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세 편을 읽었다. 초등 5학년 남자 아이의 시선. 세상을 쿨하게, 넓게 살고 싶은데 부모님은 갑갑하고 구식으로 나를 가둔다. 나를 더 이해해주면 안되나, 그러다 의외의 소통 창구를 만난다. 깨달음은 금방 오고 어쩌면 아이는 당장 오늘, 태도와 인생이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

‘달려라, 나의 고물 자전거’는 일년 동안 타지않고 내버려둔 (녹슨) 자전거와 통성명 후 (옴마?!) 아이의 한나절을 그린다. 아이는 심부름 가던 길에 (아, 클래식한 두부 한 모) 동네 밖으로 페달을 밟으며 긴장을 늦추고 속력을 낸다. 달려! 넘어지고 다치면 어때, 그러곤 다시 집으로. 약간의 마법과 큰 자책감이 합쳐진다. 고작 3년에 고물 취급 받는 자전거가 안됐지만 초등2년생이 5학년으로 자라난 시간은 엄청나다. 아이의 새 자전거를 향한 마음도 마냥 억누를 순 없다. 수리가 잘 되지 않아서 키와 덩치에 맞을 새자전거를 사도 좋겠다.

‘우주 전파사 할아버지’는 막내 눈에도 호킹 박사를 연상시켰다. 우주로 떠나겠다던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 그는 순돌이 아빠(이 인물을 안다면 당신은 불혹을 지나 지천명)가 아니라 은퇴한 교수님. 제다이와 만나는 소년도 떠오르고 이런저런 요소들로 조합된 현실의 디테일은 없는 동화. 검은 세단들이 몰려든 전파사에 근조 등이 달려있;;;; 칠판엔 수식이 남아있;;; 아이의 반항은 학원에서 도망치기;;;;;;수식과 로봇(장난감)을 챙긴 아이는 (자라서 박사가 되겠지?) 많이 오글거린다.

‘레슬링 아줌마와 스파이더맨 아저씨’. 색다른 외모의 엄마 캐릭터를 소개하나 싶지만, 엄마도 여자랍니다, 의 연속이라 섭섭했다. 왜 엄마는 다른 남자의 시선을 위해서만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나. 넘치는 힘을 왜 전남편에게 쓰지 않고 당하고 밀쳐져 상처 받았나. 엄마와 ‘닮아서’ 버려진 아이는 왜이리 엄마에게 적대적일까. 아저씨의 직업과 밧줄의 의미를 가져온 것은 강렬했다. 가족이란 서로 붙잡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 놓지 않는다고 했지. 그럼 이름이라도 좀 붙여주지 그랬어요, 엄마나 아줌마로 내내 불리는 인물에게. 무슨 순이나 자, 말고 당당하게 어깨 펴고 일하며 아이 키우는 인물, 이제 새 사랑을 키우고 새 가정을 이루려는 인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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