를 나도 퍽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마음산책에서 출간된 로맹 가리 시리즈를 읽고 있다. 인종주의자에 관한 이야기라는 데 제목은 '흰 개'라니 궁금할 수 밖에.게다가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씌여진 탓에 소설이라기 보다 르포 같은 느낌마저 든다.소설의 배경은 1968년.미국은 베트남 반전 시위가 한창이었고,루터 킹 목사의 암살로 인한 인종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그런데 작가는 여기서 파리의68혁명의 혼란스러운 시기까지 담고 있다.그야말로 정신을 바싹(?)차리고 읽어야만 할 것 같다.그런데 조금 읽다 보면 다른 나라의 역사까지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지게 내 나라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이 오버랩된다.그리고 그때마다 "내가 당신이고,당신이 나죠." 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때로는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너무 염세적이군.혹은 자기 연민이 너무 깊은 거잖아.라는 원망을 퍼붓고도 싶었다.그러나 작가는 읽는 독자들이 어떤 느낌을 받으며 당신의 책을 대할지 예견 했을지도 모르겠다.도저히 해답이 없을 것만 같은 문제들의 연속이다.흑인문제 만큼은 소설로 남기지 않겠다던 작가의 고집을 꺽고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것은 '흰 개' 덕분(?)이었다.오래된 습관은 너무 깊이 각인된다는 사실! 흰 개를 어떻게든 훈육 시키던 작가의 박애주의는 키스라는 흑인조련사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진다.검은 개로.


소설은 비단 흑인문제만을 다루지 않는다.인종주의 그리고 수많은 지배자와 피지배자간의 불균형한 사건들을 다룬다.그런데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왜 답은 없는 걸까? 살짝 흘러가듯 '대조의 조화'를 언급하지만 역시나 여전히 소원한 문제인 것 같다.억압을 받았던 이들은 새로운 방식으로의 승리를 찾기 보다는 꼭같은 방식으로 대적해야 한다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

흑인을 물도록 훈련된 '흰 개' 한마리로 인해 미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혹은 전 세계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접근하는 작가의 소설 방식이 놀라웠다.지나치게 냉소적인 듯 하기도 하고,읽는 독자들을 숨막히게 만든 것이 원망스럽긴 하지만,수많은 갈등이 되는 문제들에 대한 '흔들어 주기'로서의 역활은 충분히 해 준 듯 해서....



마음산책 로맹가리 시리즈를 읽은 것이 2014년. 예전 리뷰를 이렇게 복기하는 것도 재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롯이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목과,독후감으로,<흰 개>가 어떤 이야기였을지 가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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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두근거리던 시간을 되찾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먼 곳에 사는 모르는 사람에게 답장부터 쓰는 이 이상한 상황이 제 인생에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세상엔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물이 되는 일도 있더군요.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72쪽










방송을 들을때도 분명 멋진 상황이라 생각하며 들었을게 분명(?) 하겠으나,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반가웠던 건,콕 찍어 프루스트의 소설 제목이 떠올라서일게다. 그때도 프루스트를 생각했을 지..모르겠으나, 무튼 모르는 이에게 저와 같은 엽서를 받는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영화 러브레터 속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서 피식 웃음이 났다. 잘못 전달된 편지를 통해,또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걸까...하고.

방송에 귀기울이며,책으로 나왔으면 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울컥해지기도 하고...정말 어디선가, 누군가의 진짜 사연일것 만 같은... 그래서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분노와 포도에 관한 이야기가 그랬다. 


"내 안에 없는 것은 나를 분노하게 만들지 않아 누구한테 화가 나거나 누군가가 유난히 싫다면 그건 내가 갖지 못한 걸 그 사람이 가졌기 때문일 때가 많아. 그런 것이 티눈처럼 마음에 박혀 있는 거지"/222쪽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하려면 무릎을 잘 굽혀줘야 합니다. 지금부터 며칠은 일부러 포도밭에 물을 주지 않는데 그건 포도가 가뭄을 견딜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조금씩 받고견디면서 포도는 오히려 더 달콤한 열매를 만들거든요"/292~293쪽


지금 한창 포도철이라 맛나게 먹고 있다. 그것도 강화도포도를..직접 재배한 포도라서 믿음도 가지만, 그 노동을 알기에 비싸다고 차마 가격 흥정을 할 수가 없다.가뭄을 견뎌낸 포도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감동적이었다. 내가 지금 먹는 포도의 그 달콤함에, 포도 스스로 견뎌낸 스트레스가 담겨 있을 줄이야...











