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번스타인(번스틴)이 바그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다. 

"물론 우리는 그를 혐오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무릎을 꿇고 혐오한다."


올해 들었던 음악사 주제 강의에서 교수가 인용했다. 

그 교수는 바그너의 이념이 추악, 추잡한게 사실이고 영원히 그에 대해 논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의 음악이 우릴 무릎 꿇게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번스타인의 한 마디가 사태를 종결함. We detest him on our knees. 


혐오와 숭배의 조합. 

바그너를 아는 보람이 거기 있겠군요. 



감정의 삶을 천천히 이해하기. 

같이 이해하기. 그리고 잘 표현하기. 

이것이 얼마나 지성의 삶, 정신의 삶에 필수인가. 

저것들을 하지 않고 저것들에 적대적이라는 건 얼마나 그 자체로 인간의 파괴인가. 

Book burning leads to people burning. 



시를 쓰듯 포스팅. ;;;;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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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12월의 하루는 연달아 포스팅하는 날로 남겨 둬. 

얼마 전 발견한 미국 북튜버. 도나 타트 <비밀의 계절>을 깊이 사랑하는 독자다. 

<비밀의 계절>에 등장하는 곳곳이 베닝턴 대학과 그 근방의 실제 장소들을 모델로 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베닝턴으로 로드 트립을 간다. 이 영상은 빨려 들면서, 진심 감사하는 심정이 되기까지 하면서 보았다. 유튜브가 없었고 그녀라는 북튜버가 없었다면, 어느 춥고 배고팠던 시절 방구석 1열로 베닝턴 캠퍼스 투어 할 수 있었겠? 


<마이너 필링스> 읽으면서 <비밀의 계절> 생각하기도 했다. 

캐시 박 홍이 캠퍼스 소설을 쓴다면 괴작, 걸작이 나올 것이다. 

그녀가 <비밀의 계절>을 썼다면, 타트의 <비밀의 계절>을 압도했을 것이다. 비할 바 없이 독창적이었을 것이다. 모두에게 중요한 소설을 썼을 것이다. 모두가 그 중요함을 감지할 소설을 썼을 것이다. ------------ 밑도 끝도 없이 생각함. 



적어두고 보니 과장스럽긴 하다. 

.......... 그러나 과장이 진리의 매체이므로. 



위의 북튜버는 고졸 학력이다. 

어린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30대 초반?) 사랑했던 책들을 돌아보는 영상이 있는데, 7세, 12세, 14세, 17세 이렇게 나아가다가 19세 즈음에서 "나는 대학은 가지 않았어. 갈 이유가 없었어. 대신 일하기 시작했어" 이런 말을 한다. 미친 듯 일을 했다고 하고, 그러다 시골 마을에서 뉴욕으로 온다. 지금은 뉴욕에 살고 있음. 여러 출판사들이 책들을 그녀에게 보낸다는 걸 보면, 뉴욕 출판계에서 이미 입지를 ....  


그녀를 보면서도 생각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국이라면? 

테레사 학경 차는 영어를 배우고 2년도 안되었을 때, 영어로 시를 쓰고 입상했다. 한국이라면? 이민자의 자녀가 한국어를 배우고 2년도 안되었을 때, 한국어로 시를 쓰고 입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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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박 홍은 미국이 자기 가족 포함 한국 이민자들에게 준 "기회"가 없다 쪽이다. 

다수 이민자들이 미국에 오기 전에 이미 엔지니어였고 의사였고 성실한 직업인이었다. 미국에서 오히려 하강하는 삶, 나락을 살았고 살고 있는 이민자들도 적지 않다. 


나는 

그녀가 다닌 대학, 이거 미국이 준 기회라 봐야 하지 않음? 

영어, 이것도 기회에 속하지 않음? -------------- 이러게 된다. 

정신의 삶을 살고자 한다면, 식민주의의 역사를 내밀하게 품은 언어라 해도 영어(와 한국어를 비교한다면. 그녀도 비교하므로)가 한국어에 비할 바 없이 풍요하고 정교한 언어다. 


저 마지막 대목은 욕 죽어라 얻어먹을 소리다. 

어디선가는 쫓겨날지도 모른다. 영원히 만인의 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 정신의 삶이 있습니까. 한국의 초저출산율 배후엔 여기서는 정신이 살지 못한다, 가 있지 않습니까. 


