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고 있는 어린이 (관련) 책들. 빼놓은 것들, 도서관 책이라 반납한 것들도 있으니 실은 더 많은 것 같아요. 자랑 좀 하려구요. 요즘 어린이 책을 읽느라 잠시 '전쟁과 평화 2'도 미뤘어요. 그러니까 요즘 저에겐 유은실 선생님이 톨스토이를 이기셨음.

 

 

어른이 된 다음 어린이 책읽기는 어쩔 수 없이 큰아이와 함께 시작했어요. 큰아이가 어렸을 때는 미국에 살던 시기라 동네 반스 앤 노블 나들이를 많이 했죠. 어린이 책 코너는 장난감과 그림책으로 놀 공간도 있고, 부모들은 커피도 마실 수 있는 놀이방 같은 곳이에요. 자랄 때 그림책 경험이 없었기에 그냥 많이들 사는 책을 구입했는데 역대의 클래식이라고....

브라운 베어랑 잼베리는 아직도 큰애가 샤워하면서 흥얼거리기도 해요. (힙합보이 답게;;;)

 

 

아이가 열심히 씹었던 흔적도 있고, 첫 책이라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어요. 이 책을 즐기던 아이는 올 봄 첫 투표를 했고요. 한국에 돌아와서 큰 아이를 도와 독서활동을 하면서 요즘 동화를 읽기 시작했어요. 제가 어릴 적엔 거의 외국 번역 동화를 계림문고 낱권으로 사서 읽고 그랬고요. 전 삐삐도 텔레비젼으로만 알았어요. 책은 몰랐죠. 큰 아이 덕에 유은실 작가의 소설을 그때 처음 만났고, 황선미 작가의 책도 알게 되었어요. 아, 우리 이야기가 이렇게 동화가 되는 구나! 하고 얼마나 놀랐는지요. 권정생 선생님 그림책이랑 다른 그림책들도 애 엄마가 되어서야 만났어요. 아 이렇게 멋진 책들과 함께 아동기를 보내다니, 아들아, 넌 복받았구나, 그런데 아이가 책읽기를 즐기질 않아서 ... ㅜ ㅜ

 

재도전! 둘째 늦둥이 막내를 키우면서 그림책을 다시 잡았는데 이번엔 '달님 안녕'이 막내에겐 온몸으로 즐기는, 씹고 찢고 부비는 책이 되었어요.

 

 막내가 자라면서 함께 동화책 읽기를 했는데 약간의 세대 교체랄까, 둘째는 더 많은 어린이 캐릭터들을 만나고 (네...뽀로로....뿡뿡이....구름빵) 하지만 구름빵 고양이들이 짝짝이 눈이라고 엄청 무서워 했어요. 이녀석 역시나 책 보다는 공놀이, 게임을 더 사랑하는 거에요. 엉엉.

 

막내는 그래도 작가 이름은 기억했다가 또 찾아 읽기도 하는데 (눈치 빠른 녀석이라 이러면 엄마가 좋아라 하는 걸 아는거죠) 김옥 작가, 김리리 작가와 유은실 작가의 밝은 이야기를 좋아해요. 요즘은 하도 안읽어서 제가 기미상궁으로 먼저 읽고 완전 재밌는 (만복이네 떡집 같은) 걸로만 바치고 있어요. 종종 몰입해서 읽어서 제 마음이 풀리기도 하고요.

 

녀석은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일본 시리즈를 사줬어요. 읽고 또 읽어도 재밌다네요. 전 어렸을 때 셜록 홈즈 읽었던 기억이 나요.