이 글을 읽으면서 '분노'와 '포도'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건..내 무의식에 스타인벡 소설이 자리하고 있어서였나..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한 번 정도 읽은 줄 알았던 소설은 이미 두 번이나 읽었다는 사실은 충격 아닌 충격... 읽을 당시에는 포도농사와 가뭄을 깊게 연결해서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콕 찍어 '포도'라는 제목을 정한 이유에는 포도의 특성이 있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만간 <분노의 포도>를 다시 읽게 될 것 같은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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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어리석은 희망을 품고 산다. 희망,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희망이라는 단어에 기대어 불면의 밤을 지새웠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희망에 눈이 멀어 자기 자신을 속이고 과시했던가! 개들은 보이지 않는 희망애 들뜨지 않는다.(....)인간의 희망은 대부분 상대와 관계없이 상대를 신경쓰지 않은 채 자기 내부의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그래서 그 희망이 좌절되었을 땐 상대를 아예 파멸로 몰고 가는 경우도 생긴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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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모양에 가까운 윤기 흐르는 검은 코와 수직으로 곧게 뻗은 앞다리 순백의 털과 30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체고, 척추와 조화를 이루며 우아한 커브를 그리고 있는 꼬리까지.고야가 그린 베로는 완벽에 가까은 후에스카르 계열 비숑프리제의 모습이다. 당당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굴욕을 견디고 있는 듯한 표정(...)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분명 알바 공작부인인데, 더 사실적이고 기품이 흐르며 내면이 드러나는 쪽은 베로다(..)"/83쪽










고야 그림을 볼 때만이 아니라, 그림 속 동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궁금했다. 명랑한 이시봉...덕분(?)에 고야의 그림 속 동물이,비숑이란 사실과 이름까지..무엇보다 알바 공작부인과 베로에 대한 히스토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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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기는 어렵다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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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죽은 등산가의 호텔>을 재미나게 읽으면서, <신이 되기는 어렵다>와 <저주 받은 도시>를 함께 구입했던 모양이다. 재미나게 읽었다는 기억과는 별개로 죽은...을 구입했던 이유도 리뷰를 찾아보고 나서야 알았으니.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죽은 등산...가 만큼 술술 넘어가지 않았다. 긴장감도 조금은 덜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블랙 유머와 마주하는 순간의 기쁨은 짜릿했다. 제목 그대로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당연한 명제를 받아들이면서도,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는 어째서 궁금해졌던 걸까. 인간이 신이..될 수 없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데 어느 순간, 인간이 신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수만가지나 보였고, 그보다, 인간사람이 되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가..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의 본질은," 부다흐가 천천히 음식을 씹으며 말했다. "모든 것에 적응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오. 인간이 참아내지 못할 것은 자연에 없소.말도, 개도, 쥐도 이런 성질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 분명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인간들이 어떠한 시련을 겪을지 알고 큰 힘과 인내심을 비축해 준 거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참고 적응하는 습관이 인간을 말 못 하는 가축으로 바꾸기도 하오. 이런 자들을 생체 구저 말고는 짐승과 다를바 없을뿐더러 심지어 더 무력하기까지 하오.매일 새날이 밝으면 악과 폭력에 대한 새로운 공포가 생겨나고..."'293쪽



역사를 책으로 이해하는 것과, 현실에서 체험하는 것에 얼마나 큰 온도차가 있는지 지난해 알았다.한나라의 우두머리를 인간동물이 아닌 그냥 동물로 비유해야 하는 것은 참담함이다. 그런데 우두머리가 사람동물이 아니라면, 국민들 또한 다를수 없음이다. 악과 폭력에 공포로 움츠러 둘 수 밖에.. 그러나 다행이 이성이 작동하는 사람인간이 있어, 아니 신이 인간에게 주신(?) 선한 영향력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동물의 왕국이 될 뻔한 나라는 다시 인간사람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신이 되기는 불가능하지만, 인간사람이 되기는 불가능하지 않으니까...


"어떤 국가도 과학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이웃나라에 점령될 것이다. 예술과 민중 문화가 없다면 국가는 자기비판 능력을 잃고 그릇된 경향들을 부추길 것이다. 매분 매초 위선자들과 인간 말종들을 낳을 것이다(...) 권력을 사랑하는 멍청하고 무식한 자들이 그토록 증오하던 모든 것에 길을 열 수 밖에 없을 것이다(...)"/212쪽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내가 온전히 이해하며 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이 되긴 불가능 하지만, 인간이 되는 것도 녹록지 않다는 건 알겠다. 그 이유가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고, 한없이 우울하지만은 않았던 건, 인간이 되는 길은 우리의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sf 이야기를 너무 사실적 시선으로 읽은건 아닌가 싶다. 그러나  sf의 미덕이 애초에 거기에 있는 거라 믿고 싶은 1인이라, 무사히(?) 읽기를 끝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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