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방바닥만 긁던 시절. 직장을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다시 일을 시작할 자신도 없었던 내가 방황할 때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건, 책읽기와 빈 노트에 나의 생각과 고민을 편집도 없이 손이 가는대로 적는 것이였습니다. 놀고 있는 상황에 다른 사람들 붙들고 내 인생 한탄하기도 힘들고, 나와 놀아달라고 보채기도 애매했던 시기라, 혼자서 외로움을 자처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책과 노트가 나에겐 큰 위안이 되었죠. 그때 이후로 (맥락없이 쓰긴 하지만) 글쓰기가 습관으로 자리잡혀서, 느낌가는대로 손이 가자는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글을 "잘"쓰고 싶다는 욕심이 쓰물쓰물 올라오더군요. 특히 영서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영서의 의미를 다치지 않고 부드럽게 잘 쓰고 싶어서 번역관련 글쓰기 책을 도서관에서 찾다가, 너무 이론적인 글로만 적혀있는 번역책자를 포기하고 글쓰기 관련 책을 살펴봤습니다. 글쓰기 관련 책자는 종류가 너무 많더라고요. 그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글쓰기 책을 찾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치유"라는 단어에 꼿혀서 셰퍼드 코미나스의 "치유의 글쓰기"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골라서 대출해서 읽었습니다.


치유의 글쓰기 내용 


1955년 속수무책의 삶을 살았다는 저자. 설상가상으로 원인을 알 수없는 편두통에 오랜시간 시달려야 할 정도로 괴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저자의 형의 권유로 통증클리닉을 찾아가 70대 전문의가 "규칙적인 일기쓰기"를 쌩뚱맞게 제안했다고 합니다. 편두통과 일기쓰기와의 연관성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전문의 제안대로 저자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하루하루 일기를 쓰다보니 어느덧 5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겼다고 합니다. 저자에 의하면 편두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편두통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미묘하게 바뀌었는데, 자신이 편두통이라 여겼던 생각에서, 자신은 그저 편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글쓰기를 통해서 건강문제 뿐만 아니라, 저자에게 닥친 여러가지 시련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 모든 시련을 잘 이켜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0년에 저자는 폐암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암치료를 받고 있던 병원 환자들에게 일기에 적었던 내용들을 말해준 적이 있는데,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일기쓰기가 치유방법으로 의학적 의미가 충분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저자 자신에게 처음 일기쓰기를 권했던 늙은 의사의 말이 옳았다고 여기며, 그와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글쓰기의 효용을 알려주는 것을 그의 인생에 일차적인 목표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 그리고 통합적인 측면에서의 글쓰기 이점을 언급하고, 글쓰기는 자아발견의 지름길이라 표현하며,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이끌어갑니다.


느낀 점


"치유"라는 단어에 꼿혀서 선택한 글쓰기 책이지만, 글쓰기에 대한 단순한 방법론에 대한 내용만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크게 기대하지 않고 책장을 폈습니다. 그러나 왠걸, 글쓰기를 도구삼아, 미지의 세계같은 나 자신은 물론 나의 감정, 나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고, 삶을 대하는 철학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인 차원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져 있습니다. 항상 "나"라는 존재, 그리고 "나의 마음"에 관해서 사색하는 걸 좋아하는데, 글쓰기를 통해서 나의 고민을 조금더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그러니까, 나도 마음, 정신 그리고 영적인 측면에서 내 맘을 바라보고 삶을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내용들이 글쓰기와 관련하여 언급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들을 편집없이 그냥 마구마구 빈노트에 적어보라고 합니다. 다만, 누군가에 대한 원망, 분노를 적어야 한다면, 자신만이 볼 수 있도록 자신과의 비밀을 보장하라고 합니다. 원망이 대상이 내가 쓴 일기를 보게 되면, 괜히 서로 갈등만 겪게 된다는 것을 염려하기도 합니다. 내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을 털어내면, 나 자신과 감정을 분리하여 바라볼 수 있거든요. 이 책은 자신에 대한 성찰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화해, 내가 꾸는 꿈을 다루는 방법, 기도와 명상, 마지막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슈들을 글쓰기로 마주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혜안까지 제시해줍니다.


가장 와닿는 부분은, 요즘 내가 한창 관심을 두고 있는 기도와 명상입니다. 마음공부를 새벽마다 하고 있는데, 기도와 명상을 하면 마음을 현재에 두고 현재의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컨트롤하는 힘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기도와 명상을 하기 전엔 섣불리 판단해서 오해를 밥 먹듯이 하고 스스로 상처받기도 했는데, 기도와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섣불리 움직이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거든요. 고민과 생각에 마음을 두고 괴로워하는 일이 많이 사라졌어요. 저자는 기도와 명상하는 동안의 마음과 그 흐름을 적어보고, 또 기도와 명상으로 인한 변화도 적어보라고 합니다. "명상과 기도는 창조주가 정한 진리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직관력을 가다듬게 해주어 몸과 마음, 영혼의 연결고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든다.p.244"라고 저자는 언급하는데요. 창조주의 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마음을 내가 내가 잘 알고,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으로 가득찬 삶을 살려고, 글을 통해서 지속적인 치유의 과정을 거치고, 나와 같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 책글귀


p. 47 모든 물체는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하고, 운동하는 물체는 본래의 속도와 방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가령 정지한 상태로 있는 책상을 옆으로 밀 때는 힘을 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책상은 한자리에 정지해 있으려는 성질 때문에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이 그 유명한 관성의 법칙이다. 이 법칙을 처음 완성한 뉴턴은 물체의 운동 상태를 바꾸려면 힘이 필요하고, 힘은 질량에 비례한다고 말했다. 정지한 상태의 책상을 옆으로 옮기려면 힘을 가해야 하듯이 글쓰기 습관을 거부하는 타성에 도전할 때도 힘을 가해야 한다.


p. 51-52 더구나 글쓰기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아니라 정신건강과 웰빙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자기 삻에 애정을 갖고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인 것이다. 당신이 그 정도의 사치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투자는 너무도 당연하다.


p. 52 글쓰기가 당신에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내는 유일하 방법은 장기간 계속해보는 것이다. 실천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가슴에 차오르는 기쁨이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생활에 활력을 가져다주는지 알게 된다.


