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림을 그려도 황망하여 망자의 벗에게 전화를 걸고 만다. 상가집이 너무나 비통하여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그래 그렇지. 가지 말라 했다. 술로 달랠까 하다가 걷다. 걸었다. 별 생각없이 걷는다. 지난 반찬에 대충 밥을 해먹고 걷는다. 걷다가 소주 생각이 난다. 별일 아니라고 다그친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보니 마트 앞이다. 작은 뚱뎅이 맥주를 하나 샀다. 맛이 없다. 취기도 없다. 참을 청하니 새벽이다. 아침 속이 불편하다. 몇주 챙기다 보니 제법 몸에 익은 운동을 해주며 잠을 깨웠다.

고추와 토마토 지지대를 올린다. 지지대에 묶는다. 사온 바질 흙을 화분에 넣고 씨앗을 뿌리고 얇게 보양토로 덮은 뒤 물을 준다. 퍼플 튜립이 곱다. 시집들 사이 내 마음이 어디쯤 쳐박혀 있는 줄 모르겠다. 조금씩 별처럼 걸린 시들이었으면 좋겠지만, 조금씩 꽃처럼 마음을 건져올리는 시편들이었으면 한다. 하지만 마음은 빨래줄에 널려있는 듯싶다.

홍차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또 무언가를 맛보고 먹지 않던 과자를 먹는다. 고이 들 가시게. 편히 쉬시게. 꽃을 바치네. 여기서 서성이지 말길. 명복을 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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