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로쟈의 러시아문학 클럽: 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를 진행중인데, 다음 시즌 강의 일정이 잡혔다. 시즌3에서는 예정대로 '20세기 러시아문학' 다루며, 6월 25일부터 8월 13일까지 8주간 매주 화요일 저녁 7:30-9:30에 진행된다(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8&tolclass=0002&lessclass=0003&subj=F91364&gryear=2013&subjseq=0001&booking=). 오랜만에 20세기 작가들을 다루게 된 감회가 없지 않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게다가 따로 바캉스 계획이 없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다.

 

로쟈의 러시아문학클럽: 20세기 러시아문학 편

이번 러시아 문학 여행의 테마는 20세기 러시아 문학입니다. 고리키의 <어머니>부터 나보코프의 <롤리타>까지, 20세기 세계 현대 문학에 큰 영향을 준 러시아 작가 8명의 작품들을 살펴봅니다. 이들의 작품은 삶에 지친 우리 영혼에 커다란 위로를 주기도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기도 합니다. 때론 숨길 수 없는 인간 욕망에 대해 세밀한 현미경을 들이대기도 하죠. 각각의 작품들은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훌륭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작품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세기 러시아 문학의 정수를 로쟈 선생님의 깊이있는 설명으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1강: 6월 25일_ 고리키, <어머니>

 

 


2강: 7월 2일_ 자먀찐, <우리들>

 


3강: 7월 9일_ 파스테르나크, <닥터지바고>

 


4강: 7월 16일_ 플라토노프, <체벤구르>

 

 


5강: 7월 23일_ 불가코프, <거장과 마르가리타>

 


6강: 7월 30일_ 숄로호프, <인간의 운명>

 

 

7강: 8월 6일_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8강: 8월 13일_ 나보코프, <롤리타>   

 

 

13. 04. 22.

 

P.S. 요즘은 전공자들도 전공서적을 안 읽는 풍토이지만, 20세기 러시아문학에 관해 참고할 만한 책은 아래와 같다. 에드워드 브라운의 <현대 러시아문학사>(충북대출판부, 2012)는 20세기 문학사 전반을 훑어보는 데 가장 요긴한 필독서이며, 서상범 교수의 저서와 번역서는 부수적으로 더 참고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과학과 경제, 고전 분야의 책들을 두고 고심하다가 '고전' 관련서로 추렸다. 가장 눈에 띄는 책은 리처드 폴 로의 <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 기행>(오브제, 2013). 셰익스피어 연구가인 저자가 "30여 년 동안 이탈리아 전국을 종횡무진 여행하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남겨진 이탈리아에 관한 미스터리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아" 한권에 담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베로나에서부터 <템페스트>의 공간 불카노에 이르기까지 열두 편의 작품의 지리적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기행기다. 한 영국 아마존 독자의 평대로 "세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진 모든 이들의 필독서"이자 "가장 스릴 넘치는 셰익스피어 이야기". 지적인 고전 여행기의 모범을 보여준다.

 

 

두번째 책은 전수연의 <베르디 오페라, 이탈리아를 노래하다>(책세상, 2013). 오페라에 문외한인 독자가 읽기에도 베르디 오페라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책이다. "이탈리아 독립.통일 운동(리소르지멘토)과 함께한 베르디의 삶과 작품을 시대의 눈으로 살펴 본 책이다. 19세기 프랑스사를 전공한 학자로 열렬한 베르디언임을 자처하는 저자에게 이 책은 그의 200회 생일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고. 세번째 책은 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의 그리스 여행기 <그리스 인생학교>(휴, 2013)다. 그리스 여행기는 다수 출간되고 있지만, 한 권짜리로 고르다면 가장 내용이 충실한 게 아닌가 싶다. 수도자들의 땅 아토스 산 방문기부터가 믿음직스럽다. 그리스 여행을 꿈꾼다면, 그것이 상상의 여행일지라도 배낭에 넣어두어야 할 책.