p. 55-56 글쓰기를 통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놓음으로써 살아오면서 받아온 고통의 짐을 내려놓는 것이다. 당신의 어깨 위에 놓인 짐들은 삶을 병들게 하는 독버섯이었다. 당신은 그 녀석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언제나 녀석의 횡포에 굴복해왔다. 이제 당시늬 어깨 위에 놓인 짐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진정한 치유는 과거와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된다. 그 녀석을 액면 그대로 인정해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라.


p. 72-73 우리는 끔찍한 역경에 처해서도 자기 자신을 배려할 수도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불행한 타입을 돕는 일도 더 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돕고 배려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은 없다. 당신이 정말로 운명의 희생양이라면 손을 세차게 흔들면서 '불쌍한 것!"하고 외치기 전에 '그래도 나는 아직 괜찮아!"라고 말해야 한다. 생존자로서의 자신을 당당하게 인정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아직은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생존자다.


p. 73 당신은 삶의 행로를 가로막았던 불길을 헤치고 지금 이렇게 살아남았다. 그런 사실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소중히 취급되어야 한다. 자기 삶을 가치 있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야말로 치유와 회복 과정에 필수적이고, 더 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망설임 없이 흡수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p. 93 우리는 마음의 상처를 겪은 후에 원치 않은 생각들이 반복적으로 표면에 떠오르는 경우를 흔히 경험하곤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몸부림친다. 그러면서 망각의 시간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고립의 무덤 속으로 숨으려 한다. 하지만 문제를 미해결의 숙제로 남겨둠으로써 찾아오는 것은 망각이 아니라 심각한 우울증이다. 페니베이커(미국 텍사스대학교수)는 말한다. "용납할 수 없는 생각을 용납하는 일이야말로 건겅한 사고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p. 96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인생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글쓰기는 정직하게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남의 탓을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하는 등 자기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p. 106-107 치유는 수용과 더불어 시작되고, 희망이 치유의 가능성을 활짝 연다. 희망이 보이는 순간 치유의 가능성은 사방에서 몰려든다. 이 같은 역동적인 변화는 수많은 환자들이 직접 경험한 회복의 원인 중 하나이다.(중략) 무수히 많은 문화와 종교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징적인 의식이 있다. 그런데 이런 의식은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치유와 자유를 선사하지만 분신과 혐오를 내비치는 사람에게는 눈곱만큼도 기회의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p. 111 글쓰기를 계속하다보면 자신을 치유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이 점점 자라게 된다. 시작할 무렵에는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인내와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순간 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기초 공사는 자신의 직관과 상상력을 믿고, 거기에 몰입함으로써 시작된다.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일이야 말로 자기 치유의 지름길인 것이다. 자신을 치유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떠맡는 당신에게 치유로 가는 문은 언제든 활짝 열려 있다.


p. 116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스스로 등을 돌리지 마라.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굴지도 마라. 장애물을 억지로 지워버리고 그것을 백지로 남겨두려고 하지 마라. 당신에게 주어진 선물을 받을 가치가 없는 것처럼 부인하면서 살아가지 마라. 당신이 감당해야 할 몫은 그런게 아니다. 당신의 삶에 얽힌 모든 이야기들이 당신 안에 살아서 꿈틀거리고 잇는 한, 그것들은 당신 삶에서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다. 그 이야기들은 당신을 이곳까지 데려다준 원천이고, 미래로 데려가줄 바탕이며, 나머지 여정 동안 당신과 타인들에게 필요한 힘을 제공할 것이다. 


p. 118-119 내용이 무엇이든 당신의 펜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들이 당신의 삶 자체이며, 표현할 필요가 있는 귀중한 글감이다. 따라서 일기장에 적어두기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문제는 오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 몇 개월 후에는 대단히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는 것이다.


p. 123 문제를 그냥 방치하는 것은 걱정이 늘어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심리적, 육체적 문제로까지 심화될 뿐이다. 이런 행동은 문제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당신이 감염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질병이고 불편이다. 질병이든 불편이든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당신의 노력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p. 127 당신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하늘 가득 총총히 박혀 잇는 별들처럼 당신의 가슴속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들을 당신은 잘 알고 있다. 글쓰기는 당신의 가장 깊숙한 소망을 재발견하게 해주고, 그것을 그저 생각만으로 존재하지 않게 하는 힘을 줄 것이다.


p. 138 자기배려를 위해 가장 먼제 해야 할 행동은, 마땅히 했어야 하지만 끝내 하지 못한 일드에 대해 자책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긍정이 일기의 내용으로 승화되면 치유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p. 162-163 진정한 휴머니즘은 자신의 존재를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리 없고 연민과 동정심을 느낄리도 없기 때문이다.


p. 182-183 '아직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행동을 차단하는 습관을 버려라.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 인생을 위쳡하는 파도 더미를 이겨낼 수 없다.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은 부인하고 기피할수록 파도 더미는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p. 188 '아직은 아니야' 또는 '나는 결코 할 수 없을 거야"라는 말 대신 '왜 안 되지?'라고 당신 자신에게 당당히 따져 물은 적이 있는가? 이제 일기장에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일기장은 남의 시전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당신만의 공간이니 마음껏 물어라. "왜 안 되지?"라고.


p. 215 나는 인생을 구축하는 핵심 키워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성'이라고 믿는다.자신의 삶은 누군가 만들어놓은 것을 빼앗아오거나 선물 받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이 지시보다 낫다고 했다. 심리치료사인 쉘든코프는 어른이란 불확실성과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 사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상상력을 차단한 채 틀에 박힌 일상에 발이 묶여 살고 있는가? 불확실한 일과 마주치면 불에 데인 듯 놀라며 도망치는 우리가 아닌가?


p. 226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일이다. 진정한 치유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타인을 비난하거나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 자기 책임을 인정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살아남은 자로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치유다.


p. 248 행복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전부 같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그나마 세상이 제대로 도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에 대한 정의가 하나뿐이라면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매일같이 피 터지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p. 256 만약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듯 그렇게 저절로 해복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면, 그런 태도야말로 당신을 행복에 허기지고 불만스럽게 만드는 원인이될 것이다. 또한 한번 찾아온 행복이 영원히 내 것이라고 여기며 손을 놓는다면, 그런 태도야말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될 것이다.


p. 259 많은 것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신 안에 있는 축복이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일기가 거기에 이르도록 도와줄 것이다. 글을 쓰면, 당신은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문을 열게 된다.


