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시간을 확인한 차는 몸을 일으켜 맹에게 전화를 건다.
"도착해야 할 시간인데..."
맹은 버스정류장에 세워진 버스 안 운전석에서 전화를 받는다. 썬그라스를 벗어 한손에 들고 주변을 살피며 전화를 받는다.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계속 기다려야 할지...생각중이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여유가 없어 그럼 우린 먼저 이동할테니까 음...앞으로 5분만 기다려보고 상황에 진전 없으면 철수하는걸로 하지...계획 수정은 빠를 수록 좋아'
"그러죠!!"
맹은 통화를 종료하고 스톱워치 모드로 시간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4분여가 지났을때 사이드미러에 비척거리며 걸어오는 중년의 남자가 보였다. 다리가 한껏 풀려 걷고 있는 그의 몸이 풍선인형처럼 흐느적거렸다. 그가 버스에 가까워지자 맹은 버스문을 열었다. 중년의 남자가 운전석에 있는 검은 썬그라스를 쓴 맹을 올려다 보며 물었다.
"저기...차..."
"네...맞습니다. 저는 차맹공에 맹입니다. 타시죠"
맹의 말에 중년의 남자는 망설임없이 버스에 올라 앉는다. 맹은 룸미러로 남자의 모습을 확인하고 문을 닫고 출발한다. 남자는 의자에 털석 주저앉으며 눈을 감고 긴 호흡을 내쉬었다.
중년의 여자는 찻잔을 내려놓고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차는 여자의 표정을 살피며 서류가방에서 펜과 수첩을 꺼내 건냈다. 수첩에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적는 칸을 채워가는 것을 보며 차는 전화를 건다.
공과 고형사가 함께 회전초밥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공이 발신자를 확인하고 고형사를 흘낏 살피고 목소리를 높여 전화를 받는다.
"어~ 형...어쩐일이예요...오랫만...어...어"
차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중년여자가 적은 수첩을 받아 읽어내려간다.
"적을 수 없을테니 기억해 1959년 10월 1일 음력, 나옥희씨 태어난 시간은 아침이라고만 알고 계시는군...남은 시간이 그닥 없어... 그러니까 빨리 부탁해"
공이 자연스레 초밥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물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디...? 아... 네...네....알겠어요. 준비해야 할게 많네요 두 셋트로...오케이 알겠어요 형~ 조만간 뵈요~"
공이 전화를 끊어 테이블에 올리고 미소된장국을 마신다. 고형사는 관심없는듯 밥을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읽어내리고 있다. 고형사가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돈이구나 돈...돈 때문에 많이도 죽는구나...연일 자살 사건이네..."
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형사 앞에 놓인 빈 접시를 치우고 초밥이 올려진 접시를 내려준다. 고형사가 공을 바라보며 물었다.
"공...궁금한데...물어봐도 될까?"
"뭔데 그래?"
"병원에서 깨어났을때 그러니까...죽을려고 했다가 살아있다는걸 알았을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뭐야? 말하기 싫거나 이런 질문 기분이 상했다면..."
고형사가 쭈뼛거리자 공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뭐 대단한 얘기라고... 다행이다... 살아서 다행이다... 죽지않고 살아서 다행이다...결국 죽고 싶지 않았다는 사실을 난 죽으려다 살아나서 안거야...멍청하게도...물론 산다고 사는건 아니었지만...그런게 있더라구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일들이 세상에 있어"
고형사는 알듯 모를듯 한 공의 말이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먼지를 일으키는 비포장 도로로 접어들자 차는 열려 있던 창문을 올리고 에어컨을 튼다. 뒤에 앉은 나옥희는 지나가는 풍경을 아무런 표정의 변화없이 바라보고 있다. 몇번이나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덜컹거리는 소음 때문에 대화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큰소리가 오갔다.
"불편한 곳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요 괜찮아요. 여기서 죽는건가요?"
"글쎄요...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니까요"
차는 최대한 말을 아껴 대답했다. 다시 차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차에 내린 두 사람은 지은지 오래 된 통나무산장으로 들어섰다. 세월이 느껴지게 낡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사람이 지낼만큼 준비된건 없어보였지만 통나무에서 나오는 콤콤한 나무향에 나옥희는 머리가 맑아짐을 느꼈다. 걸을 때 마다 작게 삐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산장의 이곳 저곳을 조심스레 살피는 나옥희는 침대위에 핸드백을 던지며 풀썩 침대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차의 휴대폰이 울리고 차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산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네... 접니다."