 

 

나머지 두 권은 일본 책을 골랐다. <삼국지> 연구로 유명하다는 일본의 중국문학 연구자 이나미 리쓰코의 <고전이 된 삶>(메멘토, 2013)이다. '<사기>부터 <모란정>까지 동양고전 걸작과 함께 읽는 중국 문장가 열전'이 부제. <명언으로 읽는 삼국지>(까치글방, 2007), <고사성어로 읽는 중국사 이야기>(민음사, 2007) 등 저자의 책이 알게 모르게 많이 출간돼 있다. 마지막 책은 <미시마 유키오의 문화방위론>(자음과모음, 2013). 20세기 일본문학의 문제적 작가가 '문화를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는다.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새물결, 2006)과 짝이 될 만한 책인데, '미시마 유키오의 미국'이란 논문으로 도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공자의 번역이라 신뢰감을 준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 기행- 이탈리아와 사랑에 빠진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
리처드 폴 로 지음, 유향란 옮김 / 오브제 / 2013년 4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4월 20일에 저장

베르디 오페라, 이탈리아를 노래하다
전수연 지음 / 책세상 / 2013년 4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3년 04월 20일에 저장

그리스 인생 학교- 아토스 산에서 트로이까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질문
조현 지음 / 휴(休) / 2013년 3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4월 20일에 저장

고전이 된 삶- <사기>부터 <모란정>까지 동양고전 걸작과 함께 읽는 중국 문장가 열전
이나미 리쓰코 지음, 김태완 옮김 / 메멘토 / 2013년 4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3년 04월 20일에 저장
절판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택배기사의 전화에 잠이 깨고 세수도 하기 전에 택배를 받으며 하루가 시작됐다(9시도 되기 전에 다녀가다니!). 당일배송이 지켜진다면, 오후에도 두세 개의 택배가 더 와야 한다. 하긴 책은 매일 쏟아지고, 나도 거의 매일 주문을 하니까. 잔뜩 쌓인 책들과 장바구니에 들어 있는 책들 가운데 '이주의 책'을 고르려다가 초점이 잘 모아지지 않아서 '이주의 저자'를 먼저 고른다. 이건 별로 어렵지 않아서다.

 

 

먼저 영국의 비평가 레이먼드 윌리엄스(1921-1988). 주저 가운데 하나인 <시골과 도시>(나남, 2013)이 출간됐다. 소개를 옮기자면, "문화연구의 새 장을 연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대표작. 주로 영국의 잉글랜드에서 진행된 도시화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왜 하필 잉글랜드일까? 그것은 자본주의가 가장 먼저 발흥했을 뿐 아니라 이후 세계 전체로 확장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지역으로서, 도시화와 산업화를 이해하고 그것의 여러 문제들을 성찰하는 데 요긴한 사례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번역된 <마르크스주의와 문학>을 제외하면 현재 윌리엄스의 대표작이라고 번역된 책은 <키워드>(민음사, 2010)와 <기나긴 혁명>(문학동네, 2007)까지 세 권이다. 발간순으로 하면 <기나긴 혁명>(1961)-<시골과 도시>(1973)-<키워드>(1976) 순이다(<마르크스주의와 문학>은 1977년에 나왔다). 윌리엄스의 출세작은 <문화와 사회, 1780-1950>(1958)인데, 절판됐지만 이대출판부(1988)에서 번역본이 나온 바 있다(저자가 '레이몬드 윌리암즈'로 표기돼 있다). <키워드>는 <문화와 사회>의 속편 격 책이다.

 

 

 

오래 전 기억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20세기 영국 비평사에서 F. R. 리비스와 테리 이글턴 사이에 놓인다. <시골과 도시>의 책소개를 보니 그런 맥락이 다시 환기된다. "<시골과 도시>가 출판될 당시 영국에서는 자본주의가 초래한 재앙을 비판하면서 자본주의 도래 이전 시기를 신비화하고, 잉글랜드의 옛 시골 마을을 ‘유기적 공동체’로 이상화하는 풍조(F. R. 리비스로 대표되는)가 유행하였는데, 저자는 이러한 풍조를 통박한다." 모처럼 무게 있는 비평가의 묵직한 저작이 소개돼 반갑다(그러고 보니 역자인 이현석 교수는 테리 이글턴의 <우리시대의 비극론>(경성대출판부, 2006)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다).

 

 

지나가는 김에 검색해보니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길, 2012)까지 소개된 이글턴의 신작으론 <문학이라는 사건>, <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연못을 넘어서: 한 영국인의 미국관> 등이 있다. 아무래도 저명한 문학비평가의 책이다 보니 이래저래 관심이 간다.

 

 

그리고 두번째 저자는 지그문트 바우만. 국내 인문 독자들에겐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동녘, 2012)을 통해 확실한 인지도를 갖게 됐지만 진작부터 소개된 사회학자다(심지어 '우리시대의 구루'라고 불리는). 이번에 나온 <리퀴드 러브>(새물결, 2013)는 바우만 사회학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리퀴드' 시리즈의 하나인데, 이 시리즈의 책으론 <액체 근대>(강, 2009), <유동하는 공포>(산책자, 2009)가 출간된 바 있다.

