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꽃‘ - 꽃을 피워요 하얀꽃. ^벗^꽃을 피우세요 하얀꽃. 하얀벚꽃을 피웠어요. 하얀꽃. 하이얀 마음을 피워요. 하얀꽃. 마음을 피우세요. 맑간 봄. 봄을 쥐세요. 봄을 피우세요.

볕뉘.

0.김수영의 꽃을 웅얼거려본다. 김수영을 사랑의변주곡 뒤의 꽃잎을 세어본다. 셈 해본다. 호오하고 꽃에 바람을 불어본다.

1. 볕에 둔 벚꽃가지에 꽃이 피다. 피어오르는 중이다. 하염없이 꽃을 바라본다. 곁에 피는 꽃봉오리를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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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 연주, 손님맞이, 세 가지 모두가 완벽함은 거의 동일했다. 수단의 간결성, 절제 그리고 매력. 그녀는 양념이 꼭 필요하지 않은 요리에 양념을 넣는 것, 페달을 과도하게 밟아 부자연스럽게 연주하는 것, ˝손님을 맞이하면서˝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태도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26

[ ] 어린 시절의 매혹적인 독서들은, 그 독서들이 우리 안에 남기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독서를 한 장소와 날의 이미지다. 나는 그 독서들의 마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 독서들이 내게 말해준 것이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 독서들이 차례로 내게 안겨준 기억들 자체가, 독자에게 꽃핀 에움길에서 늑장 부리며 ‘독서‘라고 불리는 독특한 심리적 행위를 머릿속에서 창조하도록 충분한 힘을 안겨, 그 행위 안에서 이제 내가 제시할 몇몇 성찰이 따를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 48

[ ] 본질적으로 책과 친구가 다른 점은 그 둘이 지닌 위대한 지혜가 아니라 우리가 그 둘과 소통하는 방식에 있다. 독서는 대화와 달리 우리 각자가 다른 생각을 전달받아 혼자 남은 채, 다시 말해 고독 속에서 지적 역량을 즐기는 것인 데 반해, 대화는 고독을 즉각 물리치고 줄곧 영감을 받으면서 정신의 풍성한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52

[ ] 작가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각 그림 속에 나머지 세상과 다른 경이로운 풍경을 가볍게 살짝만 담는데, 우리는 그들이 그 풍경 한가운데로 우리를 들어가게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유행 지난 꽃들이 자라는 제일란트 정원˝으로, ˝토끼풀과 쑥˝ 향기 물씬 풍기는 길로, 당신들이 책에서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이런 곳들보다 더 아름다우리라 여겨지는 모든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주세요˝하고 말하고 싶어진다. 59

[ 1 ]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에 있다. 독서는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안내할 수는 있지만 그 삶을 이루지는 않는다. 61

[ 2 ]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그 정신 안에서 되살려야 할 그런 창조적 활동은 고독 밖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가장 수준 높은 대화도, 가장 절박한 조언도 고독하지 않은 이에게 아무 소용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대화나 조언이 그 독창적인 활동을 직접 창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개입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와 우리 내면 깊숙이 작용하는 개입, 다른 정신으로부터 오지만 고독 속에서 맞이하는 충동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바로 이것이 독서의 정의이고, 오직 독서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그런 정신에 이로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행이 독서다. 기하학자들의 표현대로 ˝증명 끝˝이다. 64

[ ] 독서가 마법의 열쇠로 우리가 들어갈 수 없었던 우리 내면의 문을 열어주는 독려자로 남는다면 우리 삶에서 그것이 수행하는 역할은 건강하다. 반대로 독서가 우리를 정신이 사적인 삶에 눈뜨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대체하려 한다면 위험해진다. 66