병원 원장실에서 고원장이 미간에 잔뜩 찌푸리고 챠트를 넘기며 통화중이다.
"95호 상태가 별로야 지금 진전이 없는 상황이지? 좀 더 서둘러야 겠어 이대로 해결점 없이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가 되면 자네에게나 95호에게든 의미없어지니까. "
"그렇겠죠... 알겠습니다. 시간을 당겨보겠습니다. 하루정도는 가능할거 같습니다."
"그래...자네는 어디 불편한 곳 없고?"
"네...없습니다. 호흡도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끝이 다가오잖아 각별히 몸 조심해... 선택을 하게 되는 그 순간까지..."
"네!"
차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멀리 버스가 멈춰서고 맹과 중년의 남자가 내려 산장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본 차는 산장으로 들어가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고 서류가방에서 노트와 서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한켠에 있는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던 나옥희는 차의 움직임에 몸을 일으켜 앉았다.
"뒤에 오시는 분과는 이 부분은 이미 얘기가 끝난 상황이라 따로 말씀 드려야겠군요. 착수금은 100만원입니다. 실패시에는 절반을 환불해드립니다. 수임료는 성공시에 전재산의 절반이 저희에게 증여의 형태로 넘어오게 될겁니다."
나옥희는 침대에 널부러져 있던 핸드백에서 손때가 뭍고 귀퉁이가 낡은 지갑을 꺼내들고 테이블로와 의자에 앉는다.
"전 정말 멍청하게 살아서 이게...제 전재산입니다. 수임료는 고사하고 착수금도 어렵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지갑에 있던 돈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만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두어장 동전들이 소리를 내며 테이블에 떨어졌다.
"아들에게... 남편에겐 항상 명품을 사 받치면서 전 이러고 살았네요. 이제와 억울하단 생각이 드는 제가 이렇게 멍청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
말끝을 흐리는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차는 테이블 위에 있는 돈을 다시 그녀의 지갑에 넣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알아서 착수금은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류에 싸인만 몇군데 하시면 수임료도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돌아가신 담에 일이니 더더욱 신경쓸 일이 아니죠"
나옥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 내민 서류에 표시 된 곳에 싸인을 했다. 그때 산장의 문이 열리고 맹과 중년의 남자가 들어섰다. 맹의 발걸음에 산장의 마루바닥이 크게 삐걱거리며 소리를 내자 산장의 분위기에 한기가 느껴졌다. 차는 말없이 중년의 남자를 향해 의자를 권했다.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의 모습을 마치 자신을 보듯 보며 의자 앉았다. 맹이 그릇장에서 컵을 꺼내 씻어 물을 담아 내놓다. 남자는 벌컥벌컥 소리를 내며 단번에 마시고 컵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차는 가방에서 두 개의 검은 노트를 꺼내 두 사람앞에 내려 놓았다.
"유서를 쓰실 노트 입니다."
두 사람의 표정이 하얗게 굳어졌다. 맹이 노트 위에 펜을 올려 놓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산장을 나갔다.
"유서에는 죽음을 원하는 날짜를 넣으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날은 앞으로 3일안에 가능합니다. 그러니 맘에 드는 날로 적으시면 됩니다. 빈 칸으로 두시면 저희가 적절한 날로 넣겠습니다."
중년의 남자가 먼저 노트와 펜을 들자 나옥희는 눈치를 보며 노트를 집어든다. 차는 계속 말을 이었다.
"유서에는 본인의 이야기만 하십시요 남은 가족 걱정이나 앞으로 일은 잊으시고 지금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다. 남은 가족에게 남겨야 할 메시지는 저희만의 방식으로 전하게 될겁니다. 중요한건 가족들에게는 어떤 죽음으로 남고 싶으십니까?"
중년의 남자가 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니까... 자살로 남으실 건지 아니면 그냥 병사나 사고사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죠. 선택하시면 거기에 맞게 상황을 만들어 드립니다."
"전 자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아들이 좀 변할까요? 아...어쩌면 다시금 잊어버릴지도 모르겠군요"
여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나옥희를 보며 중년의 남자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전 그냥 병사로 해 주십시요. 딸이 더 이상 절 증오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사실 자살 할 자격조차 없습니다...또...그래야만 저 세상가서도 애엄마 얼굴 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전 해결책을 찾지 못하겠어요. 난 왜 이토록 그 녀석과 대화할 방법을 모르고 살았을까요. 그 동안의 세월이 딸과 제 사이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있더라구요. 제법 잘 살아왔다라고 생각했는데 숨을 내 쉴때마다 절 둘러싼 가장 가까운사람들에게 죄책감이 느껴지더군요...제 유서는 많은 시간이 지난뒤에...아니 전혀 그 누구도 몰랐으면 합니다."
