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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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세계 속에서 찾은 애틋한 첫사랑]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해의 3월, 쓰키시마 마코토는 시한부를 선고받습니다. 국가가 지정한 난치병 가운데 하나로 지금 당장은 아무 증상이 없지만 곧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빈번히 일어날 것이며 결국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어릴 때부터 병약하기는 했지만 설마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이렇게 짧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마코토는, 자신의 마음을 돌볼 겨를도 없이 부모님을 위로하며 아무 희망도 없는 시간 속을 살아갑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노트에 적고 하나씩 실행해보지만 마음을 채우는 것은 허망함 뿐. 그런 마코토에게도 딱 한 가지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오래 전부터 좋아해온 미나미 쓰바사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고백의 시간은 갑자기 찾아와요. 얼떨결에 쓰바사에게 마음을 전달한 마코토에게 그녀와 사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마코토에게 쓰바사는 함께 영화를 찍지 않겠냐며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죠. 얼마 있지 않으면 자신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므로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려 했던 마코토. 남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괴로움을 안겨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줄을 끓으려 했던 그는, 쓰바사의 맹렬한 기세와 무언가 하나쯤은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에 동아리에 가입합니다. 우연치 않게 영화의 소재가 마코토의 입장과 겹치면서 생각지 못한 감정을 영화 속에 쏟아낸 마코토에게 쓰바사는 점차 마음을 쓰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사귀게 되죠. 얼마 후 닥칠 이별을 이 두 사람은 어떻게 감당해낼 수 있을까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를 통해 굉장한 인기를 얻으며 스타작가로 발돋움한 이치조 미사키의 신작이 찾아왔습니다. 이번 작품 또한 전작과 다를 바 없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안타까운 첫사랑을 그리고 있는데요, 전작과 다른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쓰바사가 마코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쓰바사가 알고 있다는 것을 마코토는 모르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까요. 서로를 위해 끝까지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지 않고 평범한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처럼 이별을 준비하는 그들을 보면서, 내가 만약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이렇게 성숙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모습들이 의젓하게 그려져 있어요.

 

과거는 어느새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한 때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얻는 용기는 더없이 충만한 것이겠죠. 가장 힘들 때 등을 토닥이며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주는 것은 과거의 사랑했던 그 사람입니다. 작가는 슬프고 마음 아픈 사랑의 기억이지만 그 기억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나아가 미래에까지 힘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표지는 벚꽃의 아스라함과 함께 스러져가는 한 생명을 표현하고자 한 듯 하지만 겨울 에디션으로 한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표지로 출간되어도 좋을 듯 합니다! 사랑을 잊은 사람에게는 사랑의 기억을,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곁에 있는 이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줄 안타깝고 따스한 이야기입니다.

 

**출판사 <모모>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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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소녀
마쓰자키 유리 지음, 장재희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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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 속에 숨은 날카로운 가시같은 비판]

아무리 문외한인 저라도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봤습니다! 상자에 고양이를 넣고 밀폐합니다. 그 상자 안에는 가스가 든 병과 방사성 물질, 가이거 계수기와 망치가 들어있는데 이것은 가이거 계수기가 방사성 물질의 붕괴를 검출하면 망치가 내려와서 병을 깨뜨리는 장치입니다. 이때 사용할 동위원소가 한 시간당 붕괴될 확률은 50퍼센트예요. 관찰자가 확인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도 아니고 죽어있는 상태도 아니라는 양자 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반박하기 위해 슈뢰딩거가 진행한 사고 실험이라고 하는데, 여기까지!! 그 이상은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해요. 그런 ‘슈뢰딩거’가 제목에 쓰여있는 것을 보고, ‘아 이것은 어려운 작품이겠구나’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물론 책에 등장한 이론을 전부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저는 이론이 아니라 이야기에 집중했어요. <예순다섯 데스>에서 무라사키가 65리스트를 만들길래 그저 단순히 버킷 리스트를 만드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소원 리스트가 아니었어요. 작품의 배경에서 백년 전도 전쯤, 인간들로 넘쳐나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국의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인간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태어나는 인간의 수를 줄이거나, 죽는 인간의 수를 늘려야 했는데 그들의 선택은 후자 쪽이었습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이 병원체를 만들어 전 세계에 뿌렸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류는 예순다섯 살까지밖에 살지 못합니다.

