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 낯선 곳에서 나 혼자 쌓아올린 괜찮은 하루하루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할 마음이 많다는 건 행복한 일 일 것이다. 오크라를 자르면 보이는 별 모양 같은 책. 날카로워진 세태에서, 원점의 릴랙스를 함께 할 수 있던 책. 혼자서 하는 가벼운 산책처럼 호젓한 즐거움과 추억, 일상의 자그마한 오아시스 같은 책 덕분에 오랜만에 아주 순하고 작은 자유를 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으로 가는 먼 길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안현주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 돌아온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는, 아픔과 심연을 동반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깊고 우아한 탐색 후엔 어떤 형태건 희망의 끝이. 집으로 가는 먼 길처럼. ˝그건 내내 거기 있었죠. 나는 내가 이미 가진 걸 찾으려 여기 온 거죠.˝ ˝그는 내 심장이자 집이다.˝ 놀리 티메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간지 기자가 아내를 잃은 뒤 월간지 계약기자가 된 후 심령 특집을 맡게 되고, 3호 건널목에서 주검이 된 여성 신원미상자의 흔적을 찾아다닌 과정을 통해 오컬트임에도 사실과, 악한 세력들 속 드러나지 못했던 진실이 폐부를 찔렀던 강렬한 소설. ˝ 마음을 느껴 주면 되는 겁니다. 그들의 기쁨이나 슬픔을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다면 반드시 모습을 보여 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끌벅적 바다 여행 작은 곰자리 67
구도 노리코 지음,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양 왕 수바>를 보고 꺅꺅 좋아한 다섯 살 나윤이에게 줄 우당탕탕 야옹이들의 시끌벅적 바다 여행 이야기. 멍멍호에 몰래 올라가 한밤의 바다 여행을 즐기던 야옹이들이 문어 해적들을 만나 생각지 않던 일에 합류하며 벌어지는, 귀엽고 착하고 책임감 있는 절로 순수한 웃음이 나는 아주 시원하고 즐거운 그림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기우기(附記雨期)





쏟아붓던, 당신 생각이 잠깐 그치다


검은 일기장 위 흘러가던 문자들이 잠시 반짝거리다


꿈틀 고개 내미는 추억의 지렁지렁, 사랑 아니던 날들보다


사랑이던 날들이 더 슬퍼서 구름은 신발처럼 무거워진다


약은 왜 달게 만들지 않는 것일까, 물었던 물길로


걸어들어가면, 기억이 기억하는 수많은 답장보다


내 부고가 먼저 당신에게 가닿을 것 같은데. 둥기둥기


타악기 같은 두통이 혼자 비 그친 여름을 건너가다


나는 여기 비 맞은 유리창처럼 서서 홀로 땀을 흘리다.


(P.65)






플라시보 당신





저녁이 어두워서 분홍과 연두를 착오하고


외롭다는 걸 괴롭다고 잘못 적었습니다 그깟


시 몇 편 읽느라 약이 는다고 고백 뒤에도


여전히 알알의 고백이 남는다고 어두워서 당신은


스위치를 더듬듯 다시 아픈 위를 쓰다듬고,


당신을 가졌다고도 잃었다고도 말 못하겠는 건


지는 꽃들의 미필이라고 색색의 어지러움들이


저녁 속으로 문병 다녀갑니다 한발 다가서면


또 한발 도망간다던 당신 걱정처럼 참 새카맣게


저녁은 어두워지고 뒤를 따라 어두워진 우리가


나와 당신을 조금씩 착오할 때 세상에는


바꾸고 싶지 않은 슬픔도 있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P.31)






각성





어느 순간 그릇이 손을 이탈하여 깨어지는 일,


그렇게 당신을 보내고 나는 비로소,


오늘까지 보던 것을 이제 오늘로 끝내는 일, 부레 없는 물

고기가 되어,


돌아보면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 나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고,


그리하여 흙으로 돌아가고 싶던 그릇의 마음을 헤아려보

는, 그런 온순한 일 따위는  아니고,


가령 그것은 어둔 하늘을 반으로 가르는 번개의 일, 손목

이라도 그어,


불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 공터에 모여 비를 맞고 있다


어른들이 모두 사라지기를, 나는 여러 번 기도했었다


그런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오늘, 나는 그렇게 당신을 보내고 어쨌든 비는 구름의 각성


(P.82)








/ 천서봉 시집,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








천서봉(지은이)의 말



불행이 기다릴까 자주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다.
존재를 증명해내는 불행의 기이함에 끌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 가치는 종종 무의미했으며 위로가 되지 못했다.

다시 십여 년의 세월을 보내고 겨우 두번째 시집을 낸다.

의미를 두자니 변명에 가까웠고 여백으로 남기자니 공허했다.
나의 말들은 웬만해선 잘 뭉쳐지지 않았고 그래서 멀리 던질 수도 없었다.
비틀거리며 날아가는 나비와,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고등어
또 발목이 사라져버린 사람까지,
그 유령 같은 이음동의어들을 간신히 한데 모아두었다.
이제
가운데 선을 긋고 오 엑스로 나누어지는 게임,
그 게임에서 나는 무리를 버리고 혼자 그 선을 넘어온 것만 같다.

두렵지만 두렵지 않게,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가볍게,
부디 목요일에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나의 생일 다음날을 골라 떠나신 어머니가 보고 싶다.

2023년 여름














고 그래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