차는 중년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죽음이든 죽는다고 모든 문제들이 해결 되진 않습니다. 죽은 사람에겐 해결일지도 모르지만 남은...산 사람에겐 다시금 짐이되고 고통이 될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저희는 무의미한 죽음을 남기는 일을 하진 않습니다. 시간은 3일입니다. 이곳에 계시면서 숙고하셔서 결정하십시요. 식사는 때마춰 저희 직원이 준비 해 드릴겁니다. 산장은 두 동이니까 각각 별도로 쓰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하루 일과는 자유지만 특별 구성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셔야 할겁니다."
그 때 산장의 문이 열리고 맹과 공이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들어섰다. 공이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을 보고 짐을 내려두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저는 차맹공에 공입니다. 앞으로 3일간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엉거주춤 일어나 공의 인사에 고개숙여 답했다. 차는 짐을 받아 테이블에 올리며 말했다.
"뭐 빠진거 있으면 연락해 가져다 줄테니까"
"제가 이런거 한두번 합니까... 빠진게 있을리 없습니다. 3일 후에 뵙죠'
공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가져온 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차와 맹 역시 공을 도와 산장 이곳저곳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리고 산장의 불이 켜진 데크에 놓인 테이블에 공과 중년의 남녀가 둘러앉아있다. 공은 밖으로 새어나갈 정도로 크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다. 두 사람은 미간의 주름을 잡은채 유서를 써내려 가고 있다. 하늘에 별이 선명하게 빛을 뿜고 있는 밤이다.
병원 원장실을 나오는 원장과 고형사 두 사람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며 복도를 걷는다.
"...그런데 그 쪽에서 가족들이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이런경우는 흔치 않는 경우라 경찰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워서..."
"그렇군...그 병원은 최근에 유사한 일들이 자주 생기는구나. 이쪽에서 옮겨 가는 환자들이...음..."
두 사람의 대화는 주차장까지 이어졌다.
"같이 타고 들어갈까?"
"저 아침 일찍 지방으로 가야해서 아침에 모셔다 드릴 시간이 안되요. 죄송해요"
"그래?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구나 밥 잘 챙겨먹고 잠 잘자고..."
"네...아버지...아~ 아버지방에 사건수첩을 두고 왔네요 먼저 들어가세요. 전 다시 갔다 와야겠어요"
"방 열쇠 줄까?"
"아니요. 당직 간호사님 한테 받을께요"
고형사는 아버지의 착가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 걸 확인하고 병원으로 뛰어 들어간다. 당직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있는 곳으로 조용한 걸음으로 다가간다. 턱을 괸고 설픈 잠이 든 간호사가 인기척에 당황하며 눈을 뜬다. 고형사임을 확인하고 민망한 듯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원장실 열쇠 좀 부탁드려요. 제가 뭘 좀 두고 나와서요"
"아~ 그러세요...어쩌죠 지금 최간호사님이 열쇠꾸러미 들고 계신데"
"최간호사님 어디 가셨어요?"
고형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박간호사는 순간 멈칫하며 고형사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그게...지금 지하에 자료를...좀 찾으러 가셨거든요"
"그러시구나 오래 걸리실까요? 아니다 제가 지하에 내려가 볼께요 지하 몇층이죠?"
발길을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고형사의 등을 보며 박간호사가 재빨리 자신의 자리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올리며 소리치듯 말했다.
"그냥 최간호사님 한테 전화해 볼께요 지금 어느 실에 계신지 정확하지 않아서...잠시만요"
고형사는 박간호사의 행동이 의아했지만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책상 위 차트 아래서 최간호사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그걸 본 고형사가 뒷걸음을 치며 말했다.
"제가 그냥 지하에 내려가 볼께요 자료실이면 2층쯤 가서 소리질러 보죠 뭐"
"아...네..."
