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연다 반만 열고
닫는다 기온이 떨어졌다
마치 무언가를 기대한 것처럼

얼마만인가 아침으로
설렁탕을 먹는 건
먹다가 숟가락을 놓았다

커피와 머핀을 주문한다
갓 구운 머핀의 부드러움
목에 넘어가지 않는다

커피가루 필요한 분들
가져가세요
가루가 돼야 떠날 수 있구나

이제 시간이 되었다
지하 강연장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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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7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27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 번 재채기하고 코를 풀었다
그래도 죽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는
콧물이 말라가는 시간
오늘까지 네 장의 손수건을 썼구나
콧물이 마를 날이 오기까지
날이 저물고 어둠이 내렸다
라면을 먹으며 생각했다
라면을 자주 먹지 않으면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을 먹게 된다
몇 달이 지났다
라면을 국물까지 비웠다

하루가 지났다
한번도 코를 풀지 않았다
손수건을 챙기지 못했다
코를 풀지 않는다 이제는
콧물이 말랐다
콧물은 유통기한이 지났다
나는 콧물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훌쩍이지 않는다

이제는 재채기도 하지 않는다
콧물은 집을 나갔다
라면과 주먹밥을 먹었다
국물이 뜨거워 콧물을 훔쳤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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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9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30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미루나무 등걸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9년 전에 올렸던 시다. 시를 쓴 건 90년대니 20년도 훨씬 더 전이고. 도서관강의를 마치고 귀가중인데 이번주 일정은 주말까지 이어지기에 이제 9시간 남았다. 전제 29시간 가운데 오늘까지 20시간을 소화했다. 아마도 이번주 일정이 기록이지 않을까 싶다. 깨고 싶지 않은(그럴 일이 없었으면 하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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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10-17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 토탈 29시간을 한주간 강의하신다는? 건강도 챙기셔야 할듯 합니다.

로쟈 2019-10-18 00:30   좋아요 0 | URL
어찌하다 보니 이런 주도 있네요.^^;

birdy30 2019-10-1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긴어게인의 솜털같은 박정현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미루나무 등걸에 걸린 주전자를 읽고있습니다. 좋네요!

한때는 기형도의 ‘습관은 아교처럼 안전하다‘ 에 절대공감했었건만 이젠 ‘습관은 가벼운 탄식처럼 아늑하다‘에 끄덕끄덕합니다

창밖으론 미세먼지 덮지않은 깨끗한 가을구름이 한가득~ 귀에는 맑은 노래~
아무도 읽지않는 생이어도 오케이입니다^^

로쟈 2019-10-21 23:22   좋아요 0 | URL
네 시는 기분에 거는 편이죠.~
 
 전출처 : 로쟈 >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10년 전에 올린 글이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패러디 시인데, 시 자체는 그보다 훨씬 전에, 그러니까 20년도 더 전에 썼을 것이다. 가을밤이라는 건 이제나저제나 다를 게 없어서 다시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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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환절기를 속이지 못한다
이디야 커피에 앉아 내내 코를 푼다
환절기와 사귀는 게 아니었다
커피는 이미 식었다
여행용 티슈는 주머니에 넣었다
거짓말처럼 콧물이 멎었다
다른 계절로 가는 차편을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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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10-1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만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같은 ~
산문같은~

로쟈 2019-10-13 00:10   좋아요 0 | URL
각자의.~

손글 2019-10-1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감기 얼른 낫기를 바랍니다.

로쟈 2019-10-13 00:10   좋아요 0 | URL
코감기는 아니고 일시적인 알레르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