 

 

올해도 시리즈의 책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 거의 바우만과 생사를 같이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무엇이 '리퀴드 러브'인가?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가 20세기형 인간을 특징지었다면 이제 21세기는 ‘유대 없는 인간’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바우만의 진단과 통찰에 귀 기울여보면 좋겠다(오전에 한 일 중의 하나가 <리퀴드 러브>의 원서를 찾는 거였는데, 다행히 찾았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끝으로 국내 저자도 꼽도록 한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가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휴머니스트, 2013)을 끝으로 5년만에 완간됐다. <서양미술사: 고전예술 편>(2008),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2011)과 함께 삼부작이다. 계속 나오고 있는 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의>와 함께 미술사 독자들에겐 유용한 길라잡이가 될 만하다(미학자 진중권의 다음 작업이 궁금해진다. 미학이론이 될까?) <서양미술사>를 마무리지으면서 저자는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해 이렇게 적어놓았다.

이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미술사를 재구성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책은 독자들을 지붕에 올려놓는 사다리에 불과하다. 비트겐슈타인의 말대로, 지붕에 올라갔거든 이 사다리를 치워버려라. 이 책을 읽은 후에 독자가 또 다른 독서를 통해 자기 자신만의 미술사를 주체적으로 재구성한다면, 저자에게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그의 <서양미술사>를 애독해온 독자라면 한번 저자를 기쁘게 해보아도 좋겠다...

 

13. 04.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념사를 다룬 책들을 즐겨 수집하고 있는데, 반갑게도 '한 단어 사전' 시리즈가 출간됐다. 개념사에 대해 궁금하다면 야나부 아키라의 <번역어의 성립>(마음산책, 2011)을 참고하면 된다. 예전에 <번역어 성립사정>(일빛, 2003)이라고 나왔던 책이다. 그렇게 우리가 쓰고 있는 개념/용어들의 성립사정을 밝혀주는 게 개념사 연구자들의 작업이다. 그런데 왜 일본의 시리즈를 옮기는가. 짐작할 수 있지만, 한국어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상당수가 "19세기 말 주로 일본의 번역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 "이러한 근대 서양의 개념과 용어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일본에 수용되었으며 동아시아로 확산되었을까. 나아가 수용되기 이전인 서양의 용어와 이를 번역하기 위해 동원된 동아시아의 역사적 용어 각각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녹아든 용어들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한 단어 사전' 시리즈는 이에 답한다. 일차분으로 다섯 권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더 소개되면 좋겠다. 일단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한 단어 사전' 시리즈는 근대 일본 지식인들에게서 출발해 지금까지 쓰이는 용어에서 비롯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야나부 아키라, 미조구치 유조 등 현대 일본의 석학들이 평생 천착한 연구로 답한 결과를 총 스무 종의 대작업으로 정리한 결실이다. 이번에 도서출판 푸른역사에서는 한림과학원의 기획으로 그 중 가장 발화성이 높은 용어 다섯 종의 ‘사전’을 선별해 우선적으로 한국에 번역 소개했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한 단어 사전, 공사
미조구치 유조 지음, 고희탁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3년 04월 19일에 저장
절판
한 단어 사전, 개인
사쿠타 케이이치 지음, 김석근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3년 04월 19일에 저장
절판

한 단어 사전, 천
히라이시 나오아키 지음, 이승률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3년 04월 19일에 저장
절판

한 단어 사전, 인권
히구치 요이치 지음, 송석원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4월
10,500원 → 9,450원(10%할인) / 마일리지 520원(5% 적립)
2013년 04월 19일에 저장
절판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랑스의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샤를 단치의 <왜 책을 읽는가>(이루, 2013)가 출간됐다.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독서를 위하여'가 부제. 사실 이런 주제나 제목의 책이 없었던 건 아니고, 어느 정도는 내용을 짐작해볼 수도 있다, 고 나는 생각했다. 추천사를 청탁받고 처음 원고를 읽을 때 일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참신했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적은 추천사가 이렇다.

