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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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리얼라이즈> 이후 T.M 로건의 새로운 소설 《29초29를 만났습니다. 저자는 주로 현대의 사회문제들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전개합니다. 지난 번에 읽었던 소설 <리얼라이즈>도 SNS로 인한 진실과 거짓,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힘, 즉 판단력이 약해지면 얼마나 큰 혼란을 경험할 수 있는지를, 소설로 보여준 작품이라면, 이번 소설 《29초29》은 힘을 가진 자가 지신만의 권한으로 힘없는 자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29초 줄거리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p. 144)


두 남매의 엄마이자, 대학 계약직 강사로 간간히 생활하며 정규 교수를 목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세라. 설상가상으로 남편 닉은, 자신을 찾아야겠다며 세라와 가족을 떠나있는 상태. 혼자서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하는 그녀의 절박한 상황에, 그녀를 옥죄는 한 사람 앨런 러브룩이 있습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아주 뛰어난 학자이자 재능있는 연구자이며, 특히 그의 전문 분야에 있어서 이미 세계 최고의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미 사회적 세계적으로 그의 역량은 정편이 나있어서, 대학은 그를 통해서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어서 그의 이면에 어둡고 비열한 모습이 있다할지라도, 눈을 감아 주는 상태. 앨런 러브룩은 그런 그의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세라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하며 그녀의 절실함을 쥐고 흔듭니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디어도 그가 자신의 것인냥, 중간에 낚아채며 뻔뻔하게 굽니다. 세라는 치욕적인 상황임에도 겨우 버텨내고 있던 어느 날, 세라의 딸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위험에 처한 상황을 목격합니다. 아이를 위협하는 남자를 향해서 세라의 차를 몰아붙이고 그를 들이받고 아이가 위기를 모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들이받힌 남자의 동료가 세라의 차 번호를 찍은 후 그 자리에서 뜨는데, 세라는 그들이 그녀에게 보복할까봐 극도로 불안한 일과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를 평소에 주시하고 있던 검은 그림자들이 그녀에게 복면을 씌우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그녀가 마주한 사람은, 세라가 구해준 아이의 아빠, 볼코프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러시아의 마피아이자 대부호였습니다. 세라로부터 소중한 딸을 지키는 신세를 졌다며, 신세를 갚을 기회를 주라고 합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사라졌으면 하는 한 사람의 이름을 볼코프에게 알라주면 볼코프의 전문방식(?)대로 그녀의 인생에서 누군가를 사리지게 해주겠다는, 썸뜩하지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느낀 점


이 소설을 읽으면 미투운동이 생각납니다. 각 분야의 최고라고 알려진 사람들이 꿈과 성공을 갈망하는 힘없는 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던, 암묵적으로 묵혀서 세상에 털어낼 수 없던 진실들을 표출할 수 있었던 그 운동. 저자인《뉴욕타임즈》가 할리우드의 성추문 관련 보도하기 1년 전인 2016년부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추측하자면,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절대 권력자들이 이미 꿈이 크고 성공을 원하는 힘없는 여성들에게 성상납을 강요하며, 꼭 성공의 동아줄이라도 되듯, 변태적인 행위가 이행되고 있었으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나, 묵혔던 진실이 언론의 보도로 인해서 온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들의 권력은 꿈이 절실한 여성들의 경력 혹은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진 치욕적인 폐해를 시사했습니다. 


소설 초반부터 앨런 러브룩은 세라를 희롱하는데 진짜 화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세라의 입장에 감정이입되는 건 당연한거고요. 그녀와 같은 성희롱을 당한 건 아니지만, 내 위치를 바로 잡기 위해서 치열한 노력을 해도, 결국엔 힘있는 자들의 한마디에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정규 교수의 자리를 두고 세라와 같이 성상납을 요구받는 입장이 된다면, 상상만해도 너무나 끔찍합니다. 정규교수직에 대한 절실함을 볼모로, 절대 권력자 앨런 러브룩의 압박을 견뎌내는 건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 살고자 허우적대는 고통과도 같은데, 그 순간, 신세를 갚겠다면 그녀에게 나타난 러시아의 대부호인 볼코프의 제안에 그녀는 고민하다가 29초의 통화로 앨런 러브룩이라는 이름을 남깁니다. 그리고 앨런 러브룩이 실종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간접적으로 그를 사라지게 한 것이라며 불안해 합니다. 그러나 왠걸, 독자가 상상했던 당연한 전개로 이야기는 흘러가지 않습니다. 실종되어 사망했을 것이라 짐작했던, 러브룩은 살아서 돌아와, 그의 실종이 세라와 관련있다고 확신하는데, 아오- 솔직히 이 장면에서 정말로 환장합니다. 앨런 러브룩은 자신의 분야에서 명성을 얻을만큼 훌륭한 인재라는 점에서, 상또라이지만, 엄청나게 치밀하게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힘없는 세라의 상황은 이전보다 더 심각해집니다. 그렇게 확신에 차서 세라에게 신세를 갚겠다던 볼코프의 허술함에도 화가 났습니다. 활활 불타오르는 세라의 절박한 삶에 석유를 드립다 붙는 형국같아 보였으니까요. 진짜, 여기서 "볼코프의 힘은 세라를 돕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일까"라며, 세라의 입장에 다시 한번 몰입하면서, 읽었던 소설 《29초29》. 


소설의 초반에선 화가 솟구치고, 중반에 들어서면서 세라의 힘겨운 내적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그저 답답해서 책장을 덮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후반부에 들어서서는 내가 예측했던 사실과 다르게 급커브를 터는 듯 전개되는 반전에 사실 깜짝 놀라기도 했고, 세라는 후반에 가서도 앨런 러브룩의 똑똑한 치밀함에 극으로 내몰립니다. 책장이 몇 장 남지 않았는데, 끝나지 않는 치욕적인 세라의 처절함. 세라는 이렇게 끝나는 것인지, 손에 땀을 쥐며 결말을 집중해서 들여다봤습니다.


