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사람냄새
김주대 지음 / 시와에세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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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즤들끼리 놀고 자빠졌잖느냐.˝ 일갈하신 큰 스님의 말씀처럼, ‘즤들‘끼리가 아닌 ˝하여튼 누구든 죽지 말고 목숨을 끝까지 밀어붙여보자.˝는, 주암정의 오래된 연못의 연꽃들처럼 ‘훈기네상회‘ 간판처럼 방방곡곡 선하게 살아 있는 풀 같은 사람들 이야기가 마음을 적시고 때리는, 아주 직설적이고 뜨겁고 아름다운 김주대 시인의 그림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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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 9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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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한 사람만의 포인트가 생생하고 짜르르 즐겁다. 아이고 반가워라. 늘 타마에게 쩔쩔매며 취향을 맞춰주려는 다이키치 할아버지의 애정이 귀엽고 뭉클하다. 작은 존재들에게 쩔쩔매는 세상이야말로 좋은 세상임을 새삼 느끼며, 흐뭇하고 행복한 가을밤이다. 덕분에 ˝퐁! 꼴 꼴 꼴~˝ 맛있게 한잔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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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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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밤에 이 책을 읽어 기쁘고 다행이었다. 한적한 곳에 가서 호젓이, 과묵한 사람의 모험담을 듣는 듯한 역사 미스터리 소설.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와 더불어 정세랑 작가의 ‘설자은 시리즈‘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다. 망국 백제인 콤비 목인곤도 좋았고. ˝본 적 없이 기이해 보이는 일이라도 미혹을 걷어내고 나면 언제나 있었던 일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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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
로절린드 스톱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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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전투에서 깊은 내상을 얻었으나 이제는 평온하게 필라테스를 즐기는 일흔 살 넘은 세 할머니가, 어느날 도움을 청한 나쁜 놈에게 잡혀가 성매매 착취를 당하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그놈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성공에 이른다. ‘옳은 일‘을 위한 나이를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와 우정‘이 빛나는, 뛰어나고 강렬한 심리 스릴러 소설. ˝우리가 계속 시도하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단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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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제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지 않는다




세렝게티 초원에서나 한라산 기슭에서나




서로의 뒤를 봐주느라 그 일생이 다 간다.  (13)








그리움의 방식






꿀벌의 침은 내장과 연결되어 있다



목숨을 거는 일이라 함부로 쓰지 않는다



당신을 지켜야 할 때

딱 한 번 쓸 뿐이다.  (50)






/ 김영순 시집 <밥 먹고 더 울기로 했다>에서














살다 보면 '밥 먹고 더 울기로 했다.'라는 일이, 어느 정도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는 말이라 생각 든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을 때에도 우리는 눈물을 삼키며, 어떡하든 한 끼를 먹는 일이 언덕 하나를 넘는 일이 돼 듯, 그게 인생이라 여겨지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찰나에도/ 두부는 아주 평화롭게 구워진다"라는 어느 시집의 구절과, 그 '순한' 두부를 시 제목으로 지은 詩가 너무 멋지고 광활하게 씌어 나의 빈곤한 문해력에 난감하다가, 마지막 연의 "모든 것이 끝나도/ 어떤 마음은 계속 깊어진다.(100쪽)"'라는 뭔가 알 듯 말 듯 해, 서둘러 다행히 냉장고에 잠자고 있던 두부로 '두부김치'를 만들어 소주나 마시고, 또 밤새 밥벌이를 해야겠다.

두부는 어느 계절에나, 어느 시간에나 구울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밤. 결코 어느 시집을 부정하는 마음은 아니다. 세상은 시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각자의 소회이고 느낌인, 백인백색의 세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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