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 읽고 나면 기분이 더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강력사건에 대한 포스트입니다*





지난 주 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  

으아 무시무시하고 우울해지는 내용. 

2월 초 일요일 새벽 (2001년) 집근처 뒷산에서 살해된 여대생. 

무릎에 구멍이 나있는 추리닝 바지 포함 잠옷 위에 코트를 걸치고 

구두 신고 나간 차림. 인근 주민에 의해 그날 오후 늦게 시신 발견. 

발견 주민에 따르면, 생전 가지 않던 쪽으로 그 날 따라 강아지가 자꾸 그리 가려 해서 갔으며 

그러지 않았다면 시신은 몇 달이고 몇 년이고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복부 자상 1회, 경부 자상 1회. 

복부 자상이 이미 치명상이라 경부 자상은 살해되었음을 확인하는 게 목적인 듯 보인다고. 

주저흔도 없고 방어흔도 없는, 거의 무의식 중 살해된 듯한 것도 설명하기 힘든 점. 



한때 그알 에피들 모아서 하나씩 전부 다 보던 시절 있긴 했지만 

지금은, 누가 이거 꼭 보라고 해도 안 보는 편인데 

어쩌다 이거 오늘 보았고 지금, ㄷㄷㄷㄷㄷㄷ 거의 떨고; 있는 중. 


사건 발생 후 가장 유력했던 용의자는 사건 15일전 헤어졌던 전남친. 

전남친은 알리바이를 입증했고, 이후 용의자 선상에 오르는 이들은 거의 모두 피해자에게 접근했던 남자들. 

그런데 '그알' 팀이 제시하는 놀라운 반전은, 사실 범인은 여자일 것 같다는 것. 


이건 또 왜 봤나 모르겠지만 시청자 게시판 글들도 보게 되었는데 

'범인은 여자이고 가족 중에 있어서, 피해자의 언니일 가능성 크다'는 글이 여럿이었다. 

이런 글들도, 그알 본에피만큼 후덜덜하다. 읽다가 소름 돋는다.  



피해자는 예쁘고 착해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고 

해서 가해자가 여자라면 동기는 '질투'. 가해자가 언니라면 역시 동기는 '질투.' 

이런 얘기 보다가 <낭만주의의 뿌리>에서 루소는 합리주의자인가 낭만주의자인가 논의하는 

대목으로 돌아왔는데, 벌린 책을 집중해서 읽기엔 심히 심란, 흥분된 상태. 그래서 쓰고 있는 포스트. 


실제의, 그리고 가까운 사람에게서 "악마를 보았다" -- 나는 이게, 거의 보편적인 경험일 것 같다. 

시간의 문제라서, 일찌감치 유년기에 겪는 이들도 있고 (부당한 불운) 늦게 중년 이후 겪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예 겪지 않는 사람들, 그 정도 (어쩌면 부당한 행운) 그 정도로 쓰라림을 피해가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 것 같다. 이 비슷한 얘길 나는 수업에서도 한 적이 있는데 (프로이트와 굴드 읽으면서), "나의 20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있었던 파괴로 규정된다"던 40대 작가의 고백도 인용하고, 이거 우리 시대의 체험이 아닌가(이 시대에 더 명확히 인식되기 시작하는 체험이 아닌가) 했을 때 공감하는 듯하던 학생들도 있었다. (소수였다....;;;; 극소수...;;;) 


여하튼. 지금 내겐 그렇게 보이고 

만약 당신이 "악마를 보았다" 이후를 살고 있다면 

(.............) 무관심의 미덕, 불가지론의 미덕이 당신에게 필수이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일단은 무관심하고... 그러다 만일 관심이 작동하여 '판단'이 있게 되면 

판단을 판단하지 않기. ; 판단을, '알 수 없음' 상태에서 유지하기. 



*아 포스트 쓰고 나니 조금 괜찮아진다. 역시 글쓰기의 치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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