추리소설이라곤 하지만, 단순히 추리소설이라 단정지을 수 없는 《29초29》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이 허다하고, 특정 음흉한 엘리트 카르텔 무리들은 힘없는 자들의 꿈과 성공을 자신의 손에 달렸다며 우쭐대고 있으니까요. 문명이 발달하고, 지성인이 많아지면 힘없는 자들은 비이성적, 비인간적, 야만적인 처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교활해지고 심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너무나 씁쓸했습니다. 비난 해외에서만 그렇습니까, 언어와 문화만 다를 뿐, 사람이 가진 욕망은 누구나 비슷하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에서, 더욱더 쓰라립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힘을 길러서 용기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지금 생을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 책글귀


p.80 그런 다음 스테레오의 음향을 최대로 높이고 운전대를 꽉 쥔 채 소리를 질렀다. 좌절감과 굴욕감에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 모든 부당함에 대해 소리를 질렀다. 억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서, 그리고 너무도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건 단지 화에 그치지 않았다. 그 이상이었다. 그건 분노였다.


p. 133 "아닙니다. 진정한 선행이란 조금의 사심도 없는 행위지요. 보상을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겁니다. 그 특성상, 진정한 선행에는 사실 보답이란 걸 할 수 없습니다."

p. 215 그동안의 노력이, 그 모든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 그 모든 공부와 시험, 박사 학위, 면접, 잠 못 들던 밤과 단기 계약직, 고군분투, 희생, 트라우마, 가끔 찾아와준 작은 승리. 다 아무것도 아닌 게 디었어. 0. 무(無). 러브룩이 모든 패를 다쥐고 있으니까.

p. 414 계획이 파편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러브룩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된 바로 그 순간부터, 세라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때 조차,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합쳐지고 있던 조각들이다. 마지막으로 던질 주사위가 될 계획이었다. 


p. 462-463 세라가 일어났다. 몸을 꼿꼿이 세우고 서서, 자신이 만든 무기를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꽉 쥐고 있었따. 굴복하고 싶은 마음이 자신에게서 모두 빠져나가는 것을, 그 모든 이성이, 논리와 상식이, 걱정과 우려가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지난해의 그 모든 좌절과 분노를 끌어올리고 몇 달간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 그 모든 두려움을 들이켜며, 이 감정이 온몸에 퍼지도록, 전부 이 남자에게로 향하도록 했다. 그리도 많은 사람들에게 본모습을 감춰왔던, 그렇게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 남자를 향해. 끝을 내야 했다, 어떻게든.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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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 인간의 소비심리를 지배하는 뇌과학의 비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강영옥 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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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돈만 벌면 소비만 하는, 일명 지름신이 자주 왕래했던 소비자였습니다. 그렇다할 좋은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충동적으로 (불필요한)사재기를 한다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음식으로 (영양가가 없어도) 배만 채우는 쪽으로 소비를 일삼았습니다. 체계적이지 못한 무의식적인 소비패턴이 그 당시엔 잘못되었다고 생각 못했고, 그저 스트레스를 푸는 일환으로 생각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책없는 소비로 인해서 나의 경제적 상황은 바닥을 쳤고, 정신을 차려보니 스트레스를 핑계로 (얼마 안되는) 돈을 마구마구 써왔다는 걸 자각했죠. 지금은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소비습관을 많이 고친 편이며, 이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스-게오로크 호이젤의 뇌,욕망의 비밀을 풀다Brain View의 책 제목을 접하곤, 뇌와 인간의 욕망에 어떤 연계성이 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봤습니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내용 및 구


이 책의 저자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독일의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뇌과학, 마케팅 그리고 경제학을 접목한, (아주 생소한) "신경 마케팅"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합니다. 여기서 신경마케팅이란, "구매결정과 선택결정이 인간의 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학문(p.20)"이며, 머릿속의 모던 감정 시스템과 동기 시스템이 자리 잡은 곳인 '대뇌변연계 Limbic System에 대한 과학적인 뇌 연구와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저자가 개발한 Limbic모델은 기업과 개인이 합리적인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돕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도구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신경 마케팅과 Limbic모델을 기반으로, 뇌를 분석하고 소비자들의 소비 동기, 감정, 가치, 성격 및 취향 차이를 이해하고, 마케팅 전략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의 기본구성은, 개정판 서문 등을 비롯하여 1)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 2)구매결정을 하는 고객의 마음 흔들기 3)구매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들, 총 3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기업들이 궁금해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과 브랜드가 무엇인지, 실용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마케팅 이론과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고 자부합니다.



■ 느낀 점 


뇌를 분석하여, 조금더 세밀하게 들어가 신경까지 분석해서 고객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들의 구매 동기, 소비성향 및 취향, 그리고 가치관 등을 관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책의 초반에 언급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케팅 관련 신념(p. 17-20)들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는데요. 1)고객은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2)고객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3)중요한 단 한 가지는 오직 가격이다 4)고객은 복잡다단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예측 불가능하다 5)중장년층의 지갑은 쉽게 열 수 있다 6)마케팅에서 성별 차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7)소비자들은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8)새로운 뇌 연구 장치가 고객의 실제 생각을 보여준다 와 같은 신념들이 잘못되었다고 언급하며, 이를 신경마케팅과 Limbic모델을 바탕으로 하나씩 분석하는 자료들을 제시하는데, 책 전체적으로 담고 있는 내용들이 아주 세밀하고 광범위합니다. 보고서와 논문을 읽는 기분이 들어요. 마케팅에 대한 기본이 잡혀있는 분들은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기본이 잡혀있지 않는, 그저 관심만 가진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아주 광활하게 느껴져요. 


마케팅이 심리학, 인지심리학, 행동심리학, 철학을 비롯한 뇌과학까지 포괄하여 소비자 혹은 구매자들을 분석하여 소비로 이끄는, 넓은 범위의 분야라는 걸,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어요. 한창 스트레스를 풀 목적으로 소비했던 내가, 소비에 현혹되어 욕구를 충족하려했던 것도 뇌의 기능과 자극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행했던 것임을 인지하게 되더라고요. 나의 소비심리가 나의 뇌 기능에 따라 어떻게 작용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마음 혹은 심리 다음으로 관심가지는 부분이 뇌과학인데, 뇌과학을 객관적이며 개념적으로 파고들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고객들의 심리와 기호를 단순히 심리학과 설문조사를 통해서 분석하는, 옛날 방식의 마케팅 분석에 머물러 있는 마케터 혹은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뇌를 분석하여 고객들의 심리와 무의식 등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서, 마케팅과 브랜드를 분석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책글귀


p. 15 우리의 뇌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가 경험하거나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소비행동과 구매패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자기 의지에 따라 자유롭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것이라는 믿음도 깨져버렸다. 아주 오래된 뇌 구조(동기 의식과 감정을 조절하는 대뇌 변연계 등)와 신경전달물질 및 호르몬이 소비와 구매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말은 결국 모든 소비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p. 20 (중략)'신경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 아주 실용적으로 표현해서 신경마케팅은 구매결정과 선택결정이 인간의 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p. 40 이미 예전부터 경험적 사회연구와 시장조사, 심리학만으로는 고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으며, 뇌 연구를 통해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이 고객과 소비자의 결정행동과 구매행동에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


p. 62-63 보상기대 시스템의 중요한 특징은 영원히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번 주어진 보상에 빨리 익숙해져 다음 번 보상에서 그만큼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갈망한다. 다시 말해 '더는 만족하지 않는다. 더 많은 것을 원해'라는 뜻이다. 보상기대 시스템의 영원한 불만족은 소비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요 원동력이다. 


