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5시, 입체초음파촬영을 하기로 예약을 해서, 4시에 조퇴를 했다.
차를 열심히 달려 아내를 중간에 태워 5시에 정확히 산부인과에 도착했다.(베스트 드라이버)
뱃속의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며칠 전부터 설레였다.
그런데! 20분동안 초음파를 쐈는데, 애기가 엄마 등쪽으로 향해있고, 손을 얼굴쪽에 대고 있어서 얼굴을 찍기가 힘들다며, 엄마에게 10분 동안 가벼운 운동을 해서 아기의 자세를 바꾼 뒤에 다시 찍자고 한다.
10분 휴식. 아내는 허리돌리기를 하면서 "비싼 돈 들여 입체초음파촬영을 하는데, 비싸게 굴지 말고 얼굴을 보여라"고 했다. 아기는 엄마와 아빠의 바램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음파에 재도전. 역시나 아기는 그 자세가 가장 편했는지, 이전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20여분을 다시 끙끙된 뒤에 "다음주에 다시 해야겠네요. 지금 자세에서는 더 이상 촬영이 힘들겠어요."라고 하니, 다음주에 또 예약을 잡았다.
부푼 마음을 안은 아빠가 조퇴까지 해가면서 촬영하러 왔건만, 우리 아기는 너무 비싸게 구는구나. 쩝. 그래 다음주에는 아빠에게 얼굴을 꼭 보여주라~
아내는 내게 사준 청바지 사이즈를 바꾼다는 핑계로 집요하게 백화점행을 따내서는 아기용품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비싸다. 아기옷이나 용품이 비싸다는 줄은 들었지만, 눈으로 보니 더 비싸다. 손바닥만한 아기 옷이 떡하니 10만원, 20만원이다. 이쁘기는 하다마는 너무 비싸다. 무슨 좋은 옷감으로 만들었기에 저렇게 아빠 옷 보다 훨씬 비싸나.
베이비 헤로슨가 뭔가... 사치다 싶을 만큼 비싸고, 너무 좋아보인다. 엄마 아빠의 만족감을 위해 이렇게 비싼 옷을 입힐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다.
내가 투덜되니, 아내는 듣기가 싫은 모양이다. 그래 첫 아이인데, 해줄만큼은 해줘야지하고 나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비싼 건... 정말 내 취향에 안 맞는걸 어떡하나.
아내의 블로그에 가보니, 벌써 출산용품, 아기옷, 용품 준비가 한창이다. 저렴하게 합리적으로 쇼핑을 잘 하는 아내답게, 참 꼼꼼하게 잘 챙겨놓는다. 비싼 메이커 옷을 살 형편이 안되서 그렇지 메이커 옷을 좋아하는 아내가 얼마나 우리 아기에게 좋은 메이커 옷을 입히고 싶을까. ㅋㅋㅋ
옷 사는데 만큼은 상당히 돈과 시간을 아끼는 구질구질한 아빠를 만난 게 잘못이다. ㅋㅋㅋ 그래,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