 

 

걸어 다니는 모든 인류가 책을 읽는 건 아니며 책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언젠가 지구가 멸망한다면 모든 책과 책에 대한 기억 또한 소멸할 것이다. 책을 읽는 인간에게 ‘왜 책을 읽는가’는 책의 탄생과 소멸 사이를 지탱하는 물음일 따름이다. 샤를 단치는 우리에게 독서의 필요성을 설득하지 않는다. 독서는 다만 ‘죽음과 벌이는 결연한 결투’일 뿐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패배할 테지만, 우리는 결연히 책을 읽어나갈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분류하자면 샤를 단치는 '아주 사적인 독서가'다. 독서를 권유하지도 설득하지도 않는다. 그에게 독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이며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할 뿐이다. 물론 독서는 대단히 이기적인 행위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으면서. 그래도 독서를 통해서 우리가 뭔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라고 누군가 질문을 던진다면 그는 쿨하게 이렇게 답할 것이다.

독서를 우리는 거의 변화시키지 못한다. 어쩌면 온전한 인간이 되도록 만들어줄 수는 있겠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원래 비열한 인간은 라신을 읽는다 해도 비열한 인격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만일 그가 교양이 없다면 교양을 두른 비열한 인간으로 바뀔지는 모르겠다. 반대로 선한 사람이 나쁜 책을 읽는다 해서 나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독서의 나쁜 영향은 그것이 주는 좋은 영향력만큼이나 어리석은 신화에 불과하다.

역설적이지만, <왜 책을 읽는가>는 그래서 읽어볼 만하다. 책을 안 읽던 사람이 이 책을 읽고서 갑작스레 독서가로 변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애서가들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넘길 것이다. 어떤 애서가인가? 저자가 그랬듯이 어릴 때 "밖에 좀 나가 놀아라!"란 잔소리를 자주 듣던 이들 말이다(방안에서 책만 읽는 아이들이 즐겨 듣는 잔소리). 또 이런 경험은 어떤가.

열두세 살쯤의 일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줄 베른의 책을 선물해준 적이 있다. 그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헤첼 총서 문양이 찍힌 포켓판 책 표지 이미지와 함께 아직도 내 뇌리에 충격으로 박혀 있다. 세상에! 나를 어린애로 여기다니! 아, 어른들이여. 나는 당신들의 음모를 잘 알고 있다! 그건 바로 안전한 독서로 유도하여 우리를 좀 더 유순하게 길들이려는 속셈 아닌가!

거기에 이어지는 에피소드가 6학년 때 보들레르의 시집을 탐독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학교 선생님께 불려가 일장 설교를 들어야 했다는 얘기다. 나이에 맞지 않는 책을 읽는 아이에 대한 어른들의 염려라고나 할까. 하지만 저자 샤를 단치의 독서 교육론은 이런 것이다. "아이들에게 나이에 맞지 않는 책을 읽히라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독서에 대해 종종 강의하면서 '나이'와 '수준'을 자주 들먹이던 나 자신을 잠시 반성했다. 그래, 진정한 독서는 어쩌면 나이에 맞지 않는 독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에 맞지 않는 독서는 오히려 아이들의 미적 감수성을 일깨울 것"이라니까. 다만 단치가 염두에 두고 있는 책은 무슨 철학 고전류가 아니라 주로 문학작품들이다.

 

여하튼 초등학생이 <안나 카레니나>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는다고 해서 근심하거나 굳이 미심쩍은 시선을 보낼 일은 아닌 것. 나중에 아이가 무슨 일을 하게 되든 최소한 자기만의 <왜 책을 읽는가> 한 권쯤은 써제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13. 04. 18.

 

 

 

P.S. 독서 에세이 범주에 속하는 책들은 거의 매주 출간된다. 이번 주에 눈에 띄는 책은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의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작가정신, 2013). "얀 마텔이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보낸 편지를 묶은 책이다. 무려 101통이나 되는 이 편지에서 얀 마텔은 일관되게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지도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상기시키면서 때로는 반짝거리는 새 책을, 때로는 누군가의 악필이 남겨진 중고책을 함께 보냈다."

 

국내서로는 시사IN 문정우 기자의 서평집 <나는 읽는다>(시사IN북, 2013)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 윤성근의 <침대 밑의 책>(마카롱, 2013)도 침대 옆에 놓아둘 만하다. 윤성근의 책은 "어쩐지 보고 싶지 않은 것과 마주한 날, 어쩐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이 생각난 날, 어쩐지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는 날이면 침대 밑의 책을 펴드는 책 탐닉자의 은밀한 책읽기"를 공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