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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올 때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여학생이 

주섬주섬 가방에서 책을 꺼내더니 읽기 시작했고 펴진 페이지에 큰 활자 장 제목이 

있는 것 같으면서 흘낏 봤더니, 책의 정체는 아마도 문학평론집, 장의 정체는 

"--의 수사학: (사람이름)론" 형식인 걸로 보아 작가론. 


괄호 안에 들어간 사람이름은 

작년 10월 이후 알려졌던 '문단 성폭력' 가해자 중 일인의 이름.

내가 내릴 때까지 그 학생은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 



나보코프의 저 책, Speak, Memory를 1.2 페이지 정도 읽음. 

진정 위대할 것 같아서 제대로 뛰어듬을 감행하지 못하는 책. 뛰어들기를 계속 미루게 되는 책. 

안 읽고 있음을 변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저런 이유에서 읽지 못하고 세월을 보내게 되는 책. 

그런 책 아닐까 한다. 1.2 페이지 읽으면서 무수히 감탄했다. 그리고 고교 시절이나 대학 시절에, 이런 책을 

같이 읽으면서 어휘와 문장 단위까지 세밀하게, 오래 토론하면서 반응을 공유하는 모임이라도 있었다면 어떤 

놀라운 변화가 혹은 소득이 있었을까 공상하게도 되었다. 위의 여학생도, "박주택론" 같은 것은 장난으로라도 

읽지 말고 나보코프를 읽었으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리처드 로티가 나보코프를 광적으로 좋아했나 보았다. 여러 최상급의 칭송을 했나 본데 

그 중 하나가 "그는 날때부터 그렇게 쓴 사람. he was born to write like that." 그렇게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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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varysme으로 구글 이미지 검색 해보았더니 이런 책도 있다. 


이것, 조금 약하지만 

유해하기로는 본격 버전 못지 않은 버전도 있지 않나. 

현실에서, 언제나 그 이상을 보는 일. 이상화된 비전을 (저 책의 부제에 쓰인 말로는 "일루전"을) 

덧씌우는 일. 사람들이 혼자이기를 택하는 경향이, 이런 '약'보바리슴도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며 거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나 생각해 봄. 


"일루전"이 없다면 견디지 못할 수많은 관계들이 세상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보면, 심지어 부모 자식 관계도. (심지어가 아니라 어쩌면 "무엇보다". 무엇보다 부모 자식 관계가. 부모도 자식을 이상화된 비전과 함께가 아니라면 정떨어져서 못 볼 수도. 자식이 부모를 볼 때도 마찬가지. 다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부모 자식 관계가 이렇다 생각한다). 나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 의 관점에서, 내 경우 삼십대 후반 이후 우수수 우수수 매일 새롭게 "일루전"들이 떨어져 나갔다. 아 이렇게, 인생에 실망하고 불만 많은 늙은이로 늙어가는 건가보다. 진심으로 저런 한탄을 자주 했다. 


그런데 지금도 이상화된 (낭만적인, 매혹된) 관점에서 보는 사람이나 대상이 없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것들은, 있어야 했던 모든 환멸들을 견디고 남은 건강한(좋은) 이상인 건가 아닌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기도 하다. 좋아하는 책들, 작가들. 그리고 등등. 


*이런 얘길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싶어지면서 

더 얘기해야 마땅할 대목에서 그만 중단하는 것이 좋아 보임. 

보바리슴. 마담 보바리. 플로베르. 리스펙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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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ime.com/4745910/south-korea-elections-moon-jae-in/?xid=homepage


으아 수준 높은 인터뷰다며 

감탄했다. 특히 김정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트럼프와 협력할 수 있겠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들. 

"외교적" 정말 그 말의 최고 좋은 의미에서 외교적. 전혀 공허하지 않으면서 이상적.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실천적. 


Q: What is your sense of Kim Jong Un? Is he irrational, as some say? Do you think he would agree to talk?

A: Kim Jong Un is a very irrational and oppressive leader. But the same goes for his predecessors. The regime itself is irrational, and incomprehensible by international standards — it is a third-generation dictatorship. We face a daunting challenge.


