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생이 생일 선물로, 친구한테 비글 강아지를 받아왔습니다.
한달이 갓 지난 갓난 애기였습니다.
너무 귀여웠습니다.
애완견은 처음 키워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계속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그날 바로 사료도 사고 장난감도 샀습니다.
 
그런데, 워낙 애기라서 그런지 잘 먹지를 않고 잠만 자더라구요.
그런데, 다음날도 아무것도 안먹고, 물도 안먹고 설사만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애기라서, 아직 잘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잠이 많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접하고, 그냥 그런가보구나 했습니다.
 
셋째날도 아무것도 안 먹고, 물도 안먹고, 잠만 자고, 설사를 해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이름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병워에 가는 길에 '튼실이'라고 지었습니다.
튼튼하고 실하게 잘 자라라구요.
 
의사선생님이 변검사를 해보더니, 병에 걸린 것 같다. 아무래도 장염인 것 같은데... 시약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결국 장염이라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장염 중에서도 그나마 나을 가능성이 높은 코로나 바이러스 장염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일찍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으니 다행이다 싶어서, 입원치료를 시켰습니다.
사람에게 장염은 큰 병이 아니지만, 개들에게는 홍역 다음으로 큰 병입니다. 먹지도 못하고 그냥 설사로 따 싸버리고, 코로나는 그나마 살릴 수 있는데, 파보에 걸려 피똥까지 싸게되면... 살 가망이 거의 없는 큰 병이랍니다.
어떻게 태어난지 한달 정도 된 녀석이 이렇게 큰 병에 걸렸는지..
아무튼... 빨리 치료받아... 이번주 금요일에 퇴원시켜 토요일부터는 집에서 열심히 잘 키우려고 했습니다. 비글이니... 얼마나 날쌔게 장난 많이 치면서 잘 돌아다닐까...하면서 조금은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귀엽고 잘 생긴 애라서...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입원 이틀째되는 날 가보니... 링겔 꼽고 있더군요. 그리고 5일째 되는 날 병원에 문병을 가니,
강아지가 힘이 하나도 없이 잘 서지도 못하고, 몸도 찬 것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낑낑대고, 손을 갖다대면 어미 젖인줄 알고 물고 했었는데,
아무 소리도 없이, 힘없는 눈으로 그냥 가만히 서있다가, 뒷다리에 힘이 없는지 뒷다리가 풀려 주저 않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아무래도 파보 바이러스 장염에도 걸린 것 같다고 하면서
이 녀석이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합니다.
무척 무거운 분위기에서 '파보 검사도 해보시겠습니까? 코로나에 걸려있는데다가 파보까지 걸려 이중으로 앓으면, 살릴 가능성이 낮습니다. 게다가 파보는 코로나 보다 치료비가 몇배 비쌉니다.(코로나 치료비는 입원비, 검사비 포함해서 40~80만원, 파보는 100만원이 넘습니다) 수혈도 해줘야하고 힘듭니다.'하는 겁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혹시 파보가 아니면, 계속 치료하면 살릴 수 있는데..
그래서 바로 파보 시약 검사를 했습니다. 항문에 변을 긁는 걸 넣었다 빼니
피가 섞인 물똥을 힘없이 질질 싸는 겁니다. 너무 불쌍했습니다.
아플텐데... 아무 소리도 못 내고.. 그냥 다 죽어가는 소리로 낑~하고 맙니다.
 
그런데, 참 얄밉게도...
파보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선이 진하게 그어집니다.
의사선생님이 그럴 것 같았다면서 참 무거운 분위기로 말씀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냄새가 나고, 털도 마구 빠집니다.
 
강아지를 쓰다듬으면서, 보드보들 떨고 있는 녀석을 품에 안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정말 막막합니다.
 
안락사.
의사선생님께 "그럼 안락사가 가장 좋은 방법인가요?"했더니, 선택은 제가 하는 거라면서 더이상 말씀을 못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마취제 놓고, 안락사 주사를 놓으면 10분 안에 숨이 끊어집니다"라고 하시네요.
아....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럴수가...
이렇게 순하게 귀엽게 생긴 녀석을 안락사시켜야하다니...
녀석을 그냥 품에 안아줄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눈을 보면서 '미안하다. 좋은 데로 가라...'라고 속으로 말하고... 나왔습니다.
 
의사선생님도 주사를 놓고는 밖에 나와 담배만 뻐끔뻐끔 피우고,
저도 담배만 피우고...
 
10분 뒤에... 들어가보니...
가지런히 옆으로 누워있었습니다.
우리 '튼실이'는 그렇게 한달반도 안되는 짧은 생을 마감하고
2005년 8월3일 밤 10시경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눈물이 핑....
고작 3일 있었던 놈인데...
녀석의 선한 눈과 아직 잘 걷지도 못하는.. 어린 새끼라고 생각이 들어서...
정말 슬펐습니다.
 
왜... 첨부터 나쁜 주인을 만나서
어미 젖도 덜 먹고, 떨어져,
양심불량인 개 판매상에게 가서..
그렇게 신림역에서 팔아져....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되는건지...
 
