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dor Adorno | International graves




하튼 이래저래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면서 

아도르노 책들 힘들어도 견디면서 잘 읽고 있다가 며칠 전 그게 딱 어긋난 것임. 

그래 지금 나락에 빠져서, 어제 마시다 남은 술에 보태어 오늘 사온 술 마시는 중이다. ㅎㅎㅎㅎㅎ 

이러면 안되는데. 이제 (급속히 늙어가는 처지에) 시간도 많지 않은데.... 이러면서 마시고 있음.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도 꿀떡꿀떡 (타이핑도 힘들다) 잘 들어감. 


 

이 나락을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저 감사함의 정체를 살펴볼 수도 있을 거 같다. 



그가 "진리 내용"을 말할 때 그건 대개는 "희망"이다. 

훌롯-켄터의 이 말에 적극 공감했던 건, 진짜로 그의 책들엔 "희망"이 있고 그게 공허한 희망이 아니라서. 인간이, 세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그의 책들에 있다. 이게 아주 직접적으로는 "너는 네가 살려고 했던 그 다른 삶으로 갈 것이다" 같은 메시지로 들려오기도 한다. ("메시지" 이건 그가 혐오했던 것인데.... 그냥 씁시다). 그 다른 삶이, 돈이나 지위에 관한 것은 물론 아니다.;;;; 모호하고 또렷한, 기억 같고 꿈 같은 무엇. 


변화를 믿는다, 변화를 안다. 

이게 없으면 "진보" "급진" "좌파" 사상가라고 할 수 없는 거구나. 

그리고 그 변화는 무엇보다 인간의 변화에 관한 거구나.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저렇게 적어두니 한편으로는 약파는 거 같고 

다른 한편으론 (그게 그거겠지만) 어둠을 통과하는 입장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하게 보일 수 있을 거 같다. 

People don't change. They just grow old. : 식스핏언더가 주었던 교훈 중엔 이것이 있기도 하고. 


그런데, 그의 책들에 담긴 희망이 공허하지 않은 건 

바로 저 변화가 실체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흐으. 이제 또 꿀떡꿀떡 벌컥벌컥 마시고 자러 가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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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on.com: Philosophy and Sociology: 1960: 9780745679419: Adorno, Theodor  W., Braunstein, Dirk, Walker, Nicholas: Books




<철학과 사회학>. 

이렇게 재미없게 들릴 수가... 인 제목. 

이것도 강의록이다. 올해 나왔다. 



Six Feet Under, Vol. 2: Everything Ends - Wikipedia



Everything Ends. 식스핏언더가 주었던 이 교훈. 

저주이자 축복. "끝나지 않는 것은 없다." 

아도르노 (음악학 제외하고) 다 읽기. 이것에도 끝이 있겠지. 다시 시작해야 하는 때가 오겠지. 


그런데 스스로에게 뜻밖에도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었다. 그의 책들이 영원히 새로이 나온다면 좋겠다. 

내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책들이 있다면 좋겠다. (......) 이러게 됐었다. 

아직 다 읽으려면 멀었고 사실 얼른 끝이 오기를 고대해야 하는데, 그럴 것으로 여기고 있다가 실제로 상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처음 읽을 그의 책은 남지 않은 때가 온다면 슬플 거 같았다. 


아무리 읽어도 처음 읽는 것인 책들임을 알지만 

그래도 진짜로 처음과, 처음이 아님에도 처음 같은... 사이에 차이가 있긴 할 거라서. 


그래서 며칠 전 올해 나온 저 강의록 <철학과 사회학> 알게 됐을 때, 이거 뭐냐, 혹시 기도에 답해 주심인가.  

그럼 계속 그의 강의록들이 나오게 하시라. 



아도르노의 책들도 그렇지만 강의록이 강의록이라는 특성 상 더 분명히 보여주는 특징이, 독자/학생들에 대한 일관되고 깊이 있는 존중이 있다. 나는 무엇보다 이것이 중독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중이 잘 될 때 읽으면, 정말이지 존재의 다른 층위로 가는.... 그런 느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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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의 <미학이론>과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책도 나와 있었다. 제목 영어로 하면 Where are we with Adorno's Aesthetic Theory?  


New German Critique, 이 학술지에서 <미학이론> 출간 50주년 기념호를 21년에 내기도 했었다. 