Q: You say that you want to negotiate with the regime and make them see reason. But you say the regime is irrational. Isn’t there a contradiction here?

A: Even if Kim is an irrational leader, we have to accept the reality that he rules North Korea. So we have to talk with him. If Kim wants the security of the North Korean system and regime, we have to convince him that nuclear dismantlement actually achieves those goals. The U.S. must make diplomatic efforts with the North, and demand that China apply pressure on North Korea.



하여튼 감탄했고 

대통령의 연설이나 인터뷰에 감탄하는 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일이 

다반사. 하아. 그랬으면 좋겠다고 잠시 기대해 보았다. 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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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출한 여러 책들 중 이것도 있다. 

Philosophers in Conversation: Interviews from the Harvard Review of Philosophy. 

존 롤스의 인터뷰가 맨 앞에 있다. 이 인터뷰의 처음 질문은, 당신이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롤스의 답은, 이런 일은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것일 때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 내가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나로 얘기해보겠다.


저 질문, 무한히 반복 변주할 수 있는 질문이지 않나. 철학을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하고 

모두에게서 답을 받아 기록해 두면 좋을 질문. 그런데 철학만이 아니라, 그 대상이 무엇이든. 


나라면, 바슐라르와 공간의 시학. 아도르노와 계몽의 변증법. 이들은 철학자가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 저 방향으로 생각하게 될 거 같다. 그런데 대학원 시절 얼마 동안은, 정말 철학이 학문의 제왕이고 최고다. 진심 그러던 때 있었다. "역사는 역사 철학이 되어야 한다" 이건 아도르노 말인데, 모두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냐 쪽으로. 문학은 (문학연구는) 문학 철학이 되어야 한다. 


철학자들의 저술 중 당신이 결코 인정할 수 없었으며 심지어 규탄한 저술은 무엇인가? : 이런 질문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레이먼드 게스가 쓴 리처드 로티 회고에서 특히 감동적이고 여러 번 읽고 싶어지는 대목이 그것이다. 로티가 쓴 Achieving Our Country 혹독하게 비판하는 대목. 다른 누구도 아닌 로티가 미국 예외주의, 미국 국가주의... 이런 걸 택하다니. 이러면서 정말 벽을 치고 울고 한탄하는 것 같은 대목이 저 글에 있다. 아주 길게 말한다. 자기 조국의 우월함을 믿고 싶음이 어떻게 유혹이 되는지, 그런데 그 유혹 앞에 무너짐은 어떻게 비천한 일인지, 내 조국이 위대하게 보일 때 왜 우리는 (로티 자신의 철학을 따라) 우연성... 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지, 이런 등등에 대해서. 


말은 저렇게 해도 그 자신 (은밀하게는) 미국우월주의자겠지. 

같은 의심은 좀 한국적 의심인 것 같다. 말을 저렇게 하고 실제로도 자기 말에 충실한 신념, 행동인 사람들이 

아주 드물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은 누가 못해' 이 표현 자체가 한편 우리의 (우리 고유의 ㅋㅋㅋㅋㅋㅋㅋㅋ) 곤경을 말해주는 표현. 여하튼, 로티는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로 한때 스승이던 사람에게 버림받고 ㅋㅋㅋㅋㅋㅋㅋㅋ Achieving Our Country로는 한때 동료이며 서로 깊이 존중했던 레이먼드 게스에게서 규탄 당함. 


그런데, 적어도 어떤 면에서는 일급인 책을 쓰고 버림 받기. 

그런 식으로 극적인 삶 살아보고 싶다. ; 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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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맛있지 않나. 

오늘 이거 한 통 먹음. 

4조각 먹은 것인데 1조각 칼로리가 110 정도 될 것이다. 

점심을 아주 많이 먹고 나서 먹은 것이므로 점심만으로 1400 칼로리쯤 먹었을 듯. 그리고 많이 걸었다. ; 

브라우니. 브라우니를 처음 알았던 건 94년작 Reality Bites. 이 영화 90년대 중반에 볼 때 새로운 바람이었다. 

