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 서울행, 이동 중에 읽으려 책이 손에 잡혔지만 오고 가는 길 외려 이 책보다 [생각하는 피부]가 빠르게 읽힌다. 곁의 아주머니는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통화에, 화장실에, 수다에 모든 것이 다 읽힐 듯이 일거수 일투족이 밟혔다. 늦은 밤 막차로 내려와 맥주 한캔에 읽다가 다음 날 커피 한잔에 마저 읽고, 또 몇 대목을 다시 읽었다. 몇 번 만난 작가는 말 수가 적었다. 하지만 소설은 적은 말수가 빙산의 일각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어느 분야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끊임없는 수다쟁이였다. 포르노로 할 말을 다하는 그가 경이롭다. 책이 책 밖을 나와야 하고, 성은 성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성 밖으로 나와야 그제서야 현실은 꿈쩍거린다. 많은 책과 저자의 은유에 공감한다. 다시 한 번 더 봐야 할 듯 싶다. 이리 소설에 애착을 갖다니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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