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의 우정과 인생 이야기라고 해서, 구린 표지에 전세계의 열풍이라는 선전문구에 뜨악해서 미뤄뒀었는데... 반성합니다. 이야기의 힘이, 삶과 인생이 그저그런 주말 드라마나 추억 팔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2권을 너무 늦게 주문했나봐요. 오늘밤은 이렇게 뭐라도 끄적거리기나 해야 할까봅니다. 스포는 사절이라 검색도 안하려구요.

재밌어요. 총 4권이라는데 번역본도 다 나와있어요. 제가 왜 원서도 아닌 영역본으로 1권을 시작해서 셀프 고문을 하고 있는지... 아마도 작년 미국 여행길에 이 책을 처음 만나서 그랬나봐요. 빨책에서 1권 소개하는 방송도 들었는데, 읽은 후 느낌은 사뭇 달라요. 빨책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못 따라가는 것도 같고, 엠씨분들은 아자씨들이고, 어렸을 적을 추억해도 그저 동네 오빠들이니까요. 안토니오나 리노나.... 설마 그 개자식 시인은 아닐거에요. (딸 또래 여고생에게 집적거리는 시인 아저씨가 한 마리 나오는데요. 여자애가 거절하니까 자살할거라고, 시를 읊겠다고, 징그럽게 얘기해요. 아, 더러워) 이 시리즈의 2권이 오기 전에 1권을 끝내버리는 불상사가 생겼지만.. 2권은 오는 길이니까, 그저 차분히 생각하기로 합니다. 1950년대의 이태리,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 이야기가 어찌하여 이토록 재미있고 공감력 터지는지 모르겠지만, 추천합니다.

 

리뷰는 게을러서 못쓴 ... 요새 읽은 건 ...

이런 책도 있어요. 과학이 모자라더라구요, 제가. 그래서 신간 중에서 쉬워 보이는 과학책을 하나 골랐는데, 괜찮았어요. 읽다보면 우리 몸이 그렇게 신통방통할 수가 없습니다. 내 몸 안에서, 그 많은 기관과 피와 여러 가지들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나는 게으르지만 내 몸은 이토록 부지런하다니. 내 몸이 아주 커다란 우주, 혹은 공장 같다는 상상도 했어요. 이 모든 작용들 혹은 운동들이 쉽게 설명되어 있고 자세하게 들어가진 않아요. 호르몬 같은 것들은 미스테리어스하게 남겨두기도 했지만 읽고 나니 내 몸에 대해서 조금 더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긴 합니다. 읽으면서 계속 이과 출신 남편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했더니 "너 그걸 모르고 여태 살았냐"고 타박을 했습니다. 네. 몰랐어요. 그래서 지금 알게 되서 너무 신기하고 재밌으니 손해본 건 없습니다.  다만 '모성애'라는 것에 대해선 저자이신 엄융의 교수님께서 너무 단호하게 믿고 계신가보더라구요. 전 그 부분에선 감히 ...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건강하기 위해서 지금, 저는,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음주 포스팅) 네? 그건 아니라구요?

 

이건 신간인데요. 아직 다 못읽었어요. 1/4 쯤?

친구들이 '완독 없이 추천 없다'라고 강하게 얘기했지만, 이 책은 순전히 랜덤하게 사버렸어요. 그러니까 ...제가 꿈을 꿨거든요. 아주 별난 꿈을요.

열흘도 넘게 지났는데 아직도 생생해요. 검은 개를 안고 있으래서 안고 있었는데 통통하고 이 귀여운 검정 개가 끙끙대다기가 아기 강아지를 낳는 겁니다. 서너 마리...꼬물거리는 강아지들을 따뜻하게 쳐다보다가 깼는데, 이게 개꿈인지 아기들이 나오니 길몽인지, 검은 색이 나오니 흉몽인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남편한테 "내 꿈 사라. 천 원만 내" 하고 팔았어요. 남편은 그날 주차하다가 쿵! 그날 따라 눈도 오고 비도 오고 그래서 엄청 고생했고요. 그러다 꿈에 대한 책을 만났으니 운명인가 싶었어요. 표지도 '어린 왕자' 컨셉이네요. 어린 왕자가 꿈 이야기를 하던가, 기억이 잘 안났지만. 책 날개에 저자 (부부)가 겪었던 억울한 이야기가 절절하게 나옵니다. 무슨 소송을 십 년 넘게 하고...유학 가고....심리학과 신학을 넘나드는데 흐음...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읽어는 보려구요. 추천은 아직 아닙니다. 저자들 만큼이나 저도 상태가 불안하거든요.