[ ] 책에 대한 기호는 지성보다 조금 아래에서, 그러나 같은 줄기에서 지성과 함께 자라는 것 같고, 모든 열정이 그 대상을 둘러싸는 일에 대한 편애를 동반하듯이 책과 관계를 맺고 책이 없어도 여전히 책에 말을 건다. 따라서 가장 위대한 작가들은 생각과 직접 소통하지 않는 시간에도 책과의 교류를 즐긴다. 게다가 책들이 쓰인 건 무엇보다 그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가? 책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감춰진 수천 가지 아름다움을 그들에게 드러내지 않는가? 74

[ 3 ] 독서는 하나의 우정이다. 그러나 적어도 진지한 우정이다. 독서가 죽은 이를, 부재한 이를 상대한다는 사실이 독서에 사심 없는 무언가를, 거의 감동적인 무언가를 부여한다. 게다가 독서는 다른 우정들을 추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우정이다....우리가 그들 곁을 떠나고 나서도 우정을 망가뜨릴 이런 생각들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내가 요령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내가 마음에 들었을까? 다른 사람을 만나느라 나를 잊으면 어떡하지? 우정의 이 모든 흔들림은 독서라는 순수하고 고요한 우정의 문턱에서 소멸된다. 공손함도 필요 없다. 78-80

[ 4 ] 책에 대한 기호가 지성과 함께 커진다면, 우리가 보았듯이 그 위험은 지성과 함께 감소한다. 독창적인 정신은 독서를 자신의 개인적 활동에 종속시킬 줄 안다. 그에게 독서는 그저 가장 고결한, 무엇보다 가장 고상한 소일거리일 뿐이다. 독서와 지식이 정싱의 ‘우아한 예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성과 지성의 힘을 우리는 우리 자신 안에서만, 우리의 정신적 삶의 깊이에서만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의 ‘태도‘ 교육이 이루어지는 건 다른 정신들과의 접촉 안에서, 다시 말해 독서 속에서다. 85

[ ] 사실은 수 세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일종의 환상이 겨우 몇 발짝 떨어진 것처럼 보게 하는 사물들의 조금은 비현실적인 색채를 띠고 현재 속에 친근하게 솟아오는 과거. 그것이 어쩌면 너무 직접적으로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걸어와 우리의 정신은 땅에 묻혀버린 시간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을 보고 놀랄 때처럼 달뜬다. 그래도 과거는 우리 가운데, 스치고 만질 만큼 가까이서 햇살 아래 꼼작 않고 서 있다. 96 독서에 관하여. 프루스트


볕뉘

0. 이른 잠. 새벽인 줄 알았으나, 아직 자정을 넘기지 못한다. 다시 들 잠도 아니어서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나머지 쪽을 읽었다. 콩브레 마지막 쪽을 덮었다. 세시 반. 고프던 배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잠을 청했다.

1. 프루스트의 독서, 독서에 관하여는 스완네 집 쪽으로 1 권에 나오는 대목이 많이 겹쳤다. 가끔씩 책을 왜 읽느냐는 걱정어린 시선들에 앞서 이렇게 되물어야 겠다. 당신은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

2. ㅇ가 벗의 추모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여  ㄷ시에 갔다. ㅅ치킨은 장소를 맞은 편으로 옮겼고, 치킨과 닭내장탕에 소맥을 번갈아 마시며 오랜만에 이야기를 섞는다. 마음의 탈상을 한 지가 오래라 그렇게 추모사업이라 이름을 칭하고 정례적으로 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늘 죽음은 도처이고, 책을 본다는 것도 늘 죽은 이들의 말을 여기에 당도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표시날 필요도 없고 목적과 기한을 두는 것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혹시 과정의 결들을 살린다면, 그 시행에 앞서 준비하는 여러 결들을 나누고 어루만질 수 있다면 좋겠다. 고 이야기를 건넸다. 그러나 사실은 너무나 간만의 만남이고 오래의 일이라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넘친 연유다.