p. 266 죽음의 공포에 비해 즐거운 경험이 터무니없이 가볍더라도 그런 감정을 일기에 모조리 적어라. 그 과정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것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아주 잊고 살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삶에서 기쁨의 원천이 되는 일이 너무도 많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중략) 죽음에 대해 생각할수록 두려움이 커지기는커녕 자기 자신에 대해 한없이 겸허해지고, 생애 처음으로 자기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미리 쓰는 유언 편지에서 이미 느꼈듯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인생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p. 275 살아남은 사람에게 긍정은 희망의 밧줄이지만 부정은 또 다른 형태의 자살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라. 이것은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손에 넣어야할 생활방식이다. 내가 서 잇는 황야에서 나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하는 일이 치명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p. 276 글쓰기의 목적은 긍정의 힘을 얻는 데 있다. 자기 스스로 그 힘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행복 바이러스를 만날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해 영혼의 구원을 시도한 사례들을 더 많이 찾아 읽어라. 일기장에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음으로써 진정한 자아를 되찾은 사례들을 모아 당신의 느낌을 적는 것도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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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는 그날까지
김종숙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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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고민을 껴안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고민은 보편화되어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반면, 주변의 눈치와 반응을 생각해야하는, 고충을 나누기에도 어려운 고민들도 있죠. 후자에 해당하는 고민 중에 하나가 난임에 관한 고민입니다.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올린 후, 적당한 신혼을 즐긴 다음, 부부의 마음 한켠이 적적하면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아이가 오지 않을 때 밀려드는 불안과 두려움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을 절대 공감할 수 없어요. 육아 고민에 대한 책들은 많아도 난임으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고 위로를 전하는 책들이 시중엔 거의 없죠. 이번에 접한 책은 소중한 아기를 기다리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네가 오는 그날까지입니다.


네가 오는 그날까지 내용 및 구성


이 책은 기적같인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어느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에세이는 1)가족이라는 이름으로 2)난임이라서 3)선택하고 책임지는 마음 4)나는 성장하기로 결심했다 5)언젠가 새로운 생명이 온다면 으로 총 5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적정한 시기에 직장생활을 하고 꿈같은 결혼식을 올리린 후, 남들처럼 때가 되면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이를 만나기까지 너무나 힘겨운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겪어야 했던 어느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8세에 결혼하여 자그만치 6년의 시간동안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를 시도해야했던 힘겨웠던 시간들. 난임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책들이 없다는 걸 확인하곤, 그녀가 자신의 입장과 같은 여성분들 혹은 부부에게, 난임 중 격어야 하는 여러가지 고충을 담아 공감하고 위로하고 또 격려합니다.



느낀 점


우리나라는 유달리, 결혼, 임신과 출산 등에 너무나 관심을 많이 가지는 나라입니다. 물론, 인구수가 나라 경쟁력인 건 알지만,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정해져있어서, 그 시기가 다가오면 통과의례처럼 질문을 던집니다. "결혼은 언제할꺼니?","그래도 아이는 낳아야지..", "아이 하나로는 외로워. 둘째도 가져야지.." 힘겹게 결혼하면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종용합니다. 아효- 그러다보니, 결혼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온데간데 없고 괜히 죄짓는 것 같고, 또 결혼 후에 아이가 늦어지면 양가 부모님들의 재촉 시작되고, 본이 아니게 눈치를 보게 되죠. 물론, 모든 사람들이 결혼한 부부들을 위한 것이라며 아이 가지기를 종용합니다. 하지만, 결혼한 부부를 위한다면 부부의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안정감을 줘야하는데, 꼭 아이가 있어야만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이라 인정합니다. 이왕이면 남들과 비슷한 삶, 평균적이고 보통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맘에서 등떠미는 건 알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걸, 부부에게 채촉한다고 하늘에서 아이가 뚝~ 하고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솔직히, 우리 부부의 경우엔 36살에 결혼식을 올렸어요.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으며,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더군요. 우리의 상황과 상관없이, 결혼했으니 통과의례처럼 아이에 대한 기대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옵니다. 아이 갖기에 대한 부담감을 표출했더니, 양가 어머님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시진 않으셔서 그나마 어른들을 덜 의식할 수 있었지만, 신경쓰이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에겐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 아기가 생기지 않는거 보면 우리도 조금 어려운 것 같은데.. 난 사실 병원가서 검진 같은거 받지 않으면 좋겠어. 두 사람 중에 누군가의 문제라는 결과가 나오면, 왠지 탓할 것 같고, 우리 결혼생활은 너무 힘들 것 같아. 안생기면 안생기는대로, 살자."라고 말했어요. 남편도 내 생각에 동의했고, 우리는 포기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와 인연이 닿았는지, 기적같은 두줄이를 품을 수 있었어요. 솔직히 맘을 비워야, 아이가 찾아온다는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예요.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가장 마음이 불안한 사람은 아내쪽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검사를 하다보면, 요즘엔 정자쪽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는건 여자 탓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험관아기와 인공수정의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게 되었어요.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로운건 아내 쪽이거든요.(괴로워 하는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의 맘도 편친 않을겁니다) 감정이입하면서 저자가 경험했던 모든 과정에 눈을 때지 않고 읽었어요. 나는 아일 가졌다는 맘의 안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여자로서 고충을 이해하고 싶어서요. 제발, 난임의 문제를 여자탓으로만 몰아가는 말은 하지 않길.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난임은 결혼한 부부와 가족이 함께 책임져야 하며 함께 마음을 모아야하니, 남일처럼 보지 말길. 그리고 남일이라도 측은하고 딱하게 볼 것이 아니라, 묵묵히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주는 것이 최선임을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저자는 아이를 가지기 위해 희망을 가지고 노력 중입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을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으로 발상을 전환했고, 남편과 지내는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매순간 소소하게라도 행복을 만끽하려고 합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고, 무엇보다 그들을 대하는 타인의 태도와 생각을 보고 맘이 편하지 않을 거예요. 다들 위로라고 하는 말들이 희망고문이거나 상처가 될 때가 있잖아요. 타인을 탓할 순 없지만, 그래도 타인을 멀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며 마음의 문도 닫힐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런 고충을 6년간 경험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시작으로 생각을 달리하고, 기적같은 아기가 찾아올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천사같이 사랑스럽고 건강한 아기가 마음 착한 저자와 그녀의 남편에 닿아, 지금보다 백배 천배 더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두줄이를 처음 확인하는 날, 멍때리며 당황스러워했습니다. 남편도 놀랐어요. 그러다가 천천히 현실을 직시하며 아이의 존재를 받아들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지만, 자연임신이 어렵고 인공수정과 시험관아이를 위한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 책을 읽은 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큰 고충없이 기적을 품지 않았냐며, 아이가 태어나면서 겪는 여러가지 노고들 조차도 감사하게 여기자고 약속했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난임, 불임 그리고 임신과 출산은 절대 여성이 혼자서 감당해야 할, 당연한 일이 아닌 부부와 주변 가족들이 함께 머릴 맞대고 마음을 써야 하는 중대한 일이라 인지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저자가, 시험관아기와 인공수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심적,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울 때 책을 통해서 위로를 얻고 싶어서 서점을 갔는데 난임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없더래요. 대부분 육아서적. 그래서 자신과 같이 난임을 겪는 아내, 혹은 부부들에게 공감을 전하고 위로가 되고자 이 책을 용기내서 썼습니다. 저자와 같이 아이에 대한 간절함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그리고,임신과 출산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분들도 있을거예요. 새로운 생명을 품는 건 쉽지 않지만, 이 과정이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한지, 기적을 품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며,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책글귀


