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강의가 없었지만 개학이고 개강이어서 마음도 분주하고 몸도 분주하다(책상 주위로 강의준비차 주문한 책들이 쌓여 가고 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로쟈의 러시아문학클럽' 시즌1도 이번주와 다음주까지 두 차례 강의를 남겨놓고 있는데(체호프의 희곡을 읽는다) 내달부터는 시즌2로 '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 강좌를 4월 16일부터 6월 4일까지 8주간 매주 화요일 저녁 7:30-9:30에 진행한다(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8&tolclass=0002&lessclass=0003&subj=F91327&gryear=2013&subjseq=0001&booking=). 강의 소개대로 평소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분이라면 이번 기회에 같이 읽어나가셔도 좋겠다. 일정은 아래와 같다.

러시아 문학 여행의 두번째 여정에서 만날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입니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이지만, 그들의 방대한 작품 세계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톨스토이의 '부활' 등 그들의 대표작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 '분신' '크로이체르 소나타' 등 조금은 낯선 작품들도 함께 읽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작품의 진면목을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로쟈의 러시아문학 클럽 : 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

 

1강: 4월 16일_ 도스토예프스키, <가난한 사람들>

 

 

2강: 4월 23일_ 도스토예프스키, <분신>과 <지하로부터의 수기>

 

 

3강: 4월 30일_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4강: 5월 7일_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5강: 5월 14일_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6강: 5월 21일_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7강: 5월 28일_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8강: 6월 4일_ 톨스토이, <부활>

 

 

13.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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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봄날이라 햇빛도 더 환해진 듯한 느낌인데, 오늘 같은 날은 무얼 해도 '새봄맞이'가 되겠다. 새봄맞이 '이주의 책'을 고른다. 이번주 타이틀은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현암사, 2013)에서 가져왔다. 저자가 '소행주, 박종숙'이라고 돼 있는데, '소행주'는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 만들기'의 줄임말로 코하우징 주택 건축 시행사다. "일명 ‘성미산마을’에서, 개인이 감당하던 도시 주거 문제를 여럿이 함께 해결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아홉 가구가 코하우징 주택 ‘소행주 1호’(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소재)를 짓고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건축, 인테리어 관련서가 붐을 이루고 있다는 데 얼마전에 나온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서해문집, 2013)과 함께 확 눈길을 끄는 책이다.

 

 

두번째 책은 이주여성인권포럼에서 펴낸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오월의봄, 2013). '공존을 위한 다문화'가 부제. "이주인권 현장 활동가, 학자, 변호사들이 이론과 현장, 법과 제도를 횡단하며 엮은 공존을 위한 다문화 지침서"다. 세번째 책은 루이스 폭스크로프트의 <칼로리 앤 코르셋>(도서출판 삼화, 2013). '다이어트, 2000년의 역사'가 부제다. 봄날 살찌는 소리가 들린다는 분들은 흥미롭게 읽어볼 만하다.

 

 

네번째 책은 문학평론가이자 청소년인문학 멘토 정여울의 <마음의 서재>(천년의상상, 2013). '나만의 도서관을 향한 인문학 프로젝트'를 부제로 걸었다. "연인의 프러포즈 반지를 고르는 마음으로 책을 고른다면, 책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어엿한 ‘셀프’ 인문학 강좌다. 명문대학 필독서 목록에도, 유명인사의 서재 컬렉션에도 기죽을 필요 없다. 하버드대학교 추천도서 목록 등을 주섬주섬 뒤지다가 번뜩 깨달았다. 이렇게 평생 ‘타인의 목록’만 넘보다가는, 결코 나만의 ‘마음속 서재’를 만들 수 없겠구나."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그리고 다섯번째 책은 철학자들의 그림 이야기,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알렙, 2013)이다. 이 '철학과 미술의 회합'은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상상마당 강연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철학도 좋아하고 미술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제대로 꽂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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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소행주.박종숙 지음 / 현암사 / 2013년 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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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 공존을 위한 다문화
이주여성인권포럼 지음 / 오월의봄 / 2013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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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앤 코르셋- 다이어트, 2000년의 역사
루이스 폭스크로프트 지음, 차윤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3년 3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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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음의 서재- 나만의 도서관을 향한 인문학 프로젝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3년 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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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의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오랜만에 쓰게 된 연재인데, 어떤 주제를 고를까 고심하다가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화식(요리) 가설'을 글감으로 삼았다. 자연스레 관련서 몇 권에 대해 적었다.