막내에겐 우리나라 추리소설은 아직 덜 재밌다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 요즘은 저 혼자 더 동화책을 읽는 편인데, 그 전환점은 바로 김지은 선생님의 동화 평론집이에요. 평론집을 통해서 만나는 동화의 감상 포인트를 짚어보면 제가 동화를 읽는 방법이 그리 틀린 게 아니었어요. 그림책이나 동화는 아이들이 진짜 독자라고 생각해서 엄마인 나는 그저 보조자로 옆에 있으려 했는데, 어느 책들은 어른인 나를 아이로 돌려 놓기도 하고, 어린이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숨은 슬픔을 본 어른이 동화 속으로 더 깊이 쑥 들어가기도 하더라구요. 알라딘 서재에서 다락방 님의 추천으로 만났던 '깡통 소년'을 읽은 것 역시 큰 행운이었어요. 이렇게 멋지고 힘있는 이야기들이 그저 어린이 대상 동화라고 어른은 읽지 않을 '쉬운' 책이라고 지나친다면 너무 억울해요. 그럼 어른들이 너무 불쌍하쟎아요. 그래서 요즘 혼자서 씩씩하게 동화를 읽고 있어요. 어린이 도서관에 평일 낮에 가서 그림책 이만큼 쌓아두고 보면 사서 선생님들이 칭찬해주십니다. (하하하) 어릴 때 백희나 선생님 그림책을 보며 컸다면 전 더 훌륭한 어른이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가끔은 유은실 작가의 동화가 너무 슬프고 우울해서 또 송미경 작가의 소설은 너무 쿨하고 힙해서 아이에게 건네기가 꺼려지기도 하는데요, 이것 역시 검열일까요. 애들이 이거 읽고 막 우울해하고 막 멋져지고 (반항하면) 어쩌지, 그러면서 몰래 쵸콜릿 먹듯 혼자서 오독오독 씹어먹어요.

 

그러니까, 이 긴 페이퍼는요, 동화 읽자고 서재 친구들 꼬시려고 쓴 거에요. 어른 여러분, 동화책 읽읍시다! 김지은 쌤 평론집, 어린이책 읽는 법 김소영 쌤 가이드북 옆에 펼치고 한 권 두 권 씩 읽어보아요. 그럼 나이든 내 안의 소년 소녀가 아직도 해맑게 웃고 있는걸 알게돼요. 얼마나 가슴 벅차고 또 눈물 겨운지 몰라요.  동화는 정말 좋아요. 톨스토이 보다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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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6-12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상하다. 요즘 북플에 댓글을 남기면 등록이 안되고 없어지네..흑
나도 어린이책 좋아한다고, 작년에 처음 읽은 유은실 작가책이 참 좋았다고 앞으로도 동화책 열심히 읽어야겠다 뭐 이런글을 주저리주저리 썼건만... 흑

유부만두 2017-06-13 07:48   좋아요 0 | URL
아 언니 댓글 아까워라~~~ 유은실 소설 좋죠?! 재미도 있고 짠하게 사람을 흔들어요..

그렇게혜윰 2017-06-13 0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전 직업상 그래도 읽는 편이니까 쓰담쓰담?ㅋ

유부만두 2017-06-13 07:49   좋아요 0 | URL
네! 쌤이시라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으시니 부럽고 ...또 칭찬도 쓰담쓰담~ ^^

희망찬샘 2017-06-13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댓글 쓰고 저장한 순간 사라져 버렸는데 저만 그런 게 아니네요.

우리 집에 어린이 책 읽다 어린이 책에 빠져버린 어른 둘 있어요. 어린이 책을 읽어야할 어린이들은 많이 읽지도 못한 채 자라 안 어린이가 되었고 그래서 씁쓸하다는 뭐 이런 글을 조금 더 주저리주저리 썼건만...

유부만두 2017-06-13 07:51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 댓글도요?...ㅠ ㅠ 아깝네요...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더 좋겠지만 아쉬운대로 그냥 읽어요. 좋은 어린이책이 많아서 기쁩니다.^^

유부만두 2017-06-13 07:53   좋아요 0 | URL
안어린이....네... 속상한 적이 많아요...

단발머리 2017-06-1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글 읽다보니, 전 너무 동화책 쪽만 읽었던 것 같아요.
글밥이 되는 책으로 넘어가면서
1인은 <어린이 역사 소설> 쪽으로
또 다른 1인은 <학습만화> 쪽으로 급 전진해버려서....ㅠㅠ
마지막에 링크해 주신 책 세 권이라도 꼭 읽어보려구요.
보관함에 담아봅니다. ㅎㅎㅎ

유부만두 2017-06-13 11:29   좋아요 0 | URL
저도 동화쪽에 편중되어있어요. 어른책도 주로 소설을 읽으니 아무래도 이야기에 더 끌려요. ^^ 동화 평론집을 읽으면서는 아이 독자, 그리고 어른 독자가 더 잘 이야기를 즐기는 법을 배웠어요. 김지은 선생님 책은 정말 강강추입니다. 특히 ‘거짓말 하는 어른‘은 엣세이로 읽어도 가슴뭉클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