p. 37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사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난임의 시간을 보내면서 저를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들의 사랑에 감동했습니다. 한동안 사람을 만나기 두려워 피하기도 했지만 진정 저를 위하는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p. 46 아이를 갖고 낳는 과정은 부부가 함께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난임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큰일로 다가옵니다. 매달 생리를 반복하면서 호르몬과 전쟁도 해야 하죠. 남자는 문제가 없고 여자에게 문제가 있어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그런 편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런 시선 속에서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이 저만의 문제가 아닌데 시댁에 가면 괜히 죄인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남편은 친정 엄마를 만나도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왜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저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습니다.


p. 52 난임을 겪으면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다 보니 오래 근무하지 못할 수도 있고, 혹시라도 아기가 생기면 조심하기 위해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아이를 갖는 것과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저는 직장도 없고 아기도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p. 62 불임의 사전적인 뜻은 임신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난임의 사전적 정의는 임신하기 어려운 일 또는 그런 상태입니다. 못 하는 것과 어려운 상태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난임은 임신이 늦어지는 것입니다.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불임이라는 말을 들으면 붙잡고 있던 희망의 끈이 사라지는 것 같아 힘이 빠집니다. 제가 받은 상처 때문에 저는 오늘도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 말할 때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좌절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p. 98-99 세상에는 아기를 기다리는 엄마들이 참 많습니다. 내 주변에는 나 혼자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혼자가 아닙니다. 지난 시간을 통해 혼자 생각하고 판단했던 것들이 저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혹시 스스로를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가두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상처가 있다면 치유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위하고 아껴야 합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세요.


p. 131 난임은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한쪽에게 의학적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이 꼭 한 사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부부가 되겠다고 약속한 순간 이는 서로의 문제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방의 입장을, 좀 더 배려하고 좀 더 신경 써야 합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p. 142-143 난임의 시간에 서서 저는 인생을 되돌아봅니다. 그동안의 삶과 앞으로 삶을 보게 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살아지는 대로 그냥 살았습니다. 눈앞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어쩌면 아이를 기다리는 이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계획해 보라고 주어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 161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아기를 기다리며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하루를 쌓아 가다 보면 아기를 만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p. 164-165 (중략)난임 기간 내내 저를 괴롭힌 것은 타인과의 비교였습니다. 친구나 직장 동료부터 가족은 물론 비슷한 또래의 누구를 만나도 저 사람과 나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고 남들이 가진 장점을 부러워하며 살았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지나가는 길거리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발 맞추는 엄마들을 보면 부러웠습니다. (중략) 어느 순간부터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저를 보며 비교가 아니라 제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보며 살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중략) 제 장점을 찾고,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훠씬 이로웠습니다. 그것과 함께 마음이 더 이상 지치지 않도록 단련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p. 176 저는 다짐했습니다. 더 이상 투정 부리지 않기로요. 나 그리고 우리의 시간을 충분히 갖기로 했습니다. 그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6년 전과 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대하는 우리 부부의 마음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올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보채지 않고 신이 허락하시는 그날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였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날도 많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 또 다짐했습니다.

p. 181 시간의 힘을 통해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 공감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렵게 아이를 낳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전과 달리 그 누구보다 깊은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p. 203 매일 하나의 행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동료나 상급자에게 칭찬을 받으면 그것이 행복이고,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타면 그것 또한 행복이며, 야채나 과일을 싸게 사도 행복이었습니다. 행복을 찾기 시작하니 주변에는 참 많은 행복이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지친 마음을 긍정의 힘으로 조금씩 치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복한 마음으로 건강한 아이를 만날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난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적고 행동할 것입니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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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 박혜란의 세 아들 이야기
박혜란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원래부터 아이들을 참 좋아해서 아이들의 성장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아기를 낳으면 유달리 육아에 관심을 가지던 나였죠. 솔직히 지극히 남일처럼 보였던 육아. 남일처럼 책으로 본대로 매체에서 말한대로 친구들에게 훈수를 두는 일도 많았는데요. 내가 간접적으로 훈수두던 육아를 직접해야하는 입장이되었습니다. 임신을 했고, 아기가 태어날 순간을 기다리지만 태어난 이후부터 부모와 아이의 유대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며, 부모로서 아이가 자기만의 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이끌어야할지 고민이 안될 수 없거든요. 주변에 육아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많은 부모들이 나에겐 인생선배이자 스승이라, 육아의 많은 부분을 많이 배우면서, 보완점들도 파악하고 있어요. 이미 경험해본 경험자들을 통해서 지혜를 터특하고 싶은 간절함이 가득해서, 여성학자인 박혜란의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책도 들여다봅니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내용 및 구성


이런 표현을 자주 써도 되는지 저자에겐 조금 조심스럽지만,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여성학자 박혜란. "취업주부 4년, 전업주부 10년, 파트타임 주부 30년, 명랑할머니 7년 경력의 여성학자"라고 책날개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결혼, 육아 그리고 남녀문제를 다룬 다양한 책들을 집필했는데, 그중에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책이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이 책의 육아서에 일종으로, 그녀의 세 아들을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육아를 했는지, 에세이 형태로 아주 눈에 잘 들어오는 문체로 구성된 책입니다.


