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만두:거봐,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까 꽤 읽었네? 칭찬해줄께.

         한달에 한 권정도는 읽은거야. 일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도 많다는데.

 

만두 아저씨: 그건, 문맹들 얘기고. 난 그래도 글자 읽잖아. 한자도 너보다 많이 알고.

 

유부만두: 이런! 나의 취약점을 건드리다니! <눈먼자들의 도시> 어땠어? 좋았지? 그치? 내말 맞지?

 

만두 아저씨: 네가 결말을 미리 얘기한 탓에 스토리 전개에는 흥미 반감이야. 다만 상황을 시각적으로 실제로 영상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생각하게 되더라. 넌 무섭다고 안 봤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중요한 수용소 부분이 상당히 생략되고, 그리고 눈을 뜨는 장면들이 수용소 탈출후 너무 갑자기 나온게 별로 였어. 주인공 여배우는 언제나 어느 영화에서나 miscasting 이야. 비호감.  

 

그리고 바로 이어서 읽은 <로드>는 내가 아빠니까 큰 애 생각이 자꾸 났어. 나와 대입이 너무 많이 되서 읽기가 힘들더라. 작가가 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책으로 읽지 않고 영화로만 봤는데, 과연 <로드> 영화도 노인 영화 처럼 감정을 배제하고 제3자적 관점으로 서술한다면 어떨까 싶었어. 그래도 그 감동이 책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유부만두: 내가 말려도 읽었던 <영조를 만든 경종의 그늘>은? 별로지?

 

만두 아저씨: 그렇지, 뭐, 이덕일 선생의 아류작.

 

유부만두: 오~ 쎈데? 그럼 이덕일 선생 책은? 난 그거 읽다 말았어. 밀린 책들이 많아서.

 

만두 아저씨: <우리역사의 수수께끼 1>에서 처음 2편 (낙랑국, 왜) 은 신선했지만 나머지는 이덕일의 여러 책 및 신문 연재등에서 너무나 많이 다루어졌던 얘기들이라 식상했지. 2권은 도서관에 없어서 못 읽었지만, 3권은 1권에 비해 두배쯤 되는 작은 얘기들을 다뤘어. 그래선지, 내용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 우리 역사를 보는 다른 관점에서 본다는 게 흥미롭지만, 이덕일의 한겨례 신문 새연재 에 대한 인터넷 독자의 반론글을 보면 또 다른 관점도 존재하는 것을 - 기존 사관과도 다르고 이덕일 사고와도 배치되는 - 알게 되니까, 참 재밌더라.

 

역사를 좋아하고 많이 읽어 왔다고 자부했는데, 내 직업상 아무리 논리적인 사고를 거친 이론이라도 "실험"을 해서 증명을 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드니, 여러 가지의 역사학 논증들을 받아들이기가 점점 어려워 져. 직업병인가봐.

 

그리고, 내가 너보다 조금 읽는다고 무시하지 마. 나름대로 나도 "창작" 을 하거든? 과학 논문이라고 쉬운게 아니여요! 나는 뼈를 깎는 고통을 거치는 "작가"로 자부하는데말야. 하긴 마누라 하나도 독자로 포섭하지 못하는 전문영역 글이나 끄적거리니, 네가 존경해 마지 않는 김선생님에 대하겄냐...

 

(정리+검열by 유부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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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5-01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간에 이렇게 수준높은 대화를 하다니!

유부만두 2017-05-01 07:44   좋아요 0 | URL
정리하고 포장하고 그런거죠. 그나마 예~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