 

3. 프루스트는 독서와 대화의 차이가 소통방법의 차이라고 한다. 하나는 고독과 맞서고 또 하나는 고독을 물리치고 줄곧 영감을 받는 자리라고 말한다. 독서를 왜하느냐는 질문에는 고독의 신발을 신어보라고 마음을 건넨다. 신고나면 어디든지, 책숲으로 난 길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과거를 바로 곁에 세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이다. 그러면에서 바흐친은 사건과 대화의 알맞은 주자이다.

 

4. ㅈ와 몇 달동안의 독서이력을 나누어본다.  우연히 겹치는 책들과 대화에 걸리는 작가들이 얻어 걸렸다. 진리는 찾을 수 없고, 책에서 진리를 찾지 말아야 한다. 모두 다르게 읽고 나누는 풍요로의 독서. 시각이 아니라 피부의 감각과 오감이 넘실거리는 풍요의 고독과 사건의로서 만남을 서로 나누어줄 시간을 잘 가꾸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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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v] 이 시의 타이틀이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이라는 좀 괴팍한 것이라든지 이 시의 작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다만 한 가지 명백한 것은 낙백한 영혼이 펼쳐 보이는 이 페시미즘의 절창이 한국 최고의 시라는 사실이다. 만약 누가 있어 이런 것을 감상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이만 저만 큰 망발이 아니다 한국의 페이소소가, 이 겨레의 인생관이 이렇게 높고 처절한 격조를 이루고 있는 것을 나는 달리 알지 못한다.....이 작품이야말로 한국인의 생활철학과 인생관이 집약된 대표적인 사상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한 우리말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한국 사람들만이 미득할 수 있는 한국의 노래이다

1.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71-72 백석우화 그리고 서른세 편의 시

2.

[ ] 수라-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내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차디찬 밤이다//어느젠가 새끼 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나는 가슴이 짜릿한다/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이렇게 헤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 거마가/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을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아 또 문밖으로 버리며/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 늙은 거미처럼이라고 적는다. /버려진 집에 뒹구는 이 빠진 종지처럼이라고/서리 덮인 새벽 둑방 길처럼/섣달 저녁의 까마귀처럼이라고 적는다./폐분교의 엉터리 충무공 동상처럼/ 변두리 차부의 헌 재떨이처럼이라고/찾는 이 없는 옛 우물과/ 오래전 버려진 그 곁의 수세미처럼/ 문을 닫고 힘없이 돌아서는 처용이처럼이라고 적는다/선득 종아리에 감기다 가는 개 울음소리처럼/혼자 깨어 누는 한밤중의 오줌처럼이라고 적는다./// 외롭다고 쓰지 않는다 한사코. 옛우물, 어린 당나귀곁에서

0.1
[ ] 이게뭐야 - 떠날 날 문득 닥치면/또 무섭고 서러워 눈물 흐르지/이곳 어디였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므로/쓰던 몸 놓고 어디로 가지는지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으므로// 나도 두렵단다. 여기는 어딘지/나도 모른단다, 아아 아가들아/네가 누군지/나는 또 무엇인지

3.

[ ] 오월유사 - 팔공년 봄 광주에서 일 당한 사람 중에는, 쩌그 장흥 무안 구례 곡성 같은 디서 유학 와 자취하던 중고등학생 대학 초년생들이 많았는데, 어째 그런가 허먼........인제 생각허먼, 계엄입네 빨갱입네 을러대던 쪽은 말할 것도 읎고, 혁명입네 해방굽네, 물어보도 않고 아무한테나 열사다 뭐다 갖다 붙이던 짓도 다, 실은 겁도 나고 애삭해서 하던 좀 거석한 노릇 아니었을게라...삶과 죽음이 그렇게 밥 먹듯 물 마시듯 자연스레 흐르던 끝의 일이라는 것....삶이 꼭 죽음 앞에서 미안키만 하잘 일이랴....이것 이 순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뜻박에 오월의 한 속살, 육이오의 한 비통한 속살, 갑오동학의 한 인간적 속살이라는 것은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가. 온갖 난리 아비규환 뒤에 그저 따신 밥 한술 먹자는, 웃음기 도는 사람의 마음이 있다는 것, 이것이 왜 이렇게 나는 안심이 되는지 모르겠다 섧은지 모르겠다. 안 그런가? 당신은 안 그런가?

