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잠든 것들이 거리로 나갔다/긴 소매들은 소매를 접었다//입김이 남아 있는 창문/불이 꺼지지 않는 들판/날아오르는 바람과/걸어다니는 발자국들//가슴만 한 신음을 낳고/누군가 밤새 울었다//부드럽게 안아주었다/안겨 있는 나를 보았다/하얗게 빛이 났다/나머지는 어두웠으므로//비명 같은 내가/빈 종이 되었다//

K –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반응의 바깥에 서 있는 것. 나를 데려간, 가장 가벼운 무게의, 자리. 그는 수천의 나비가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러므로. 여전히 날개다.‘

한편
눈물이 울고 눈은 울지 않는다/나보다 먼저 소요가 일어났다......비극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나는 결론의 집에서 산다

당신의 자리
가시만 남은 숨소리가 있다....당신은 그토록 나를 지우는 사람이다.

낱장의 시간들
‘낱장의 시간들이 날려 오고 손끝의 힘이 풀려나갈 때 오후의 개가 너를 따라온다‘

금요일
어둠은 깊어가고 우리가 밤이라고 읽는 것들이 빛나갈 때......거기 가장 불행한 표정이여. 여기는 네가 실패한 것들로 가득하구나...

버린 말
‘버린 말 위에는 이파리 돋아나 흔들리고 꽃을 찾아내 피워 올리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아래, 툭 던지기도 하다‘


기억은 기억에 불과하다. 무언가가 떠올랐을 때 쓰기를 망설이는 나처럼, 역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역은 기차가 출발할 때마다 조금 흔들리고 서서히 곧, 점점 빠르게, 사라진다......23시 24분.....내리려는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고, 타려는 이는 없다.

지우ㅓ지는 지도
‘생활의 무늬란 그런 것이지 꼭 다문 입술의 주름 같은 것‘

이웃 사람
갓 뜯어낸 담뱃갑 비닐처럼 서서, 그 옷걸이에 그림자를 걸어두며 생각한다 이웃이란 왜 그렇게 헐거운 것인가 비좁고 어두운 복도인가

오늘의 바깥
바깥이란 얼마나 흐릿한 것인가 오늘, 처럼 쓰기 쉬운 단어가 또 있는가 누군가의 냄새, 누군가의 감촉, 누군가가 놓고 내린 체온 이 우스운 일들을 얼마나 반복해 뒤집어야 하는지

너가오면
네 눈 뒤에 서 있어서 도저히 보이질 않는 너라는 미로를 폭우 쏟아져 내리는 오후처럼 기다려 이를 깨물고 하얗게 질릴 때까지 꽉 물고 어떻게든 그러므로, 너로부터 기어이 너가 오고

그만 아는 이야기
울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일지도 스스로 한 방울이 되어가는 중일지도

빛ㄴㅏ는 시간
약속했으니 다시 시간은/빠르고 느리게 지나간다/이제 모든 것은/빛으로 얼어붙어가고//나는 내 짐승의 일부/이 그림자를 밟고 서서/무엇도 되지 않으리/숨과 피를 지우고//내 살과 뼈와 여자와 개/뚫고 지나가는 선의 선/검푸른 사방 이마 위/첫날부터 지금까지/모든 것을 망쳐놓으리//그러니, 이 ㅅㅣ간은 그저/칼끝 같기만 하여라//

닿지 않은 이야기
앉았다가 떠난 자리를 꽃이라 부르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래, 누가 흔들고 지나간 것들을 모아 그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러니 꽃이 다 그늘일수밖에

보내지 못한 개봉 엽서
우리는 골몰하는 시간을 그토록 사랑하지 않았나요.... 깊은 시간을 뛰어다녀도 좋지 그게 아니어도 좋고.......

텅 빈 액자
떼어낸 자리가 환하다/어떻게 그렇게 했는지/없어진 나날보다/있었던 나날이 더 슬프다

맑은 날
아내가 식탁에 앉아 펑펑 쏟는 눈물을 보고 싶다 그 앞에서 재떨이를 끌어당겨 담배를 물고 아내를 지켜보는 단답형 남편이 된 것도 같고.....짬봉이란 단어는 조금 슬프고 너무 웃기기도 ㅎㅐ서 생활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오늘 아침엔.......

볕뉘.

좋은 구절이 많아 적어둔다. 좋아하는 단어가 많아 적어둔다. 시간, 온도, 너, 나, 꿈, 바람.... 모임에서 몇 편의 시를 낭독하다. 벌써 유월 바람이 불었다 지나간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아직 남은 절반의 유월. 골몰하거나 깊은 시간.....그 깊은 시간의 우물에서 눈물을 한두레박 길어올린다. 온몸이 눈물인 빛. 빛나는 시간.

앉았다가 떠난 자리를 ‘꽃‘이라 부르고....누가 흔들고 지나간 것들을 모아 ‘그늘‘이라 부르자...그 구절을 다시 읽는다. 꽃그늘 그늘꽃......우리가 지난 자리 다 꽃이었다. 흔들어 버린 손의 바닥....그늘.....흔들고 싶다. 흔들리고 싶다. 밤의 그늘이 점점 짧아지는 나날. 빛만 잔뜩.

그리고 발저의 한 구절도....‘우리가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만이 우리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그렇게 서로 맴돈다. 시간과 빛과 눈물과 꿈들 사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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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5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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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5 14: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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