 

 

 

한겨레(13. 03. 02) 요리와 인류의 진화 역사

 

우리는 저마다 다양한 식성을 갖고 있지만 인간이란 종은 잡식동물이다. 처음부터 온갖 것을 다 먹지는 않았다. 주로 식물성 음식을 섭취한 호미닌(사람족)이 등장한 게 250만년 전이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서 주로 식물성 음식을 섭취했지만 동물성 음식도 상당량 섭취한 현생인류는 1만5000년 전에 나타났다. 고고인류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약 250만년 전에서 200만년 전 사이 어느 시점에 인간의 조상은 초식동물에서 잡식동물로 변화했다. 중요한 것은 호미닌의 육류 섭취량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과 두뇌 크기가 커지기 시작한 시점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인간을 다른 영장류와 구별해주는 것이 큰 두뇌와 그 기능이라면 고기 섭취는 인간과 유인원을 구분해주는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다.

인간을 ‘생각하는 잡식동물’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한 존 앨런의 <미각의 지배>(미디어월, 2013)에 나오는 내용이다. 문제는 두뇌가 굉장히 많은 신체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의 조상은 고칼로리 식단이 필요했다. 고칼로리 식물성 음식과 함께 육류 섭취량을 늘리는 게 진화에 유리했다. 이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불의 사용이다. “불을 사용한 조리 덕분에 인류의 조상은 고기뿐 아니라 칼로리가 높지만 소화하기 힘든 식물성 음식도 잘 소화하게 되었다.”

이 정도만 읽어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책이 있다. 리처드 랭엄의 <요리 본능>(사이언스북스, 2011)이다. 지은이는 ‘불로 요리하기’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불에 익히면 음식이 더 안전해지고 맛이 더 좋아지며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늘어난다. 불의 사용이 고기 섭취를 용이하게 했고 소장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두뇌 크기의 비약적인 증가를 가능하게 했다. 인간을 ‘불로 요리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하는 게 과장이 아니고,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를 ‘인간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도 일리가 있다.

화식(火食)의 중요성은 생식주의자들에 대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생식주의자란 식단의 100퍼센트를 익히지 않은 상태로 섭취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여성은 체질량 지수가 낮아지고 생리가 중단되거나 불순해진다. 원시 채집경제에서 여성도 많은 육체노동을 감당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생식주의는 진화의 역사에서 결코 성공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우리의 몸이 화식과 잡식에 적응해온 이유다.

매우 유익한 시각과 정보를 제공해주지만 <요리 본능>은 마무리가 아쉬운 책이다. 주석을 옮겨놓으면서도 정작 참고문헌은 빼놓았기 때문이다. 잘 요리된 만찬에 디저트가 빠졌다고 할까. 가령 인류의 진화에 대해서 ‘클라인(Klein) 1999’를 참고하라는 식인데, 이건 클라인이 1999년에 낸 책이라는 뜻이지만 참고문헌이 안 붙어 있으니 무슨 제목의 책인지 알 수가 없다. 참고문헌이 불필요한 독자를 위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으나 교양과학서로 분류되는 책이라는 걸 고려하면 유감스러운 판단이다. 덧붙이자면 최근에 나온 리어 키스의 <채식의 배신>(부키, 2013)에는 아예 주석과 참고문헌이 통째로 빠져 있다. 지은이가 채식주의에서 이탈한 것이 윤리의식이나 참여 여부가 아니라 ‘정보력’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책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은 아이러니다.

 

13. 03. 01.