[ ] 한국사 - 얼빠진 집구석에 태어나/허벅지 살만 불리다가 속절없이 저무는구나.....친구들 생각하면 눈물 난다.....눈도 감지 못한 채 우리는 모두 불쏘시개.....오냐 그 누구여 너는 누구냐. 보이지 않는 어디서 무심히도 풀무질을 해대는 거냐. 똑바로 좀 보자. 네 면상을 똑바로 보면서 울어도 울고 싶다. 죽어도 그렇게 죽고 싶다.

[ ] 거대한뿌리-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어느새 남쪽식으로/도사리고 앉았다 그럴 때는 이 둘은 반드시/이북친구들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앉음새를 고친다/815후에 김병욱이란 시인은 두 발을 뒤로 꼬고/언제나 일본여자처럼 앉아서 변론을 일삼았지만/그는 일본대학에 다니면서 4년 동안을 제철회사에서 노동을 한 강자다//나는 이사벨 버드 비숍 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다 그려는 1893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영국왕립지학협회 회원이다/그녀는 인경전의 종소리가 울리면 장안의 /남자들이 사라지고 갑자기 부녀자의 세계로/화하는 극적인 서울을 보았다 이 아름다운 시간에는 남자로서 거리를 무단통행할 수 있는 것은 교군꾼, 내시, 외국인의 종놈, 관리들 뿐이다 그리고 심야에는 여자는 사라지고 남자가 다시 오입을 하려 활보하고 나선다고 이런 기이한 관습을 가진 나를 세계 다른곳에서는 본 일이 없다고 천하를 호령한 민비는 한번도 장안외출을 하지 못했다고...//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 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비숍 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다 은밀도 심오도 학구도 체면도 인습도 치안국으로 가라 동양척식회사, 일본영사관,대한민국관리,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이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 제3인도교의 물속에 박은 철근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솜털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괴기영화의 맘모스를 연상시키는 까치도 까마귀도 으접을 모하는 시꺼먼 가지를 가지를 가진 나도 감히 상상을 못하는 거대한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4.

[ ] 그림자가 없다 - ...다들 고향에는 윗대 산소와 큰집 작은집과 논둑길과 동구 앞 개울도 있던, 봄이면 우물가에 앵두꽃도 한 철이던, 할아버지는 사랑에서 에에퉤 위엄 있게 가래침도 뱉던 집 자손들이다.....어디서 또 만나겠는가/만난들 알아보겠는가 우리는/그림자가 없으니.

[ ] 하 ......그림자가 없다 - 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다우리들의 적은 커크 더글러스나 리처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다/그들은 선량하기까지도 하다/그들은 민주주의자를 가장하고/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자기들이 선량이라고도 하고/자기들이 회사원이라고도 하고/전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요릿집엘 들어가고/술을 마시고 웃고 잡담하고/동정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원고도 쓰고 치부도 하고/시골에도 있고 해변가에도 있고/서울에도 있고 산보도 하고/영화관에도 가고/애교도 있다/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우리들의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우리들의 전선은 당게르크도 노르망디도 연희고지도 아니다/우리들의 전선은 지도책 속에는 없다/그것은 우리들의 집안인 경우도 있고/우리들의 직장인 경우도 있고/우리들의 동리인 경우도 있지만....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의 모습은 초토작전이나/[건 힐의 혈투]모양으로 활발하지도 않고 보기좋은 것도 아니다/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싸우고 있다/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거리를 걸을 때도 환담할 때도/장사를 할 때도 토목공사를 할 때도/여행을 할 때도 울 때도 웃을 때도/풋나물을 먹을 때도/시장에 가서 비린 생선냄새를 맡을 때도/배가 부를 때도 목이 마를 때도/연애를 할 때도 졸음이 올 때도 꿈속에서도/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수업을 할 때에도 퇴근시에도/사이렌소리에 시계를 맞출 때도 구두를 닦을 때도..../우리들의 싸움은 쉬지 않는다//우리들의 싸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있다/민주주의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민주주의식으로 싸워야 한다/하늘에 그림자가 없듯이 민주주의의 싸움에도 그림자가 없다 /하.....그림자가 없다/하.....그렇다...../하.......그렇지..../ 아암 그렇구 말구.....그렇지 그래....../응응......응....뭐?/아 그래.......그래 그래.