 

무라사키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반점으로 인해 특별히 인상적인 외모의 소유자입니다. 그런 그녀의 리스트에 적힌 것은 돈 잘 버는 전문직에 종사하기, 많이 벌면 은퇴해서 우아하게 살기, 번 돈은 예순다섯 살까지 남김없이 쓰기. 그런 그녀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자신과 똑같이 얼굴에 반점이 있는 소녀를 만납니다. 그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아버지라 불리는 남자 밑에서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던 소녀는, 무라사키로부터 사쿠라라는 이름을 받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류는 어쩌면 비극. 하지만 이 비극 속에서도 다음 세대를 위한 사랑과 가르침은 피어나고, 후세는 그 유산을 이어받아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깁니다. 다른 많은 작품 속에서 특히 이 작품이 제 마음을 후벼판 이유는 어쩌면 제가 부모, 혹은 다음 세대의 걱정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세계 수학>은 읽으면서 머리가 조금 아프기는 했지만 우리 삶을 지탱해주고 있는 수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이색적인 작품이었어요. 그 외에도 <꽁치는 쓴가, 짠가>, <살 좀 찌면 안되나요>, <슈뢰딩거의 소녀>, <펜로즈의 처녀> 모두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예순다섯 데스>에서 느꼈던 연대감 때문인지 저는 <살 좀 찌면 안되나요> 도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읽으면서 내내 ‘와, 이 작가 대체 뭐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기발한 상상력, 사회 관습에 과감히 도전하는 작품들에 앞으로 주목할만한 작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엉뚱하면서도 독특한 상상력 안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가시 같은 비판. 여러분도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출판사 <빈페이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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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보다 더 눈부시게 웃어줘
김민정 지음, 진정부부 사진 / ㈜소미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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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들이 햇살보다 밝게 웃기를]

 

첫째 아이가 어느새 여덟 살, 둘째 아이가 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아직 만 나이로 세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여전히 누가 아이들 나이를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휴대폰에서 그날 그날 과거의 추억을 알아서 알려주는 덕분에 요즘에도 저는 어릴 때의 아이들과 마주할 때가 많습니다. 언제 이렇게 키가 자랐지? 아직도 아기 때 얼굴이 남아 있네, 이 때 뭐가 서러워서 이렇게 울고 있었을까 등등 가슴 뭉클하게 하는 사진들이예요. 모자란 엄마에게 와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이 가슴에 가득찹니다.

 

저는 아이들 사진을 열심히 찍기만 했지 이 사진으로 뭘 해야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고작해야 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가끔 올려보는 정도입니다. 그날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기록을 남기는 일이 그 때의 저에게는 무척 버거웠거든요. 그저 하루하루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입히고 아프지 않게 잘 보살피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져 아이들과 함께 같이 꿈나라로 향하곤 했습니다. 일어나면 똑같은 일상의 반복. 그 때의 저를 떠올려보면 참 열심히 살았다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햇살보다 더 눈부시게 웃어줘]를 가만 들여다보고 있자니, 나도 이렇게 아이들 기록을 좀 남겨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지네요.