 

 

P.S. 교양과학서를 읽을 때 눈여겨 보는 것 중의 하나는 각주(미주)와 참고문헌을 제대로 싣고 있느냐는 점이다. 분량 때문에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매우 '반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정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e-북으로라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은 어찌할 수 없어서 <요리 본능>은 원서를 구했고, <채식의 배신>은 원서를 주문해놓은 상태다. 오늘 오전에 확인해보니 <미각의 지배>를 읽다가 언급되길래 구입한 <구석기 다이어트>(황금물고기, 2012)에도 주와 참고문헌이 몽땅 빠져 있다. 이런 '배려'에 불만을 가진 독자도 있다는 걸 출판사에서는 고려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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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출간도서로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책 가운데 하나는 체호프의 <안톤 체호프 사할린섬>(동북아역사재단, 2013)이다. 체호프의 책이란 걸 명시하기 위해서 제목이 그렇게 된 모양인데, 제목은 그냥 <사할린섬>이고 영어본의 제목도 그렇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일본에서는 절판됐던 책이 재출간돼 화제가 됐었다. 물론 우리에겐 이번에 나온 게 초역본이다. 이 인류학적 '보고서'에 대해서는 예전에 체호프에 관한 글을 쓰면서 언급한 대목이 있어서 다시 옮겨놓는다.   

 

  

체호프의 전기나 연보를 유심히 읽어본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것이 1890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서른에 감행한 사할린 여행이다. 알다시피, 체호프는 순전히 생계의 방편으로 모스크바대학 의학부 학생시절에 유머 단편들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이 시기에는 ‘체혼테’ 등의 필명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어느덧 10년, 체호프는 자신의 삶과 작가생활에 있어서 어떤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를 타개/돌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것이 사할린 여행이었다.

 

 

시베리아 철도가 개설되기 이전이라 사할린 섬으로의 여행은 마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해야 하는 고난의 여정이었다. 체호프는 1890년 4월에 길을 떠나 7월에 사할린 섬에 도착하고 3개월간 체류하면서 당시 유형지였던 사할린 섬의 실태를 조사하고 주민들 혹은 죄수들과 일일이 만나 면접카드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이때 작성한 카드만 8,000장 이상이었다). 그리고는 바닷길을 통해 다시 모스크바에 돌아온 것이 그해 12월이었다. 이 여행 이후에 그는 <시베리아 여행>(1890)이란 기행문과 <사할린 섬>(1895)이라는 아주 ‘객관적인’ 보고서를 발표하며, 문학사가들은 이 여행을 통해서 사회적 현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보다 넓어지고 깊어진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사할린 여행 이후의 체호프를 ‘중기 체호프’로 분류해도 좋으며(‘후기 체호프’는 <갈매기> 이후 드라마 작가로서의 체홉이다), 이 중기의 체호프는 ‘코믹’과 ‘우수’의 작가 ‘체혼테’와는 연속적이면서도 좀 다른 체호프이다. 즉, 그의 코믹과 우수는 저울추를 단 것처럼 다소 무거워진 코믹과 우수가 되었다(그걸 비극과 비애라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한 시골 자선병원의 의사가 자신의 생활에 환멸을 느끼던 차에 정신병동에서 유일하게 총명한 청년을 만나 자주 대화를 나누다가 미친 걸로 간주되어 감금되고 결국은 맞아 죽은 이야기를 그린 <6호실>과 자신을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보호/방어하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허무한 죽음을 맞은 시골학교 교사를 그린 <상자 속의 사나이>는 이러한 중기 체호프의 대표작들이다...

 

13. 0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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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내 머리가 무거웠는데, 저녁 무렵이 돼 다소 나아졌다. 저녁을 먹기 전에 곶감을 간식 삼아 먹으며 '3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 보니 겨울옷을 입기엔 포근하고, 봄옷을 입기엔 쌀쌀한 날씨였다. 날씨도 갑자기 봄에 적응하는 건 좀 멋쩍어서 그런 것일까. 그래도 겨울-나무에서 봄-나무에로의 이동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진행될 터이다. 봄에 읽을 책이라고 하니 발걸음이 왠지 가볍다. 아니 자판을 두드리는 손놀림이 가벼워진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오랜만에 외국문학이다. D. H. 로런스의 단편집 <패니와 애니>(창비, 2013). '로런스'는 '로렌스'의 창비식 표기다. 장편소설이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돼 여럿 번역돼 있지만(<사랑에 빠진 여인들>이 아직 빠져 있다) 대표 단편집은 드문 편인데, 과거 백낙청 교수가 옮긴 <목사의 딸들>(창비, 2001)에 황정아 교수가 세 편을 더 옮겨서 얹은 것이 <패니와 애니>다. "로런스는 탄광촌의 노동 계급 출신답게 정통적 사실주의에 입각해 계급의식을 문제 삼지만, 날것 그대로의 사회적 계급 갈등이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의식 저층까지 파고든 근원적 한계로서 타자와의 갈등을 더 중시한다"고 김미현 교수는 평했다.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탄탄한 솜씨를 감상해볼 수 있을 듯하다. 창비 세계문학으로는 중국작가 라오서의 <마씨부자>(창비, 2013)와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대표작 <미하엘 콜하스>(창비, 2013)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더 나왔다. 클라이스트의 작품은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미하헬 콜하스>는 세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마침 좋은 기회다.