구석구석 새로웠다. 혼성 4인조인가, 하여튼 친구들이 같이 사는 집. 그 집에서 친구들이 소파에 같아 있는데 전화 올 때, 아마 옛날 다이얼 전화기였던가 전화기를 든 이단 호크가 하는 말이 "여보세요, 여긴 우리들의 불만의 겨울입니다" 이러는 장면도 오, 오우... 하면서 봤었다. Hello, you have reached the winter of our discontent. 위노나 라이더가 그 집 부엌에서 브라우니 만드는 장면이 있다. 오븐용 강화유리 그릇에 초코 + 떡같은 것이 담겨 있음. 브라우니 만들고 먹는 그 장면도 위노나 라이더와 이단 호크 사이 관계의 변천에서 중요한 장면 아니었나. 


미국에선 확실히 많이 먹긴 하던데 

좋아하게까지 되지는 않았으나 아주 가끔, 너무 맛있다며 먹는다. 

그리고 먹고 나면 갑자기, 어려운 논문들 두 개는 바로 씹어먹을 수 있을 거 같은 상태가 된다. 

그 상태가 오래 간다면 아마 살이 찌든 말든 브라우니 중독자가 될 수도. 한 한 시간 정도로 끝. 



어젠 9시 되기 전에 자기 시작했고 

4시쯤 깬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새벽-아침의 비몽사몽인 시간에, 봄이 왔을 뿐 아니라 이미 여름으로 향해가는 중이므로 이토록 환해도 

아직은 5시도 되지 않았다고 결정까지 해가면서 자다가 전화기 눌러봤더니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올해 들어 

가장 늦게 일어난 시각일 듯. 많이 잤고 잘 잤던 날. 


리처드 로티는 결코, 단 한번도 예측가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는 레이먼드 게스의 회고를 

자꾸 생각하게 됨. 사실, 누군가를 깊이 알아가는 일(독자로서 알아가든, 실제 관계 속에서 알아가든)은 

"그라면 -- 할 것이다"의 축적이기도 하지 않나. 니체의 애독자라면 여러 문장들 앞에서, 이건 니체가 썼을 만한 문장이다, 이건 니체가 어디서 실제로 쓴 문장이다, 니체라면 결코 쓰지 않을 문장이다... 같은 판단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만일 "그라면 (--게 말할, --게 행동할) 것이다"의 축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혹은 오직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일어난다면 


그게 그 자체로 그 사람에 대해 말해주는 바 있지 않나. 


어쨌든 타인의 '레퍼터리' 혹은 '매너리즘' 그런 것에 대하여 

세심한 이해..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을 텐데, 그런데 그 세심한 이해란 

한편 그가 '예측불허'인 사람일 때만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언제나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쪽인 사람이라면 

게으르게 이해하겠지. 예측가능하지만 동시에 언제나 예측불허인 요소도 품고 있는 사람일 때, 이해의 도전..... ; 하여튼 이해가 재밌어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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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4-1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리얼리티 바이츠 이십년 전에 봤고요 여기 너무댓글 길게 달고 싶은데 취해서 못하겠어요 엉엉 ㅜㅜ

몰리 2017-04-19 13:02   좋아요 0 | URL
위노나 라이더 리즈 시절. ㅎㅎ 빨간색이던가 티셔츠에 청바지 입고 주유소 알바하는 장면에서 아주 예뻤던 위노나 라이더. 마이 샤로나.. 편의점 장면도 명장면! 술 마실 때 보면 술을 더 맛있게 해주는 90년대의 힘! 90년대의 좋음과 애잔함;을 지적질하면서 본다면 좋을 것 같은 우리들의 명화!

아 전 지금 술에서 깨는 중입니다. ; 그런데 이 영화, 사운드트랙도 참 좋았어요.
이단 호크의 짧았던 청년 시절이 담긴 이 영화. ; Gattaca만 가도 이단 호크는 청년이기엔 너무 고생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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