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프리드리히를 오린다. 저 바다 끝 오른편엔 폭포를 그려놓고 나자, 이미 산불은 번져 불꽃이 튄다. 또 하나의 그림 위엔 폭발과 함께 화염이 가득하다. 검정 하늘. 습자지를 조금씩 찢어 붙인다. 파도가 바위를 돌아나오도록.


크리스티나도 소환하여 집과 담장을 오려 붙이면서 그림을 마치자 우연히 지구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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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세대 2023-04-14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우연일까. 지구는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먹을 쓰고 싶다. 황목에 물을 먹인 다음, 먹의 번짐을 가늠하고 싶다. 농담은 역시 쉽지 않다. 조금 번지게 하고 가지를 따라가고 결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  묽게 그리고 짙게 그리고 가늘게 그리다보니 요령이란 놈이 슬그머니 스민다. 그새 손놀림이 정연해진다. 이제 감나무로 번져가고 싶다면. 


역시 아직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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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세대 2023-04-14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잎 다 떨어진 감나무에 감이 너무 많이 달려있다.
그곳이 알고싶다.
 




지평선이나 수평선. 너울거리는 파도와 두꺼운 운무에 가린 산들. 잔잔한 바다보다는 때로 거친 파도가 나 밖의 나, 나 안의 나를 울렁이게 한다. 출렁이게 한다.


겹친 산들, 겹친 사람들, 겹친 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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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세대 2023-04-14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겹침으로 보는 파도, 겸침으로 만들어진 산, 겸침을 만들어진 나
 



여름, 너무 덥다. 작업을 하는내내 땀은 비 오듯하고, 열기는 도무지 잠잠해지지 않는다. 그려낼 수도 없고, 그저 물감과 도구 몇 가지로 몸에 들이대는 열 덩어리를 피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무사하다. 지금은. 

몸 안을 지난 진한 색깔들. 모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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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비유다.  서사다.  강박과는 거리가 멀다. 우연이 우연히 내린다.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서로다. 그러니 서로 새로운 사건이다. 서로에게 새로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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