 

 

로런스의 단편집 얘기가 나온 김에 20세기 영문학 대표시인 중의 한 사람인 W. B 예이츠의 책도 골라본다. 시집이 아니라 산문집 <비전>(시공사, 2013)가 이번에 나왔다. <환상록>(누멘, 2011)이라고 한번 나왔던 책. 신비주의자 예이츠의 모습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책이라고. 나른한 봄날 봄기운에 취한 듯한 듯할 때 읽어봄직하다. 예이츠의 책들은 한동안 뜸하다가 근년에 다시 나오고 있는데, 한국예이츠학회에서는 <예이츠 시 전집>(동인, 2011)도 펴냈다. 이창배 교수의 <예이츠 시의 이해>(문학과지성사, 1997)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관심을 갖게 된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책은 서규석의 <잊혀진 문명 참파>(리북, 2013)다. '잊혀진 문명'이 맞는 게 나도 첨 들어본다. 소개를 보니 "참파왕국은 192년부터 1832년까지 현재의 베트남 중남부에서 존재했던 참족(Chams)의 왕국이었다. 참파왕국은 일찍이 인도의 힌두문화를 받아들여 앙코르 왕조와 100년 전쟁을 치룬 강성했던 왕국으로 동남아 대표적 힌두문명을 찬란하게 꽃피운 국가였다. 하지만 중국에 밀려 남으로 세력을 펼치던 베트남인들과 오랜 생존을 건 전쟁을 이어오다 1471년의 결정적 패배를 기점으로 베트남에 흡수되고 점차 소수민족으로 전락하여 이제 정글 속의 유적으로 옛 영화를 기억하고 있는 잊혀진 왕국이 되었다." 그 참파 왕국에 대한 첫 탐구서. 저자는 고대 동남아 문명에 대한 책을 연속으로 내고 있는데, <보로부두르>(리북, 2008), <앙코르와트>(리북, 2006) 등이 전작이다. 

 

 

동남아와 함께 지중해를 역사여행 코스로 잡아도 좋겠다. 데이비드 아불라피아의 묵직한 책 <위대한 바다>(책과함께, 2013)이 최근에 나왔는데,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지중해 5,000년의 문명사>(뿌리와이파리, 2009)가 견줄 만하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수전 웬델의 <거부당한 몸>(그린비, 2013)이다. "‘장애’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철학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보기 드문 책". '장애와 질병에 대한 여성주의 철학'이 부제다. '장애학 컬렉션'의 두번째 책인데, 첫번째로 나온 게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그린비, 2011)이다. 찾아보니 김도현의 <장애학 함께 읽기>(그린비, 2009)가 '장애학' 책으로는 국내에서 제일 처음 나온 것이다.

 

 

 

봄에는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철학책을 집어들어도 좋겠다. 한석환 교수의 <지금, 철학할 시간>(유리창, 2013)이 가볍게 손에 들 만하고, <서양고대철학1>(길, 2013)은 좀더 깊이 들어가고픈 독자들에게 적합하겠다. 새로 번역돼 나온 플라톤의 <국가>(숲, 2013)와 인사를 나누어도 좋겠고.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펴낸 <식민지 유산, 국가 형성, 한국 민주주의 1,2>(책세상, 2012)다. 일제 식민통치 35년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무려 23명의 학자들이 모여 이 과거사 논쟁에서 소통과 보완의 가능성을 모색한 연구결과물"이다. 식민지 시기 역사에 대해서는 친일파 거물 윤치호의 일기를 통해서도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겠다.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산처럼, 2013)은 <윤치호 일기>(역사비평사, 2001)를 다시 정리해 펴낸 것이다.