느낀 점 


무엇보다 제목이 가장 와닿더라고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믿음"이거든요. 그나마도 어린시절에 부모님의 "믿음"을 먹고 자랐고, 부모가 자녀에게 표현하는 그 믿음이 성장에 엄청난 자양분이 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녀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어떤 믿음을 보여줬는지, 삼 형제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먼저, 그녀의 육아서가 주목받은 이유는, 그녀의 세 아들이 모두 서울대에 입학하여 현재는 각자가 원하는 위치에서 사회적으로 자릴잡고 있다보니, 그녀만의 육아방식에 비법이 있는지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라면, 내 아이가 나무랄것없이 잘 성장하여 좋은 학교를 졸업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져 자기인생을 잘 살길 바라잖아요. 그래서 저자는 가수 이적의 어머니, 삼형제를 서울대로 보낸 어머니로 잘 알려져있죠. 나 또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두고, 그녀의 육아방식에 특별한 뭔가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고요.


막상 읽어보면, 아이들을 명문대학교로 보내는 비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삼형제가 알아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만 보일 뿐, 그녀는 딱히 삼형제를 위해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언급합니다. 그리고, 삼형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부모로서 몰랐던 아이들의 잠재성을 보고 놀라고, 부모라고 해서 아이들의 인생을 설계해줘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면 아이들의 인생을 빼앗는 것이라 표현합니다.


가장 큰 반전이라고 한다면, 저자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알뜰살뜰 살림을 야무지게 하는 여성은 아니라는 점.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여성이 지혜로워야 집안이 잘 굴러간다는 강박증을 심어줍니다. 그런데 그녀는 사회가 심어주는 강박증을 거부하는 아주 털털하면서 자칭 둔한 엄마이자 아내라고 표현합니다. 맛있는 밥을 차려주거나, 집을 알뜰살뜰 예쁘게 꾸민다거나, 살가운 아내이자 엄마는 아니라는거죠. 즉, 집도 잘 안치고, 삼형제와 몸으로 놀아주고, 엄마 공부한다고 아이들만 두고 중국으로 유학을 감행하는 털털하면서 자기주도적인 엄마이자 아내입니다. 그럼에도 삼형제들이 나름대로 군소리 없이(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잘 자라 준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되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 일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예요. 물론 다른 집안 아이들과 비교해서 불안 초조했던 경험도 있지만, 최대한 삼형제 각각의 결에 따라서 아이들을 지켜봤더니, 아이들 스스로 자기의 방향성을 찾아가더랍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전업주부로 엄마로 살아가면서 엄자신이 좋아서 책을 읽었더니 아이들도 따라서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 혼자서 고민하다가 엄마에게 질문을 던지면 엄마는 답변을 해주려고 노력하거나, 같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줄 때와 주지 않을 때가 명확했다는거예요.


부모는 아이들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는 이유로, 삶을 먼저 살아본 사람이라는 이유로, 내가 한 고생보다 덜 고생시키겠다는 사랑을 기반으로 아이를 양육하지만, 때론 그 사랑에 가려 아이들의 잠재성을 재대로 목격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나 조차도 내 생각이 맞는 듯 한데, 다만 어른이 하는 말이라 무조건 듣는데서 나의 생각이 무시될 때만큼 기분나쁠 때가 없더라고요.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랄까요. 나도 어려봐서 아는데 어려도 생각이 있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아이를 동등한 존재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깨닫기까지 본인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엄마로서 반성하고 삼형제와 조율하면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부모에게도 지혜가 있고 아이에게도 지혜가 있습니다. 저자가 책 서문에 언급했던 것처럼,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보단, 부모인 자신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육아가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는데, 나도 그런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요. 믿음으로 기반한 육아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인내심이더군요. 스스로 하도록 지켜봐주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느끼면 도와주고, 꾸준히 격려해주는 것.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그러나, 부모가 아이들의 인생에 지니치게 자신의 삶을 투영하다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특권을 부모인 내가 뺴앗을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육아를 하면서 혹은 육아를 통해서, 아이는 아이답게 나는 나답게 성장하고 싶은 예비 부모님 혹은 부모님들에게 추천합니다. 앗,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유아나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교육자분들도 읽으면 교육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 책글귀


p. 19 아이들을 키울 생각을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그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하게 되더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육아처럼 즐거운 일은 이 세상에도 없다.


p. 30 엄마가 하루종일 붙어서 아이를 키운다고 아이들이 모두 문제 없이 크는 건 아니다. 엄마가 취업을 했건 안 했건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


p. 40 나는 몇 년 동안이다 이런 어리석음을 되풀이한 끝에 드디어 위대한 발견을 해냈다. 즉, '집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선언했다. 나는 집을 위해서 살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서 살겠노라고.


p. 48 아이들 키우는 일이 재미가 없었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꽤 달라졌으리라. 아이들과의 만남은 늘 새로웠고 재미있었다. 갓난아이와도 주저리주저리 잘 떠들고 놀았다. 아이들은 키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와 함께 놀아 주는 대상이었다. 나는 아이들과 노는 걸 아주 좋아한다. 지금까지도.


p. 50-51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놀 수 있는 기간은 대단히 짧다. 막내까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사실 아이들과의 놀이는 끝나고 만다. 솔직히 대부분의 엄마가 그렇듯이 나도 그 이후에 아이들이 무슨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 악을 쓰면서 서로 뒹굴고 논 그 경험은 아이들과 나 사이에 모자 관계라는 끈 이외에 친구 같은 느낌을 갖도록 한 것 같다. 아주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을 하는 습관을 키워주었다.


p. 64 나는 금방 제정신을 차렸다. 아이는 자기가 흥미를 가지면 저절로 배우게 되어 있다. 그걸 엄마의 흥미나 욕심에 맞추어 억지로 가르치려든다면 역효과만 나게 마련이다. 교과서에 그렇게 씌어 있잖은가. 조기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게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갑자기 남의 말에 휘둘려서 중심을 잃고는 내 뜻대로 안 된다며 아이를 괴롭힌 게 어리석은 것이다. 문제는 지나친 욕심 때문에 중심을 잃는 것이다.


p. 73-74 세 아이의 적성 찾기 과정을 늘어놓다 보니 부모가 아이 인생을 설계해 주겠다고 나서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보다 조금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인생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고, 따라서 그들의 인생을 설계해 주어야 할 책임감 같은 걸 느끼면서 산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곧 아이에게서 자기가 살아갈 인생을 빼앗는 일이 아닐까.


