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철학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두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하나는 텍스트의 고고학을 수행함으로써 철학사를 반성하기다. 

다른 하나는 인문 과학의 하나로서 오늘의 인식과 논쟁들의 확산 속에서 자기 길을 찾기다. 

철학에 철학 고유의 대상은 없다. 하지만 철학의 방법과 개념화, 논증을 통해 철학은 

사물들 사이, 인식들 사이, 학제들 사이를 통과하는 새로운 길들을 열 수 있으며 열어야 한다. 

철학은 이들을 대각선으로 횡단하기도 한다. 철학을 통해 일어나는 이들 사이의 통행, 이들의 교차에서 

형태학들이, 유형학들이, 일관성들이, 계보들이 미완의 상태로나마 부상한다. 


미학들, 인류학들, 과학들, 윤리학들, 신학들. 그 뿐 아니라 합리성들과 상징들. 

이들 사이에 그어지는 사선들. 이 사선들을 추적하고 따라가면서, 철학은 현대의 삶의 핵심에서 

아직 감지되지 않은 풍요들을 보여줄 수 있다. 철학은 결코 닫힌 체계가 아니다. 그렇기는 커녕, 시대들, 학파들, 전통들 그리고 문화들 사이의 자유로운 통행을 실현할 매복의 장소로서(*)


철학은 자기 복제, 혹은 미디어의 폭격 앞에 굴복하기 외의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이 총서는 이미 잘 규명된 우리의 인식을 갱신하며 길들을 열어줄, 그리고 충격과 함께 철학적 연구의 원리와 기원을 우리가 생각하게 할, 철학의 개인 작업과 집단 작업을 모으고자 한다."  



위의 책은 "철학적 횡단"이라는 제목 총서에서 2012년 나온 책. 

바슐라르 연구서이므로 겟. 책 뒤에 총서 책임자들이 쓴 위와 같은 ('출간에 부쳐') 글이 있다. 

내 마음대로 번역해 보았다. 여러 대목 확신할 수 없지만 특히 (*) 표시한 대목. 


Loin des systèmes clos, mais toujours à l’affût d’une libre circulation entre les époques, les écoles, les traditions et les cultures, la philosophie peut donc faire autre chose que..... 


이렇게 시작하는 문장인데, 철학과 "매복 장소(à l’affût)"를 연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매복 장소에서 언제나 매복 중인 무엇으로. 그러니까 시대들, 학파들, 전통들, 문화들 사이에서 

자유로운 통행이 방해될 때마다 (숨어있다, 불시에) 나타나 방해물을 저격하는 것이 철학이다? 


이런 유형 글에서 복수형 명사들은 

번역할 때도 반드시 복수형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껄끄럽고 가독성을 낮춘다 해도. 한 1년만 그렇게 해도, 한국어에 복수형이 자리잡을 거 같고 

그런다면 그건 좋은 변화일 거라고 믿음. 


철학. 한국어에서 "철학"은 한편 어쩐지 오명이 된지 오래인 듯하기도 하다. 

영어로 "philosophy"엔 일어나지 않은 일. 


philosophy hope in a jar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philosophy. 화장품 브랜드. 


스티븐 멧캐프가 "철학은 그런 게 아니야" 취지로 열정적인 말들을 할 때 

이 화장품 브랜드를 언급하거나 가짜 철학자들을 규탄하지는 않는다. 그의 적은 

철학의 전문화나 철학의 사소화. 분명 상황이, 도달해 있는 지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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