p. 102-103 고객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들의 동기 및 감정 프로그램은 이미 얻은 것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이구동성으로 '더 많이'를 외친다. 그러다 보니 고객은 항상 돈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의 다른 모든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인생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자원(돈)과 에너지로 최대한의 욕구를 만족시키라는 과제를 매일매일 부과한다. (중략) 이처럼 '적은 지출'로 '최대한의 즐거움'을 끌어내는 것(되도록 많은 동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을 생물학과 철학에서는 '합리성'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러한 형태의 합리성은 굉장히 감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긍정적이고 뿌듯한 감정은 최대화시키고, 부정적인 감정은 가급적 회피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p. 108-109 우리는 날마다 자유의지에 따라 많은 것을 스스로 결정한다. 아침에 일어나 직장에 가서 여러 가지 결정하고,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피곤에 지쳐 침대로 향한다.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이끄는 조종 장치를 손에 쥐고서, 매순간 우리가 가는 길을 스스로 정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이성적이고 의시적으로 행동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또 이런 논거에 의해 우리를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뇌 연구에 의하면, 나의 '자아'가 자유롭고 의시적인 결정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한하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p. 134-135 상품과 서비스의 감정적 평가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우리와 고객은 이러한 무의식적 평가의 결과를 의식에서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중략) 그러나 뇌와 무의식은 혼자서 비밀리에 작업하는 것을 즐긴다. 뇌와 무의식은 자신의 소유자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알려주지 않은 채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여러분은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라며 '내 뇌와 신체가 내가 눈치도 못 챈 사이에 내 자아를 무시하고 행동한단 말인가?'라고 의아해할지 모른다. 바로 그렇다. 고객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렇다. 머릿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진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무의식적인 과정을 더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p. 138-139 (중략) 뇌는 진화 과정에서 되도록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프로그램되었다. 생각한다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뇌는 되도록 적게 생각하려고 한다. 뇌가 자발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보상이 주어진다거나 처벌을 피할 수 있을 때다. 감정의 주도권 외에도 뇌 연구는 우리에게 또 다른 '구매 증폭기'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바로 단순함이다!(중략) 문제는 고통 및 처벌 중심부가 활성화되면, 고객은 그러한 상황과 자극을 피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기분은 바닥까지 떨어지고, 자신이 처한 위험과 상품 구매에 대비하기 위해 극도로 비판적인 상태가 된다. 반면 보상 중심부가 활성화하면 완전히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니 고객이 뇌를 최대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p. 141 우리는 뇌 속에 들어 있는 그 모든 경험들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자아'는 뇌가 알고 있는 내용을 알지 못한다. 뇌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과거에 이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뇌 속에 저장된 무의식적인 규칙고 모형은을 인식한다.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이 무의식적인 규칙과 모형은 활성화되고, 우리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직관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p. 286-287 뇌는 각종 사건들을 연결해 우리의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이야기를 찾는다. 강력한 브랜드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것은 여러 중소 브랜드 제작사와 가족 기업에게는 곧 기회를 의미한다. 그들은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대기업의 자금력에 대항할 여력이 부족하지만 다른 무기가 있다.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그 무기다. 브랜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브랜드와 결합되어 있는 가치와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다.


p. 288-289 소비자의 머릿속 자신의 브랜드가 차지할 지정석을 만들고 싶다면 브랜드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고, 개성을 살려 연출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브랜드 연출은 결코 쉽지 않다. (중략) 브랜드 연출이란 브랜드의 아주 세세한 디테일과 신호를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이때 우리가 유념해야할 것이 있다. 의식조차 하지 못한 여러 사소한 신호가 구매태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말이다. 


p.292 고객이, 자신이 물건을 구매한 이유를 잘 알고 명확한 의식에 따라 구매결정을 한다는 건 잘못된 속설이다. 고객에게 물건을 팔고 싶다면 이런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라! 이성이 지배하는 의식을 믿지 말아야 한다. 정말 신경 쓸 것은 사소한 디테일과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된 무의식적 메세지다. 무의식적 메세지의 원칙은 광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훌륭한 광고 감독이라면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 등장하는 사소한 디테일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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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 미국 문학의 꺼지지 않는 ‘초록 불빛’ 클래식 클라우드 12
최민석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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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을 전공했음에도, 대학 다닐 때 영문학 자체를 이해 못했어요. 문학이 담은 메세지와 상징을 이해하기 보단, 스토리 위주로 들여다 봤는데,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인간의 내외면적이 밑바닥을 보여주거나, 어둡고 불행한 스토리로 전개되어서 책장을 넘기는 그 자체가 싫었던 것 같아요. 가뜩이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힘들어 주겠는데 우울한 문학마저 접하는 것을 꺼려했죠. 왠만해선 남탓을 안하고 싶은데, 영문학을 대학에서 어떻게 접하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음을 탓하고 싶어요. 그런데,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대학 시절에 접한 문학을 다시 만나고 그 문학이 담은 메세지와 상징, 철학, 그리고 교훈 등을 인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나, 해설서 등을 통해서 문학을 마주하니, 문학이 너무나 재미있고 이젠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진작에 이렇게 접했으면.. 암튼) 많은 문학 중에,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위대한 개츠비』글로 전개되는 개츠비의 이야기가 사실 이해되지 않아서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먼저 관람해서 스토리 전반을 이해할 수 있었고, 또 시중에 다양하게 번역된 『위대한 개츠비』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데, 원문과 번역서를 번갈아보면서,『위대한 개츠비』를 더 가까이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소설가 최민석이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 스콧 피츠제럴드의 삶의 여정과 발자취를 따라 가면서 피츠제럴드의 삶이 『위대한 개츠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 클래식클라우드 피츠제럴드 내용 