p. 74 적성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를 맞아 젊은 부부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아이가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낼 때까지 아이의 작은 몸짓,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아닐까. '내 뜻대로'가 아니라 '아이 뜻대로'사는 모습을 보려면 무엇보다 부모들의 '참을성'이 필요하다.


p. 78 우리의 삶은 한풀이의 과정 이상이 아닌지도 모른다. 가난하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기 한 번 못 펴고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너무 원통해서 자식을 통해서나마 그 한풀이를 하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자식들만은 '기죽지 않고' 살게 하려는 염원이 버릇없는 아이들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남보다 뭐 하나라도 더 가진 사람들의 자식 키우기는 그야말로 원초적 본능의 발현 수전인 것 같다.


p. 108 자신의 어린 시절을 조금만 되돌아보면, 부모가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을 탓하며 얼마나 억울해하고 속상해했던지 떠올릴 수 있으련만, 자신이 부모가 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어찌 된 셈인지 아이들에게 신처럼 군림하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 


p. 135 "그래, 이제 어디서 엉켰는지 알았지? 그렇게 쉬운 걸 갖고 괜히 엄마를 곯려 먹으려 했구나. 엄마 때는 그런 거 배워 본 적도 없어. 교과서도 시대에 따라 자꾸자꾸 바뀌니까 니네들이 엄마 세대보다 어떤 면에선 훨씬 유식할 수도 있는 거야. 네가 아는 걸 엄마가 모른다고 해서 엄마를 무식하다고 생각하면 그거야말로 정말 무식한 짓이야."


p. 136 물론 버릇 들이기는 강제적이 아니라 자발적인 방법을 쓸 때 더 효과적이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집안 분위기 자체가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라면 가장 바람직하다. 너희들이 공부를 잘하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엄마보다 아무 말 없이 틈만 나면 책을 펼치는 엄마에게서 아이들은 자적 자극을 받는다.


p. 150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늘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문제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웬일인지 상당히 생각이 깊은 것 같은 어른들도 부지불식간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쉽게 내뱉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p.215 엄마가 자식들에게 주는 사랑을 일반적으로 '모성'이라고 높여 부르고, 그것은 곧 무조건적인 사랑, 맹목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영원한 모성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지탱해 주는 힘이다. 모성의 참뜻은 결국 모든 생명 있는 것을 싸안는 한없는 사랑일 듯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주부'라는 이름으로 또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죽여 가며 가족에게 쏟아붓는 사랑이 진정한 의미에서 모성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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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투에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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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늘 진지한 편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면 심오한 책들을 읽곤 합니다. 그 속에서 세상의 흐름과 삶을 대하는 방식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요. 가끔 이에 몰입하다보면,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땐 글자가 적고 감성감성 글귀로 구성된 책자를 편안하게 읽으면서 머릴 식히기도 합니다. 이번엔 우리들에게 아주 친숙한 카카오프렌트 중 무지를 주인공으로 하고, SNS 인기 작가인 투에고가 만난 감성에세이 무지, 나는 나일때 가장 편해라는 책을 편안하게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내용 및 구성


서문에서도 언급했듯, 카카오톡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무지. 국민 캐릭터 중에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무지는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라는 사실! 토끼 옷을 입은 무지는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아주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라고 책에선 소개합니다.그리고 무지가 등장하면 항상 따라 붙는 초록초록 미스테리 캐릭터 콘. 콘은 아주 자그마한 공룡, 혹은 새끼 용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무지를 성장시켜주는 조력자라고. 캐릭터에도 특징과 스토리가 있음을 확인시켜주면서 투에고의 감성글귀를 더해 책 한 권을 채웁니다. 주로, 가면을 벗은 진짜 나 자신에 대한 일상적인 글들로 구성되어 있고, 프롤로그를 포함하여 1)다 잘될 거라고 말하진 않을게 2)불안은 토끼옷에 달린 꼬리 같아 3)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4)나의 외로움까지 사랑할래 5)혼자라서 좋고, 함께라서 더 좋은, 총 5파트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느낀 점 


무지가 단무지인 진짜 자신의 모습을 감춘채,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우리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정도로 나의 진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조절할 수 있어야 사회에서 생존하기 수월하거든요. 그러나, 그만큼 나 자신은 온몸에 힘을 줘야하고 긴장을 해야합니다. 집에 돌아와 가면을 벗어던지는 순간 속이 후련하죠. 온몸에 힘을 빼고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고요. 하지만, 있는 그대로 나와 마주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사회에서 바라는 내 모습,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이 너무나 다른데, 내가 사회에서 바라는 모습을 지향하는 쪽이라면 내 본연의 모습을 혐오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건 일종에 내 마음 저 깊숙한 곳에 열등감 혹은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어서 나를 이해하기도 힘들고 용서하기도 힘들고 특히, 받아들이기 조차 힘든 순간이 더 많아요.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인 나라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여유를 작가 투에고의 글귀를 보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답니다.


다만, 카카오프렌즈 무지를 기반으로, 글들이 짜여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살짝 가볍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킬링타임으로 머리도 식힐겸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답니다. 글들이 마음에 확~ 와닿길 바라는 마음보단, 글귀 위에 눈과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좋아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일상에서 적응하고,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힘을 바짝주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중간에 짬을 내서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거든요.



■ 책글귀


p. 21 행운을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내게 찾아온 우연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p. 38 실수는 꼭 짓궂은 그림자 같아. 졸졸 따라다니다가 느닷없이 나타나. 미처 준비 업이 마주하기라도 하면 도망치고 싶어지더라. (중략)이미 일어난 일, 자책해봤자 소용없다고들 하잖아. 그림자를 뗄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어두운 밤 가로등 불빛따라 꼬리처럼 매달리는 그림자처럼 실수도 그냥 내 일부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해. 오늘밤도 나는 그림자와 함께 걷고 있어.


p. 59 마음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속삭임, 못 들은 척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어. 자꾸 마음이 표정을 움직여서.


p. 78-79 (중량) 태풍이 온다더니 어김없이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잿빛 하늘에서 거대한 천둥소리가 나더니, 번개가 내릴치기 시작해. (중략)그런데 이렇게 비가 내릴 때 집 안이 더 아늑하게 느껴져. 빗물에 어깨나 발이 축축하게 젖지 않아도 되니까, 따뜻한 이불 속에서 빗소리를 들어도 되니까, 방 안이 어두워지면 불을 켜면 되니까.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안도감이 드는 건, 이렇게 사소하지만 따뜻한 것들의 존재감 덕분이야.