 

잔잔하고 약간 촌스럽지만 핵심을 파고 드는 어린이 책이에요. 어른들이 반성해야하는 기분이 들어요.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나와서 조금 놀랐는데 짱구 만화에도 여장남자 호스테스가 나오는 걸 보면 일본에선 흔한 설정일까 궁금했어요.

어린이들의 생활도 하루 하루 힘겹고 고개를 넘는 기분이 들지도 몰라요.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던가, 생각하고 막내를 쳐다봤어요. 오늘만 해도 하교 후 바로 수학 학원에 끌고 가서 .... 얘는 공부하는 동안 저는 Ferrante의 소설을 읽었으니, 아,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막내는 요즘 화라라락 불타오르다가 울다가 소리지르다가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을 보여주는 사춘기 소년입니다. 다행히 수업후 밝은 얼굴로 만나줘서 고마웟어요. 집에 오는 길에 전 맥주를, 막내는 2+1 아이스크림을 샀어요. ....그래서 지금 마시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쩐지 뭔가 헤롱거리는 기분이 드는 포스팅이에요.

 

금요일 밤이구요, Ferrante 2권이 지금, 내 앞에 없어서 너무 너무 속상해요.

하아....택배....연말.... 주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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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12-1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 건가요???
유부만두님의 이런 글 참 좋아요~~~!!

유부만두 2017-12-18 07:45   좋아요 0 | URL
논리적으로 정리 잘된 좋은 리뷰....는 어차피 못쓰니까 핑계를 대봤어요. ㅎㅎ
라로님 Ferrante 좋아요... 인정하긴 싫지만 아줌마라 그런가 여자들의 삶에 많이 공감하며 읽었어요

유부만두 2017-12-18 07:47   좋아요 0 | URL
그리고 저 ‘과학책’은 라로님 간호학 공부 하신대서 친구로서 덜 부끄럽고자 읽었...

라로 2017-12-18 14:38   좋아요 0 | URL
그렇지않아도 유부만두님이 이 책 넘 재밌다고 하셔서 리뷰를 찾아봤는데 어떤 남자가 유부만두님이 ˝ Ferrante 2권이 지금, 내 앞에 없어서 너무 너무 속상해요.˝라고 하신 것과 거의 똑같은 글을 쓴 걸 찾았어요!!!ㅎㅎㅎㅎㅎ 마지막이 그 다음을 안 읽을 수 없게 하나봐요???ㅎㅎㅎ 아줌마가 아닌 아저씨들도 캐랙터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ㅎㅎ 저도 읽으려면 2권을 준비하고 읽어야겠어요,,,1권 끝나고 그 남자처럼 안달이 나서 책 사러 막 뛰쳐나가지 않으려면...ㅎㅎㅎㅎ
저는 일단 딸아이가 추천한 헤르만 헷세의 싯달타를 먼저 읽을거야요,,그다음엔 러시아 장편을 집어들어보겠어요!!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불끈!!!ㅎㅎㅎㅎ

근데 저 책에는 간이 빠져잇다면서요???ㅎㅎㅎ

유부만두 2017-12-18 15:04   좋아요 0 | URL
간이 쪼꼬맣게 나오긴합니다~

목나무 2017-12-1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의 음주 포스팅은 평소글보다도 더 재미나요. ^^
그런 의미로 매일매일 음주해주세요. ㅋㅋ

유부만두 2017-12-18 07:46   좋아요 0 | URL
그럼 제 ‘간’은 누가 보살피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