이 책은 소설『위대한 개츠비』에만 국한된 내용을 담지 않고, 저자 스콧 F. 피츠제럴드의 생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가 최민석이 피츠제럴드가 태어나 자란 곳, 다니던 학교, 그가 머물렀던 지역과 호텔, 카페 그리고 그와 그의 가족들이 잠든 곳을 들리면서 피츠제럴드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피츠제럴드의 입장이 되어봅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계급사회, 상류사회를 통해서 받은 상처와 열등감, 혹은 화려한 상류사회를 향한 동경이 그가 써왔던 무수한 작품들 속에 베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소설가 최민석이 피츠제럴드의 발자취를 따라, 피츠제럴드가 머물렀던 호텔과 지역 등을 사진으로 들여다 볼 수 있고, 피츠제럴드의 첫 사랑, 그의 아내와 딸,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피츠제럴드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그의 작품 속에 어떻게 묘사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느낀 점 

21세기 현대 미국 대학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미국에서 매해 30만권 이상 팔리고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꼽은 "영어로 쓴 위대한 20세기 소설" 중 2위를 차지한 소설『위대한 개츠비』(p. 47). 1920년, 스콧 F. 피츠제럴드는 첫 장편소설『낙원의 이편』으로 단시간에 인기 작가로 거듭나면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다가, 5년 후, 1925년 두 번째 장편소설『위대한 개츠비』를 출간하지만, 첫 데뷔작에 비해 큰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가 죽은지 10년이 되어서야,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스콧 F. 피츠제럴드가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작가 중에 한 사람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소설가 최민석이 피츠제럴드 생과 작품에 관한 모든 자료와, 피츠제럴드의 발자취를 따라, 그가 머물렀던 곳과 마주하며 간접적으로 그가 되어보는 글의 전개로, 그의 삶이 열등감과 우월감에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콧 F. 피츠제럴드는 가구 사업가 아버지와 부유한 이민자의 딸 사이에서, 1896년에 태어났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살아 생전에,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가 참 강했는데, 그 영향은 이민자 출신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어머니는 그를 무리해서라도 명문가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에 보냈으나, 그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상류사회로부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낍니다. 열등감이 극에 달하기 시작한 계기는, 시카고 부호의 딸 지네브라 킹으로부터 실연을 당하는데, 이유는 집안이 가난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첫 사랑으로부터 집안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앨라배마주 대법원 판사의 딸 젤다로부터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또 실연을 당합니다. 그러나, 상류사회로부터 경험한 상대적 박탈감을 토대로 쓴 그의 첫 장편소설 『낙원의 이편』이 대히트를 치면서, 그는 젤다에게 다시 청혼을 하고 결혼에 성공합니다. 데뷔작의 성공으로, 그는 지난 시간의 서러움을 해소라도 하듯, 아내와 함께 상류층 사교계에 몸을 담으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깁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은 그의 상류층의 삶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아내 젤다가 조현병 등에 시다리고, 그 또한 술에 의존하는, 불완전한 삶을 아슬아슬하게 살아갑니다. 한 때 누렸던 화려했던 삶을 포기하지 못했던 스콧 F. 피츠제럴드. 1920년대 유흥, 향락, 사치와 쾌락에 사로잡힌 소비지향적인 시대로, 그는 늘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있었고, 그의 삶이 있는 그대로 투영된『위대한 개츠비』를 출간합니다. 소설가 최민석이 언급한대로, 『위대한 개츠비』는 자전적 소설입니다. 개츠비가 저자 자신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단순히, 첫 사랑을 되찾고 싶어서 금의환향한 개츠비의 순애보와 비극을 담은 소설이라고 하기엔 이릅니다. 돈이 최고였던 시대, 물론 지금과 전혀 다를바 없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 당시에 존재한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과 허무주의를 담고 있습니다. 부와 명예로 사람을 평가하던 시대, 상류사회로 향하는 사다리를 타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부와 명예를 얻었으나, 어느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는, 인생이 덧없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스콧 F.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그가 죽은지 10년 후에 재조명 된 것은, 아마도 피츠제럴드가 미리 경험했던, 물질만능 계급사회로 인한 열패감에 시달린 사람들이 많아져서가 아닐까요? 

솔직히, 피츠제럴드 삶을 들여다 보면서 답답했습니다. 자신의 분수와 처지를 빨리 인정하고, 자신과 같은 예술적인 감각이 강했던 아내 젤다의 능력도 인정하면서, 자신의 형편에 맞는 삶을 왜 살지 못했냐며, 그를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자기다운 삶을 살기를 거부했고, 첫 데뷔작 만큼 명성을 얻을 만한 작품을 쓰려고 애를 썼고, 상류사회로 다시 넘어가기 위해서, 그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자신을 죽음으로 모는, 삶에 대한 그의 태도가 거슬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는, 지금과 같이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시대가 아니라, 눈으로 보여지는 부와 명예로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였기에, 그는 상류사회에 처절하게 집착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죽음의 끝자락에서, 물질을 쫓는 인생이 그만큼 허무하다는 것을 직감했을 겁니다. (그러나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듯 하고요.) 그래서『위대한 개츠비』속 비극은, 부와 명예를 아무리 쫓아도 결국엔 허무하게 끝날 인생을 미리 예견한 듯 그려내고 있습니다. 부와 명예가 최고였던 시대,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그런 시대입니다. 가치지향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가 자리잡고 있어서, 노력해도 상류사회가 누리는 것 만큼 누릴 수 없는 시대입니다. 돈없으면 노력 조차도 배신하는 시대. 성공이 기회는 상류층에게만 주어지는 시대.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위대한 개츠비』에 열광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책글귀

p. 17 작가들은 대게 떠돌이다. 작가가 되기 전에 이미 모국의 곳곳을 다니며, 견문을 쌓고 경험의 지경으 넓히고 생각의 폭을 넓힌다(중략). 그러다 조면 본 것이 많아지고, 경험한 것도 많아지니 뭐라도 쓰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들은 대게 하고픈 말을 가슴에 간직한 채 살기보다는, 경험한 것을 모두 말하고픈 족속이다. 일단 타자기 앞에 앉아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순간, 자신이 경험한 것에서 받은 영감, 그 영감이 빚어낸 상상, 그리고 그 경험과 상상이 어우러져 창조한 새로운 무언가가 페이지를 채우기 시작한다.

