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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난데를 타고 다있소에 들르다. 오늘을 라이팅과 폴데다. 마지막 작품의 불빛과 글을 드리울 것이 필요하다. 있던 캔들은 불빛이 약해서 불안하다. 따듯한 불빛이면 좋을텐데, 크기가 맞지않고, 불빛이 마음에 들면 크기가 맞지 않는다. 커튼에는 무게별로 세팅이 되어 있다. 적당한 크기와 무게의 것을 싣고 온다. 낮에 찾아온 부조액자와 모아두니 한 꾸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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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보는 사이 사이 짬독을 한다. 식상한 주제인데, 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 궁금한 것이 묵혀진지 며칠 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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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한다. 주의를 기울인다. 사실형사고, 참여형 사고, 유보, 역설에 대한 대응, 비개인적 유대감, 중립적 호기심 들이 키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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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생돼지찌개가 생각나 들른 식당 주인아주머니. 티브이조선 팬이신가보다. 정말 봐주지를 못하겠던데.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어찌 동의까지 구하는 제스처를 취하시기까지 한다. 


1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응대하는가가 아니다. 사실들을 끼워 맞추어 놓은 기획이 아니다. 닫힌 결말을 요구하는 소통은 더 더구나 대화가 아니다.  그것은 기획된 주입에 가깝다. 그 가게 사장님은 마음 속에 채워진 단어들의 조합을 기계처럼 원한다. 듣고 또 듣고, 선동적인 앵커에게 넘어가고, 또 어떤 가십(기사꺼리가 아니다.)거리를 던져주면 패널들은 돈묻은 발언들을 한다. 


2


봄은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이 아니라 친밀감이 먼저라고 한다. 유대감. 비개인적인 유대감이 제일 우선이라고 한다. 바닷가에 있다는 이유로 지인들이 머물다가기도 하는데, 밤을 지새우면서 나눈 이야기들 끝의 여운들이 좋다. 그래서 또 찾아오기도 하고, 끝을 모르는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뭔가 풍성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긴 했지만 늘 부족한 2%.를 채워주려고 권한다. 이렇게 몇 시간 얘길 나눈다고 해결되는건 없어. 맘 편하게 일박할 생각들을 하란 말야. 


늘 정해진 시간은 자기 얘기만 하다만다. 


3


대면이다. 숱한 사람들은 대부분 면접을 보면 가려진다. 숱한 이력서의 비밀은 이렇게 서로 눈빛을 볼 때 감출 수 없는 것이 많다.


4


오독. 잘못된 해석.을 열어두는 것이다. 어 그게 내 말이나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것도 중요한 것이다. 짜르고 말고까지. 


5


 이 책에서는 주체, 대상, 나, 너 그리고 같은 비중으로 '주의'를 둔다. 그렇게 3축이 2축의 갇힌 회로를 열어둔다라고 한다. 봄도 이 주의를 대화의 중요요소로 본다. 사고 thought. 그 가운데 사실만 따져들며 대화를 이어가는 걸 사실형 사고라 한다. 그에 대응하는 것이 생각하듯이 참여형 사고다. 열어두는 것이다. 공통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단어처럼 공통된 것을  만들어가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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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최종마무리. 겸  한 잔 데이. 국밥집에서 찰 순대. 그리고 땅콩에 가벼운 소맥도 이차. 오고가는 길. 쏜살같은 라이딩. 제 법 가을치고는 안온한 날이었다. 오늘도 아침이 맑고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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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으로 나뉜 사람들 '사이'를 고민하고 '사이사이'를 파고든다. 관심을 두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 과 겹쳐있는 인물과 사물들의 중첩; 되고 쌓여있는 이미지, 하기; 로 설명되는 거듭'나'기의 강조.


'얼마나 달라지느냐의 문제다. 얼마나 많은 시선을 갖느냐의 문제다. 집요한 관찰과 고민의 결과를 이번 전시를 통해 풀어낸 작가. 그의 시선을 따라 함께 걸어보자. 