기념호 제목은 Adorno's Aesthetic Theory at 50. 50세가 된 <미학이론>. 


이 책 지금까지 잘 이해받지 못한 책이라는 합의가 있는 거 같다. 이제야 이해받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책이라면, 저 불어책 제목의 질문이 아주 좋은 질문이 되지 않나 한다. 그 책과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 책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들이 있고, 책이 끝나면 그 곳들에 이어 우리에게 가라고 하는 곳들이 있을 거라서. <미학이론>에는 그런 곳들이 무수히 있다는 생각 든다. 인문학 전공이면 저 질문에 답하는 책을 쓰겠다 작정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파친코> 이민진 작가가 강연에서 "동양인은 로보트 같다는 편견이 흔하지만 아니야. 우리에게 열정이 있고 용기가 있어. (....) 우리 한국인들은 위대했어 (we Koreans are nothing short of epic)"라고 하던데 


예술, 학문에서 거두는 지속적인 성취 없이 "nothing short of epic"일 수는 없지 않나. 

.......... 생각했. 이에 대해 여러 다른 의견들이 있겠습니다만... 


<미학이론>과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본격적으로 답하는 책을 누가 쓴다면 

나는 그게 엄청난 성취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하든 그게 무슨 상관, 그렇긴 한데 뭐 어쨌든. 하 그걸 해내셨군요. (매일 조용히 감탄하겠....) 





오늘 26도. 

에어컨 설치 신청해 두었다. 

앞으로 읽어야 하는 (읽고 싶은) 책들 생각하면 

윤.. 등등으로 인한 고달픔 사라지는 느낌 되기도 한다. 

읽고 쓰고. 읽고 쓰고. 이것만으로도 아주 충분히 넘치게 의미있고 "나는 살았다"인 삶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안다면, 그렇게 살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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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4-11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도 덥군요!! 저희는 어제까지 너무 더워서 에어컨 켰는데 오늘은 좀 쌀쌀했어요. 오늘부터 다시 온도가 내려가서 일요일부터 다시 더워지는 것 같아요. 암튼, 요즘 몰리님 글 많이 올리셔서 좋아요.^^

몰리 2022-04-11 19:46   좋아요 0 | URL
거의 8시 되어 가는데 23도! 아직 4월 초순이라 봐야할 건데요. 2주 전 겨울이지 않았나? 하게 되고. 아앜.

라파엘 2022-04-11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쓰고. 읽고 쓰고. 그렇게 의미있는 삶이 되고. 그러면 결국에는 회고록이 쓰여지겠지요 ㅎㅎ

몰리 2022-04-12 18:49   좋아요 1 | URL
아악 정말 이래야 하는데
앞으로 몇년 내내, 우울하고 무력한 날들이 수시로 있을 거 같네요. ㅜㅜ 흑흑.

라파엘 2022-04-13 10:11   좋아요 1 | URL
특히 한국에서, 연구자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몰리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바라고,
몰리님이 만들어가시는 삶의 의미가 자신과 이웃과 세계와의 모든 관계 가운데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ㅎㅎ

2022-04-13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 1966, Ingmar Bergman | Film quote poster, Movie quotes, Film quotes




저런 대사가 그냥 막 나오는 게 

Ingmar Bergman 영화들의 놀라움이기도 하다. 

초기 영화가 몇몇 빠지기는 했지만 거의 전집에 가깝다는 박스 세트가 18년에 나왔는데 아마존에서 48% 세일한다. 150불 정도. 아마존 리뷰 보면 출시 당시부터 열광하는 리뷰들이 줄줄이. 











알라딘 상품으로는 이렇게 나와 있다. 

이건 사야 해.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 그래 지금 사야 해. 

이러고 있. 



글쓰기에 대해 일찌감치 제대로 배웠다면 좋았을 것이, 내 경우엔 이것이다. 

글은 달라진다는 것. 어디로 갈지 미리 알 수 없지만 쓰지 않으면 가지 못한다는 것. 

어느 정도 공들여 쓴다는 전제 하에, 쓰면 쓸수록 (계속 써야만) 새로운 곳에 가게 된다는 것. 

지금이 다가, 끝이, 아니라는 것. 


