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
인프제 보라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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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으로 생각을 끄는 연습으로 행복해지기]

 

얼마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실험(?)을 저도 두 아들에게 해보았습니다. '엄마가 우울해서 빵 샀어'에 대한 아들들의 대답이 궁금했거든요. 당연히 그럴 것이라 예상한대로 첫째 아들은 '엄마 왜 우울했어? 무슨 일 있었어?'라고, 둘째 아들은 '빵? 무슨 빵? 어디 있어 빵?'이라고 대답했답니다! 첫째 아들처럼 대답해주면 F 성향이고, 둘째 아들처럼 대답하면 T 성향이라면서요?! MBTI 를 완전히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들어맞는 부분이 있나보다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작은 일화입니다.

 

저는 MBTI를 할 때마다 다르게 나와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보통은 INFP, INFJ가 나오곤 합니다. 요즘의 저는 주로 INFP 인 것 같아요. J 성향도 물론 있지만 워낙에 완벽한 J 인 옆지기가 존재하다보니 조금씩 J를 양보(?)하고 있습니다. 인프제 보라님과는 한 끗 차이인데요, 그래서인지 공통점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져요. 특히 생각이 너무 많아서 어느 날은 이 생각의 바다에 익사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에서요.

 

인프제 보라님의 [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는 일상의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그냥 넘기지 않고 정확하게 짚어가는 통찰력이 엿보이는 책입니다.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요. 특히 저처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는 '우리 곁에 있는 행복의 빛부터 밝혀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워낙에도 예민한 성향이었지만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그 예민함이 배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합니다. 육아휴직으로 제가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부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기분이에요.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보내다보니 제 자신을 정말 갈아넣고 있다는 느낌, 몸 속에 남아있는 기운 하나마저 쥐어짜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낸 지난 2023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몸에 이상 신호가 오더라고요. 결국 찾아간 병원에서 번아웃증후군인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손에서 책을 놓기 시작했어요. 책은 저에게 잠시나마 숨쉴 틈을 만들어주는 위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기록을 남기는 것에서 오히려 압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자유롭게 읽고 쓰겠다!-라고 마음 먹고 편안한 기분으로 인프제 보라님의 글을 읽었는데 마음이 다독여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과 인간관계, 사랑과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들. 올해는 이렇게 조금은 천천히, 편안한 마음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생각을 끄는 연습을 하면서요.

 

인스타툰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한 번 들여다보았는데 에세이도 에세이지만 핵심이 가득 담긴 피드였습니다. INFJ 인 사람 뿐만 아니라 누구나 고민하는 내용들로 공감을 이끌어낸 그림과 글. 앞으로 저도 자주자주 챙겨 보렵니다! 다음 책은 인스타툰을 모은 내용으로 꾸며져도 좋을 것 같아요.

 

**출판사 <필름>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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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11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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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슬프고 고통스러운 도시괴담!!]

 

제가 아는 호러 미스터리 작가 중(몇 안 되기는 하지만) 원탑으로 꼽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바로 미쓰다 신조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작가의 책을 절대 한밤중이나 새벽에 읽지 않아요. 낮에 읽는 것도 가끔은 꺼려질 정도입니다. 미쓰다 신조 특유의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들이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독자님이라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마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자꾸만 그의 책을 읽게 되는 것은, 역시 작가가 지닌 마성 때문 아닐까요.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출판사 북로드의 <스토리 콜렉터> 시리즈 중 111번째 작품입니다. 2013년에 13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지만 이번에 양장본으로 재출간되었어요. 저는 물론 2013년에 출간된 책을 가지고 있지만 양장본으로 재탄생된 책을 보니 내용보다도 책을 손에 쥐는 느낌이 어떨까 너무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두께로 전보다 더 읽기 편해진 느낌이었어요. 욕심 같아서는 앞으로 출간되는 <스토리콜렉터> 시리즈가 전부 이렇게 출간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토요일밤 '생명의 전화'에 걸려온 한 통의 기이한 전화. 다른 사람의 고민, 주로 자살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의 전화를 받아 그들의 마음을 성심성의껏 달래고 끝까지 살아남기를 바라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는 누마타 야에는 그날 밤도 자살을 결심한 한 남자의 전화를 받습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전화를 받은 그 때 '다~레마가 죽~였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오죠. 순간 어린아이가 전화를 잘못 걸었나 의심하지만 곧이어 한 남자의 목소리가 뒤를 잇습니다. 월요일부터 일주일동안 매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들이 전화를 받으면 자살을 그만두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자살을 실행할 예정이었던 다몬 에이스케. 그는 다음 날인 일요일 실종 상태가 되고 그의 친구들 다섯 명이 차례차례 '다~레마가 죽~였다'라는 기이한 전화를 받은 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미쓰다 신조처럼 호러 미스터리 작가로 활동하는 하야미 고이치입니다. 그 역시 다몬 에이스케의 친구 중 한 명이었고, 어릴 적 표주박산이라는 곳에서 우리나라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놀이를 하며 놀곤 했어요. 하야미 고이치와 다몬 에이스케, 아리타 유지, 우치하라 사토시, 고야나기 사야카, 오오니타 다츠요시. 그러나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던 표주박산에서 무언가 굉장히 공포스러운 사건이 벌어졌고, 그들은 그 충격으로 기억을 봉인한 채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입니다. 대체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그들을 하나씩 살해하고 있는지, 벌렁거리는 가슴으로 심호흡을 하며 읽어야 했습니다.