<EPILOGUE>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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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무르춤하다. 자전거가 아니라 잔차. 바이크, 벨로. 애마<로시난테>를 타고 난데없이 다닌다. 출근하는 책방사장님도 만나고, 초청강연을 하는 책방을 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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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라는 어제 말꼬리에 걸린다. 나 역시 주어 없음에 걸려있다. 그 숱한 이야기의 시작이 주인공이라니. 주인공은 없다. 주인공은 냉소의 시작이다. 그래서 천만관객을 숱하게 돌파하고도 사람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해소되었을 뿐, 또 다시 일상의 삶을 산다. 대리만족이었던 셈이다.  숱한 이야기꾼들이 삶을 갈아넣어 글을 쓴다. 글짓는 법을 배운다. 또 내 글을 쓴다. 그래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시니컬, 냉소의 먹구름이 우리 심장에 드리우고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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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골목을 누비고, 햇살에 몰려 산책로에 나온 산책꾼들로 한가득하다. 오고 가며 가며 온 잔차길의 행로가 새처럼 보인다. 한 낮을 난다. 그렇게 배를 굶-줄여 저녁을 맛나게 들 요량이다. 무얼 먹을까. 삼산회관 할머니 김치돼지볶음이라니, 왕까스라니, 연포탕이라니, 스시라니... ...북적대는 저녁밤에 홀로손님은 머쓱하다. 그렇게 동선은 단골집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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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 종교>편을 읽다. 애초에 하나였으니 어떻게 세 갈래길로 갈라지게 되었는지. 신은 왜 저기에 쳐박혀 있는지, 과학은 왜 이렇게 우쭐 광인이 되었는지, 예술장이들은 왜 있지도 않은 자기 안의 골목길을 배회하다가 자학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그 앞 뒤를 추려본다. 데이비드 봄이 이 글을 쓸 때에는 정상우주론과 빅뱅이론이 교합을 하고 있던 듯하다. 아니면 정상우주론이 약간 우세하던 때 말이다. 과학광인은 심리의 황폐화, 영혼을 씻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늘 건조하다. 습도가 부족해 늘 말라 비틀어져 있다. 


1


그 셋은 아름다움으로 만난다. 신은 저기에 있지 않았다. 늘 곁에 있었고 서로의 안에 있어, 힒듬과 이해하지 못함, 괴로움들을 그때그때 치유한다. 삶의 맥박을 짚어주고 신의 무릎을 베고 누울 수 있었다. 그 신을 저기로 모아버리고 고여버리게 만든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바로 이 인간들이다. 신을 빌미로 이것저것 여기있는 것을 저기로 버렸다. 복도 저기로 모셨다. 그러니 늘 빌고 구한다. 제 안에 있는 것도 모르는 이들. 오늘도 다른 것을, 다른 것들을 악이라 칭하고 평정을 취한다. 그 간편함으로 일상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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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셋은 궁금함으로도 만난다.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예술은 정교함을 요구한다. 과학 역시 기존 틀에 만족하지 않는다. 기계론에 집착하지 않을 때, 자기-지시 구조에 맹점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수긍할 때, 좀더 색다름이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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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작업은 그제 한 작업을 다시 확인한다. 재료를 옮기고 써보고 동영상을 다시 확인해서 살피지 못한 것을 살펴보는 일이다. 출근길 벚나무 수피를 빼꼼히 본다. 가로 무늬근이다. 땅과 수평을 가르키며 빙빙 섬처럼 둘러서서 올라간다. 그 끝엔 안토시아닌이 있는 낙엽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하늘도 곱다. 잘 어울린다. 어우러지는 보색이다. 그래서 아름답다. 가을은, 늦가을로 접히는 가을엔 첫눈도 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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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다녀오다. 수성IC 부근에 잡아둔 숙소에 조금 일찍 도착한다. 로비에서 기다리는 동안 발췌독하다. 여기서 가까운 거리 대구미술관이 있다. 한 적하기도 하고 간간이 찾는 곳이기도 해서 낯설지 않다. 잠시 뒤에는 용지봉이라는 곳에서 식사 약속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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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를 읽다. 서언과 깔끔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싶다. 이런 낭패인데. 양성평등 --> 성평등, 채용 ---> 영입..젠더리스.낚인 것인가? 자기계발서의 경계에 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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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독 한 곳은 이렇다. 언어 습관이 조직의 운명을 바꾼다. 당신은 영입 대상입니까.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다. 5분 존경사회. 개인의 유동성, 조직의 역동성. 국민교육헌장의 공허한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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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지향하는 곳은 피라미드의 꼭지점으로 고여지는가.  우리가 바라보는 곳은 나무가지처럼 공간을 불쑥불쑥 솟아나가는가.  우리-개인은 X-Y-Z축의 시공간에서 불꽃놀이처럼 각자 자기의 색깔대로 펑펑 터질 수 있는가? 사회는 최소한 먹고살게는 해줘야 한다. 바보야. 기본소득. 아파도 살 수 있어야지.