<미학이론> 읽으면서, 그래도 그 근본에서 민주적인, 평등한 예술 형식은 문학이 아닌가는 생각 하게 되는데  

(음악, 미술은 정말이지 이건 어느 정도 "있는 집" 아니고는 시작부터 쉽지 않은) .... 그래서 글쓰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많은 생각, 실험들이 있기를 바라게 된다. (.......... 그리하여 이 포스팅도 "회고록 씁시다" 포스팅이 되게 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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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4-11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아주 좋아요!!
글은 달라진다는 것. 어디로 갈지 미리 알 수 없지만 쓰지 않으면 가지 못한다는 것.
어느 정도 공들여 쓴다는 전제 하에, 쓰면 쓸수록 (계속 써야만) 새로운 곳에 가게 된다는 것.
지금이 다가, 끝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저도 되지도 않은 글을 계속 쓰는 걸까요?? 응??^^;;;
암튼 용기 얻었어요.^^

몰리 2022-04-11 16:57   좋아요 0 | URL
라로님, 정말 ˝nothing short of epic˝ 이것이 우리 모두의 가능성!
.......... 아니 진짜로요! 진지하게!
그러니까 계속 쓰고, ˝각잡고˝ 쓰고....
매일 파일을 열고...
그리고 끝내고...
 







"Vierhändig, noch einmal." 

어린 시절 친구들과 했던 듀엣 피아노 연주를 회고하는 아도르노의 에세이 제목이라고 한다. 

전기, 그의 유년기 파트에서 여러 번 인용된다. vier = four, händig = hands, with hands. 

noch einmal = once more. 독어 초초급까지 해보았다면 이 에세이 제목에 순간 끌릴 거 같다. 

noch einmal. 이 구절이 멋지게 보였다. 노크 아인말. 놐 아인말. 



박근혜 정권 시절 힘든 날들 많았다. 그냥 힘듬. ㅎㅎㅎㅎㅎ 

quiet desperation. 분명한 이유 없이 조용히 힘듬. 

그게 아니면, 분명한 이유 있으면서 격하게 힘듬.  

앞으로 5년 동안 그게 더 할 수도 있을 것에 초조해 하다가 나가서 맥주 사왔다. 


이 나이에 맥주. 

몇 년 전 어느 칼국수 집 앞에서 한 선배와 약속하고 만났는데 

담배를 피우자 해서 근처 주차장 가장 구석으로 데려 갔었다. 아가씨들은 다 보이는 데서 피워도 되겠지만 아줌마는 아닌 거 같아. 우리 숨어서 피웁시다. (...) 그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아가씨?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사회적 승인의 바깥에 있는 행동은 젊은 사람이 할 때보다 젊지 않은 사람이 할 때 더 눈에 띈다. 내 설명에 그는 그닥. 동의 안함. 하긴, 어디서 길빵을 하려고! 했다면 되었을 것을.  


그런데 어쨌든 술도 비슷하다.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술을 아예 안 마시는 사람에 가깝게 되었는데, 이게 나이에 걸맞는다, 같은 보수적 생각을 진심으로 하기도 한다. 젊은 사람이야 마셔도 되고 많이 마셔도 되지만 이제 이 나이엔 어쨌든 혼자 술 마실 일은 없어야 할 거 같아. 없는 게 다행일 거 같아. 없어야만 해. 그냥 자면 되잖아. 하루가 짧잖아. 


그런데 ............... 오늘 마십니다. 마시면서 연속 포스팅을 아마 하게 되겠. ;;;; 흑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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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22-04-11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질감의 좋아요. 그 힘듦 때문에 저는 그쪽으로 사고회로를 아예 정지시켰어요. 답답해서 숨도 잘 안 쉬어질 것 같아서요.

몰리 2022-04-11 11:43   좋아요 0 | URL
어제 저녁엔 그걸 갑자기 생생하게 기억하니까 정말이지 ˝숨도 잘 안 쉬어질˝ 상태가 되더라고요. 오늘 아침이 두려웠는데 (그런 상태에서 맞는 아침은 아침답지 않게 우울하고 무력할 때가 많았어서) 다행히 아주 우울하거나 무력하지는 않지만.... 속히 대비가 필요합니다.

라로 2022-04-11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 들수록 더 혼술을 하게 되네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