p. 55-58아이로니컬한 것은 작가의 고통이 커질수록, 결과물은 더 빛난다는 것이다. 작가가 쓰지 못해 방황하는 것은 좋은 작품을 쓰겠다는 욕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패를 경험한 작가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럴 때 쓰고자 하는 작품의 기준은 높아져, 쓰는 행위는 고통스러워지지만, 피같이 토해낸 작품은 미완성일지라도 '가장 성숙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p. 107 전업 작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글을 써야 한다. 취재지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생산성 없는 경험을 했다 해서, '바깥 공기 한번 성큼 했다'는 식으로는 쓸 수 없는 노릇이다. 피츠제럴드는 아내가 정신 병동에 입원해 있을 때에도, 더 이상 책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 무명 시나리오 작가로 지낼 때에도, 계속 소설을 썼다. 빚더미에 앉았을 때에도, 계단을 오르내리기 벅찰 만큼 건강이 악화됐을 때에도, 죽기 며칠 전까지도 희망을 품고 재기작 원고를 썼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는 언제나 써야 했던 작가였다.

p. 150 그나저나 작가는 어떤 존재인가. 자신의 콤플렉스마저도 창작의 동력으로 삼는 존재 아닌가. 피츠제럴드는 개츠비를 자기 대신 참전 시켜 무공 훈장을 받게 했다. 그리고 개츠비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위대한 개츠비』의 화자인 닉까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것으로 설정했다.

p. 153 (중략) 피츠제럴드가 받은 상처의 대부분은 태생적인 것이었다. 유년기에는 곱상한 외모 때문에 세인트폴의 고약한 소년들에게 시달렸고, 청소년기에는 뉴저지의 명문 카톨릭 기숙학교 뉴먼에서 상류층 자제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겪으며 지내야 했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지네브라 킹의 아버지에게 거절당했다. 부자 가문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태생적 결정 요인에 의해 상처를 주고받는 미국 사회에 대해 그는 어찌 느꼈을까. 그리고 자신들만의 공고한 벽을 쌓아둔 미국의 지배 계층, 그 중에서도 부자들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p. 201 『위대한 개츠비』야말로 원문으로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많은 역자들의 노력으로 여러 번역본이 나와 있지만, 그들의 노력과 성취와는 별개로 그 어떤 번역본도 이 아름다운 영어 문장을 완전히 옮기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밤은 부드러워』나 『낙원의 이편』과 달리, 『위대한 개츠비』의 문장은 심플하고, 정제돼 있다. 비록, 초반본에 많은 오류가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p. 287 시대와 전체적인 사회를 읽고 나면, 『위대한 개츠비』는 결코 단순한 소설이 아니게 된다. 이것은 아메리칸드림이 빚어낸 다분히 미국적인 욕망에 젖어, 사랑마저도 물질로 회복하고자 했던 한 인물의 실패담이다. 동시에, 그 시대가 겪은 사회적 병폐 현상들(향락, 소비주의, 허영)을 병풍처럼 펼쳐놓고 진행되는 사회적 거울이다.

p. 289 그럼에도, 내가 '개츠비'의 실패를 인정하는 이유가 있다. '문학은 태생적으로 슬플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가가 높은 성공의 탑을 쌓아 올린다 해도, 그 탑은 금세 무너질 수 있다. 당대 사람들의 비난에 의해, 독자의 외면에 의해, 시장의 외면에 의해, 혹은 스스로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저지른 실수에 의해, 비단 금전적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으로 인정을 받은 작가라도, 이미 받은 찬사를 유지하거나, 그것을 뛰어넘는 작품을 쓰려 할수록 작가는 불행해진다. 성공한 작가가 되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그 성공한 작가가 행복하게 자족하며 지내기는 스스로 하늘에 별을 만들어 걸어놓는 것만큼이나 어렵다.성공을 맛본 작가는 언제나 과거의 자신과 싸운다.

p. 289-290 살다보면 어려 경험이 축적되고, 그 경험들이 예상치 못한 화학적 작용을 일으켜 평소의 나라면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낼 때가 있다. 작가의 전성기란 바로 이런 걸 써내는 때다. 이때, 신은 잠시 자신의 능력을 인간에게 빌려준다. 그리고 이 능력을 빌려 받은 평범한 인간을 평생 과거의 자신과 싸운다. 그 평범하지 않았던 때의 나를 회복하거나, 그때를 뛰어넘는 비범성을 위해 평생 끝없는 싸움을 나 자신에게 거는 것이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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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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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까지도 조국 딸의 학력은 부모의 이권으로 인해 반영된 것이라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죠. 솔직히 이런 이슈를 자주 접하면서 짐작할 수 있었던 건, 조국 가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조국과 같은 특정계층이 자신들이 가진 재력과 인맥 네트워크로 자녀들의 스펙과 성공에 많이 관여한다는 것과,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돈있고 빽이 단단한 계층에만 유리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짐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들의 자녀들에게만 유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입시제도로 이미 혜택을 본 계층이 이견을 가진 같은 계층으로부터 정치적인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역이용하면서 더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일반 서민들이 봤을 땐 자기 얼굴에 침뱉기이며,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 것과 동떨어진 서민들의 분노를 악용하여 여론을 조장하려는 것도 보이는데, 이에 나를 포함한 서민들은 그들만의 리드를 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만 더해질 뿐입니다. 단순히 자신들의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서민들의 정서를 이용할 뿐입니다.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는 존재하고, 상위20%는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불평등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상위20%가 누리는 불평등에 대한 씁쓸한 현실을 리처드 리브스의 20vs80의 사회를 통해서 사실적이며 적나라게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20vs80의 사회 내용 및 구성