<마이너 필링스>의 페이지들엔 

무수한 공명들이 있다. 정신의 형성을 증언하는 공명이랄까 ㅎㅎㅎㅎㅎ 

이해, 대화, 논쟁의 공명. 그런 공명들이 들리게 한국어로 쓰기가, 그게 당신이라해도 쉽지 않을 거에요. 

한국에서 지성의 권력은 없고, 지성과 무관한 권력의 소유자들은 너나없이 "마지막 말은 내가 한다"로 살고 있어요. 




그녀의 모교 오벌린 대학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회고가 있는데, 그녀는 학부 시절 미대 친구들과 하이데거를 읽었다. "지성의 향상 improve the intellect" 하기 위해 서로 머리 맞대고 토론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읽었을 수도 아니면 읽다 포기하고 도구로 쓴 것일 수도 있지만 스피박 책도 언급된다. 90년대 중반이었고 대학의 지성의 삶에서 다문화주의가 아직 살아 있을 때였다. 그녀는 백인 남자들에게나 가능한 종류의 자신감과 함께 대학을 졸업했다. ------ 이런 대학 시절, 이것이 어떤 희귀한 행운인가 알아보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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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6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6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7 0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11월은 달력과 다이어리 사는 달. 달력과 다이어리와 함께 이런 책들도 배송되었다. 


이 중 캐시 박 홍과 제이디 스미스의 책은 다 읽음. 둘 다 길지 않다. 스미스의 책은 2만 단어도 되지 않는다. 1만 6천 단어? 20년 5월인가 나온 책인데, covid 락다운 상황에서 두어 달 동안 빠르게 쓴 사적인 에세이들. 


<마이너 필링스> 이 책이 너무 좋아서 

올해의 책이고, 그게 다겠냐 인생의 책일 것이고, 등등 이 책이 열어 준 세계 안에 빠져 있는 중이다. 유튜브에 캐시 박 홍 출연하는 동영상이 적지 않은데 그것들도 전작주의 하고 있다. 그녀의 사진을 집안 사방에 걸어두고 놓아 두고 해야할 거 같다.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누구냐 이 분은" 하겠지. 자매이시다. 이모이시다. 고 답하면 그게 맞는 답이 될 거 같. 한국인의 자매. 이모. 네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너의 자매. 너의 이모. ㅎㅎㅎㅎㅎㅎ 모든 너에게.  



............. 정말 도저히 이보다 더 긴 글 포스팅 하기 쉽지 않. 

예전엔 어떻게 긴 글도 포스팅하고 하루에 서너 개도 포스팅하고 그렇게 살 수 있었나, 놀라게도 되는. 



이 책이 너무 좋아서 올해가 가기 전 이런 포스팅 합니다. 

좋은 책은 삶을 바꾼다. 삶을 이끈다. 이걸 완전히, 실제로, 강력히, 알게 하는 책이었. 

우리는 그런 책을 씁시다. ;;;; 누구든 그런 책을 써야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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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2-06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몰리 님!!

몰리 2023-12-06 15:0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 마이너 필링스 너무 좋아서 리뷰, 페어퍼도 찾아보다가 다락방님 단발머리님 글 읽었. ㅎㅎㅎㅎ 이렇게 우리는 만나고 있습니다. 더 잘 만날 수 있게 살아보겠습니닿? ㅎㅎㅎ

다락방 2023-12-06 16:05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러겠습니다!!!
 






전두환 손자 전우원, 전우원씨(경칭 해드리고 싶어진다) 인스타 정주행한 다음인데 

....... ㅠㅠㅠㅠㅠㅠ 심정. 


과하게 흥분(? 혼란? 이 더 맞을 듯. 오만 생각 오만 기억이 질주하...) 해서 

잠시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잠시가 몇 시간이 되고 오늘 생활이 불가능할 거 같다. 




영어로 말한 동영상도 있던데 

awareness. 이 단어가 반복되었다. 

"여러분이 알게 하기 위해서" "내가 알기로는" : 이런 말 할 때. 


저 단어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여러 번 새겼던 사람 같았다. 

말을, 단어든 문장이든 대강 대강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우원씨,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 

나는 이게 왜 이렇게 사무치지. 사무쳤을까. 사무치는가. 

아니 왜 그는 awarenss 이 말에 사무쳤는가. 


회개. 웃지(비웃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말이었을 이 말... 오늘 오나전 다르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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