 

저는 이 친구들을 죽이고 있는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다~레마가 죽~였다'라는 목소리가 절대 사람의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겉으로는 평범해보이는 이들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기억도 못하는가 싶어 괘씸한 생각도 들었지만, 밝혀진 진상은 그보다 더 훨씬 가슴 아프고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왜 고통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몫인지, 이 세상이 너무나 부조리하게 느껴졌어요.

 

이번 작품은 그 동안 읽었던 미쓰다 신조의 작품과 결이 달랐습니다. 주로 등 뒤의, 무언가를 두려워하게 만들었던 이전 작품과는 달리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누군가의 일그러진 욕망, 그 때문에 충격받고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 인간 세상의 잔혹한 그 모습을 마주하게 되어 잠 못 이룰 듯한 밤입니다.

 

** 출판사 <북로드>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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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6 :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 - 전5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오 헨리 외 지음, 송은주 외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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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부터 함께하는 흄세!! 이번 시즌은 크리스마스 특별판이라 더욱 마음에 들어요!! 앞으로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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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살인 첩혈쌍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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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북스피어의 시리즈 중 <첩혈쌍녀>라는 이름으로 출간되는만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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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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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라는 존재, 종교라는 것에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우리는 가톨릭 신자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믿음을 확신하며 삶에서 가톨릭 신앙을 실천하고 있다.

p339-340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친구는 굉장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어요. 친구가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것은 알았고, 저도 아주 아이였을 때 교회에 잠깐 다닌 적이 있어 크게 거부감이 없는 상황. 단지 그 친구와 어울려 다닐 때는 교회에는 다니지 않았고, 결혼 전부터 성당에 다니시다가 저와 동생을 낳고 잠시 종교생활을 쉬고 계시던 엄마의 권유로 성당에 다닐까 생각하던 그런 때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저에게 교회에 같이 다니기를 권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거절했었는데 어느 순간 친구의 권유는 집요해지기 시작했고, 저는 차츰 그 친구를 피해다니기에 이르렀어요. 교회에 다니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죽어서 지옥에 간다는 말을 하는 친구가 그렇게 무섭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 친구와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고, 저는 그 때부터 종교에 광신적으로 빠져있는 사람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기가 힘들었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히치콕이라 불리는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신을 죽인 여자들]은 종교적 광신으로 산산조각 난 소녀를 둘러싼 비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토막난 채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된 아나 사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성폭력이라는 범죄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것이라 생각하며 '아나는 이미 자신의 품 안에 죽어 있었다'고 말하는 아나의 친구 마르셀라의 증언을 묵살해버립니다. 마르셀라는 아나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 성당에서 천사상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새로 겪는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니 그럴만도 했겠죠. 아나의 죽음을 잊고 살아가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단 두 사람만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의 존재가 밝혀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아나의 아버지인 알프레도와 아나의 둘째 언니 리아입니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귀염둥이 막내딸을 죽인 범인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오래된 자료를 보고 또 보고,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마르셀라와의 만남과 오래 전 사건을 담당했던 엘메르와 보낸 시간을 통해 마침내 범인을 확신한 아버지. 그 후 앓고 있던 지병이 악화되어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난 알프레도는, 그의 첫째딸인 카르멘의 아들인 마테오에게 세 통의 편지를 남깁니다. 마지막 편지는 집을 떠난 리아와 마테오가 함께 읽기를 언급하면서요. 강압적인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끌려다니는 아버지 훌리안에게 회의를 느끼며 살아온 마테오는 훌쩍 리아를 찾아 떠나고, 리아는 아버지의 편지를 들고 자신을 찾아온 마테오와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 이 책의 홍보문구를 읽었을 때만 해도 저는 이 작품이 단순히 아르헨티나 스릴러 소설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초반에 강조되면 전개되는 종교적 이야기에 어리둥절하며 거부감을 느꼈죠. 그러나 그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작가의 초석이었습니다. 한 소녀의 죽음이 종교의 광기에 휘말려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지 낱낱이 보여주기 위함이었어요. 중반부터 범인의 정체를 눈치채기는 했지만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인물의 뻔뻔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피해자인 아나의 책임이다, 자신은 이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 선택을 한 것은 전적으로 아나다-라고 억지를 쓰는 그들의 주장은 그들이 얼마나 비겁한 인간들인지 여실히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면서 작품은 한층 그 깊이와 심오함을 더해갑니다. 진정으로 종교란 무엇인지, 종교적인 행동은 무엇인지, 종교라는 미명 하에 비인간적인 일이 얼마나 많이 자행되고 있을지, 종교를 믿지 않는 이와 믿는 이 중 과연 누가 더 대단한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인지 등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어요. 어떤 종교를 믿는다고 해서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는 뜻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할까요.

 

저는 아이를 낳은 후로 성당에 다니지 않고 있습니다. 평일은 직장에 다니고 휴일은 아이들과 활동하는 나날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종교를 소홀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올바르게 살지 못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누군가의 엄마로서 더 바른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던, 다짐하고 있는 날들입니다. 언젠가는 또 종교에 의지하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종교를 가지고 어떤 존재를 믿든, 무신론자로 살든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얼마나 당당할 수 있는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을 죽인 여자들'이라는 제목은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르다 가문의 세 여자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 신을 죽인 셈이 되었으니까요.

 

**출판사 <푸른숲>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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