p. 96-97 내 안에는 두 개의 내가 공존해. 상처투성이로 웅크리고 있는 나와 살기 위해 치유하려는 내가. (중략) 서로 다른 '나'들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아. 가능한 한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거든. 그래도 그 둘이 평화롭게 만날 때가 있어. 바로 내 진심을 꺼내 글로 기록하는 순간이야. 이 시간을 통해서 난 비로소 내가 누군지 발견하는 것 같아. 아픈 나도, 치유하려는 나도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유일한 시간이라 그런가 봐.


p. 107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라는 영화를 찍기 시작해.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면 이미 찍은 장면은 다시 찍을 수 없다는 거야. 롱테이크로 계속 이어져서 NG를 내도 다시 찍을 수 없으니, 실수를 할까 봐 진땀이 날 때도 있어. (중략) 역시 연기는 힘들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봐주는 이들과 함께하거나, 주변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온전히 혼자 있고 싶어. 나는 나로 있는 게 가장 편하니까.


p. 137 외롭고 힘든 날에는 누구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 전화번호를 뒤져봐도,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 좋을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 저마다 그럴듯하고 멋진 단어로 나와의 관계를 포장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인 거 같아. 사실 이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알아? 나를 믿어주는 거, 나를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토닥여주고 응원해주는 거, 바로 스스로에게 가장 완전한 친구가 되어주는 거야.


p. 188-189 너도 그거 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사람보다는, 완벽한 줄 알았는데 커피를 마시다 흘리는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간다는 심리학 법칙 말이야. 뭐, 우리가 겨우 하나만 부족한 건 아니겠지만, 어쨋든 실수가 호감을 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대. 아마 완벽하지도 않고, 실수도 하는, 그렇게 닮은 서로의 모습 때문에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졌나봐. 가끔은 부족함이 관계를 더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거지. (중략)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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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안성민 지음 / 디벨롭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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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먹고 사는 일에 급급했을 땐 정치에 아주 무관심했습니다. 하루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데 정치에 관심을 둘 여력이 안되었거든요.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발언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고 무조건적인 복종만 강요받는데 늘 불만이 가득한 반면 열심히 일만하면 보상이라도 해줄 듯한 분위기로 몰고가서 주어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조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아무것도 없었고, 허무함을 느껴서 조직생활을 그만두고 이후엔 번아웃,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이 말려왔습니다.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처절하게 일을 했건만, 내 힘에 부쳐서 결국엔 스스로 낙오자를 자처했던 나. 사회부적응자라며 나를 몰아세우고, 세상과 타협하기 위해서 나 자신과의 싸움을 내적으로 많이도 했습니다. 내 안에서 문제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나만 문제가 있다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억울해서, 사회의 흐름에 눈을 돌렸더니 나와 같이 노력했음에도 노력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젊은이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잘못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이후로, 심리공부를 기반으로 사회전반에 대한 문제, 역사의 흐름, 그리고 마지막엔 정치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안성민의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를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들을 정리해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내용 및 구성


책 표지에 표기된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새대의 정치과잉"이라는 문구로 책 전반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프롤로그는 "고령화·양극화로 치닫는 대한민국, 청년정치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시작으로, 1) 청년,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 2) 낡고 주름진, 그리고 갈수록 늙어만 가는 한국 정치판 3)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4) 대한민국, 그리고 청년정치가 가야 할 길, 총 4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대사회에 직면한 청년정치 문제의 심각성과 그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하여 면밀하게 분석합니다. 특히 기성세대의 정치과잉이 어떤 영향으로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느낀 점 


저자는 84년생으로,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입니다. 그도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2년차 직장인자 한 집안을 이끌어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입니다. 국가에서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외치지만,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 앞에선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지 못하는, 허무함과 무기력을 경험해야하는 사회라는 것을 저자 또한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는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현대 청년정치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청년정치 문제의 원인과 결과까지 설득력있는 문체로 하나씩 하나씩 짚어가고 있습니다. 정치경제분야임에도, 자료들을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정치입문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예요. 그만큼, 저자가 평소 대한민국 현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와의 정치적인 갈등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갈증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증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을 책을 통해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저 감으로만 할고 있던 것을 자료를 근거로 제대로 들여다보고, 현실을 제대로 직감한 기분이랄까요? 기성세대가 정치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반면, 청년세대는 정치에 아주 무관심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기성세대는 당신들이 살아온 지난 역동의 시절과 비교하면서 요즘 청년세대들에게 의지가 없고 당신들만큼 노력안한다고 핀잔을 줍니다. 그러나, 기성세대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않고, 의지와 열정도 없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하는 건 지양해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평균나이가 현재 58.5세라고 합니다. 20대 국회의원 기준으로 보면, 20대는 1명, 30대는 딱 2명뿐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2030세대에게 정치는 열려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중년의 정치인들이 2030세대 청년들의 삶을 얼마나 이해할까요. 산업화시대,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386 기성세대들은 격정의 역사현상에서 살아남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시대입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국민전체가 힘을 모아서, 단시간에 대한민국 성장을 일궈낸 주역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희생과 노고에 대해선 정말로 높이 평가할 부분이긴 하지만, 시대는 변화하고, 압축성장으로 인해서 간과해서 터져나오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2030세대들도 힘겹게 감당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들여다 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세대는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고 노력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2030세대는 IMF 키즈로,부모들이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때 한창 학교를 다니던, 경제적인 활동에 뛰어들기에도 애매한 나이에 함께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러다보니,공부만이 살길이라며 경쟁에 내몰리면서 학업에 열중했죠. 살기 위해서. 그러나,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삶이 나아질 줄 알았지만, 경쟁은 더더욱 치열해지고, 부모의 재력과 권력에 따라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는, '돈도 실력이고 능력인 시대'에 직면했죠.


이런 분위기에 힘을 얻어,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이 힘겹게 구축한 자리를 절대 청년세대들에게 물려주지도 않을 뿐더러, 기성세대의 위치와 자리만을 챙기는 정치를 하거나,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치를 하는데 급급합니다. 가뜩이나 기성세대 쪽수에 밀리는 청년세대. 무슨 힘이 있을까요. 세대교체를 위해서 새로운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고, 경험을 축적할 기회도 없습니다. 그저 생존만을 위해서 살다보니 청년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해보이는 겁니다. 정치에 무관심해보이는 세대들이 2017년 국정농단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정권을 막내리게 하는데, 생각없는 세대라면 굳이 광화문 광장에 삼삼오오 몰려서 촛불을 밝히며 나라를 위한 외침을 왜 외쳤을까요? 세상이 잘못 돌아도 제대로 잘못 돈다는 걸, 직시하고 있디 때문입니다.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관심하다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에요.