 

 

식민지 유산뿐 아니라 당장은 오늘의 정치적 현실도 새로운 인식과 극복대상이다. 한국정치의 현실을 분석하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들은 꾸준히 나올 텐데, 이즈음에 나온 것으로는 김만권의 <정치가 떠난 자리>(그린비, 2013), 김욱의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개마고원, 2013), 박상훈의 <정치의 발견>(후마니타스, 2013) 등이 있다. <정치의 발견>은 2011년에 처음 나온 이후 두번째 개정판이다. 그만큼 발견할 거리가 많다는 의미일까?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고른 책은 홍익희의 <유대인 이야기>(행성B잎새, 2013)다. 세계 경제사를 주도한 유대인들 이야기라 역사서로도 분류되는 책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정년까지 22년간 근무한 무역통이었던 저자 홍익희는 어느 날 세계경제사 자체가 유대인의 발자취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알고 역사 속에서 유대인의 궤적을 추적했다. <유대인 이야기>는 저자의 10년간 연구의 결과물로 지금껏 유대인에 대한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준다"고 소개한다. 하버드대의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로스차일드 가문 200년사를 써나간 대작 <로스차일드>(21세기북스, 2013)를 거기에 보태서 읽을 수 있을까. "18~20세기에 걸쳐 전 세계 금융계를 장악한 유대계 최대의 금융 가문 로스차일드"를 다룬 책인 만큼 <유대인 이야기>의 심화편으로 읽어도 좋겠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의 추천서는 신동원의 <멍 때려라!>(센추리원, 2013)다. 무슨 책인가 싶은데, "정신과 전문의가 쓴 <멍 때려라!>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의 노예가 된 현대인의 뇌를 재부팅하여 정상으로 돌려놓는 방법을 알려주는 과학책이자 실용서이다. 잔을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하듯이, 저자는 우리 뇌를 스마트하게 사용하려면 멍 때려서 뇌에게 쉴 시간을 주어야한다고 역설한다." 문제의식은 '로그아웃하라!'로 번역해도 무방할 듯하다. 로그아웃 권유서로는 알렉스 륄레의 <달콤한 로그아웃>(나무위의책, 2013), 수잔 모샤트의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민음인, 2012) 등이 있다.  

 

 

멍 때리는 김에 뇌과학서에도 눈길을 돌리면 샘 해리스의 <자유의지는 없다>(시공사, 2013)이 요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책이다. 제목도 자극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분량이 얇다! 에두아르도 푼셋의 <생각하지 않을 핑계>(새터, 2013)는 거꾸로 거의 반응이 없는 책인데, 저자는 스페인의 변호사이자 경제학자이면서 기자이자 작가다. 그러면서 뇌과학에 관한 책도 쓰고 있는데 <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새터, 2010)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책이었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하은경의 <콘서트 고어>(열음사, 2012)다. 부제는 '음악치료사 하은경이 전하는 유럽음악회'. 제목 그대로 "콘서트 홀 좌석에서만이 아닌, 오디오와 라디오를 포함하여 일상 도처에서 음악을 즐기는 부지런한 음악 애호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악 애호가의 이야기로는 문학수 경향신문 선임기자의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돌베개, 2013)도 최근에 나왔다. 부제가 '어느 인문주의자의 클래식 읽기'인데 '클래식 듣기'가 아닌 '클래식 읽기'라고 한 것이 눈에 띈다. '클래식계의 괴물'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는 조윤범의 <나는 왜 감동하는가>(문학동네, 2013)도 봄맞이 음악회에 가는 기분으로 손에 들어봄직하다. 

 

 

영화책도 덧붙이자면 단연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3월의 저자가 됨직하다. 인터뷰집 <클린트 이스트우드>(마음산책, 2013)와 마크 엘리엇의 전기 <클린트 이스트우드>(민음인, 2013)가 동시에 나왔다. 이미 출간된(그리고 작년에 '3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된 바 있는) 하워드 휴스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심장을 겨누고 인생을 말하다>(나무이야기, 2012)가 그의 영화들에 대한 자세한 안내였기에 다 모으면 완벽한 3종 세트다. 이만한 조건이 갖춰지기도 쉽지는 않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존 캐스티의 (반비, 2013)다. 복잡성 과학자가 쓴 미래학 책이라 분류가 사회과학으로도, 경제경영서로도 잡혀 있다. 어떤 책인가.

