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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참새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인이라 지목된 그가, 범인이 아닐거란 확신(?)으로 시작하는 신기한 추리소설. 모두가 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늘 전제가 되어야 하고, 그가 범인이 절대(?)아닐 걸란 단정은 추리소설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원칙 아닌 원칙일텐데.. <성소의 참새>는 범인으로 처음 지목된 그가 범인이 아닐거라..확신하게 된다.의심조차 가질 않는다. 보여지는 것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이 되어서야 무릎을 치게 된다. 그러니까 이 시리즈가 긴 시간 운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뭔가 엉성한 듯한 구성인데,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범인일것 같은 사람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리고 한 사람은 죽임을 당한다. 이즈음 의심 가게 되는 인물은,당연히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 가운데 살아남은 인물이라 생각하겠지만, 반전이 일어난다.
사실 놀랍지..않다. 탐욕의 끝에 해피앤딩은 있을 수 없다. 특히 가족을 둘러싼 탐욕은 더욱더 그렇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남도 아닌 가족끼리 서로 나누며 살면 좋을텐데, 많은 걸 가진자는, 오로지 자신만 소유하고 싶은 어떤 열망이 있는 모양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예외가 없다는 사실...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막장이란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살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수재나에게 연민이 들었다.그럼에도 괴물이 되어 버린 모습을 용서하기도 쉽지 않다는 딜레마가 있다.그녀를 괴물로 만들어버린 건 탐욕의 끝판왕이었던 할머니와 아버지라는 환경이 분명 작용했으니까 말이다.같은 죽음(?)이라도 페치의 죽음과 수재나의 죽음을 달리 보게 되는 것도 그렇고.무튼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입장에서 저항할 수 방법이 폭력적 수단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참담하다.그러나 이것 역시 수재나의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폭력이 되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사랑을 위해 하녀의 목숨에 대해 쉬이 말하는 걸 보면.... 물론 할머니가 그녀를 괴물로 만들지 않을수 있었던 시간은 충분했다...
"월터 아우리파버는 되찾은 보화를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일행을 뒤따라왔다.그는 얻은 것과 잃은 것 사이에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딸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수제나는 그의 물건을 도둑질했고 마지막 순간에는 그를 모욕했다.(..)어찌 됐건 그는 이 모든 심적 갈등을 해소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갈 것이었다"/345~346쪽
시리즈7까지 오면서(시리즈9편은 이미 읽었지만) 세세한 줄거리는 다 기억할 수 없지만, 캐드펠 수사 만큼 머릿속에 각인된 인물이 한 명(어쩌면 두 명) 있는데..그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종교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았다..사람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일까....수재나의 아버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