고형사는 박간호사에 목례를 하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간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탄 고형사가 지하 2층 버튼을 누른다. 그의 눈에 아무것도 써진것이 없는 지하 3층 아래 버튼이 보였다. 늘 있었을텐데 새삼스레 눈에 들어온게 신기하게 여겨졌다. 어둑한 조명만이 켜진 지하 2층 복도를 소리내어 걸으며 고형사는 제법 큰 목소리로 최간호사를 불렀다.그의 목소리가 텅빈 복도를 울렸다.
"최간호사님~ 최간호사님~ 내 목소리가 안들리나...어디..."
음침하기 까지한 각각의 자료실 문을 조용히 노크를 하며 열려고 하지만 열리는 자료실은 단 한군데도 없다. 고개를 갸우뚱 하며 지하 1층으로 오르는 고형사 역시 1층에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그때 아랫층에서 문이 닫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고형사는 지하3층으로 곧장 뛰었다. 지하3층에 다다랐을때 그의 눈에 검은 페인트로 칠해지고 붉은색으로 통제구역이 쓰인 큰 철문이 눈에 띄었다.
"뭐야... 지하 4층도 있었던거야?"
고형사가 무심결에 철문에 살짝 손을 대자 커다란 철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호기심이 발동한 고형사는 빨려들어가듯 철문틈으로 몸을 넣어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아랫층은 더 어두웠다. 흐린 불빛으로 겨우 벽과 바닥만을 확인 할 수 있는 복도를 걸어가자 복도 끝에 있는 문아랫틈으로 불빛이 보였다. 그는 뚜벅뚜벅 걸어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을 향해 걸었다. 방에 가까워졌을때 켜져있던 불이 꺼졌다. 분명 누군가 안에 있다가 고형사의 발소리에 불을 끈 것이다. 고형사는 종종걸음으로 방으로 다가가 가볍게 노크를 하며 나직하게 최간호사를 불렀다.
"최간호사님..."
그러나 방에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시한번 좀 더 크게 노크해 보지만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고형사는 방문에 귀를 가져다 대고 방안의 기척을 더듬었다. 방에선 희미하게 규칙적으로 나는 기계음이 들릴 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형사는 포기를 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제서야 주변을 주의깊게 살필 수 있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문들이 괴이하게 느껴졌다. 유난히 검은 문, 그 문에는 아무런 표식도 없었다. 천천히 걸으며 방을 하나 하나 확인한다.
"하나...둘...셋...넷....뭐지 이 소리는..."
그렇게 줄지어 10개의 방이 있었다. 각각의 방마다 같은 기계음이 들려왔다.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느린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걷고 있을때 고형사의 휴대폰이 울렸다.
"네...고준휘입니다."
"형사님 박간호사예요...지금 최간호사님 오셨거든요..올라오세요"
"아~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금방 올라갈께요"
고형사는 뭔가 찜찜한 표정을 지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박간호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당직실로 걸어오는 고형사를 보며 웃어보였다.
"최간호사님 잠시 화장실 가셨어요. 어~ 열쇠 그대로 들고 가셨네...잠시만 기다리세요 손씻으러 가셨으니까요"
잠시 후 신발 소리가 들리며 최간호사가 종이타월로 손을 닦으며 당직실로 다가왔다.
"죄송해요 제가 정신이 없네요. 열쇠 여깄어요. 쓰시고 여기에 가져다 두시면 됩니다."
최간호사가 웃으며 고형사에게 열쇠꾸러미를 넘기고 책상옆에 있는 열쇠걸이를 향해 손짓했다. 고형사는 열쇠를 받아들고 최간호사를 바라보며 차근히 물었다.
"지하에 계셨어요? 자료실에 가셨다고 해서 갔는데 안계시더라구요"
"자료실에 있었어요. 제가 귀에 음악을 크게 듣고 있어서 못들었어요 죄송해요"
최간호사는 여유롭게 대답하고 증거를 내어보이듯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MP3를 내보이며 말했다.
"자료실은 문이 다 잠겨있던데요"
고형사가 웃으며 말하자 최간호사는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차트를 집어들며 말했다.
"그건 제가 지하에 가면 항상 문을 잠궈요. 무서워서 습관이 되서요 문을 잠궈야 안심이 되더라구요. 어디 귀신이 있는것도 아닌데...그래도 여기가 병원이다 보니...아시잖아요 공포영화의 주무대"
편한하게 웃어 넘기는 최간호사를 보면서도 고형사는 풀리지 않는 의문인 지하4층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다음에 아버지에게 물어보리라 마음 먹으며 열쇠꾸러미를 들고 원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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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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