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슐라르의 1952년 연설문에 

(제목이 La vocation scientifique et l’âme humaine. 과학이라는 소명(직업)과 인간 영혼) 

철학 없이 과학하는 과학자들과 과학 없이 철학하는 철학자들을 대비하는 대목들이 있다. 

단순하게 과학자들 편을 들고 철학자들을 질타하는 내용인 건 아니지만, 혁신이 생명인 과학과 

부동이 미덕인 철학 사이에서, 바슐라르가 먼저 구조하려고 하는 건 과학. 과학이 2차대전 후 감당해야 했던 

오명을 지우겠다는 게 그의 목표. Take care of science, and philosophy will take care of itself. 거의 이런 느낌. 

독특하고 신선한 표현, 문장들 많다. 과학자, 과학철학자, 철학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꽤나 궁금해지는 부분. 

그러나 이런 연설문이 있음부터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을 듯. 무시받는 바슐라르. 고통은 영원하다. 


바슐라르가 과학에 보내는 칭송 중 이런 것이 있다. 

"행복하게도, 과학 문화 안에서 우리가 다룰 문제들이 부족해지는 때는 없을 것이다. 

위대한 정신들의 문화가 알고 있는 드라마, 정신의 농한기를 보내던 어느 날 피에르 모페르튀이는 

"어렵지 않은 좋은 문제"를 자신에게 달라고 청한 바 있다. 현대의 과학 정신이 수립한 전통은 

자신의 과제를 분배할 줄 안다. 그 전통은 입문자를 위한 작은 과제들을 갖고 있으며 천재성을 요구하는 

큰 과제들도 갖고 있다. 그래서 현대의 과학은 바닥에서 정상까지 함께 진보한다. 과학이라는 소명(직업) 안에 

발을 들인 누구든, 자기 몫의 문제를 그리하여 자기 몫의 계몽을(빛을) 받는다." 




나는 어느 분야든 이럴 수 있을 거 같다. 

초심자를 위한 작은 과제, 천재성을 요구하는 막대한 과제. 

그 과제의 분배를 아는 전통. 


여하튼 "인식론의 영구 혁명" "사회는 학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같은 바슐라르 말들은 

저런 말들과도 연결되어야 하지 않나 함. 


"국가. 만인이 느리게 자살하는 곳" : 니체의 이런 말 기억하게 하는 곳에서는 (국가든, 학교든) 

모두를 위한, 모두의 빛을 위한 과제의 분배 따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식론의 영구 혁명 따위 

개가 풀 뜯는 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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