[ ] 그림자에 불타다 - 버스타고/근동지방을 구불구불 가다가/드넓은 밀밭을 검게 태운/구름 그림자를 보았다./구름 그림자에 타서!대지는/여기저기 검게 그을려 있었다//욕망-구름그림자/마음-구름그림자/몸-구름그림자에/일생을 그을려,/너-구름그림자/나-구름그림자/그-구름 그림자에/세계는 검게 그을려-//그 모든 너울을 걷어낸 뒤의/구름 자체를 나는 좋아하고/그리고/은유로서의 그림자에 불타는 바이오나-

5.

[ ] 꽃잎1 -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많이는 아니고 조금/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줄/모르고 자기가 가닿는 언덕을/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닿기/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안 즐거움이 꽃으로 되어도/그저 조금 꺼졌다 깨어나고//언뜻 보기엔 임종의 생명같고/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한 잎의 꽃잎같고/혁명같고/먼저 떨어져내린 큰 바위같고/나중에 떨어진 작은 꽃잎같고// 나중에 떨어져내린 작은 꽃잎같고//

[ ] 사랑의 변주곡 -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사그라져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이제 가시밭, 넝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까지도 사랑이다//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어닥치느니/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는/열렬하다/간단도 사랑/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같은/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눈을 떴다 감는 기술-불란서혁명의 기술/최근 우리들이 419에서 배운 기술/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소리내어 외치지 않는다//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놓은 폭풍의 간악한/신념이여/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신념보다도 더 큰/내가 묻혀 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너는 개미이냐/아들아 너에게 광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인류의 종언의 날에/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미대륙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날에/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의 피로에서 배울 거다/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의심할 거다!/복사씨와 살구씨가/한번은 이렇게/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

1.1

[ ] 통영 - 설거지를 마치고/어린 섬들을 안고 어둑하게 돌아앉습니다/어둠이 하나씩 젖을 물립니다//저녁비 호젓한 서호시장/김밥 좌판을 거두어 인 너우니댁이/도구통같이 튼실한 허리로 끙차, 일어서자//미륵산 비알 올망졸망 누워 계시던 먼촌 처가 할매 할배들께서도/억세고 정겨운 통영 말로 봄장마를 고시랑고시랑 나무라시며/흰 뼈들 다시 접어/끙, 돌아눕는 저녁입니다.//저로 말씀드리면, 이래 봬도/충청도 보은극장 앞에서 한때는 놀던 몸/허리에 걸리는 저기압대에 홀려서/앳된 보슬비 업고 걸려 민주지산 덕유산 지나 지리산 끼고 돌아 진양 산청 진주 남강 훌쩍 건너 단숨에 통영 충렬사까지 들이닥친 속없는 건달입네다만,//어진 막내처제가 있어/형부!하고 쫓아나올 것 같은 명정골 따뜻한 골목입니다./동백도 벚꽃도 이젠 지엽고/몸 안쪽 어디선가 씨릉씨릉/여치가 하나 자꾸만 우는 저녁 바다입니다//

볕뉘.

