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맥베스의 경우 야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의 표현 방법이다. 맥베스의 갈등은 언제나 양심과 야심, 선과 악, 충성심과 역심과 같은 상반되는 가치의 대립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맥베스의 권력욕 자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욕망을 표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 구조이다. 바로 이 이분법적인 사고 구조와 표현 방식이야말로 맥베스의 혼란을 가중시켜 그를 점점 더 깊은 갈등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더 깊은 악의 세계로 빠뜨리는 주범이다. 140

[ 2 ] 진실은 영구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이런 틀에서 진실은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완전한 허구에는 못 미친다. 또한 시간적으로 현재와 예언이 실현되는 꿈꾸는 미래 사이에 위치한다. 이런 중간자의 위치 때문에 맥베스의 진실은 어느 쪽에나 소속될 수 있으며 동시에 어느 쪽에도 소속될 수 없다. 따라서 이는 불확실성의 지점이고 태풍의 눈이며 맥베스 비극의 시발점이다. 강력한 욕망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이러한 마음은 내분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결과는 끔찍한 환상이 그의 심신을 무력화시키는 ‘없음의 혼돈‘이다. 141

[ ] 맥베스의 허무한 인생 결산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삶의 철저한 부정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강력한 염원이기 때문이다. 삶의 무의미를 이토록 깊이 꿰뚫어 보는 이 사람은 지상 최고의 권력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최대로 맛보려 했던 바로 그 맥베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러운 건 고웁다˝라는 마녀들의 궤변은 다시 한 번 그 힘을 발휘한다. 맥베스의 악행은 그의 삶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인간성의 고귀함을 비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147

[ 3 ] 그자는 운명을 걷어차며 죽음을 비웃고 지혜, 자비, 공포보다 자신의 소망을 더 위에 둘 거야. 83

[ 4 ] 시간이 내 무서운 위업을 미리 알고 막았어. 쏜살같은 목표는 행동이 없으면 절대 잡지 못하는 법. 바로 이 순간부터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은 곧바로 손으로 갈 것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 생각에게 행위로 보답하기 위하여 내 생각을 실천하자. 95

[ ] 아 불쌍한 나라! 못 알아볼 지경이오. 어머니가 아니라 무덤이란 할 수밖에 없는 그곳에선 무지한 자 말고는 어떤 것도 웃지 않고 탄식과 신음과 대기 찢는 비명을 토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으며, 격렬한 슬픔은 흔해 빠진 감정 같소. 조종을 듣고도 누구인지 안 물으며, 착한 사람 목숨이 모자 위의 꽃보다 더 빨리 시들어 병들기도 이전에 죽습니다. 108

[ ] 이보시오! 모자를 눈 아래로 끌지 말고 슬픔을 말하시오. 비탄이 입 못 열면 미어지는 가슴에게 터지라고 속삭인답니다. 110

[ 5 ] 전의는 마음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어 기억 속에 뿌리 박힌 슬픔을 뽑아내고 뇌수에 각인된 고통을 지우며 감미로운 망각의 해독제를 사용하여 왕비의 심장을 짓누르는 위험한 것들을 답답한 가슴에서 못 씻는가? / 그 일은 환자가 스스로 해야만 합니다. 120


볕뉘

0. [3,4]의 인간유형이 지금과 무척 닮아 있는 듯싶다. 소망과 목표에 쫓기거나 중독되어, 지혜도, 자비도, 공포도, 죽음조차 보지도 느끼지도 않는 인간말이다. 삶은 현재에 놓여있지 않아, 현재와 미래의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2]

1. 이러한 인간은 애석하게도 [1]의 사고구조라는 곱셈이 된다면.......


2. 어쩌면 그 이분법이라는 무한회로로 익히 양심을 잃었을게다. 자신의 욕망과 자신의 시선과 자신의 회로로 남는 것만 취하여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다. 치유될 수 없는 지경까지.......

3. 어쩌면 그 회로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스스로 해야만 할 것이다. 슬픔과 가슴이 미어지면서 삶을 밀어가면서.....그것이 가장 빠른 길인지도 모른다. 삶의 회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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