우리는 보통 상위1%를 "상류층"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어떤 학자들은 슈퍼리치나 상위1%에나 초점을 두어 "중상류층"의 책임을 빼놓는다(p. 39)고 저자는 언급하며 자신도 중상류층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넘어와 미국 시민이 되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새로운 조국으로 삼게 된 이유는 "기회"에 대한 이상 때문(p.19)이었다고 말합니다. 영국이라는 나라에선 계급의 장벽이 존재한 반면 미국은 계급없는 사회라는 점에서 매료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미국의 계급구조가 영국보다 더 견고하다는 사실을 깨닫곤 크게 낙심했다고 합니다. 상위 20%중 상위 1%를 제외한 나머니 19%가 미국 전체 부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p.36)고 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포함된 중상류층이 그들의 위치와 계층의 벽을 단단하게 유지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이용하는지를 자료와 다른 학자들의 주장을 기반하여 적나라게 보여주고 그만의 통찰력을 제시하고 반성하고, 상류층과 중상류층이 유지하는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느낀 점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한창 인기를 끌었고, 그 드라마에서 담고 있는 내용들이 시청자들을 자극했죠. 상류층의 사모님들이 자신의 남편은 왕으로, 자녀들은 왕자 혹은 공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류층 사람들의 삶을 풍자했던 드라마였죠. 예전엔 이와 같은 소재의 드라마를 보면, 가짜이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소재 또한 사실을 기반하기에, 드라마를 보면서도 참 씁쓸하더라고요. 실제로 상류층과 중상류층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진 재력과 인맥은 자신들만을 위한 것이지, 서민들과 절대 나눠가질 생각도 없으며, 무엇보다, 그들의 계층의 사다리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서 더 안간힘을 쓴다는 것이죠. 특히, 우리나라에선 고위직 공무원, 언론인, 기업가, 문화예술 분야, 출판, 미디어 등 영향력과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며, 나라를 위한다고 머리를 꽁꽁 싸맨다곤 하지만, 여론 조장을 위해서 서민들을 활용할 뿐 실제론 자신들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합니다. 나라를 위한다는 정치인들은,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취약점을 알기 때문에, 자신들의 자녀는 주로 해외유학을 보내는 걸 보면 알지 않나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왜 유학을 보냅니까? 교육뿐만 아닙니다. 상위20%의 사람들은 자녀의 교육에 이어 사회에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데도 크게 관여합니다. 자신들의 거대한 인맥을 활용해서, 자녀들을 취업시킵니다. 그들의 힘으로 그들의 자녀를 다양한 기회에 노출시킬 수 있으며, 기회도 잡을 수 있죠.


예전엔, 진심으로 노력만 하면 뭐든 이뤄낼 수 있는 세상이긴 했습니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도 있었는데, 요즘엔 그 말이 아무 소용없다죠. 노력해도 연줄과 빽이 없으면 노력이 물거품되는 건 문제도 아닙니다. 조교시절에, 우수한 학생이 우수한 스펙을 가졌음에도 자신이 지방대생이라는 이유로, 자신보다 성적이 현저하게 낮은 서울지역 대학 출신의 학생이 취업한 사실을 두고 분개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당시 나는 "이번에 운이 없어서 그럴꺼야. 지방대는 문제가 아닐꺼야"라며 어줍잖게 위로한 적 있었는데, 알고보니 학생이 지원했던 기업이 지향하는 출신대학 가이드라인이 존재했더라고요. 그때 불평등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노력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사회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거든요. 그러나 나에게도 일로서든 뭐든 열심히 해도 사회적인 안정을 누리기 위한 힘을 실어주는 이들은 없었고, 그들은 그들만의 자릴 지키기 위해 나를 활용하는 정도로 끝내는 걸 보곤, 심히 분노한 적 있었습니다. 상위20%의 삶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나머지 80%가 희생하는 것이 과연 그들을 위한 것일까요?


저자 리처드 리브스처럼 양심적인 상류층 혹은 중상류층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계급사회는 여전히 존재하고,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야하는 것은 계급의 분화가 아니라, 계급의 영속성이라고 합니다. 즉, 누리는 계층만 대대손손 누리며, 그렇지 못하는 계층은 늘 가난에 허덕여야 한다는 뜻이예요.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1) 계획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을 줄이고 2)가정 방문 프로그램을 늘려 육아의 질을 높이며 3)더 훌륭한 교사들이 일할 수 있게 하며 4) 대학 학자금 조달 기회를 공정하고 만들고 5)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를 없애고 6)동문 자녀 우대를 없애며 7) 인턴기회를 개방하고, 8) 역진적인 조세 보조 폐지로 자금을 마련하자는 등 다양하게 제시합니다.


저자는 미국 시민권자가 되고, 미국 여권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개방과 평등에 매료되어 미국 시민권자가 되었지만 그의 옛 조국 영국의 계급구조보다 더 심한 미국의 계급구조에 낙담했으나, 그럼에도 미국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라도, 그는 미국 상위20%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위와 같은 대안책을 제시하므로써, 미국의 개방과 평등을 지향하고 아메라칸 드림이 단순히 상위20%만의 기회 사재기의 기회가 아닌 다른 계층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옳지 않은건 정확하게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저자의 태도를 보면서 자신의 조국과 자신이 속한 계층을 올바르게 지키는 방법을 배웁니다.


솔직히, 나 또한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경제적인 조건을 개선하고 싶고 내 자식도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교육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나도 80%에 속하는 대중 중에 한 사람으로서, 기회라는 것이 아주 제한적이고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와 같은 학자들이 상위 20%가 누리는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현실을 적나라게 직시하되 80%에 속한 나도 평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들여다봅니다. 무엇보다 나도 언젠가는 지금보다 경제적인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입장이 된다면 다같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삶을 지향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내가 상류층 1%든 5%로에 들든, 다수의 사람들이 치열하게 희생해 준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삶이지 나만 잘해서 누리는 삶이라 생각하지 않거든요. 이런 초심, 꼭 마음에 간직하되 나를 성장시켜야겠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사회적인 안정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우리들의 삶이 어떤 특정계층이 누리는 불평등으로 인해 제한적이었다는 걸 알게됩니다. 팔자 탓 환경탓 부모 탓만 해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 우리 팔자,우리환경과 우리 부모님들에게 한계가 많았기에 우리 조건을 탓할 이유는 없어집니다. 여단순히 예나 지금이나 존재하는 계급구조가 문제이며, 이 계급구조가 다수의 대중들에게 공통적으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계층에서만 세습되고 꾸준히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계급구조가 평등한 수평구조로 바뀌기까진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만, 적어도 우리도 알건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위20%만큼 가지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고 인맥이 없다고해서 부당한 처우를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면 안되는 거잖아요.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모두는 가치있는 존재니까요. 


