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보를 걸어둔 상태에서 

오전엔 100 넘던 미세먼지가 정상수치가 되었으므로 창문을 활짝 열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4천보 채우고 오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 아니 그게 너무 쉬운 일이라서인가, 그보다 조금 더 어려운 미션 수행했다. 

맥주를 담을 에코백 들고 편의점에서 필스너우르켈과 기네스 사기. 사러가에 가서 

종량제 봉투 구입하면서 양배추와 파 기타 몇 가지 사기. 사러가 바로 앞에 있는 동경 닭강정에서 

닭강정 사기. 


뚜껑이 잘 닫히지 않는 닭강정을 두 손으로 모시고 

조심조심 버스 정류장 와서 마을 버스 타고 집에 오기. 


불티나게 팔린다는 닭강정과 

맥주 시식(흡입 아님...) 중이다. 


채울 걸음이 7백보 정도가 남아 있는데 

이건 전화기 흔들기로 해결. 





분명 학기 중엔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이다. 

전과 비하면 올해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꼴이니 이건 술을 마신다기보다 

어쩌다 술이 있었던 식사 정도. 그렇긴 한데 어쩌면 올해가 금주 원년이다. 나는 마시지 않는다. 피우지 않는다. 

호들갑 혼자 떨었던 거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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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5-2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보고 맥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시간은 오준 11:13 이고, 맥주를 마시겠습니다!

몰리 2019-05-26 11:3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건강 때문에 당분간 금주하셔야 하지 않나요.
딱 두 잔(에서 네 잔까지)만 드셔야 합니다!
 





아마존 10불 쿠폰을 어쩌다 받게 되어서 

아마존에서는 블루베리 농축 캡슐만 (아직 쿠팡이 팔지 않는다) 사고 책은 사지 않는다

기조로 세 달은 지난 거 같은데 오늘 쿠폰 쓰고 아마존 결제했다. 블루베리 캡슐도 사고 

책도 샀는데 플로베르와 투르게네프 서간집 포함. 투르게네프, D. H. 로렌스의 그 유명하지만 

헷갈리는 제목 책과 비슷하게 헷갈리는 제목 책을 쓴 그. "아들과 연인" 계열. 찾아보면 

확정 되겠지만 찾지 않는다. 하여튼 "A and B" 제목인데 둘 사이는 대칭이 아니며 책을 읽기 

전엔 왜 그 제목일까 알 수 없는 제목, 제목들. 


들었던 노문학 강좌 교수가 

투르게네프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사상 소설"의 원조가 그라고 한다. (나는 토마스 만이 원조일 거 같진 않지만 

성장 소설과 마찬가지로 사상 소설도 독일이 원산지고 본진.... 이겠거니 막연히 생각했었다). 

엄청난 양의 편지를 남겼다. 유럽의 여러 작가들과 편지로 교류했다. 편지도 극히 아름답게 쓴다. 

이미 읽지 않은 다수 서한집들이 집에 있고 그 중엔 플로베르의 서한집 두 권도 있다. 그것들 

읽지 않으면서 이걸 왜 사냐고 하기엔, 이건 플로베르보다는 투르게네프 때문에. 




마사 누스바움과 사울 레브모어가 

"잘 준비된 노년"의 요소로 말하던 것 중 

"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책들이 있다"가 있었다. 


극히 당연하고 극히 중요한데 

별로 얘기하지 않는 사항, 특히 한국에서는. 그들보다 훨씬 덜 대화문화라서기도 하겠지만 

평생을 두고 읽을 책들이, 그러니까 청년 시절부터 시작해 삶을 공유할 책들이, 그들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했다. 셰익스피어, 단테, 마르크스, 기타 별처럼 많은 (건 아닌가) 

거장들의, 잘 번역되고 잘 만들어진 책들. 


저 두 사람이 말하던 잘 준비된 노년의 요소들 중 

내가 그나마 하고 있는 건 이게 유일했다. 책들이 있다. 

그 밖의, 그것들 없이는 책들도 사라질 요소들, 은퇴 후의 자금... 등은 

생각하는 순간 바로 악몽의 시작이므로, 일단 부인("denial")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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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 대해 

그 정도 인종차별이 제도화되어 있던 곳이면 

흑인이든 백인이든 온전하게 성장하기 힘들 것..... 같은 편견 막연하게 있었다. 

그러다 어제 데이빗 커키호퍼 인터뷰 들으면서 어쩌면 아닐 수 있겠다 쪽으로. 

한국의 사정으로 바꾸면, 그게 누구 어떤 사람이든 중요한 주제로 오래, 열정적이고 방대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이들은 드문 게 맞다면, 그게 그 자체로 이 사회가 어떤 곳인가 

말하는 바 있다 보겠다.  


