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중엔 괜찮더니 오히려 오후 되고 저녁이 다가올수록 더 숙취가 심해지는 중.
눈이 감기고 머리가 멍해진다.
이 책 아마존에 저렴한 중고 있길래 카트 담아두긴 했는데
하도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대량 사들여서, 그러느라 돈이 없으니 김치볶음밥만 내내 먹는다거나
없는 돈으로 한 달 더 버티기 위해 이 계산 저 계산 하면서 피곤해지는 나날이라, 많이 궁금하고
크게 도움될 거 같은 책이지만 주문을 차마 못하고 있다.
임레 러커터시와 폴 파이어아벤드의 관계, 이 둘 사이에서 과학 연구의 "방법"을 놓고 있었던 논쟁에 대해서
과학철학 강의에서 좀 길게 듣긴 했다. 여러 번 복습이 필요한 내용이라 지금 재생은 안되고, 여하튼 러커터시가
"for method"고 파이어아벤드가 "against method". 두 사람은 위의 책 제목으로 (For and Against Method)
두 사람의 논쟁하는 입장들을 하나의 책으로 쓸 계획이었다. 러커터시의 이른 죽음으로 실현되지 못한 계획.
그러나 러커터시의 강연,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편지들을 모아 같은 제목으로 나온 것이 위의 책.
사실 이 편지들이 궁금하다.
울프, 니체 이런 사람들이 남긴 편지들의 그 엄청남.
생각할수록 더 놀라워지는 그들의 정신. 연결. 같이 생각하기.
러커터시와 파이어아벤드의 편지들도 그것 보여줄 것이다.
대화는 물론이고 논쟁도
흥미롭고 생산적이려면 거기 참여하는 이들이
길고 심오한 편지들을 서로 쓸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서로 길게 말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하고 싶지도 않아하는 사이들도 포함)
대화, 논쟁, 해보았자 아닐까. 잘해봐야 시비. 시비 털기에 불과할 거 같다.
여기선 아무도 길게 말하지 못한다.
길게 말하고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길게 말하고 길게 말하는 답을 받지 못한다. 네가 길게 한 말에 나도 길게 답하지 못한다.
울프, 니체 이런 사람들이 쓴 것 같은 편지 쓰지 못한다. (.....) 어떤 인간 관계든 "emotional blackmail"에
취약한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독립성과 지성이 결합하여 (사실 둘을 구분함이 무의미하지만) 평생 지속되는
사례가 드문 이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단 한 단어를 말했을 뿐인데
이미 당한 십자포화. 이거 우릴 한국인이게 만드는 보편 경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