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영의 봄‘ - 우체국과 학교가 있는 섬마을 집집마다엔 감나무가 없다. 감나무 대신 당종려가 고개를 두런거리고 있다. 그렇게 일주로를 걷다보면 태산목이 내려다보는 바다와 섬. 그곳엔 봄이 수평으로 졸고 있다. 길가에 도열한 춘백들이 웅성웅성하다 배꼼거리고 벌들이 왱왱거린다. 그러다 양지바우와 바다거울에 비친 이른 봄볕에 매화마저 우숩다. 나폴리 나폴리 건물들은 이름을 빌려 말하지만 여긴 신봉 여긴 일운 여긴 산양 여긴 미륵미륵 답한다.


2.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3.

두 도시의 탐색

‘이 다리를 건널 거야‘ - 꽃을 꽂아. 거울을 봐. 징검다리를 건너봐. 총총. 거울을 봐. 꽃을 꽂아봐. 총총. 거리를 걸어. 눈을 감아. 소리를 들어. 냄새를 맡아 봐. 삶의 기울기. 흘러내려 고인 삶들을 봐. 눈을 꼭 감아. 소리를 들어 향기를 맡아. 소리를 질러. 소리를 만들어 봐. 향내를 만들어 봐.

_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마. 들어보렴 시선을 낮춰 기어보면 더 잘 들릴거야 무엇을 그르치고 있는지. 아무것도 하려 하지마. 그제서야 하고 싶은 것이 보일거야. - 실험극, 구석으로부터 (대전 구 정동교회)


볕뉘.

0. 꽃이 그립다. 몸에서 돋아날 것 같은, 오돌도돌 꽃몽오리가 염증처럼 흘러내릴 것 같았다. 산양일주도로 동백이 보고 싶었고, 그걸로 양이 차질 않아 제주 수선과 동백, 그리고 덤으로 겹홍매화를 보고 왔다. 물리도록 목에 간당간당 호흡을 가쁘게 할 정도로 꽃을 사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버스와 발품을 팔아 여기저기 저기여기를 다녀오다.

1. 통영에 가기 전 새벽이 막 거스를 즈음, 라디오에서는 김민기의 봉우리, 길이 흘러나왔고, 통영가는 동안 거가대교를 지나면서 윤동주의 새로운 길과 백석의 시에 곡을 입힌 김현성의 여러 시를 어느 한 구석에 집어넣고 있었다. 눈이 시큰거리도록... ...

2. 제주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정류장에 들러 물어보지만 대답을 잘 알아들을 수 없다. 노선을 익힐 겸....버스를 타고 제주 중산간도로를 거침없이 지나가자 바람에 비까지 섞여 있다. 성읍환승장을 들러 여기저기 꽃과 마을을 돌아보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말고 택시를 잡아 갤러리로 향해버렸다.

3. 그의 삶과 천착이 고스란히 느껴져 괴롭기도 했다. 서울 전시회 영상을 보고 있는데 그의 말이 잡힌다. 오름의 몇천장의 사진에서 추리고 추려서 한 70점..그런데 그것이 몹시 부족하더라는....미리 작품을 간주하고 작업을 하였더라면 덜 했을 건데...그러지 못해 아쉽다고....오름 하나만 잡더라도 평생할 꺼리이자 넉넉하고 광활하다고 말했다. 사진이라기보다는 사진을 매질을 이용한 그림이다라는 말이 수긍이 갔다. 그래서 흐리고 비가내리는 삼달국민학교 구석구석을 음미하며 거닐어 보았다. 수선화도, 동백도, 숨은 돌담길도 .....황홀하기까지한 매화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돌아오는 길은 몹시 길었다. 걷고 걸어 중산간도로를 돌고 돌아본다......급행버스에 몸을 뉘이니 졸음이 쏟아졌다.

4. 대전을 갑천, 대전천, 유등천을 경계로 여러 섬들이 나눠지기도 한다. 아마 삶들도 그러할 것이다. 갑천북단은 서울의 삶들과 닮아있어 유성터미널은 오분 십분단위로 새벽버스조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원도심과 둔산의 신도심.....예전에 산호여인숙과 대동작은책방을 하던 벗은 구 정동교회를 세를 들고 쓸고 다듬어 문화예술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굵은 실선이 아니라 가느 점선들의 연결망을 때때로 불꽃처럼 피어난다. 이번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두 도시의 탐색이라는 주제로 연극, 무용, 두도시의 전시를 통해 그 마음들을 모아 작품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30명 예매. 전석 매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마음의 파장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5. 꽃갈증에서 시작한 다른 도시의 탐색은 생각보다 많은 그늘을 남겨놓는다. 전혁림와 아들의 삶을 통한 그림...대통령 회의실 뒤편에 전혁림 통영그림이 잡혔다. 하지만 그가 군조나 오히려 단청이나 전통사찰의 색과 무늬에 천착했다는 걸 이제서야 느끼게 되었다. 그림과 꽃 허기를 달랠 즈음 여긴 꽃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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