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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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는 확실한 증거로써만 진실을 추구한다. 그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든,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든 서사에 관심을 두기보다 명확한 증거에 입각해서 추론하는 것이다. 경험으로 쌓인 느낌이라든지 감각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결정적 판단은 오롯이 백퍼센트 과학적 증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법의학이다. (P.55)



사람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죽음에 대해 대부분 "두렵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죽음이 두렵다고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죽음은 자신이 직접 죽기 전까지는 아무도 죽음 후를 알 수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나는 죽음에 관한 에세이와 영화들을 다시 볼 기회가 생겨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와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영화 "미비포유"를 보았다. 다음의 죽음에 대한 책과 영화들을 보면서 나는 죽음에 대해 우리가 마냥 두려워해야만 하는 걸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다음의 것들을 본 후 분명 죽음은 두렵지만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살아갈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죽음은 두렵고 생경하고 아득하다. 그렇지만 죽음은 생동감 넘치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의 저자 유성호 법의학자는 매주 월요일 시체를 만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이상하게 드릴 수 있고 책의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법의학자로서 매주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이 책은 법의학자로서의 저자가 예리하게 죽음의 원인과 이유를 분석하고 인문학적인 통찰로 죽음을 바라본 저자의 경험과 죽음에 대한 사례들을 담은 것으로 단순히 범의학자의 범죄 수사에 대한 죽음뿐 아니라 우리가 어쩌면 마주하게 될 죽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매주 시체와 마주하며 죽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세지를 풀어가는 법의학자인 저자도 죽음은 항상 낯설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가질지 궁금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과 병리학적으로 죽음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죽음에 관해 풀어내는 삶의 다양한 형태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존경심이 들었다. 이 책은 의학 중에도 법의학적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법의학적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이 책의 처음에 법의학적 용어들과 학문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학문적 접근으로서의 법의학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 2부 '우리는 왜 죽는가', 3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내용이 전개된다. 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에서는 법의학자로서 죽음에 대해 다루는데 법의학자로서의 길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법의학이 어떤 학문인지에 대해, 그리고 법의학이 실제 어떻게 쓰여지고 법의학이 쓰여진 다양한 관련 법죄사례들을 예시로 들며 어떤 죽음도 반드시 진실을 드러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각 부의 마지막에는 Q&A 형식으로 법의학에 대해 갖는 의문들에 대한 대답이 실려있는데 본 내용에서는 알지 못하는 자세한 법의학적 지식과 법의학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답변되어있다.



2부 '우리는 왜 죽는가'에서는 죽음은 개인의 권리와 함께 사회의 윤리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동안 사회에서 죽음은 어떻게 인식되어졌는지에 대해 다루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죽음은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죽음이 삶과의 아름다운 이별이 되기 위해서 개인을 넘어 사회의 노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이 챕터를 읽으면서 영화 "미비포유"가 생각났는데 뇌사와 연명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죽음에 대한 생명 윤리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고 있고 생명 윤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3부 '죽음에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죽음으로 삶을 직시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삶에도 고유성이 있듯 죽음에도 고유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과 더욱 친숙하고 죽음에 대해 공부해야함을 주장하면서 죽음으로 묻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마 이 부분이 가장 인문학적인 통찰로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인 것 같은데 죽음이 좋은 죽음, 웰다잉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나날이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를 볼 때 미래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 마주하게 될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록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법의학이라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를 다루었지만 이 책이 전혀 무겁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법의학이 가지는 의미와 법의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죽음에 대한 의의에 대해 알 수 있었을 뿐만아니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죽음이 단순히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의미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고 생명 윤리의 변화에 맞추어 사회적 노력이 어떻게 전개되가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이 법의학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단순히 범죄, 법의학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죽음에 대해 새로운 법의학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들께 법의학이 주는 죽음에 대해 생각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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