■ 책 속 글귀


p. 23-24 중상류층 아이들은 대개 양친이 있는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부모 모두 교육 수준이 높으며, 좋은 동네에 살고, 인근 가장 좋은 학교에 다닌다. 또 다양한 재주와 능력을 계발하여 좋은 학위와 자격증을 딴다. 중상류층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유리하다.


p. 50 중상류층의 경제 수준이 높이진 것은 임금만의 결과가 아니다. 배우자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대부분의 중상류층 가구에는 두 명의 고소득자가 존재한다. 가정은 이미 오래전에 생산의 주요 단위로서의 기능을 멈췄지만, 구성원들 간에 소득과 비용을 공유하는 도구로서는 여전히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측면에서의 이득 역시, 학력, 가족 구성, 안정성 등에서의 격차 때문에 위쪽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결혼율이 낮아졌고 한부모 가정도 많아졌지만 중상류층에서는 아직 이런 추세가 그리 두드러지게 발견되지 않는다.

p. 51 가정은 위험과 자원을 분산하고 공유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남녀 모두에게 소득 격차는 결혼 기회의 격차로 한층 더 강화된다. 미국에서 고학력자는 단지 '결혼 가능성'만 높은 것이 아니라 '그들끼리 결혼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동류 짝짓기(assortative mating)"라는, 무척 낭만적이지 못한 표현으로 불린다. 간단히 말하면 대졸자는 대졸자와 결혼한다는 것이다. 학력이 어느 정도 두뇌를 반영하고 두뇌가 어느 정도 아이에게 유전된다면, 동류 짝짓기는 중상류층의 이점을 한층 더 강화하게 될 것이다.


p. 52- 53 대졸자가 두 명인 가구는 자녀에게 투자할 돈도 더 많을 것이다. 아이를 좋은 사립 학교에 보내거나 최고의 공립 학교가 있는 동네에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또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는 시간을 더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커서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도 잘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교육 수준이 낮은 부모(또는 한부모)는 불안정하고 유연성을 허용하지 않는 노동 여건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략)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먼은 부모 잘못 만나는 것은 "가장 큰 시장 실패"라고 불렀다.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 '시장 실패"를 성공적으로 피한 셈이다. 


p. 59 정말로 그렇다. 미국의 중상류층인 우리에게 인생은 썩 괜찮다. 우리는 불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쉽게 회복되었고 이제는 풍요로운 경제의 트랙에 다시 올라탔다. 우리가 계급으로서 누리는 이점은 은행 잔고 수준을 훨씬 넘어서 교육 수준, 직장에서의 통제력, 동네의 질, 자신 있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 건강, 식생활, 수명, 가족의 안정성까지 포함한다.


p. 88 오늘날 미국에서 중상류층의 지위는 어느 때보다도, 다른 어느 나라에서보다도 효과적으로 세습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지 계급의 분화가 아니라 계급 분화의 영속성이다. 이는 미국인에게 매우 큰 경종을 울려야 마땅하다.


p. 92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소득 불평등을 더 많이 용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세대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들과 공정하게 경쟁하며 더 뛰어난 사람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늘 승리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승리자들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기기를 원했다.


p. 146 (중략) 계급의 영속성에 일조하는 또 다른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로 '기회 사재기'다. 이는 중상류층이 실력을 갖춰서가 아니라 경쟁의 판을 조작해서 승자가 될 때 발생한다.(중략) 나는 특히 세 가지의 기회 사재기 형태를 지적하고자 한다.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 불공정한 대학 입학 절차, 그리고 인턴 기회의 불공정한 분대다. 물론 이것이 다는 아니다. 세대 간 계급 재상산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지만, 기회를 사재기하는 방법은 이것 말고도 많다.


p. 151-152 '기회 사재기'라는 표현을 위대한 사회학자 찰스 탈리에게서 따온 것이다. 틸리는 대작 『지속되는 불평등』에서 집단 간 불평등을 영속화하는 두 가지 요인을 지적했는데, 하나가 착취, 다른 하나가 기회 사재기다. 착취는(마르크스주의적인 뉘앙스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타인의 노동으로 창출된 경제적 가치를 불공정하게 뽑아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기회 사재기는 타인에게 무엇을 가져오느냐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 무엇을 화곱하고 있느냐와 관련이 있다. 탈리에 따르면, 어떤 집단은 "가치있고, 재생 가능하고, 독점하기 쉽고, 네트워크에 도움이 되고, 그 네트워크의 작동 방식에 의해 강화되는 종류의 자원에 더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집단들은 "자신들이 그러한 자원에 대해 계속해서 통제력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신화와 제도를 만들고 접근권을 사재기함으로써 다른 이들이 그 자원을 누리지 못하게 막는다."


p. 160 대학의 신입생 선발 과정도 다양한 방식의 경제력, 연줄,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이 유리하도록 기울어져 있다. 대학들은 학교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든지 해서 해당 학교에 '강한 관심'을 보이는 지원자를 높이 평가한다. 조기 전형도 부유한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p. 166 미국은 대학들이 동문 자녀라는 지위를 입학 사정에서 고려하는 유일한 나라다.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조차도 20세기 중반에 이 관행을 없앴다. 또 얼마 전 옥스퍼드 트리니티 칼리지의 학장은 민주적인 현대 사회에서 대학들은 큰 기부금을 낸 경우라 해도 동문 자녀들을 특별히 고려해 주는 관행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견 제도와 마찬가지로 혈통 제도도 18세기의 옥스퍼드에는 존재했지마 21세기에는 부적절하다."


p. 178-179 기회 사재기는 하나의 커다란 기계와 작동해서 나오는 결과가 아니라 개인들의 작은 선택과 선호들이 일으킨 효과가 누적되어 생기는 결과다. 내 딸이 좋은 대학에 동문 자녀 자격으로 입학할 수 있게 조금 밀어 주는 것, 내 아드리 인턴 자리를 잡아 전문직 직업의 세계를 맛볼 수 있게 돕는 것, 주택 밀도를 낮게 유지하겠다고 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 등을 하나씩 따로따로 보면 사소해 보인다. 하지만 많은 "미시적 선호들"(경제학자 토머스 셸링의 표현이다.)이 그렇듯이 이런 것들이 종합되면 사회 전반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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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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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여러가지 정보가 담겨져 있거나, 자기계발을 위한 방법론들이 즐비한 책들에 빠져들다가도, 정보와 방법에 치여 때론 잔잔한 이야기를 담아 대화하듯 풀어낸 글 위로 눈을 살포시 올려두면 마음을 올려두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에 매료될 때가 있고, 그 순간을 위해 차분하고 고요한 에세이를 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감독 김종관의 에세이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___있습니다를 읽으며 마음을 내려놔봤습니다. 