마사 누스바움과 사울 레브모어(*시카고 대학 로스쿨 재직한다고. 누스바움의 동료)가 

Aging Thoughtfully 제목의 책을 공저했다 함. 17년 출간. 이 책 주제로 두 사람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여러 생각들이 들었고 무려 깨달음도 있었지만 

데이빗 커키호퍼 인터뷰 들으면서 들던 비슷한 생각이 다시 들었다. 


"나는 지금 65세다. 예전 시대면 노인에 속했을 것이다. 

지금이라 해도 전성기는 지난 나이로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나는 조금도 내가 약해진 거 같지 않다. 물론 약화는 시작할 것이고, 나의 아이들이 

지금 나를 재미있어 하듯이 90세의 나도 재미있어 할 거 같지는 않다. (.....)" 


"나의 아이들이 지금 나를 재미있어 하듯이." 

성년인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노년의 (노년으로 진입하는) 부모.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라 

그래야 마땅하다, 삶은 여기에 있다.... 인 것인데,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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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더 잘 수 있었다. 잘 잔 건 아니었으나. 

다시 자고 일어나서 오늘 폭염주의보가 내렸으며 최고기온 32도가 예상된다니 

얼른 5천보라도 채우려고 나갔다 옴. 


위의 저자가 위의 책 주제로 얘기하는 거 들음. 

저자, 데이빗 커키호퍼는 남아공 출신이며 박사 학위는 벨기에 루뱅 대학(내겐 정운영의 모교로 기억하게 되는 그 학교)에서 받았다. 박사 전까지는 남아공에서 공부했다. 아파트르하이트 이후 남아공에서 국가재건 원리("founding principle")는 "인간 존엄성"이었다. 그 원리와 함께 그는 요하네스버그 대학 철학과에 재직했다. 이후 호주 카톨릭 대학으로 이직했다. 


찾아보니 아직 젊던데 

"인간 존엄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방대하게 할 말이 많고 잘 말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들 말 들을 때, 거의 자동적으로 "왜 우리는....?" 하게 된다. 왜 우리 중에서, 이러는 사람을 

보고 듣게 되는 일이 드문가. 그게 무슨 뜻인가.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순수히 학문적으로 이해하거나, 아니면 타락한 버전으로 이것저것 절충하며 아무말 함. 

거의 둘 중 하나이지 않나. 우리 중 누가 "인간 존엄성" 같은 주제에 말한다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렇다는 게 


만일 당신이 지금 여기에서 지옥을 살고 있다면 

그 지옥의 기원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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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어느 저녁에 품게 되는 우주 발생론이다. 밤마다 몽상가는 우주를 다시 빚기 시작한다. 

낮 동안의 온갖 염려 따위에서 벗어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독이 지닌 저 모든 힘을 

몽상에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주를 빚을 줄 아는 고유한 기능을 몽상에 복원시켜 준다. 

그는 밀로슈의 말이 얼마나 진실된가를 느낀다. "온 우주가 그야말로 우리 육체 속을 관류한다." 




<공기와 꿈>에 은하수의 상상력에 바쳐진 아주 짧은 장이 있는데 

저런 문장들로 시작한다. (한국어판 번역이다). "은하수의 상상력"은 부정확한 표현이겠고 

은하수가 자극하는 상상력. 은하수의 상상. 상상된 은하수. 영어로는 "imagination of the Milky Way" 구절에 

이 모두가 포함될 수 있겠지만 저 구절을 "은하수의 상상력"으로 옮길 수는 없는 거 같다. 


극히 바슐라르적 문장들이고 

이런 문장들이 좋아야만 바슐라르를 읽게 되고 

바슐라르를 중요한 사상가로 보게 (볼 수도 있게) 될 텐데 

..... 그 자신의 시대에나 지금이나, 이런 문장들에 반응하는 이는 극소수인 거 같다. 

몽상과 우주발생, 우주기원, 우주형성을 연결함. 처음엔 말장난 아니면 심한 과장으로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여기.......... 이런 얘기 쓰면서 고심하다가 서재 들어옴. 



오늘도 일어날 때가 아닌데 일어났다. 

아니 어제 일어났다. 저녁 7시에 누웠고 

의식이 다시 돌아왔을 때 시계를 보니 10시 40분경이었다. 

7시에 누웠지만 처음엔 책을 보고 다음엔 오디오북을 타이머 설정 없이 틀었으므로 

실제 잠에 든 시간은 두 시간 조금 넘을 거 같다. 


재난이다. 

오늘은 또 어떻게 늦게 자기에 성공하냐. 아마 낮에 자게 되지 않을까. 

자정 무렵, 다음 잠은 어떻게 잘 잘 수 있을까 근심한다. 이번 잠은 실패했어도 다음 잠부터 잘 잔다면

출구가 더 잘 보일 터인데. 근심은 두 시가 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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