사회가 갖는 최소한의 책무다. 엘리트들의 기괴한 변론들이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현실.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는 바다같다.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미인겨. 정치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그렇게 맴맴 마지막 3축공간에 자리 잡은 핵개인이 그래도 마음자리에 맴도는 것이다. 어른 김장하도 나온다. 시대예보도 좋은 말이다. 선책안이 머쓱해진다.


1


그래 50대 부장님들이 읽으면 좋겠다. 책 한줄 책 한권 볼 여유조차 없는 부장님들이 최소한 젊은 친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그 이상은 아니다.



볕뉘


가족을 만나다. 포근하고 따뜻한 가족. 대구에서 식구들과 <우야지 막창> 범어동에서 식사. 맛나다. 이래서 원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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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는 소식이다. 카톡과 페북에는 한 장 두장씩 눈소식이 펼쳐진다. 아니 이 공간도 눈이 오고 있다. 첫눈이라고!! 꺅! 은 아니어도 이런 분위기다. 이것저것 동선을 갖고 남은 시간, 비닐봉투에 챙긴 귤을 가지고 서점엘 들르다. 마침 주문한 책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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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천천히 음미하며 걸은 적이 있다. 아니 대전도 그렇고 목포도 그렇다. 대구역과 순종의 길과 읍성, 서문시장도 들러봤다. 청라언덕도 그렇게 한 발 두발 걷고나서야 이 도시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근대 문학 공간도 그렇게 채워간다. 포항 구룡포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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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뭔가 심각하게 부족했다는 걸 느낀다. 뭔가 중요한 것을 빠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녀는 하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하나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다. 축구경기의 축구공처럼 110년 역사, 어쩌면 자본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 상품에 대해서 신랄하게 얘기한다. 공의 그림자를 쫓고 있지만 공이 튀어가는 방향과 그 삶의 황폐화하는 축구 경기와 선수, 심판, 그리고 관객에 대해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


19세기 제국 일본은 동아시아로 영토를 넓혔고 일본인들은 그 새로운 영토로 디아스포라를 시작했다. 조선의 읍성에도 일본인 이주자들이 늘고 제국의 군대와 이방의 신 아마테라스가 기차를 타고 들어왔다. 총칼과 신이 지나간 곳엔 공장과 유곽이 지어졌다. 군대-신사-유곽. 이 식민 기술 삼종세트가 펼쳐진 곳은 한반도만이 아니었다. 제국 일본의 점령지 타이완, 남양군도, 사할린, 난징, 상하이, 랴오둥반도와 만주 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아시아에 편친 황군의 네트워크 모든 곳에 천황의 조상인 아마테라스, 고귀한 태양의 여신과 함께 유곽의 여인들이 뒤를 따랐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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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6개월을 대구에 머물렀다 한다.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고, 작품을 만들고, 걷고 다니고 쓰고 작가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운다. 팔중원정, 야에가키초. 미나리꽝 습지. 여덟 개의 담이 드리워진 곳을 파고파도 알 수 없다. 다가서지 않는다. 그러다가 미식거리는 속을 주체하지 못하고 앓는다.저자는 날카롭게 잡아낸다. 그리고 거침이 없다. 그 시작이 냄새다. 가장 오래가고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은 읽히지도 보이지도 않아 겪어내게 만든다. 그리고 여덟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작업.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도 놀랍다. 신들리지 않고서는 어찌 이런 작업을... ...