■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내용 및 구성 


이 책은 최악의하루,페르소나_밤을걷다 등 다양한 단편영화를 만든 영화감독 김종관이 직접 쓴 에세이이며, 1)가까운 산책-10년 전 2)베를린 천사의 시 3)시네마 천국-영화와 기억 4)흐르다-추억과 이야기 5)어느 꿈속에서-10년 후 6)시나리오 로 총 6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저자는 "창작이 정체된다고 느꼈던 시기(p.9)"에 책에 담긴 글을 썼다고 언급합니다. 자신의 기억들을 모아,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은 "자신의 창작에 베어들어 이곳저곳에 남아 있게 되었다(p.9)"는 프롤로그 속 글귀가 인상적입니다. 



느낀 점 


에세이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참 든든합니다. 하지만, 제목과 에세이에 담겨진 글에서 느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은 참 달라요.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에 들여다보는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그 누군가의 일상의 편린 속에서 고요하고 평화롭게 흘러가는 기분이라서, 누군가의 기억와 추억이 벤 글귀를 따라 눈은 흘러갑니다. 마음을 내려놓기도 합니다. 특히, 시글벅적한 텔레비전 미디어에 빠져들다가, 그곳에서 나와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니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어요. 삐쭉삐쭉 곤두 선, 더듬이 같은 신경이 차분하게 내려앉고, 글귀 한 자 한 자에 몰입합니다. 뭔가를 상상한다기 보단, 그냥 글감에서 풍겨지는 분위기와 느낌에 심취되더라고요.


특히, 영화도 만들고 글도 쓰는 저자의 글솜씨에 반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글솜씨라기보단, 뭐랄까, 일상을 바라고 일상에서 접하는 느낌들을 생각치도 못한 다양한 표현들로 어떻게 꾸미는지.. 내 머리를 아무리 쥐어짜도 짜도,내 느낌을 예쁘게 꾸밀만큼 다양한 표현이 없어서 늘 고민이거든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직까진 너무 이성적이고 차갑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고 차분함이 젖어든 글귀를 보면 시선이 사로잡히고, 마음도 뺏깁니다. 부러워서요.

에세이 속 글귀는 단편적으로 쪼개져서 적힌고 채워진 글들이라, 연계성도 없고, 그렇다고 막~ 공감되는 글귀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누군가의 추억과 기억을 들여다보고 따라가는 것에 더 가까워요. 그러다가 와닿는 글귀를 보면 시선을 고정하고 읽고 또 읽어봅니다. 이해될 때까지요. 산문같기도 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운문같은 글귀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닿는 글귀를 보다가도 이해될때까지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어요. 영화감독 김종관의 글귀가 벤 일상이 잔잔한 편린으로 나의 기억 한 켠에 자리잡는 기분도 듭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시끌벅적한 일상에서 벗어나, 잔잔하고 평화롭게 마음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책 속 글귀


p. 55-58 한 시간 후 나는 어느 작은 숲길에 있었다. 깊은 그림자가 드리운 숲 안에서 잘게 부서져 들어오는 햇살들을 보고 있었다. 새들이 초현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나는 거기서도 알아듣고 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느끼게 된다. 눈뿐만 아니라 귀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을. 


p. 58-59 제주도에서 사실 올레길 외에도 수많은 길이 있고, 그 길만큼, 그 길을 지난 사람들만큼 서로 다른 추억과 사연들이 있다. 계절마다 날씨마다 다른 옷을 입고 기다리는 그 길들은 닳은 듯 닳지 않은 길이다. 그 많은 길들 중 하나인 올레길은, 길의 시작과 끝이 있지만 길을 걷는 목적은 그 끝에 있지 않다. 빨리 걸어도 좋고 천천히 걸어도 좋고, 쉬어도 좋고 뒤를 돌아봐도 좋다. 걸음이 멈추는 끝은 마을의 그루나무이거나, 작은 포구이거나, 해 질 녘의 텅 빈 해수욕장이곤 했다. 끝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그 끝에 선 기분은 마치, 보신각의 종이 올리며 새해가 되는 순간과 닮았다.


p. 78 발끝이 짓무를 때까지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어떤 것에서 나 자신이 가장 멀리 떨어지길 바란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 여행을 할 때 마주치는 낯선 풍경은 우주가 아닌 이상 낯익은 일면이 도드라지게 다가온다.

p. 81 별이 가득한 우주. 저마다 입증된 스타들이 가득한 광활한 그곳의 화려함에 눈 둘 곳 없다가, 이 그림 하나만을 담아 나왔다. 미술관을 나서 강으로 난 길을 걸으며, 마지막으로 본 이 그림이 수많은 별들 중에서 나만의 스타임을 알았다. 작가의 이름도 모른 채, 그 그림을 생각했다. 달이 보이지 않았지만 달에 비쳐진 풍경을 보고, 음악이 들리지 않았지만 그 공간 가득한 음악을 상상했다.


p. 83 그림을 보고 돌아오며, 나를 지나치고 내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잃어버렸지만 그림이 주는 위안은 그대로였다는 것, 그리고 그 잃어버린 것들 때문에 위안은 더 깊어졌다는 것. 달빛에 의지한 여인들의 왈츠가 있는 그림은, 지금 여기에서의 남루한 재회로 인해 비로소 의미가 생겼다.

p. 98-99 집들 사이의 좁은 언덕길 틈으로 석양이 진 바다가 보였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않았던, 마주치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공간에서 해 질 녘 바다를 보았다. 언덕 밑 해안선으로는 아까 보았던 파란 트레이닝복 소년들이 여전히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움에 당황했다. 매우 조용했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고, 그 언덕에 서 있을 때 우리의 관계가 생겨났다. 내내 지치던 풍경에 나는 어느새 반해 있었다.


p. 136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p. 175 길 위에 시간들이 놓여있다. 길을 가면서 자주 뒤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목적지도 모른 채 달려가는 것도 의미는 없다.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을 지나 어제가 될 것이다. 오늘은 오늘일 뿐이지만, 수많은 어제가 나의 오늘을 움직인다. 그러니까 오늘을 후회없이 살아야 한다거나,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후회하며 엉망진창으로 살든, 고민하며 살든, 우리는 어제가 만들어낸 길들을 밟고 오늘이라는 길 위에 걷는다는 걸 생각한다.

p. 197 때때로 옛 동네를 찾아갔다. 옛 동네를 걸으며 그 생생한 추억에 지워지는 기억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대부분의 공간은 사라졌고 누구도 그 기억을 위한 비석을 세워주지는 않는다. 허물어지는 언덕에 올라 사진을 찍고 글로 그 기억을 남겨볼 뿐이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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