집 근처... 한적한 도로가 나무 밑에
50cm를 파서, 조용히 묻었습니다. 튼실이를...
깊은 땅에..
튼실이를 들어서 놓는데..
왜 그렇게 가볍던지...
 
인터넷에서.. 어린 강아지때부터 교육을 잘 시켜야한다고
제 책상다리 속에 마냥 들어와 옷 허벅지를 자꾸 물길래... '안돼' '안돼'하면서 엄하게 뭐라고 한게 막 떠올랐습니다. 어미 젖을 못 떼서... 어미인줄 알고 들어와서 젖을 문다고 물었을 텐데...
거실에서 조금씩 걸어다니던거, 제 집에 찾아가서.. 슬슬 졸다가 옹크리며 잠들던 모습...
 
정말 눈물 나게 슬프더군요.
 
주위에 있던 사람이 죽은 적도... 애완견을 키워본 적도 없는 제게...
3일 동안 붙어있던 강아지 튼실이의 안락사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안락사...
정말 무서운 말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주사를 놓으면 10분 안에 생을 마감한다는...
 
정말... 미안하다. 튼실아.
오늘 문병가고, 이번주 금요일에 너를 찾아와...
튼튼하고 실하게 잘 키울려고 했는데..
내가 막 뛰어가면.. 뒤에서 막 쫒아와 내 바지가랭이를 막 물면서 매달리는 상상을 했었는데...
너는 지금 비가 온 축축한 땅 50cm 밑에서... 조용히 마냥 잠들어있겠구나..
미안하다. 튼실아.
 
잘 자고... 좋은 데로 가라... 좋은 데로...
 
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들이켰지만...
튼실이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잘 뛰지도 못하는 어린 아기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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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절대로 지하철역에서나 길거리, 그리고 동대문 운동장 근처에서 파는 강아지를 사지 마세요. 그리고 한순간의 '귀엽다'는 기분으로 사지마세요. 그런 강아지들은 예방접종도 안하는 경우가 많고, 병에 걸린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병에 걸리면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잠복기간이 며칠 있어서 살 땐 건강해 보이지는 저처럼 며칠 뒤에 그 증상이 나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아지를 키우면 단번에 정이 들어버립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 못 키울 사정이 생기거나, 병들거나 죽어버리면.. 정말 무책임한 인간이 되고, 개는 개대로 너무 불쌍하게 됩니다.
 
비양심적인 개 상인들이, 애견센터 등에 병에 걸린 녀석들 5천원 정도 싸게 사서, 알면서도 말이죠, 길거리나 지하철역에서 2~3만원 판다는군요.
참.. 기가 막히는 일이지요.
얼마나 많은 애완견들이.. 이렇게 비양심적이고 부주의한 사람들때문에 희생되는 걸까요. 법적으로도 이런 사람들은 단속을 해야하는데.. 저도 이 부분에 신경을 떠 써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강아지 키우고 싶으신 분들은, 꼭 예방접종서가 있는 강아지를 사세요. 절대로 싸다고 개를 사지마시고...
 
개를 처음 키워봐서 몰랐는데, 며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강아지 때문에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납니다.
 
튼실아.. 잘 가...
 
- 튼실이의 명복을 빌며, 못난 주인이...


 
 
진/우맘 2005-08-04 01:51   댓글달기 | URL
아....결국.....그렇게....되었네요.
그래도 튼실이, 불행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마지막 주인은 좋은 사람이었으니까요. 끝까지, 자기를 포기하지 않고, 제일 좋은 길 가려주려 노력하는 주인이 있었으니까요.
슬픔은 빨리 잊고, 튼실이는 오래 기억하세요.

ceylontea 2005-08-04 08:18   댓글달기 | URL
이런... 튼실아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렴...
며칠이지만, 찌리릿님.. 많은 애정과 보살핌을 주셨는데. 너무 서운하시겠어요...다음엔.. 꼭 건강한 강아지를 만나기를 바래요.

조선인 2005-08-04 09:36   댓글달기 | URL
못난 주인 절대 아닙니다.
찌리릿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름도 없이 혼자 죽어간 강아지였을 거입니다.
좋은 주인을 만나 튼실이라는 이름도 얻고 기억되었습니다.
튼실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튼실이는 그래도 훨씬 더 행복한 강아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튼실에게 축복의 인사를.
찌리릿님께 평화의 인사를.

2005-08-04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8-04 16:36   댓글달기 | URL
ㅠ.ㅜ 토닥토닥

개발박 2005-08-04 16:55   댓글달기 | URL
에구.. 그래서 아까 전화목소리가 죽어 있었군요.. ^^; 저두 개 많이 키워봤는데요.. 정들면 정말 힘들어요.. 한번은 태어난지 1시간도 안된 피덩이를 묻어준경험도있고 에미가 밖에서 한마리를 떨구고 들어가서 10시간이 넘는동안 추위에 발발떨면서 죽고 있던것을 찾아서 집안에 두고 원적외선치료도 해줬었는데.. 결국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기운내세요..~~~

2005-08-11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