0. ‘김사인앓이‘를 시작할 것 같다고 했다. 한 벗이 김사인의 시시다방이라는 팥빵을 건네주었다. 참 행복한 주말이었다. 이어폰을 간절히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오고가는 길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1. 알바노조의 언더조직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 논쟁이 뜨겁다. 다른 일들처럼 번지고 퍼진다. 일들 사이 심미적인 균형이라는 것은 있을까. 그런 것들은 왜 배우려고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는 것일까 신념의 과잉. 멋도 맛도 왜 다 말라 비틀어져 버렸을까. 왜 살지? 입버릇처럼 혼잣말이 나왔다. 아무 말도 뱉지 못하고 만다. 떨어지는 꽃잎 하나, 둘...사랑 하나 둘....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지도 못하는 삶은 얼마나 억울할까? 억울한 말들이 나다녀 섧다. 끊임없는 자맥질에 눈물이 고인다.

2. *전을 다녀오다. 낮술을 했고, 그제 낮술한 이들과 자리를 옮겼고, 또 커피 한잔을 더 하고 내려왔다. 대도시는 늘 뒷걸음질인게다. 사랑을 또 하나씩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어디다 둔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3. 백석-김수영-김사인.....계보를 뒤적거려본다.....떨어져 내리고 있는 작은 꽃잎같고...혁명같고...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 것 같고......

4. 지난 밤...악몽을 꾸었다 아니 춘몽을 꾸었고 생생한 고통이 몸의 구석구석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었다...그런데 그 끝은 참으로 달콤한 시선이 남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배밀이의 억장이 통과했다. 온몸을 찔렀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사랑을 아주 조금 알 듯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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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림을 그려도 황망하여 망자의 벗에게 전화를 걸고 만다. 상가집이 너무나 비통하여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그래 그렇지. 가지 말라 했다. 술로 달랠까 하다가 걷다. 걸었다. 별 생각없이 걷는다. 지난 반찬에 대충 밥을 해먹고 걷는다. 걷다가 소주 생각이 난다. 별일 아니라고 다그친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보니 마트 앞이다. 작은 뚱뎅이 맥주를 하나 샀다. 맛이 없다. 취기도 없다. 참을 청하니 새벽이다. 아침 속이 불편하다. 몇주 챙기다 보니 제법 몸에 익은 운동을 해주며 잠을 깨웠다.

고추와 토마토 지지대를 올린다. 지지대에 묶는다. 사온 바질 흙을 화분에 넣고 씨앗을 뿌리고 얇게 보양토로 덮은 뒤 물을 준다. 퍼플 튜립이 곱다. 시집들 사이 내 마음이 어디쯤 쳐박혀 있는 줄 모르겠다. 조금씩 별처럼 걸린 시들이었으면 좋겠지만, 조금씩 꽃처럼 마음을 건져올리는 시편들이었으면 한다. 하지만 마음은 빨래줄에 널려있는 듯싶다.

홍차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또 무언가를 맛보고 먹지 않던 과자를 먹는다. 고이 들 가시게. 편히 쉬시게. 꽃을 바치네. 여기서 서성이지 말길. 명복을 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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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리 로랑생 전 - 그리 기대를 많이 하고 가지는 않았는데, 다소 놀라있다. 흑과 백, 그리고 핑크....를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을까? 반려동물과 악기, 그리고 초록과 꽃. 자화상을 눈여겨보다. 터치와 색감을 새겨본다. 감각을 유지한다는 것이 삶에서 꺽지 않고나 물러나지 않는 선들. 주류에 휩쓸리지 않는 법들. 이런 것들이 지켜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시류와 맞는 분위기인지도... ... 싱싱하게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결코 양보하거나 주춤해서는 안되는 것인지도...