9.11 테러, 후쿠시마 원전사고, 금융시장 붕괴, 그리고 최근 러시아에 떨어진 유성우 같은 사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매우 놀라운 사건이면서 동시에 예기치 않은 사건이라는 점이다. 복잡성 과학자 존 캐스티는 이런 종류의 사건들을 ‘X사건’이라고 부른다. 과학은 주로 반복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기에 X사건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이며 따라서 그런 사건들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이 없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복잡성 과학은 그래서 필요한데, 는 X사건의 이론, 혹은 X사건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가능할지 윤곽을 제시하는 일종의 조감도이다.

그래서 <대중의 직관>(반비, 2012)와 함께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경각심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일독의 가치가 있다"고 추천사에 마저 적었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론 이와는 정반대로 혁신과 번역의 새로운 미래를 예측하는 스티븐 코드러, 피터 다이어맨디스의 <어번던스>(와이즈베리, 2012)가 어떨까 싶다. <특이점이 온다>(김영사, 2007)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이 책은 오랜 시간 이어진 결핍의 역사를 풍요의 시대로 뒤바꾸는 비결을 알려준다. 현대의 불안과 비관주의를 치료하는 강력한 해독제"라고 평했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고른 책은 이영민의 <엄마도 상처받는다>(웅진지식하우스, 2013)이다. "20년 간 수많은 부모 자식간 전쟁에 뛰어들어 화평을 이끌어낸 이영민(서울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씨의 신작 <엄마도 상처받는다>는 사춘기 자녀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모들이 꼭 읽어봐야 할 지침서다. 사춘기 자녀 문제를 다루는 동류의 책들이 대개 문제 자녀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부모가 안고 있는문제를 더 주목한다." 자녀교육서인지 부모교육서인지 헷갈리는데, 여하튼 이 분야의 책으론 문은희의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예담Friend, 2011)와 이현수의 <하루 3시간 엄마 냄새>(김영사, 2013) 등이 베스트셀러다. 이런 책의 독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아이들 키우기가 어렵다는 뜻도 되겠다.

 

 

개인적으론 육아보다 육아이론에 더 관심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는 러시아의 아동심리학자 비고츠키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반갑다. 국내에 독자층이 있다는 것이니까. 아니 독자층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고츠키를 공부하는 분들도 있다. 비고츠키 선집을 번역하고 있는 '비고츠키 연구회'가 그런 분들의 모임이다. 이 연구회 구성원들의 번역으로 비고츠키 학파의 일원이었던 알렉산더 루리야의 <비고츠키와 인지발달의 비밀>(살림터, 2013)과 '비고츠키 선집 3' <어린이 자기행동 숙달의 역사와 발달1>(살림터, 2013)이 얼마전에 나왔다. <도구와 기호>(살림터, 2012), <생각과 말>(살림터, 2011)로 거슬러 올라가면 딱 1년에 한권 터울이다. 2년 후에는 이 선집만으로도 리스트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  

 

 

10. 인권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인권'이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좌우지간 인권이다>(살림터, 2013)도 나왔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안 '인권 만화' <어깨동무>(창비, 2013)도 출간됐다. 이론서로는 벨덴 필즈의 <인권, 인간이기 때문에 누려야 할 권리>(모티브북, 2013)도 지난달에 나오고. 여러 모로 인권을 말하거나 학습할 계기는 충분하다. MB시대의 인권 퇴보에서 다시 방향을 틀 수 있을까. 인권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인권에 관한 책 한두 권쯤은 3월에 읽어보기로 하자...

 

13. 02. 28.

 

 

 

P.S. 3월의 읽은 만한 고전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다. 맞다, 영화 개봉 때문이다.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새 <안나 카레니나>가 3월중에 개봉한다. 그에 발맞춰 각 출판사 번역판들이 경합하는 '<안나 카레니나>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3권 세트 포장'이 그 방증이다. 개인적으론 이 세 종을 다 갖고 있기에 따로 고민할 필요는 없는 처지다. 모쪼록 이번 기회에 톨스토이의 소설, 더 나아가 러시아 문학이 더 많이 읽히기를 바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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