 

이 책은 100만 유튜버 진정부부와 이루다, 세 가족의 사랑의 기록입니다. 아이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엄마의 마음, 아이가 세상이 처음이었듯이 부모가 처음이었던 그들의 이야기, 루다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들, 한정없는 사랑만을 주는 아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무한한 사랑의 크기가 따뜻한 사진과 글로 채워져 있어요. 저는 물론 제 아이들이 세상 최고 예뻐 보이는 고슴도치 엄마이지만 이렇게 다른 가정의 아이의 사진과 글을 보다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래 나도 이랬었지, 우리 아이는 이 때 이랬는데 라며 공감하기도 하고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올해 찍은 사진을 모아 내년에는 아이들 달력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소소하게나마 저도 그 언젠가에 적었던 육아일기를 다시 시작해봐야겠어요. 어쩌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지금이 진정한 육아일기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가 자라면 자라는대로 고민도 달라지니까요. 사진으로만 보면 행복해보이는 육아지만 그 뒤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눈물이 있었을지, 아마 많은 부모들이 알고 있을 거예요.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오늘도 힘내세요!!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오늘도 눈부신 웃음으로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 출판사 <소미미디어>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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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 배신과 왜곡이 야기한 우리가 모르는 진짜 세계사
나타샤 티드 지음, 박선령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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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모두 그렇겠지만 저는 이야기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까지도 궁금해서 잠을 잘 못자는 사람 중 하나예요. 그 이야기 조금 더 안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할 수 있다면 타임슬립이라도 해서 그 때 그 상황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두 눈으로 보고 싶을 정도라고 할까요. 지금 우리가 아는 역사는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것, 그것조차도 무엇이 진실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런 저에게 세계사를 바꾼, 50가지나 되는 거짓말이라니! 제목부터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고대와 중세, 근대와 19세기, 20세기로 구성된 책의 처음을 장식하는 이야기는아케메네스왕조의 페르시아의 사라진 세 번째 군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키루스 대왕이 죽고 난 후 통치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동생 바르디야가 아닌 성격이 불안정한 캄비세스가 왕위에 오릅니다. 캄비세스는 바르디야가 왕위를 위협할 것을 염려해 비밀리에 암살하고 그의 죽음을 은폐하라고 명령하죠. 캄비세스가 사망한 후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데 분명 암살당한 바르디야가 왕위 상속권을 주장하며 나타난 거예요. 가짜 바르디야인 가마우타를, 캄비세스의 창병이었던 다리우스가 함정에 빠뜨려 죽입니다. 네, 바로 영화 <300>에도 등장했던 크세르크세스의 아버지인 그 다리우스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대체 어떤 거짓이 숨어 있는 걸까요.

 

여러분, 사람이 토끼를 낳았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거짓 25 메리 토프트 : 토끼를 낳은 여인> 의 제목만 보고 저는 너무 깜짝 놀랐어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파시파에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토끼를 낳을 수 있나요!!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완벽한 사기극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사가 시작된 후 금방 진상이 들통나버렸지만, 메리와 토끼들은 의학이 나아갈 방향을 바꿀 정도로 중요했다고 해요. 당시 의학계에서는 당대 유행하는 이론인 ‘모성 인상’ 이라는 개념의 완벽한 구현체로서, 임신 중 토끼를 갈망한 메리가 낳은 아기가 토끼를 닮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궁정 해부학자 생 앙드레는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빠르게 돈을 벌었어요. 하지만 사건은 곧 사기임이 드러났고, 의료계는 수난을 당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메리의 사건으로 ‘모성 인상’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양로원으로 위장한 죽음의 수용소인 테레지엔슈타트, 미라발 자매 살해와 관련된 은폐 공작, 드레퓌스 사건, 세계대전 배후에서 활약한 선전 기관들, 임진왜란과 관련된 역사상 최악의 협상, 로마를 통치했다는 여교황에 대한 이야기 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전 일요일 아침에 방송하는 <서프라이즈>라는 방송을 무척 즐겨 시청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코너를 좋아했었어요. 서너 편 정도의 이야기를 방영한 후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리는 방송이었는데 저에게는 이 책이 마치 <진실 혹은 거짓>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일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 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큰 줄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한편 한편의 이야기가 그리 길지 않아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으면 너무 좋아요. 책은 시간이 있을 때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하루에 조금씩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역사에 깊이 몰입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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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걸작의 탄생 14
박수현 지음 / 국민서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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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예술 서적으로 추천합니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배려심 넘치는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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