2. 자코메티 전 - 장 주네의 비평?집을 읽거나 작품들을 사진으로 보았고, 나름 아끼는 작가라 더 관심이 갔다. 전시보다는 맥락에 대한 서술들이 집요하게 많았다. 새롭게 들어온 것은 아버지가 화가였고, 천재적인 소묘실력이 어릴 때부터 있었고, 그림들이 외려 관심이 더 갔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무심?한 말이 그를 평생지켜낸 것인지도...보이는대로 묘사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야한다는 말.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배경을 했다는 점. 권진규나 구본주가 떠올랐다. 세상이 그대로 드리우거나 비추이는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낸다는 것이 그리 험난하거나 자신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 우리는 어디쯤 서있는 것일까. 어디쯤

3. 김종영 전 - 82년에 타계했다고 하는 그는 고암 이응로처럼 모든 방면에 능통한 듯 보인다. 조각, 서예, 서양화, 마지막 글씨와 그림도 좋았다. 미술관도 따로 있다고 하니 더 살펴보아야 할 듯싶다.

4. 백석우화 - 혹시나 싶었는데 당일 예매가 되지 않았고, 연락해보니 전석 매진이었다. 보조석까지....일말의 희망을 않고 관계자의 일찍 와보라는 말에...시간반이나 일찍 도착하여 대기하였다. 덕분에 30년 된 극단의 이력을 살필 수 있었고, 주연배우들과 눈마춤도 말도 섞을 수 있었다. 연출가가 이중섭과 백석에 눈길을 준 점, 그 생애를 연극화해서 벌써 상연했다는 사실이나, 무수한 작품들의 편린....서울과 대도시가 갖는 장점들이 한번에 확 쏟아져 들어왔다. 이중섬과 백석은 동향이었다고 하고, 한 사람은 남으로...한 사람은 북에 남았지만....이중섭 역시 제주도에까지 처자식 먹여살리기조차 어려웠고, 은박지 그림을 춘화로 매도한 동료작가들에 대한 배신감들....그가 지키고자 한 것들에 대한 작품에도 눈길이 간다. 백석은 삼수갑산 협동농장에서 1996년에 생애를 마감하였다고 소식을 전하는데, 1995년에 찍은 가족사진은 여전히 그 나이에도 순수하고 가녀린 모습인 듯싶다. 때묻지 않은....동시, 동화...그리고 많은 작품들을 남기지 않고 그대로 불쏘시개로 넣어버린 듯... ...


 

 

 

 

 

 

 



볕뉘

0. 이명자 개인전도 챙겨보았다. 첫 개인전이라고는 하나 발문도 그동안 삶의 이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77세의 작가의 최근 그림은 더 활기가 있고 좋아보였다.

1. 사무실에 대중교통으로 출근하여, 이것저것 바꾸었다. 담벼락밖에 바꿀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쯤 어떻게 우리는 통과하고 있는 것일까. 5-6년전 출마한다고 전화연락이 왔던 친구가 심장마비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왔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빈다.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 자세한 이력은 모른다. 청년회의 짧은 기억만 간직하고, 이후 정치권에서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그래 궁금하지 않다. 그 때 도와줄 방법이 생각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 미안하다. 인연과 끈이 어떤 용도로 쓰여야하는지 알고 움직인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하는 수밖에... ...

2.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배우는 시어 한톨 한톨을 되새김질 하여 아이에게 주듯 시를 뱉어내었다. 하마트면 눈물을 흘릴까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배우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정가, 서도소리, 작창으로 풀어낸 시들은 무척이나 울림이 컸다. 한 시공간에서 반사되어 되울리는 시어들은 향긋했고, 알싸했고, 가슴 속 눈물을 출렁거리게 했다. 시와 삶.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배우들을 따라 천천히 낭독하고 싶어졌고, 어느 새 말투도 곡절이 생기는 듯했다.

3. 홍매화와 개나리, 조팝나무 순을 오고가는 길 추려서 단장을 했다. 하루하루 보는 맛이 남다르다. 마음은...벌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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