이모, 삼촌, 오빠, 이 호칭들의 중심에는 '아가씨'라 불리는 생략된 발화 주체, 젊은 여성이 있다. 이모도 오빠를 오빠라고 삼촌을 삼촌이라고, 다른 이모들을 이모라고 부른다. 삼촌도 이모를 이모라고 오빠를 오빠라고, 다른 삼촌들을 삼촌이라고 부른다. 오빠도 이모를 이모라고 삼촌을 삼촌이라고 부르고, 다른 오빠들을..., 오빠들을 손님이라고 부른다. '아가씨'의 시선으로 서로를 부르며 '아가씨'의 시선으로 서로에게 존재한다. 아가씨가 없다면 이들은 휘발된다. 한가운데에 아가씨를 놓고 에워싼 습지 전체가 가족이다. 이모, 삼촌, 오빠는 '아가씨'를 일-에너지로 전환한다. 아가씨-일-에너지는 자기 자신을 고정자본 삼아 자기 자신을 유동자본으로 일하고 자기 자신이 원료, 자원이자 상품이다. 아가씨-일-에너지는 재생산되지 못한다. 그저 소모된다. 130


2.


작년 초 대전역 앞 성매매를 다룬 김인경 作 <정동여인숙>이란 연극을 본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 지경이라는 걸. 팔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살아갈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세상은 가장 약자에게 모든 비난과 책임을 거꾸로 씌우고 면피한다.  그 밖을 나서기도 건너뛰기도 어렵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장소에 매여 있다. 장소는 공간적이라기보다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옆 사람들의 시선들이 교차하는 곳이다. 우린 그들의 시선에서 밀려나고 실패할까봐 두렵다. 공부가, 싸움이, 초이스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인정받기 위해서다. 인정 투쟁에서 실패할 때, 그 시선들의 바깥으로 밀려날 때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생을 끝내기도 한다. 습지가 지옥이더라도 살아야 한다. 149


습지는 여덟 겹으로 잠겨 있다. 습지의 생태계는 성 판매 여성들이 돈을-벌고-돈을-쓰는-기계로 살아가도록 짜여 있다. 삶의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3


이 책은 하나의 작품이다. 찍은 사진들과 보탠 작품들이 글과 함께 어우러진다. 대나무 숲에 이야기하는 심정으로 만든 이 작품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단선의 시선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세 번을 살고 네 번을 살아도 그 시선으로는 아무런 앎도 깨우침도 가져갈 수 없다. 110년만에 없어진 유곽. 그래도 계속 찾는다.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때로는 통찰과 자신의 삶의 방식에 물음표를 제공하는 이 작품은 크다. 초기에 물음을 제기한 X나 저X새끼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물음을 던진 그의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볕뉘.


1. 이 책을 읽으면서 이계수 교수의 <<반란의 도시>>가 겹쳤다. 역사를 묶어서 볼 때, 우리의 출구가 가까워 왔음을 느낀다고 할까. 빛일까...아니며 또 다른 터널이 이어진걸까. 그건 알 수 없지만...


2. 날씨예보가 아니라 시대예보가 필요하다. <<핵개인의 시대>> 서문을 읽다. 예상이 된다. 하지만 에필로그는 새벽에 펼치다 잠들었다. 다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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