저자의 말대로 고령화,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 힘이 있는 쪽에만 힘이 실리고 힘이 없는 쪽은 아예 힘이 없는, 불균형의 대한민국. 단순히 기성세대만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세대간의 균형을 바로 잡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지금과는 달리, 올바른 흐름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머릴 맞대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이에, 안성민의 책,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를 읽으며, 현대 사회흐름과 정치구조를 분석해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간의 불균형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책 속 글귀


p. 18 청년 일자리 문제는 결혼과 직결되고, 결혼은 저출산 문제를 낳고, 저출산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패턴으로 노년층에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노년층이 청년층의 몫을 가져가게 되면 청년층의 소비 저하와 내수시장 붕괴로 이어지는 등 모든 사회문제는 얽히고설켜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세대 간 갈등, 특히 청년층의 문제에 제로섬게임 이론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함께 잘 살 수 있는지를 근간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p. 18-19 정부가 '다 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를 선포하고 그에 따라 노력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정치 세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으로는 기존 정당들이 청년들을 위한 작은 몫을 떼어주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 일부를 내려놓아야 한다. 한때 민주화의 주역으로 불렸던 386세대 그들도 사회적 변화와 역사적 반성을 통해 정치유산을 물려받은 세대이다. 그리고 그들이 50대 60대가 되어가는 지금, 그들 역시 후배들을 위한 길을 열어줘야 하는 시기이다.


p. 28 청년이라는 시기의 삶은 개인에게 있어 전체 삶을 통틀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결혼하건 아이를 낳건 상관없이 성인이 된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의 노력은 이들이 청소년기에 대학 진학을 위해 학업에 몰두했던 경험이나 막연한 꿈을 향한 동경, 노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왜냐하면, 성인이 되고 난 다음의 꿈과 목표는 앞으로의 생존과 그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p. 42-43 직장 초년생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동시에 가장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이들은 늘 분주하다. 그러면서도 미래를 예측하고 20~3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전망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2030세대 대부분은 어떠한 직장을 다닐지라도 자신의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희박하다. 저성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서 예측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청년이 어쩌면 보통의 사고방식인 듯 하다.(중략)이러한 사회 시스템과 분위기는 청년들이 겪는 불합리한 제도와 직장 내 갑질 등에도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든다. 그저 버티기가 가장 중요한 직장인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며 결국 개인의 삶을 내던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직장인의 퍽퍽한 삶에 기존 제도나 정치권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p. 103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중간 정도의 삶을 살고자 하는 젊은 직장인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일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생존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워커홀릭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야만 말 그대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산업화 시대를 겪은 윗세대가 여러 지혜로운 조언을 해주지 못할망정 '노력'하지 않는다는 망언은 삼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청년들의 서글픈 현실은 앞으로도 스스로 고용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니까.


p. 151 그렇다면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란 누구일까? 그 답은 '대의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누군가를 대표하려는 사람이 갖춰야 할 조건은 지식도 참신함도 경력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누군가의 삶'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위 말해, 있는 집안 도련님, 돈맛을 본 뒤 권력 맛까지 보고 싶은 졸부, 연예인 뺨치는 연기력으로 눈속임을 잘하는 유명인이라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내세울 것 하나 없을지라도 자신이 대변해야 하는 그 누군가들의 삶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p. 156 자이든 타의든 청년세대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노인 집단이 정치를 좌우하는 현상인 '실버민주주의'를 낳게 된다. 실버민주주의란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 노년층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하며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지난 2월에 열인 자유한국당 당 대표자 경선에서 후보가 이른바 태극지 부대에 효심을 호소한 것도 비슷한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는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균형과 견제가 필요한 사회시스템에서 한쪽으로 치우쳐버린다는 것은 결국 균형을 잡지 못하는 상태이며,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사회 시스템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p. 171 많은 국회의원이나 위정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프로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학력이다. 얼마나 성공했는지, 리더로서 자격을 갖추었는지 등에 대하여 학력을 기준으로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학력만이 정치를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중략) 하지만 적어도 '정치'에서만큼은 학벌이 중요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란 모름지기 모든 세대와 계층을 고루 대변하는 활동이다. 그렇기에 국민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외계층이나 청년세대들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학벌이나 학업 성취도는 절대 아니다.


p. 186-187 어느 사회에서나 세대교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이 촉발되고 그 때문에 아주 오랜 시간 진통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무릇 정치란 이러한 갈등과 진통을 소화하고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진로와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정치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혹은 과욕으로 인해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를 수만 년간의 인류 역사에서 수없이 보아왔다. 과거의 386세대, 이들은 이러한 지점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와 역할에 대해 아주 겸허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p. 208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데 취직하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었던 시대는 갔다. 계층이동을 가능하게 했던 사다리는 자신의 노력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향해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다리는 대한민국에 이제 없는 듯하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이제 굳어버린 바닥과 굳어진 천장만 있을 뿐이다. 굳어진 바닥은 소득 수준이 낮은 하위계층이 상위계층으로 오르는 것을 막고 있고, 굳어진 천장은 더욱 견고해져 소득 수준이 높은 상위계층이 하위계층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한다.


p. 218 청년들의 삶을 돌보지 못하는 정치 현실은 청년들을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았고, 이론 인해 팍팍한 현실에 지쳐버린 청년들은 기존 제도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여력이 없다. 또한, 정치나 경제, 사회문제를 고민할 때 이정표가 되어줄 대상이 없었다. 심지어 자라오면서 보아온 정치권에서 단 한 번도 긍정적인 사례를 본 적이 없는 청년들은 그저 정치에 무감각해지거나 자신의 부모 세대를 따라 자연스럽게 보수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p. 261 모든 것이 격변하는 시대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단 한가지 수십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이는 바로 '후진적인 정치 환경'이다. 더 배운 사람이,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보통사람들 위에 군림해야 한다는 제왕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정치해야 한다는 사고가 아직 팽배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사회가 제대로 작동된다고 여기는 듯 하다. 하지만 기성 정치인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이 먹혔던, 그리고 국민들도 그저 바보처럼 그들의 손아귀에 잡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던 시대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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