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화를 심하게 내는 날이면 부둣가를 한참 걸은 후 나에게 "너는 여자라도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곤 했다.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할아버지에게 무시를 당한다는 것이 항상 서러웠던 할머니는 엄마를 키우는 동안 살림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명문대에 입학하긴 했지만 밥을 할 줄 알긴 커녕 행주를 빨거나 단추를 다는 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마를 주변 사람들이 비웃을 때 할머니는 단 한 번도 엄마를 나쁘게 말한 적이 없었다.
아이를 엄마에게 맡겨놓고 외국으로 공부를 하겠다고 떠난 이후 연락도 제대로 하지 않는 엄마를 주변 친척들이나 이웃들이 흉볼 때조차도. 그것은 활자가 인쇄된 모든 것- 책이나 신문, 심지어는 전단지마저도-을 신성시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컸으나 교육의 기외를 얻지 못했던 할머니에게 고학력의 딸이 자랑이고 자부심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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